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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래를 꿈꾸는 이주민입니다 - 더 나은 ‘함께’로 나아가는 한국 사회 이주민 24명의 이야기
이란주 지음, 순심(이나경) 그림 / 한겨레출판 / 2022년 11월
평점 :
#1.
"'다문화'에 대해서 사람들이 왜 그렇게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싫어하는 걸까요? 그런 미움은 정말 의미 없는 것 아닌가요? 싫어한다고 어디로 사라질 것도 아닌데 말이에요."(pp45-46) 이 책에 등장하는 다니엘은 이렇게 묻는다. 정말 의아하다. 사회는 왜 그리도 이주민을 싫어하는 걸까. "국제 이주노동의 흐름은 마치 물이 흐르는 것과 같"아서 "더 나은 곳으로 끊임없이 흘러가"듯, "물이 넘치는데 물길이 없거나 막혔다면 새로 길을 내며 흐"르는 것일 뿐인데 말이다(p294). 소정의 복지혜택과 물품 지원만을 하고 자신의 책임을 다했다고 믿는 우리니라의 사회적 시스템이 이러한 혐오와 편견을 방치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외국인한테 뭐 도움을 준다고 하는데, 물건 주는 게 도와주는 거 아니에요. 마음 편하게 해주는 게 최고예요. 우리는 다 사람이잖아요."(p206)라고 말하는 아미두 디아바테의 말은 우리 사회의 이주민 정책이 과연 무엇을 놓치고 있었는지를 돌이켜보게 한다. 이 책이 담아낸 이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소리는, '다문화'라는 말로 통칭할 때에는 알지 못했던 그들의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 그들이 한국에서 어떠한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그들의 마음에 우리가 어떤 상처를 내고 있는지. 나아가 우리 사회가 그들과 어떻게 하나의 마음으로 같은 세계를 살아갈 수 있는지.
#2.
저자는 단순히 개인적 차원의 교훈에 머물지 않는다. 외국인의 대한 편견을 내려놓자,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자, 라는 식의 추상적인 이야기가 아닌 아주 구체적인 비판과 솔루션을 제시한다. 그리고 이러한 시사점은 사회 전반을 향한다. 최근 시행되는 청년 주거와 관련한 정책의 대상을 이주 노동자를 대상으로 확장하자거나, 귀화 한국인의 병역 문제 등 최근 우리 사회의 여러 예민한 이슈들을 동료시민으로써의 이주민의 관점으로 풀어낸다.
뿐만 아니라, 외국인 노동자를 둘러싼 노동환경 문제에서도 단순히 그들을 고용한 사업주가 악인이라고 치부하며 문제 해결을 미루지 않는다. "영세한 사용자를 위해 더 가진 것 없는 노동자에게 양보하라 강요하는 것 말고도 더 나은 방법"(p136) 등 더 본질적인 해결책을 통해, 을과 을의 싸움이 아닌 우리 모두의 삶의 질을 증진하기 위한 사회적 차원의 솔루션을 제시한다.
"미리 정착 단계를 밟은 이주민들이 있었기에, 이민 정책을 어떻게 설계하고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배울 수 있"(pp196-197)다고 말하며 이주민들이 한국 사회에 기여한 바 또한 놓치지 않는다. 오랜 기간 이주민들이 살아가는 현장 곳곳에서 함께 해온 저자이기에, 그들에 대한 애정과 문제 해결을 위한 열정, 그리고 이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이 이어졌기에 제시할 수 있는 내용들이리라.
#3.
"아무 기술이 없어도 항상 일이 있어요. 기술자 도와주고 물건 옮겨주고 허드렛일하면 일당 12만 원 정도 받아요. 노동력으로는 필요한 사람이란 뜻이죠. 그렇다면 인간적인 대접도 좀 해주면 좋잖아요?"(p193) 조니는 묻는다. 그렇다. 사실 "대한민국은 인구감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향후 나라를 유지하기 힘들다는 경고를 받고 있"다(p197). 실제로 인구가 감소하면 경제성장에도 악영향을 준다는 '오너스 효과'라는 개념이 존재하기도 한다.
"이주노동자는 노동력이 필요한 곳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고, "경제적으로 풍요롭고 일자리가 많은 데다 정치와 치안이 안정"된 한국으로 이주하는 것도 어찌보면 당연한 순리다(p295). 외국인 노동자를 수용하는 나라가 되었다는 것 자체가 한국의 경제적 위상을 증명하고 있기도 하다. 이런 이들을 동료 시민, 동료 노동자로 대해준다면 조금은 안전하고 따뜻한 일터를 만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현대사회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또 대부분의 사회가 서로 닮아가고 있으니 유사한 점도 아주 많"다(pp225-226). 우리와 그들이 서로 아주 많이 다르다고 생각하지만, 결국 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이고, 지역에서 살아가는 시민이며, 우리 곁에 함께 하는 이웃이다. 저 사람도 나처럼 쉽지 않은 일상을 버텨내는 사람일 뿐이구나, 라고 생각하고 바라본다면 조금은 다르게 보이지 않을까.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들의 인식을 탓하기 전에, 사회와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다는 것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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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출판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된 리뷰입니다.
외국인한테 뭐 도움을 준다고 하는데, 물건 주는 게 도와주는 거 아니에요. 마음 편하게 해주는 게 최고예요. 우리는 다 사람이잖아요. - P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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