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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는 책을 집어삼킬 것인가 - 삶을 위한 말귀, 문해력, 리터러시
김성우.엄기호 지음 / 따비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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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활자 중심에서 멀티미디어 중심으로 넘어간다는 '매체의 변화'로부터 출발한 두 저자의 대담은, 사회 전 영역에 대한 깊은 고찰로 이어진다. 미디어의 변화를 바라보는 그들의 관점은 세대론과 교육문제, 나아가서는 불법 촬영물 문제로 이어지며, 사회 전반에 매체가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가를 보여준다. 그리고 이들은 이러한 영향력 때문에, 매체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능력인 '리터러시'의 중요성을 계속해서 강조한다.⠀
  '리터러시'는 단순히 텍스트를 읽어내는 능력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현대 사회를 구성하는 시민들에게,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텍스트로 작용하고, 이것을 비로소 깨달을 때, 리터러시는 성장한다. 그리고, 다양한 미디어를 바탕으로, 미디어에 대한 무한한 선택권이 주어진 이 시대가 위험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세상을 텍스트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듣고 싶고, 보고 싶고, 알고 싶은 것 만으로 세상을 구성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세상을 알아가는 것이 아닌, 자신이 아는 것으로 세상을 구성하는 것은 얼마나 위험한 행위인가. 새로운 세상과의 만남이라는 고독한 과정이 두려워, 계속해서 자신을 지지해주는 이를 찾는 것은, 우리를 조금도 앞으로 나아가게 하지 못한다. '아무도 날 지지하지 않을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마주해야 한다.⠀
  '읽는' 행위는 매우 주체적인 행위이다. 우리는 단순히 활자를 뇌에 담아내는 것이 아니라, 읽는 과정을 통해 각자의 사고회로를 돌린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우리는 우리가 읽었던 수 많은 텍스트들을 합치고 분리하며 뇌 속에서 또 다른 텍스트를 생산해낸다. 그래서, 작가만큼 독자가 중요한 것이다. 아무리 작가가 자신의 글을 써내려가도, 그것을 읽으며 새로운 조합과 지식을 생산해줄 독자가 없다면, 그 글은 무의미하다. '잘 쓰는 법', '작가가 되는 법'을 갈망하는 사회에서, 우리가 '잘 읽어야' 하는 이유일 것이다.⠀

읽는 사람은 세상 모든 것을 텍스트로 여기고 그 의미를 해석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해석은 자기만의 해석이 됩니다. 의견이 되는 것이죠. 이렇게 고독하게 자신만의 완결적인 의견을 가지기 위해 노력하는 것, 이것이 근대적 시민이고 개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 P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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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로하, 나의 엄마들 (반양장) 창비청소년문학 95
이금이 지음 / 창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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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 사진결혼은 그 당시 조선 여성들이 할 수 있는 가장 주체적인 선택 방안이었을 것이다. 여자로 태어나 자신이 태어난 마을 밖을 벗어나기 조차 어려웠던 그 시절, 듣도보도 못한 '포와(하와이)'라는 곳에 가서 살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꿈과 희망이었을 것이다. 이러한 꿈과 희망은 점점 거짓된 정보로 이어져 '포와에 가면 돈을 긁어 모은다더라', '남편 될 사람이 지주라더라', '여자들도 학교에 다닐 수 있다더라"는 헛소문이 퍼져나가기 시작한다. 그들은 생각했을 것이다. 설마, 남의 나라에 땅을 빼앗긴 조선 땅보다 살기 힘들까. 아무리 살기 힘들어도 여기보다 낫지 않을까. 수많은 여성들이 그런 희망을 가지고 조선을 떠났고, 희망에 가득찬 그들에게, 하와이에서의 별볼일 없는, 고달픈 삶은 엄청난 절망이었을 것이다. 살면서 처음으로 고향을 떠나 먼 곳에 왔는데, 이곳에서의 삶이 아름답지 않다는 것, 돌아갈 곳도, 의지할 사람도 없는 곳에서 평생을 살아야 한다는 절망은 아마 이루 말할 수 없었으리라.
  버들이 고향을 떠나며 느꼈던 걱정과 설렘, 태완과의 결혼생활에서 느꼈던 외로움과 행복함, 태완이 하와이를 떠난 후 친구들과 함께 힘을 합쳐 살아가는 생활까지. 이야기는 수없이 많은 변곡점을 통해 여러 번 분위기를 전환한다. 하와이로 이민을 갔던 1세대 이민자들의 삶 또한 그랬으리라. 아무런 기반이나 연고도 없이 도착한, 말도 통하지 않는 그 곳에서 수없이 많은 고난에 부딪히며 조금이나마 더 나은 내일이 오기를 기대하며, 그저 그 힘을 원동력을 버텨냈을 것이다. 특히, 사진결혼을 통해 하와이로 이민을 와, 고향으로 돌아갈 수도 없었던 하와이의 한인 여성들은 한인회를 둘러싼 정치적 갈등과 인종차별 등의 복잡한 상황 속에서, 상황에 휘말려 갈등하기도 하고, 고향에 대한 걱정과 삶에 대한 의지를 다지고, 서로를 이해하며 연대하는 삶을 살아간다. 어디에도 기댈 곳이 없던 그들에게, 서로는 서로에게 엄청난 힘이 되어주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그 연대를 통해 자신의 삶을 힘차게 살아나간다.
  이금이 작가가 자신의 작품에서 구축한 여성 캐릭터들을 보며 이금이 작가의 작품은 언제나 믿고 읽는다 . 특히, 성폭력 피해자들의 성장을 담아낸 <유진과 유진>, 딸 뿐만이 아니라 엄마의 트라우마를 통해 모녀의 관계를 감동적으로 담아낸 <신기루>를 보면서, 이금이 작가의 작품을 항상 기다리게 되었고, 이번 작품도 출시되자마자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기대는 빗나가지 않았다. '사진결혼'으로 대표되는, 재외한인 여성들의 고달픈 삶을 여성의 연대의 관점에서 너무도 따뜻하게 풀어낸 이 작품을 보며, 이금이 작가의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되는 것 같다.

여자들은 장에 가는 것조차 어려웠던 때 어떻게 머나먼 곳으로 떠날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무엇이 사진 한 장에 자기 운명을 걸게 했던 걸까. 그 용기는 어디에서 나왔을까. 하와이에 도착해 만난 남편들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낯선 곳에서의 삶은 또 어땠을까 - P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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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간신히 희망할 수 있는 것 - 김영민 논어 에세이
김영민 지음 / 사회평론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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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교'는 현대 한국사회에서 사라져야 할 모든 적폐인 것처럼 이야기된다. 하지만, 그 책임이 과연 '유교'에만 있는 것일까. 현대 사회의 적폐가 가지고 있는 복합적이고 복잡다단한 구조와 원인들을 외면하고 싶은 이들이 만들어낸 '공공의 적'은 아닐까. 유교가 우리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남긴 것은, 유교 자체의 문제보다도, 자신의 논리를 정당화하기 위해 유교의 논리를 이용했던 기득권층에게 있는 것은 아닐까. 이미 정지해있는 고전의 텍스트를, 시대에 맞게 받아들이지 않고 자신의 입맛대로만 받아들이고자 한 기득권층의 오랜 습관이 유교를 '적폐'로 만들어버린 것일 수 있다.⠀
  김영민 교수님의 책에서, 유교는 매우 세련되고 유용한, '삶의 지침서'로 재탄생한다. 누군가의 '주석'이 고전을 얼마나 매력적으로 만들어주는 지를 보여주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 <논어>는 단순히 해설의 대상이 되는 텍스트가 아니라, '텍스트의 무덤'이라고 표현된 콘텍스트가 되어, 하나의 배경으로서 세상과 인생의 다양한 가치들에 대해 설명한다. <논어>의 이러한 변신은 독자들로 하여금, <논어>가 얼마나 매력적인 책인지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사람들은 신에게 뭔가 얻기 위해 기도하고 전례를 행하지만, 거기에 응답할 신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그렇지만 예를 배우는 것은 중요하다고. 예를 통해서 신에게 뭔가 얻어낼 수는 없지만, 예를 통해 인간은 비로소 인간끼리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알게 되는 거라고. - P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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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부족주의 - 집단 본능은 어떻게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가
에이미 추아 지음, 김승진 옮김 / 부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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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적 이념에 앞서는 '부족주의'. 아시아에 살고 있는 사람인 나에겐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하고, 들어본 내용이긴 했지만, 이 책이 처음 등장한 미국에서는 꽤나 놀라웠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인들의 머릿속에서 최상의 정치체제인 "민주주의"를 거부하고, 자신의 부족 지도자에게 자신의 자유를 반납하며 독재체제를 선택하는 국민들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던 미국은, 자신들의 방식이 아시아에서 왜 통하지 않는지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세계의 경찰'을 자처하는 미국이, 얼마나 자신들의 관점에서 세계를 바라보는 지 너무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계속해서 연결되는 사회 속에서, 인간은 점점 더 넓은 세계 속에 놓이게 된다. 그 과정에서 인간은 자신과 접점이 적다고 생각하는 사람들과도 하나의 세계로 편입되고, 점점 더 높은 소속감을 얻을 수 있는 집단을 찾게 된다. 자신과 더 비슷한, 더 많은 접점을 가지고 있는 이들을 찾으며 집단을 이루고, 이것은 하나의 부족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다. 세계화 시대에, 더 넓어진 자신의 세계 속에서, 자신이 혼자 있다는 '두려움'을 잊기 위해 더더욱 부족을 찾기 시작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더 넓은 세계를 두려워한 나머지 다른 이들에게 마음을 닫기 시작한 것이라는 생각도 해본다.⠀

부족 본능은 소속 본능만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부족 본능은 배제 본능이기도 하다. - P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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