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 흥분, 받아들이지도 버리지도 못하는 자신에 대한 혐오 자체가『대지의 딸』에 구현된 페르소나의 본질이자, 회고록을 완성하는 요소이다. 
- P125

순박한 구술 스타일로 전하는 증오와 자기혐오의 이야기는 교활함과 투박함 때문에 호소력이 훨씬 더 짙어진다. 
- P125

『아버지와 아들』이 그랬듯, 『기만의 공작』의 미덕은 서술자인 아들이 아버지의 감정적 무절제를 바라보는 깊고도 집요한 시선에 있다. 
- P131

순례자처럼 차분하고 고독한 이 서술자는 자신이 보고 회상하고 사색하는 것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세상과 자아를 향한 특유의 연민, 즉 희망의 생명줄을 늘리는 연민을 베푼다.
- P180

그 순간부터 나는 학생들이 나와 같은 방식으로 읽게 되리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러니까, 내적 맥락을 찾는 것이다. 내적 맥락은 글을 현재 상황 너머로 확장해주고, 작가의 생각과 감정을 밝혀주며, 형태를 부여하고 내밀한 목적을 드러내준다.
- P184

처음부터 나는 글쓰기를 가르치는 일이란 곧 작가를 움직이는 동력이 무엇인지 또렷이 보일 때까지 계속 읽는 법을 가르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 P184

여느 평범한 독자라면 누구나 그러하듯, 작품에접근하는 것은 어떻게 쓰느냐가 아니라 왜 쓰고 있느냐를 아는 일이었다. 수업을 이어나가면서 나와 학생들은 이 일이 치열한 전쟁과도 같다는 사실을 거듭 발견했다.
- P184

확실히 글은 궤도를 찾아가고 있었다. 작가가 관점을 바꾸어 서술자를 자유롭게 풀어주고, 미완성의 소재에서 움트려하는 주제에 초점을 맞출 수 있었던 것은 ‘이 글은 무엇에 관한 이야기인가?‘라는 질문을 반복해서 던졌기 때문이다.
- P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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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펄롱은 과거에 머물지 않기로 했다. 아일린처럼 머리가 검고 살결이 고운 딸들을 부양하는 데 집중했다.  - P19

모든 걸 다 잃는 일이 너무나 쉽게 일어난다는 걸 펄롱은 알았다. 
- P22

혹독한 시기였지만 그럴수록 펄롱은 계속 버티고 조용히 엎드려 지내면서 사람들과 척지지 않고, 딸들이 잘 커서이 도시에서 유일하게 괜찮은 여학교인 세인트마거릿 학교를 무사히 졸업하도록 뒷바라지하겠다는 결심을 굳혔다.
- P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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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고록 속의 진실은 실제 사건의 나열로 얻어지지 않는다. 작가가 당면한 경험을 마주하려 열심히 노력하고 있음을 독자가 믿게 될 때 진실이 얻어진다. 작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는 중요치 않다. 중요한 것은 작가가 그 일을 큰 틀에서 이해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 P107

현대의 회고록은 자신의 삶을 일정한 모양으로 빚은 글이 무관심한 독자들에게 가치 있는 작품으로 다가가려면 극적인 각색을 거치고, ‘되어가는‘ 경험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고 가정한다. 
- P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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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디온의 글쓰기를 구성하는 원리는 평범하고 일상적인 불안이다. 이로부터 디디온은 재능을 멋지게 떠받쳐주는 우울하고 흔들리는 페르소나를 창조해냈고, 적어도 한 편의 불후의 소설 (『모든 것은 순리대로 Play it as it lays』)과 미국 문학 역사상 가장 뛰어난 에세이 몇 편을 남겼다. 
- P45

에세이 「나는 왜 내가 사는 곳에 사는가>에서는 대리인이 아닌 자기 자신을 이용하여 ‘고향‘에 대한 지독한 양가감정을 이야기하는가 하면, 누구에게나 있는 그런 심리의 치명적 급소를 탐구하기도 한다. 
- P51

끝이다. 이게 전부다. 글은 이렇게 끝난다.
- P62

「미국의 아들의 기록」과 「코끼리를 쏘다」 모두 지독하리만치 깊숙한 자아 탐구가 글 전체에 스며들어 있다. 자전적 이야기를 에세이에서 회고록으로 인도하는 것은 탐구의 깊이이다.
- P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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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다현을 죽인 것이 영주였다면 좋았을 것을.
다현이 죽지 않았다면, 하고 생각한 적이 없다는 사실에 준후는 조금 놀랐다.
- P269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일그러진 조미란의 얼굴을 보며, 정은성은 조미란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 자체가 슬프다는 얼굴을했다.
"내가 어떻게 엄마를 실망시켜."
- P279

준후는 저항하듯 벌떡 일어섰다.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듯 강치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준후를 똑바로 응시했다.
"가능합니다. 남학생이니까요."
- P323

그중 한 사람만이라도 다른 선택을 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지 모른다.
강치수가 답했다.
"외로웠겠죠."
- P328

아무도 모른다.
그 냄새나는 차의 문을 닫을 때, 황권중이 살아 있었던 것은 아무도 알지 못한다.
김준후는 길고 긴 복도를 웃으며 걸었다.
- P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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