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귀찮아서 살 수 없겠다. 귀찮기보단 버겁다.
안녕 안녕. 남은 사람들은 뭐 정신병이 없다면 그대로 쭉사시면 됩니다. 이해하지 마세요. 이해되면 정신병자.
- P12

다섯째. 오랜만에 마시는 커피, 마포대교든 양화대교든고층의 우리 집 창문이 제일 확실하겠지만 나름의 배려.
집값과 남은 이들의 삶.
- P13

나는 그를 위해서가 아니라 힘든 티를 내고 싶었던 것뿐이었나보다.
- P18

물 한 방울도 묻지 않고 투신 실패.
- P19

나의 치매 전문 병원 체험기라고생각하며 견디고 있으련다.
- P24

나는 내가 아주 아파서 힘들었으면 좋겠어요. 아픈데 그게 내 탓이 아니고 어쩔 수 없이 아픈 삶. 나에게 삶이 얼마 남지 않아서, 자살을 선택하지 않아도 되어 오히려 평화로운. 노력으로 나을 수 없는 병에 걸린 삶이란.
- P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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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세월이 흐를수록 호랑이는 사람을 무서워하게 되었고, 사람도 호랑이를 무서워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더 이상 사람들은 호랑이 산에 함부로 오를 수 없게 되었습니다.
- P15

호랑이들은 우리가 이곳에 마을을 만들고 정착하기 훨씬 오래전부터 이 산에서 살고 있었네. 누가 주인이고, 누가 객인지 생각해 보게나. 사람에게 해가 된다고, 혹은 조금 불편하다고, 혹은 조금 이득이 생긴다고 닥치는 대로 잡아 죽이면 세상이 어찌 되겠는가? 설령 그것이 사람이 아니라 짐승일지라도 말일세. 세상은 더불어 사는 곳이네. 짐승과 더불어 살지 못하는 사람은사람과도 더불어 살 수 없는 법이야.
- P27

"와, 그렇구나. 너도 왕짜 맞혀 봤어? 기분 좋았겠다."
"불쌍해."
"불쌍하다고? 호랑이가?"
"응."
- P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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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에 힘을 빼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시간을 잠시 보내거나 ‘오늘은 못한다‘라고 커다랗게 노트 한 쪽에 적는 것도 괜찮다. 그저 마음의 방향에 행동했어야 하는 시간을 각인시키는 것이다.
- P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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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타워가 뭐라고 저걸 볼 때마다 마음이 싱숭생숭해지는 걸까.
- P57

마음을 찌르는 칼이 제아무리 아름답다 해도 그것의 용도는 상처를 입히는 것이다.
- P63

현재의 감정은 분명히 ‘증‘인데, 과거의 기억이 놔주지 않아서 자꾸만 ‘애‘가 섞여들 때가 있잖아. 그럴 땐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고심 끝에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애‘가 섞여들 땐 그냥 사랑하는 수밖에 없지 않나. 종선은 반박하지 않았다. - P67

긴 기다림 끝에 비로소 자리에 앉아 소주 반병을 원샷하듯 마시더니 자기 마음이 얼마나 깊고 따듯한지 아무도 몰라준다고 철부지처럼 투정을 부렸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미진이 종선을 손절한 이유를 점차 깨달아갔다. 
- P73

차라리 뿌리라고 하자. 종선의 뿌리는 언 강에 발이 잠긴 갈대처럼 꽁꽁 얼어붙은 강물 안에 오랜 세월 갇혀 조금도 성장하지 못한 것 같았다.
- P73

손절호텔에나 다시 가자. 심종선은 왜 저렇게 나이브한 인간이 됐는지, 박예슬은 왜 거지로 살면서도 예술을 놓지 못하는지, 나는 왜 너희들한테 상처만 주는나쁜 년이 된 건지, 가서 생각 좀 해보자.
- P78

친구니까 그렇게 푹 찌를 수도 있는 거라고 생각했지만 뒤미처 무거운 질문들이 떠올랐다.
- P78

친하다는 건 어떤 의미지?
- P79

미진은 가품을 알지만 모른 척하고 가품을 진짜인 줄 안 종선은 전전긍긍하고, 나는 종선에겐 비싼 선물은 안 사줘도 되는 친구인 데다 아직까지 그이유를 알아내지 못했다─우리는 알아야 할 일은 모르고, 몰라도 되는 일은 많이 아는 건지도.
- P81

시간의 흐름에 자연스럽게 섞여 들어가지 못한 나의 자의식만이 그 순간을 떠나지 못한 채로, 무엇이 잘못됐는지, 그 잘못을 다시 되돌릴 순 없는지를 골똘히 되짚어갈 뿐이었다. 
- P97

오히려 나는편해진 마음으로 그의 말을 흘려듣고 있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저 조용히 놀라고 있었을 뿐이었는지도 모른다. 세월이 인간의 몸에 작용하는 무자비함에대하여, 그리고 시간만이 선물해줄 수 있는 무뎌짐에 새삼 감탄하며.
- P129

시간이란 참 놀라운 것이었다. 내가 주장보다 ‘태도‘를 문제삼는 어른이 되다니.
- P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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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도, 대책도 없으면서 선의로만 가득 찬 표정. 앞으로 펼쳐질 사태를 충분히 예감하고 있으면서도 외면하는 표정. 모든 것을 짊어지려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아무것도 짊어지지 않을 이의 표정. 그런 표정은 묘하게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사람을 끌어당기는힘이 있다는 것을 나는 경험상 알고 있었다. 
- P19

삐약이가 죽었는데 마음이 아무렇지도 않다는게 끔찍해서 터진 울음이었다.
- P41

"개는 알아서 잘 찾아 먹어."
"너는?"
"나는 짐승처럼 살겠지 했어."
- P48

강렬하게 원한다는 것이 얼마나 지긋지긋한 일인지를 나는 채빈을 통해 알게 되었다. 지긋지긋한 집구석, 지긋지긋한 동물들, 지긋지긋한 아이들과 지긋지긋한 내 동생. 나는 그 무엇도 원하지 않는 마음에 익숙해져갔다. 
- P55

채빈을 만나면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 눈을 뜨고 있는 엄마를 안치소에 넣은 채 내가 얼마나 너를 기다렸는지, 너를 얼마나 용서하고 싶었는지.
- P60

채빈은 특유의 살가운 웃음을 지어 보였다. 너무나 진심 같아서 가짜 같은 웃음이었다.
- P68

채빈과 나는 비로소 자매가 되어갔다. 삐약이를 가족으로 받아들이면서 채빈이 엄마와 나를 가족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던 그때처럼. 
- P78

임시 보호자에 대한 비난이 시작되자 게시물의 관심도가 올라갔다. 어떤 실종 공고보다 빠른 속도로 게시물이 퍼져나갔다. 
- P85

이제 사람들은 유나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서로 싸우기만 했다.
- P96

살아남으려면 사람을 좋아해야 한다는 걸 일찌감치 알아버린 것 같았습니다. 별나가 편식이 심하다니, 걱정하고 계시겠지만 저는 안심되는 면도 있어요.
편식이라는 게, 여러 원인이 있거든요. 믿는 구석이 있을 때에 하기도 해요. 
- P101

우리 병원은 규칙을 잘 지켰습니다.
죽이고, 죽이고, 또 죽였어요. 점점 죽이려고 데려오는 건지 살리려고 데려오는 건지 모르겠더라고요. 
- P102

저도 유나를 찾길 바랍니다. 하지만, 찾고 나면 유나는 어떻게 될까요? 운이 좋으면 입양이 되겠죠. 어쩌면 안락사를 시키지 않는 다른 동물보호소로 가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럴 확률은 몇 퍼센트가 될 것 같습니까? 유나의 생존 확률은 어느쪽이 더 높을까요? 안일까요, 밖일까요?
- P107

애초에 없었던 이야기를 지우기 위해 엄연한 사실도 지워야 한다는 거래가 채빈은 기가 막혔다. 
- P135

"말하고 싶었고, 말 안 하고 싶었어. 언니가 물었잖아. 이런 마음을 원래 알고 있었느냐고 이런 마음이 뭔지, 언니도 알길 바랐어."
- P136

새빈은 닭들의 이름을 하나씩 말해주기 시작했다. 우리와 함께 살았던 모든 동물들, 그리고 우리집에서 머물렀던 아이들의 이름을.
- P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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