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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로하, 나의 엄마들 (반양장) ㅣ 창비청소년문학 95
이금이 지음 / 창비 / 2020년 3월
평점 :
아마 사진결혼은 그 당시 조선 여성들이 할 수 있는 가장 주체적인 선택 방안이었을 것이다. 여자로 태어나 자신이 태어난 마을 밖을 벗어나기 조차 어려웠던 그 시절, 듣도보도 못한 '포와(하와이)'라는 곳에 가서 살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꿈과 희망이었을 것이다. 이러한 꿈과 희망은 점점 거짓된 정보로 이어져 '포와에 가면 돈을 긁어 모은다더라', '남편 될 사람이 지주라더라', '여자들도 학교에 다닐 수 있다더라"는 헛소문이 퍼져나가기 시작한다. 그들은 생각했을 것이다. 설마, 남의 나라에 땅을 빼앗긴 조선 땅보다 살기 힘들까. 아무리 살기 힘들어도 여기보다 낫지 않을까. 수많은 여성들이 그런 희망을 가지고 조선을 떠났고, 희망에 가득찬 그들에게, 하와이에서의 별볼일 없는, 고달픈 삶은 엄청난 절망이었을 것이다. 살면서 처음으로 고향을 떠나 먼 곳에 왔는데, 이곳에서의 삶이 아름답지 않다는 것, 돌아갈 곳도, 의지할 사람도 없는 곳에서 평생을 살아야 한다는 절망은 아마 이루 말할 수 없었으리라.
버들이 고향을 떠나며 느꼈던 걱정과 설렘, 태완과의 결혼생활에서 느꼈던 외로움과 행복함, 태완이 하와이를 떠난 후 친구들과 함께 힘을 합쳐 살아가는 생활까지. 이야기는 수없이 많은 변곡점을 통해 여러 번 분위기를 전환한다. 하와이로 이민을 갔던 1세대 이민자들의 삶 또한 그랬으리라. 아무런 기반이나 연고도 없이 도착한, 말도 통하지 않는 그 곳에서 수없이 많은 고난에 부딪히며 조금이나마 더 나은 내일이 오기를 기대하며, 그저 그 힘을 원동력을 버텨냈을 것이다. 특히, 사진결혼을 통해 하와이로 이민을 와, 고향으로 돌아갈 수도 없었던 하와이의 한인 여성들은 한인회를 둘러싼 정치적 갈등과 인종차별 등의 복잡한 상황 속에서, 상황에 휘말려 갈등하기도 하고, 고향에 대한 걱정과 삶에 대한 의지를 다지고, 서로를 이해하며 연대하는 삶을 살아간다. 어디에도 기댈 곳이 없던 그들에게, 서로는 서로에게 엄청난 힘이 되어주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그 연대를 통해 자신의 삶을 힘차게 살아나간다.
이금이 작가가 자신의 작품에서 구축한 여성 캐릭터들을 보며 이금이 작가의 작품은 언제나 믿고 읽는다 . 특히, 성폭력 피해자들의 성장을 담아낸 <유진과 유진>, 딸 뿐만이 아니라 엄마의 트라우마를 통해 모녀의 관계를 감동적으로 담아낸 <신기루>를 보면서, 이금이 작가의 작품을 항상 기다리게 되었고, 이번 작품도 출시되자마자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기대는 빗나가지 않았다. '사진결혼'으로 대표되는, 재외한인 여성들의 고달픈 삶을 여성의 연대의 관점에서 너무도 따뜻하게 풀어낸 이 작품을 보며, 이금이 작가의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되는 것 같다.
여자들은 장에 가는 것조차 어려웠던 때 어떻게 머나먼 곳으로 떠날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무엇이 사진 한 장에 자기 운명을 걸게 했던 걸까. 그 용기는 어디에서 나왔을까. 하와이에 도착해 만난 남편들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낯선 곳에서의 삶은 또 어땠을까 - P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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