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발칙한 지식인을 만나다 - 왕을 꾸짖은 반골 선비들
정구선 지음 / 애플북스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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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람에게 목숨은 하나다. 권력자에게 대항을 할 때는 사실 목숨을 내놓는다는 심정으로 해야 할 것이다. 더구나 왕권이 어느 시절 보다도 굳건하고 셌던 조선시대라면 두말할 나위가 없다. 가장 힘 센 사람에게 다른 의견을 말한 다는 것 만큼 힘든 일이 있을까? 나와 관계된 일이 아니라면 나조차도 그냥 묻어버리고 싶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조선의 지식인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왕의 심기를 건드릴 줄 뻔히 알면서도 충언이라면 직언도 마다하지 않았던 열다섯 처사들의 이야기가 담긴『조선의 발칙한 지식인을 만나다 애플북스』를 만나본다.

 

자신들이 가진 재산인 학문과 인품을 후세에 전하기 위해 교육에 힘쓰고 정치의 중심에서 권력을 탐하기 보다는 재야에 묻혀 자연과 벗삼아 세상의 오류를 시로 읊어 내던 처사들 그들이 바로 발칙한 지식인들이다. 처사의 뜻은 벼슬을 하지 않고 초야에 묻혀 사는 선비들 정도로 알고 있었는데 조선시대의 개념은 약간 다르단다. 관직에 임명되었어도 이를 거절하고 벼슬길에 나가지 않고 출사를 했다고 하더라도 돌아와 은거생활을 하던 일들도 모두 포함되어 있단다. 요즘이라면 공무원이 되는 길을 마다했다는 이야기인데 글쎄 나라가 어떻게 돌아가든지 내 먹고 살 일만 해결되면 된다고 생각하는 나라 녹을 먹는 사람들이 비일비재한 현실에서 생각해 보아야 할 부분이 아닌가 한다.

 

전하는 왕위에 오른 뒤 도대체 무엇을 하셨습니까?

이 말이 절절히 다가오는 이유는 요즘 정치권과 너무나도 맞아떨어지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무릇 지도자란 자신의 안위만 걱정해서도 안되고 사리사욕에 눈이 멀어서도 안된다. 그 위치란 것이 큰 돈과 힘을 좌지우지 할 수 있기에 무슨 이유로 자신이 그 자리에 있는지를 마음속에 머리속에 두고 한시 잊어서는 안된다. 어렵고 힘든 시간일수록 백성들은 지도자들의 멋진 활약과 결단을 기대하게 되고 이에 부응하여 행동하는 것이 다시금 나라를 활기차게 돌아가게 하는 일이다. 조선시대 왕이 실정을 할 때면 상소를 올려 꾸짖고 자신의 소신과 신념을 굽히지 않았던 처사들, 그 처사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선비라 함은 도포에 갓쓰고 예절을 중시하며 걷는 것 마저도 조심스러운 사람들이라 생각했다. 예와 도에 어긋나는 일이라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하며 유교적 관점에서 항상 생각하여 보수적이고 고지식하고 융통성 없는 사람들이라 때론 답답하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올곧은 사고와 지식이 있었기에 조선의 처사들은 물질적 유혹에서 당당할 수 있었고 어떤 힘의 경쟁에서도 기죽지 않을 수 있었으며 자신들이 하고픈 말을 모두 뱉어버리는 용기를 가질 수 있었다고 생각된다. 날카롭지만 옳은 이야기를 쏟아내는 처사들 앞에서 그들을 힘으로 굴복시키려 때론 벼슬로 달래보려한 임금의 모습은 더욱 초라해 질 수 밖에 없었으리라.

 

멋지다. 왕을 꾸짖을 수 있었던 반골 선비들의 끝이 항상 행복했던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멋지다. 때론 가난에 휘청이고 때론 정치싸움의 희생양이 되어 사라져 갔다 하더라도 바른 말을 서슴치 않았던 그들의 정신이 남아 지금의 우리에게 전해지는 것을 보니 배울 점이 많다는 것을 느낀다. 조선의 유명한 선비도 대단한 재상 아니었다지만 그들과의 만남이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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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은행통장>을 리뷰해주세요.
엄마의 은행 통장
캐스린 포브즈 지음, 이혜영 옮김 / 반디출판사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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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경제가 어렵다. 세계 경제가 어려우니 나라 경제도 어렵고 그 안의 가정경제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그래도 아이들은 자라나고 아이들을 위한 생활비며 교육비를 줄일 수는 없다. 물론 아빠도 힘들겠지만 이럴 때 엄마는 얼마나 힘겨울까? 

이민 1세대로 노르웨이에서 미국으로 건너온 후 자녀들과 함께 힘겨운 시간들을 겪어가는 한 가정의 소박한 이야기가 따뜻하고 담담하게 그려진 [엄마의 은행통장]은 지금 어려운 살림살이로 힘겨워하는 가정들에 희망의 빛줄기를 비쳐주는 그런 소설이었다. 어린 시절  엄마에게는 든든한 은행통장이 있었다. 어려운 일이 생기면 쓸 돈을 모아둔 통장에 대한 기대와 의지는 가족들에게 상상 이상이었다.

통장에 대한 믿음을 지속시키기 위해 조금의 불안하고 어려운 상황은 서로가 힘을 모아 아르바이트로 해결하기도 하고 참기도 하며 가족들은 통장을 지켜낸다. 서로를 사랑하고 신뢰하는 가족의 모습을 통장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그려간 [엄마의 은행통장]은 아이들의 성장과정에서 겪을 수 있는 일들과 경제적인 어려움의 상황을 웃음과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통해 이겨나가는 모습을 그려간다.

어린 시절 누구나 한번 쯤은 겪었을 만한 양심과 타협하고 캔디를 도둑질을 한 딸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그 일을 창피해 할때마다 엄마는 딸이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을 잃지 않도록 용기를 준다. 야단치기 보다는 창피한 일을 했지만 다시는 그런 짓을 안하도록 할 수 있는 힘을, 어리기 때문에 했던 바보같은 행동에 주눅들지 않도록 현명하고 지혜로운 행동을 보여준다.

엄마의 가족에 대한 사랑과 따뜻함은 여러곳에서 보인다. 딸의 졸업선물로 화장대 선물을 받고 싶어하자 그토록 사랑했던 할머니의 브로치와 바꿔 아이의 행복한 모습을 보는 결단을 내리고 소설을 쓰고 싶다던 딸의 꿈을 무시하지 않고 가족에게 컷던 7달러라는 거금을 사용하여 도와주기도 한다. 이로 인해 받은 작문의 낙제점수 또한 크게 꾸짖기 보다는 스스로 무엇을 잘못했는지 깨달을 만한 여지를 주는 벌칙을 주는 엄마의 단호함은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에게 많은 귀감이 될 장면이었다.  

시간이 지나 작가가 꿈이었던 큰 딸은 첫 소설의 원고료를 받게 되고 엄마의 통장에 넣기위해 엄마와 은행에 가고자 하나 엄마는 평생 한번도 은행안에 들어가 본적이 없다는 말씀을 하시고 그 마음을 알게 된 딸은 마음이 먹먹해 진다. 아이들이 겁을 먹고 불안해 하지 않도록 엄마가 상상속에서 만들어낸 통장이 이 가족에게 어떤 의미였을지 알게 되는 순간이다. 

가족은 그렇다. 든든한 버팀목이자 바람막이가 되어 주며 어디서든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을 전해 준다. 무슨일을 하든 내 편이 되어 줄 것이며 그것을 믿기에 힘겨운 상황속에서도 버티어 나갈 수 있다. 그 가족의 안의 엄마의 존재는 기둥이다. 어떤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어떤 고난에도 좌절하지 않는 엄마를 바라보면 그 힘을 내게도 전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마법사 같은  엄마, 오늘 엄마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지는 마음이 간절해 지는 까닭은 내게 당신의 그 한마디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 그래 다 잘될 거야!"   

 <알라딘 서평단 도서 입니다.>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너무나 따뜻하다 가족애와 엄마의 사랑과 현명함이 물씬 묻어 나는 책이다.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힘겨운 가족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엄마나 딸들, 가족의 따뜻함을 느끼고 싶은 독자들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너도 웃어야 해, 내 딸...네가...  

네가 네 속에 있는 어떤 것을 망치지 않으려면 말이야. 네가 실수를 한 다음에 고개를 들 수 있도록 해 주는 어떤 것 말이야. 네가, 네가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 나가도록 해 주는 그 어떤 것 말이야. 카트린..p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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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요리책>을 리뷰해주세요.
비밀의 요리책
엘르 뉴마크 지음, 홍현숙 옮김 / 레드박스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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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요리를 못한다. 사실 자랑거리는 아니다. 이 나이 먹도록 손님 접대를 할 수 있는 요리 몇가지도 할 줄 모른다는 것이 엄마말씀으로는 창피한 일이라고는 하시지만 원채 흥미도 없거니와 손이 야물지 못해 일찌감치 포기했었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사회일한다고 노력도 해 보지 않은 것이 내 잘못이라면 잘못이겠지만 그래도 미각은 좋아서 맛난 음식 먹으로 찾아다니는 일은 즐기는 것은 보면 역시 먹는다는 것만큼 행복한 일은 없는 것 같다.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두고 화를 낼 사람은 없다. 입안에 들어가는 순간 사르르 녹아버리는 달콤한 맛이나 입안이 얼얼할만큼 매운 맛이나 모두 순간 순간의 기분을 풀어주고 상황을 호전적으로 정리해 주며 사람들에게 웃음을 전달해주는 마법같은 요소를 가지고 있다. 물론 맛있는 경우에 말이겠지만 말이다.  

『패밀리가 떳다』라는 티비 프로그램을 보면 아침 식사나 저녁식사를 준비하는과정이 나온다. 그 때 등장했던 것이 라면스프였다. 킥킥 대고 웃을지도 모르지만 요리를 잘 못하는 사람들에게 조미료란 나를 도와주는 요정같은 존재다.요즘이야 화학조미료를 쓰지 말고 천연조미료를 쓰자는 바람이 건강바람을 타고 불고 있지만 어디 요리를 못하거나 배우는 사람들에게야 그런가 어떻게 그 신비로운 맛을 입에 척척 감기는 맛을 낼지 궁금한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래서 더욱 라면스프에 울고 웃는 출연진을 보며 동감했는지도 모르겠다. 

루치아노도 그랬다. 부모도 없이 거리를 떠돌던 그가 페네로 주방장에게 제자로 발탁된 후 도무지 알수 없는 페네로의 맛의 비결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총독의 수석주방장인 페네로는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로 음식을 통해 사람의 심리상태를 조절할 수 있는 재주를 지니고 있다.

교황의 점성가를 해하려는 총독의 마음을 녹은 치즈의 부드럽고 따스하고 편안함과 만두의 평범하고 흔하지만 신뢰감을 주어 인류애를 일깨우는 비법을 통해 우정으로 바꾸어 놓는다. 숭어와 송아지 요리를 통해 겉모습을 보고 판단하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돌아보게 해 주고 죽은자의 뼈자를 쿠키를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그 세계를 사랑하게 해 줌으로서 각 요리의 상호작용이 총독의 의심을 가라앉히게 해 주도록 하는 페네로는 마법사라는 것이 분명해 진다.

젊음을 유지하기 위해 비밀의 레서피를 찾는 총독의 집착은 결국은 루치아노의 실수로 페네로를 끔찍한 고문 끝에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게 하고 그의 음식에 대한 사랑과 요리에 대한 열정을 깨달은 루치아노가 페레로 주방장의 뒤를 잇게 되는데..  

650여 페이지의 책은 맛있는 요리만큼이나 나를 흥분시켰다. 작가인 평생 여러 직업을 전전했던 특이한 이력이 소설가가 되고픈 그녀의 열망과 함께 책 한권에 곳곳에 녹아 있어서 그랬을까  깔끔한 문체와 세련되고 매끄러운 이야기의 이어짐은 달콤쌉싸름한 치즈처럼 눈앞에서 녹아 사라지지만 그 여운은 오래 남는다. 15세기 종교와 정치의 대립과 권력자의 탐욕스러운 이기심 거기에 각종 요리의 재료들에 대한 이야기가 에피타이저처럼 펼쳐지고 루치아노의 수녀 프란체스카에 대한 사랑이야기 페레로의 정직하지만 굴곡 많았던 인생이야기가 더해져 멋진 요리를 맛보는 듯한 기분이다.  

엄마의 손끝에서 묻어나오는 정성이 담긴 음식이 가장 맛이 있듯이 페레로의 오랜시간 동안 축척된 요리에 대한 사랑과 지식이 그 만의 독특한 음식맛을 만들어 내었을 것이다. 욕망에 사로잡힌 사람들의 마음까지도 녹여내었을 그 맛에 이 책의 첫장을 펼치는 순간 사로잡혀 헤어나지 못할 것이다. 팩션 그 멋진 만남에 기분좋은 하루를 보냈다.   

 <알라딘 서평단 도서입니다..>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팩션을 좋아하시는 독자라면 매력을 느낄만한 책 전개가 빠르고 흥미진진한 점이 책을 놓지 못ㅎ


-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 (옵션) 

향수,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팩션을 좋아하는 독자들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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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어디 가?>를 리뷰해주세요.
아빠 어디 가?
장 루이 푸르니에 지음, 강미란 옮김 / 열림원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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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아들을 둘이나 둔 아버지의 이야기? 남의 불행을 보면서 나의 행복을 감사하게 여기는 일 어쩌면 치사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책들을 읽고 나면 내가 얼마나 복을 많이 타고 태어난 것인지 생각하고 또 생각하며 나의 지금 힘든 처지에 대한 하소연이 모두 투정처럼 느껴지고 반성하게 된다. 내 손발이 정상인것 내가 내 스스로 몸을 가눌수 있는 것 내 정신이 올바르고 사회의 일원이 되어 생활하고 있는 이 모든 것이 얼마나 신의 축복을 받은 일인지 말이다. 하지만 곧 잊어 버리고 세상살이의 힘겨움에 대해 토로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인간이란 얼마나 이기적인가 하는 생각에 쓴 웃음을 지을수 밖에 없다. 

아이가 세상에 태어나는 것은 경사다. 2세가 있다는 것은 온전해진 가족의 탄생을 알림과 동시에 신기한 경험이며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은 말로 할 수 없는 환희라고 한다. 내 손과 발을 닮았고 내 버릇까지도 닮아 있는 아이들을 보면서 느끼는 소름끼치도록 행복한 비명이 곧 자애라는 난관을 만나 끔직한 비명으로 바뀔 수 있다는 생각은 어느 부모도 하지 않을 것이다. 현실 속에서 자주 일어나는 일은 아니지만 유전적이든 후천적이든 장애아를 둔 부모의 심정을 담담하게 때론 유머러스하게 써 내려간 장-루이 푸르니에의 『아빠 어디가? 열림원』을 만나보게 된 것은 나와는 상관없으리라 생각했던 장애아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된다. 

아이가 두살이 넘어서도 고개를 가누지 못하고 열살이 넘어서도 대화를 하지 못하며 설상가상 척추가 자꾸만 굽어간다면? 상상도 되지 않는 이 이야기의 주인공을 두명이나 아들로 둔 아빠의 마음은 어떤 것일까? 마튜와 토마 두 아들은 자꾸만 자신들의 세계에 빠져 아빠를 힘겹게 한다. 스스로 아무일도 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마음으로 대화를 하고 있는 아빠가 작가 자신의 모습이라니 책을 읽으면서도 자꾸만 마음이 멍해진다. 겪어 보지 않은 사람들은 그 고통을 말로 할 수 없다는데 두 아들 마튜와 토마의 심각한 장애를 사랑하기에는 스스로가 좋은 아빠가 아니었음을 고백하는 솔직한 마음에는 미안함이 가득 담겨 있다. 

사랑을 표현하는 아이의 외침" 아빠 어디가?"  영화에서 보는 미화된 장애아의 모습이 아니다. 지적장애든지 행동장애든지 장애를 가진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는 가족들이 힘겨워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언제나 결말은 해피앤딩이었다. 서로 가족에 대한 사랑을 확인하고 보듬어 주는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현실은? 마튜는 수술후 단 삼일 똑바로 하늘을 본 후 더 이상 도와줄 수 없는 멀리로 던진 공을 찾아 떠나 버렸고 아직 세상에 남아 있는 토마는 아직도 아빠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아이와 아빠의 마음의 대화가 내게도 전해진 걸까? 힘겹다고 삶을 정지시킨 채 살아갈 수 없는 아이들의 세상에 대한 외침, 사랑을 갈구하는 소리 "아빠 어디 가?" 천번을 물어도 대답해 주어야 하는 이 따스하고 아픈 이야기가 벚꽃 눈이 내리는 4월 가슴에 살포시 자리 잡았다.
 

몸이 정신이 행하는 이상행동들 때문에 더 이상 그들은 괴물로 바라보지 말자. 내 아이들이라면 바보로 취급하는 미련한 행동은 하지 않으리라. " 참 착하네. 어쩜 이리 정이 많을까~!" 조금만 이해하고 조금만 사랑스럽게 바라본다면 아이들의 눈에 있는 천사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악을 찾으려 하기 보다는  순수한 모습에 감동을 느끼게 될 것이다. 동정을 해서도 안된다. 불쌍하게 여겨서도 안된다. 한사람의 인간으로서 우리보다 조금 불편한 몸과 마음을 가진 그들을 따스하게 안아주어야 한다. 심각하게 생각말고 웃음으로 그들을 바라볼 수 있는 내가 되길 책장을 덮으며 생각한다.   

서평단 도서입니다.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가슴따뜻한 이야기 행복한 이야기 하지만 많은 생각을 해야 할 이야기가 담겨 있다.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 (옵션)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세상사는 것이 힘든 독자들 아이들과의 관계가 소원한 부모들 가슴이 따뜻해 짐을 느끼고 싶은 독자들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얼마전 일이다. 나는 정말 큰 감동에 휩싸였다. 마튜가 독서 삼매경에 빠져 있었던 것이다. 너무나 감격한 나는 아이 곁으로 다가갔다. 하지만 마튜는 책을 거꾸로 들고 있었다. p108 

장애아라는 이유로 아이를 잃는 것이 덜 슬프다는 생각은 말아ㅑ 한다. 정상인 아이를 잃는 것만큼이나 가슴 아픈 일이다.p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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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전 3
이종호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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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는다. 언젠가 본 주온이 떠오른다. 고개가 꺽인채로 계단을 내려오고 있던 그 끔찍한 공포에 손발이 오그라들었던 기억이 있다. 호러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뭘 그 정도 가지고' 하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유달히 무서움이 많은 내게는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는 괴로움이었다. 그런데도 신기하게 그 괴로움을 즐기고 있다. 내게 스릴러나 SF 적인 장르소설들이 유난히 많이 읽히는 이유는 그 무서움과 끔찍함이 마지막에 통쾌함으로 또는 여운으로 남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은근히 날씨가 더워지는 요즘 공포와 스릴러물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그 길목에서 '분신사바','이프' 등의 공포소설등으로 익히 알려진 이종호씨의 소설 "귀신전 3(랜덤하우스코리아 200903)을 다시 만나게 된다.

 

귀신을 본 적이 있는가? 어른들 말씀에 죽은 사람을 꿈속에서 보는 것은 좋은 징조가 아니라고 했다. 이미 이승과의 연을 끊은 이들인데 산자의 공간을 돌아다닌 다는 것은 그만큼 미련과 연민과 증오가 죽은 자들의 쉼을 방해하는 것이라고 한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는 말처럼 누구도 가 보지 못한 저승을 상상하는 일은 어렵다. 추억이라는 또는 미움이라는 이유로 산자와 죽은자의 고리를 끊지 못하는 자들 그들을 물리치는 자들이 퇴마사들의 이야기가 귀신전에서 펼쳐진다.

 

이승과 저승의 경계가 무너지고 악귀들이 쏟아져 나오는 귀사리에서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 것을 본 퇴마사들과 악귀와의 대결이 귀신전의 시작이었다. 이전에 나왔던 퇴마록의 주인공들보다도  조금 더 밝고 장난스러운 퇴마사들인 선일, 박법사, 용만, 수정, 찬수, 공표가 그들이고 나이도 하는 일도 생각도 다르지만 서로를 의지하고 이해하고 세상을 편안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의무감은 누구보다 강한 그들이다. 무서움과 맞서고 일반인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악령과 싸우는 것만이 다가 아닌 서로를 사랑한다는 휴머니즘이 있어 따스함이 함께 있는 공포소설이라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집안에 남이 버리는 물건을 들이지 말라. 이야기의 출발은 세연이 아버지가 가져온 경대에서 시작된다. 골동품 수집이 취미인 아버지가 얻어온 경대 그 안에 숨겨진 악령의 저주가 세연이 가족을 위협하는데.. 온 집안을 핏빛으로 감싸고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상황속에 보이는 것이 다 진실이라고 믿을 수가 없다. 지금 이 순간이 현실이라고 믿지 말아야 한다. 오오오... 읽는 동안 온 몸에 떨림이 오기 시작한다. 폐쇄된 학교 음악실에서 사라지는 인하, 그녀를 찾기 위한 공표의 노력이 이어지고 자꾸만 다가오는 검은 그림자의 정체, 어린 퇴마사의 앞에 무슨일이 펼쳐지려고 하는지 눈을 뗄 수가 없다.

 

누구보다 예쁜 수정을 항상 시기하는 숙희 모든 것을 다 갖추었다고 생각하는 수정이기에 자신과 항상 비교할 수 밖에 없는 숙희는 무언가 비밀을 가진 친구다. 점점 이야기의 중심을 다가오는 숙희, 불기만 하면 나쁜 일이 일어났다는 그녀가 어릴 적부터 몸에 지녔다고 하는 피리 설을 불게 되고 연이어 이어지는 불길한 일들, 어쩌면 지금 벌어지고 있는 무너지는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 대한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이 숙희가 아닐까 하는 상상을 혼자 그려보게 된다. 그리고 퇴마사들 앞에 본격적인 악령과의 전쟁이 기다리고 있다.

 

정말로 후다닥 읽었다. 멈출수도 없었고 기다릴 수 없다는 생각도 했다. 살짝 숙희와 천수 그리고 용만과 수정의 엇갈리는 로맨스도 보이는 듯 했고 4권에서 이어질 엄청난 사건들을 통해 공포소설의 맛을 제대로 느끼게 해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 이종호 작가가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 나갈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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