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회의석상에서도 조는 수가 일쑤다. 한참 자다 깨어도 토의는별로 진전이 없고 여전히 갑론을박을 되풀이하고 있다. 그동안에 어떤 사항이 결정되었다 하더라도 상관은 없을 것이다. 중요한 것이라면 나중에 자연히 알게된다. 
- P86

친구가 산책을거부하거든 그가 전날 밤 잠을 잘 못 잤다고 인정하라. 작은 일에 신경질을 부리는 때에도 그리 알라. 
- P86

하늘에 수많은 별들을 생각할 때 잠 못 드는 사람도 있을것이요, 밤이 너무 아름다워 나룻배를 타고 맨해튼과 브루클린 사이를 밤새껏 왔다갔다한 애인들도 있을 것이다.
- P87

너의 슬픔 그 무엇이든지 잠 속에 스러질 거다. 
- P88

죽음이 긴 잠이라면 그것은 영원한 축복일 것이다.
- P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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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피쿠로스의 네 가지 처방
-불안과 고통에 대처하는 철학의 지혜
존 셀라스 (지은이), 신소희 (옮긴이) 복복서가 2022-02-09, 132쪽, 교양철학


#경기광주용인독서
#에피쿠로스철학


🍉 부담스럽지 않은 두께에 일부 들어간 보랏빛 표지에 처음부터 편안히 읽어나갔다. 고백하자면 철학도 실용을 따져보게 되는 속물적인 마음이 있었다. ‘네 가지 처방‘이란 제목에 정리가 쉽겠구나 라는 므흣한 추측, 불안과 고통에 대한 대처라는 것에 위로에세이 같은 편안함이었다.

🍉 쉽고 명료한 문장으로 총 7장의 챕터로 에피쿠로스의 철학을 맛보았다. 제목의 네 가지 처방은 뜬금없이 중간 정도인 5장에 갑자기 나오는데, 7장까지가 묘하게 얽히고 섥혀 나름의 논리, 철학, 종교(그 당시에는 종교일 수도 있겠다)를 갖추게 된다.
(신을 두려워 마라.
죽음을 염려하지 마라.
좋은 것은 구하기 어렵지 않으며,
끔찍한 일은 견디기 어렵지 않다. 77p )

🍉 독서 모임의 한 멤버는 일부 그런 명료함을 불편해했다. 고통이 아니면 행복이야, yes 아니면 no인거야, 그러니 정신적 쾌락으로 모든 걸 극복할 수 있으니 금욕 시작이야, 식의 명료함은 양 끝단 사이에 있는 너무 많은 것들을 건너 뛴다는 게 이유였다. 또한 에피쿠로스 철학대로라면 문명은 발전, 다양화되지 못했을 거란 부연설명. 그 말에 수긍이 가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런 명료함이 이 복잡한 세상을 좀 단순하게 바라보게 해주는 것 같고, 고대 사람들도 불안했구나 하는 생각에 위로가 되었다. 모든 시대, 모든 지역의 사람들은 불안하지 않았을까.

🍉 난 사는 동안 충분히 감사하고, 때로는 슬퍼하고, 용서하고, 용서받고, 돕고, 속상하기도 하고 등등, 충분한 삶을 살아 보자라고 생각하고 있다. 에피쿠로스와는 거리가 있지만 그런 내 생각에도 이 철학이 위로가 된다. 작은 것들을 지향하는 문화. 책의 마지막에 저자가 말하는 유의미성에 적극 동의. 오해를 풀자면, 내가 책을 읽고 난 소감을 재미없게 썼지만 이 책이 재미없는 게 아니다🥲 냥냥파워!

🌱에피쿠로스는 차분한 평정심에 이르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평정에 이를 수 있을까? 욕망의 좌절과 미래에 대한 염려라는 두 가지 위험을 극복함으로써 평정에 이를 수 있다. 
23

🌱이처럼 루크레티우스, 베르길리우스, 필로데모스를 비롯한 에피쿠로스 철학자들은 로마의 일상적 권모술수로부터 멀리 떨어져 유유자적한 이탈리아 해변에서 저 유명한 ‘정원‘의 정신을 되살리려 했다. 철학은 치료이며 구원은 세상의 이치를 이해함으로써 가능하다는 에피쿠로스의 핵심 사상을 포용했던 것이다.
29

🌱‘어제는 가죽이던 것이 오늘은 자줏빛과 금빛 옷감이 되었다. 이런 잡동사니들이 인류의 삶을 원한으로 채우고 다툼으로 허비하게 만든다.‘
112

🌱하지만 우리가 에피쿠로스 철학에 얼마나 동의하든 혹은 반대하든 간에, 고대 아테네 변두리의 비밀스러운 정원에서 에피쿠로스 철학자들이 논했던 여러 주제들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의미하다는 점만은 부정할 수 없으리라.
12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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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범속한 사람이기 때문에 달이 태양의 빛을 받아 비치듯, 이탈리아의 플로렌스가 아테네의 문화를 받아 빛났듯이, 남의 광영을 힘입어 영광을 맛보는 것을 반사적 광영이라고 한다.
사람은 저 잘난 맛에 산다지만, 사실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남 잘난 맛에 사는 것이다. 이 반사적 광영이 없다면 사는 기쁨은 절반이나 감소될 것이다.
- P78

이야기를 재미있게 하기 위하여 하는 거짓말은 오색이 영롱한 무지개빛 거짓말인 것이다.
- P84

아무리 슬픈 현실도 아픈 고생도 애끓는 이별도 남에게는 한 이야기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세월이 흐르면 당사자들에게도 한낱 이야기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날의 일기도 훗날의 전기도 치열했던 전쟁도 유구한 역사도 다 이야기에 지나지 아니한다.
- P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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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다 개인의 선택입니다.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을수 있다는 생각의 수용이 요구되는 시점입니다. 다양한 개인의 삶인데 자꾸 하나의 방식으로 이치에 맞지 않는 ‘정상성‘을 강요하면 출발부터 대화가 어렵습니다.
오랫동안 우리들의 머릿속을 지배해 온 것이 지금은 불편한 단어로 인식하는 ‘정상 가정‘이라는 환상입니다. 
- P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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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피쿠로스는 육체적 쾌락보다는 정신적 쾌락에 더 관심이 많았고, 어떻게 보면 쾌락을 추구하는 것 자체보다 고통을 피하는 데 더 관심이 많았다고 할 수 있다. 그가 생각하기에 인간의 이상적 삶은 육체적 욕구의 충족보다는 모든 정신적 고통에서 자유로워지는 상태에 이르기 위해 매진하는것이었다. 에피쿠로스는 이를 아타락시아 ataraxia 라고 불렀는데, 직역하면 ‘근심 없음‘이지만 ‘평정‘ 정도로 이해하는 것이 가장 좋을 것이다. 
- P10

에피쿠로스는 차분한 평정심에 이르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평정에 이를 수 있을까? 욕망의 좌절과 미래에 대한 염려라는 두 가지 위험을 극복함으로써 평정에 이를 수 있다. 
- P23

우리의 공포와 불안은 흔히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는 데 기인하기 때문이다. 잘살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잘못 이해하거나 실존하지 않는 위협을 상상하기 때문이다. 에피쿠로스는 공포와 불안에서 자유로워지려면 세계의 작동 원리를 알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 P24

쾌락을 추구한다는 것은 사실상 고통이 없는 상태, 추위와 배고픔과 아픔 등 우리가 피하고 싶어하는 조건에서 벗어난 상태를 추구하는 것이다. 따라서 에피쿠로스적 쾌락이란 탐식과는 아무 상관이 없으며, 그리 많은 것 없이도 도달할 수 있는 만족스러운 상태를 목표로 하는 소박한 생활일 뿐이다.
- P37

(쾌락은) 오히려 맑은 정신으로 심사숙고한 결과라네.
모든 선택과 거부 행위의 동기를 분석하고, 정신적 동요의 주된 원인인 신과 죽음에 관한 거짓 관념을 버리는것이지.
- P43

앞에서 이미 살펴본 것처럼, 잘살기 위해 외적 요소는 꼭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성찰적 · 철학적 사고는 타협 불가능한 기본 조건이다. 에피쿠로스는 그런 사고야말로 크고 강력한 변화의 가능성을 지닌다고 확신했다. 메노이케우스에게 보낸 편지의 말미에서 그는 철학적 사고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한다. - P44

이 문제에 대한 에피쿠로스의 접근은 기본으로 돌아가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우리에게 정말로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우리 육체의 생존에 필수적인 것은 무엇인가? 음식, 물, 비바람을 피할 수 있는 보금자리. 이것이 전부다.
- P49

에피쿠로스는 이렇게 적었다. 
"행복한 삶의 한도를 깨달은 사람은 결핍에 따른 고통을 떨쳐내고 대체로 완전한 삶을 꾸려가는 일이 어렵지 않음을,
따라서 굳이 모험을 감행하거나 성공하려고 몸부림칠 필요가 없음을 안다."
어찌 보면 에피쿠로스는 쾌락의 추구에 한도를 두었듯 우리의 욕망에도 한도를 두려 했다고 할 수 있다.
  - P52

우정이란 서로 배려와 도움을 주고받되 단지 호의의 교환에 그치지 않도록 조심하는 관계인 것이다. 친구사이에는 물질적 원조 외에도 소위 도의적 원조가 이루어지는데, 이는 보통 연민과 인내라는 형태를 띤다.
- P65

신을 두려워 마라.
죽음을 염려하지 마라.
좋은 것은 구하기 어렵지 않으며,
끔찍한 일은 견디기 어렵지 않다.
- P77

"신들은 분명 존재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에피쿠로스는 이렇게 적고 나서 사람들이 자신의 견해에 퍼부을 비난을 방지하려는 듯 덧붙였다.
‘불경한 사람이란 대중이 생각하는 신들의 모습을 파괴하는 자가 아니라, 대중의 관념을 신들에게 부과하려는자다.‘
- P82

우리가 신에 대한 에피쿠로스의 이론을 어떻게 생각하든 간에, 평정한 삶이야말로 궁극적 목표라는 그의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 그의 신들은 인간사에 관심이 없으며,
따라서 우리는 현생 또는 그 어느 생에서도 신의 처벌을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다만 신들은 우리가 열망하는 평정의 이상적 이미지를 제시한다. 에피쿠로스의 우주에 존재하는 최고의 생명체들은 평화롭고 근심 없는 삶을 즐기며, 우리 또한 그렇게 살 수 있다.
- P85

 "죽음은 아무것도 아니다." 이는 에피쿠로스 철학의 핵심 주제가 되었는데, 이처럼 중요하게다뤄야 할 만큼 고대인이 죽음을 무척 두려워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 P90

탄생 이전의 비존재가 문제되지 않는다면어째서 죽음 이후의 비존재를 두려워한단 말인가?
우리가 죽은 뒤의 비존재를 더 두려워하는 이유 중 하나는 죽음이 현재의 삶과 함께 그에 따르는 모든 가능성을 앗아가기 때문일 것이다. 
- P96

 죽으면 어떻게 될지, 얼마나 더 살수 있을지, 너무 일찍 죽는 건 아닐지 염려하느라 정신력을 낭비하기보다 지금 이 삶을 즐기는 데 집중하라는 것이 에피쿠로스의 교훈이다. 우리는 바로 지금 이 순간만을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호라티우스의 유명한 경구처럼 "오늘을 즐겨야carpe diem" 하며, 내일을 걱정하느라 시간을 낭비해선 안 된다. 
- P98

우리는 단 한 번 태어난다. 두 번 태어날 수 없으며 영원히 존재할 수도 없는 것이 우리의 운명이다. 우리는 내일을 통제할 수 없는데도 내일을 위해 오늘의 기쁨을 미룬다. 인생은 그런 유예 속에 낭비되며, 결국 모두가 그렇게 일만 하다 죽고 만다.
- P99

루크레티우스가 자세히 설명하는 에피쿠로스의 원자론은 그의 이전 시대 그리스 철학자인 데모크리토스의 원자론에 기반하고 있다. 그 기본 전제는 이 세상 모든 존재가 무한한 공허 속을 떠도는 원자들(마치 자연의 나무 블록 장난감 같은)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 P105

어제는 가죽이던 것이 오늘은 자줏빛과 금빛 옷감이 되었다. 이런 잡동사니들이 인류의 삶을 원한으로 채우고 다툼으로 허비하게 만든다.
- P112

진정한 철학을 길잡이 삼아 살아가는 사람은 소박한 생활에서도 충만함을 발견할 것이며 평온한 마음으로 그런 생활을 즐길 것이다. - P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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