무서운 그림 - 아름다운 명화의 섬뜩한 뒷이야기 무서운 그림 1
나카노 교코 지음, 이연식 옮김 / 세미콜론 / 2008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서평] 「무서운 그림」악의 매력

 


 

 

 

나카노 교코 지음, 이연식 옮김/세미콜론

 

 

 예술 작품은 하나의 퍼즐과 같다. 작가가 숨겨놓은 조각을 찾아내 조립해야 한다. 섬세한 표현과 절묘한 묘사가 이를 돕는다. 우리는 이 과정에서 작가와 대화를 나눈다. 말 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천천히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작품을 감상할수록, 읽어나갈수록 의도는 드러나기 시작한다. 자칫 방심하면 놓치게 된다. 몇몇 작가는 친밀한 친구에게만 전하는 비밀 대화를 늘어놓을 때도 있다. 거기엔 바로 무서움도 깃들어 있다. 「무서운 그림」은 명화가 숨겨놓은, 혹은 존재만으로 발하는 무서움에 대해 보여준다. 

 

 

 그녀를 돈으로 산 사내가 무대 뒤쪽에서 너무도 당연한 듯 쳐다보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러한 현실에 별달리 관심을 갖지 않은 화가가, 비판적인 의식이라고는 전혀 없는, 하지만 매우 아름다운 한 점의 그림을 그려 냈다는 사실, 그것이 무척이나 두렵다.

 P. 19 

 


에드가 드가 <무대 위의 무용수>

 

 인간은 이상하게도 '악'이나 '공포'에 관한 것들에게 매력을 느끼기도 한다. 공포 영화의 한 장면을 실제로 경험하게 된다면 그렇게 한가롭게 즐길 수 있을까? 그건 당연히 아니다. 공포란 것은 나와 간접적인 위치에 있다는 거리감을 통해서만 희열을 느낄 수 있다. 시대적 광기, 집요한 악의, 선명한 시선을 담고 있는 특정 명화가 바로 그런 매력을 담고 있다. 우아한 색체나 아름다운 구도와는 다른, 감상으로 느낄 수 있는 섬뜩한 오르가즘을 주는 명화들. 

 

 

 어떤 종류의 '악'이 휘황한 매력을 발산하듯 공포라는 것에도 저항하기 어려운 흡입력이 있어서 인간은 안전한 장소에서 공포를 엿보고 싶고 즐기고 싶다는 어쩔 수 없는 욕구를 지니고 있다. 이는 죽음의 공포를 느낄 때만큼 살아 있다는 것을 실감하는 순간은 없다는 인간 존재의 얄궂은 조건에서 온 것이다.

 P. 9 

 


 

 「무서운 그림」은 저자 나카노 교코의 정확한 해설과 유려한 문체를 통해 쉽고 재밌게 읽을 수 있다. 미술에 관심이 없더라도 쉬이 즐길 수 있는 책이다. '정말 괜찮은 책이다'라고 느낄 수 있어서인지 책의 굴곡으로 인해 크기가 큰 명화는 짤리게 되는 페이지가 참 안타깝다. 그림을 완전하게 볼 수 없는 문제는 건 치명타다.

 책 크기를 늘리던가, 한 페이지에 넣기에 크기가 아슬아슬한 명화는 조금 줄여서라도 누락되는 부분을 없애는 방법을 택했으면 더 좋았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보기'와 '읽기' 두 가지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이 있는 책이지만 직무를 유기하는 것만 같아 아쉽기만 했다. 

 

 

 이렇게 내부에 죽음을 품은 채로 저택은 천천히 바다를 맞이한다. 바다는 소리도 없이 파도를 밀어 와서는 서서히 건물을 둘러싸기 시작한다. 바닷물은 분명히 멀리에서부터, 아득히 먼 곳에서부터 기분 나쁜 생물처럼 서서히 기어 왔으리라. 처음에 파도가 닿았던 곳이 어디쯤이었는지 지금은 알 수 없다. 하지만 저택의 토대는 이미 흠뻑 젖어 있고 광장의 포석도 절반 가까이 물에 잠겨 있다. 결국엔 모든 것이 바다 밑이라는 기억의 밑바닥으로 가라앉으리라.

 하지만 이 저택은 가라앉기는 해도 결코 붕괴하지는 않을 것이다. 부식하지도 않을 것이다. 영원히 각인시켜 두고 싶다는 강한 집념이 함게 잠길 것이기에 저택은 예전의 모습을 언제까지고 간직할 것이다. 내부는 죽는대도 외양은 변치 않는다. 마음은 썩어도 잔상만은 선명하게 남는다. 그 겉모습을 보건대 내부는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는 것만 같다.

 어딘지, 뭔가가 어긋나서 딱 끝나지 않은 사랑 같다.

 P. 43 

 


 

배고픈 골방 블로그 바로가기

 

 

 

나카노 교코 지음, 이연식 옮김/세미콜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