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전 3
이종호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눈을 감는다. 언젠가 본 주온이 떠오른다. 고개가 꺽인채로 계단을 내려오고 있던 그 끔찍한 공포에 손발이 오그라들었던 기억이 있다. 호러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뭘 그 정도 가지고' 하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유달히 무서움이 많은 내게는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는 괴로움이었다. 그런데도 신기하게 그 괴로움을 즐기고 있다. 내게 스릴러나 SF 적인 장르소설들이 유난히 많이 읽히는 이유는 그 무서움과 끔찍함이 마지막에 통쾌함으로 또는 여운으로 남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은근히 날씨가 더워지는 요즘 공포와 스릴러물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그 길목에서 '분신사바','이프' 등의 공포소설등으로 익히 알려진 이종호씨의 소설 "귀신전 3(랜덤하우스코리아 200903)을 다시 만나게 된다.

 

귀신을 본 적이 있는가? 어른들 말씀에 죽은 사람을 꿈속에서 보는 것은 좋은 징조가 아니라고 했다. 이미 이승과의 연을 끊은 이들인데 산자의 공간을 돌아다닌 다는 것은 그만큼 미련과 연민과 증오가 죽은 자들의 쉼을 방해하는 것이라고 한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는 말처럼 누구도 가 보지 못한 저승을 상상하는 일은 어렵다. 추억이라는 또는 미움이라는 이유로 산자와 죽은자의 고리를 끊지 못하는 자들 그들을 물리치는 자들이 퇴마사들의 이야기가 귀신전에서 펼쳐진다.

 

이승과 저승의 경계가 무너지고 악귀들이 쏟아져 나오는 귀사리에서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 것을 본 퇴마사들과 악귀와의 대결이 귀신전의 시작이었다. 이전에 나왔던 퇴마록의 주인공들보다도  조금 더 밝고 장난스러운 퇴마사들인 선일, 박법사, 용만, 수정, 찬수, 공표가 그들이고 나이도 하는 일도 생각도 다르지만 서로를 의지하고 이해하고 세상을 편안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의무감은 누구보다 강한 그들이다. 무서움과 맞서고 일반인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악령과 싸우는 것만이 다가 아닌 서로를 사랑한다는 휴머니즘이 있어 따스함이 함께 있는 공포소설이라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집안에 남이 버리는 물건을 들이지 말라. 이야기의 출발은 세연이 아버지가 가져온 경대에서 시작된다. 골동품 수집이 취미인 아버지가 얻어온 경대 그 안에 숨겨진 악령의 저주가 세연이 가족을 위협하는데.. 온 집안을 핏빛으로 감싸고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상황속에 보이는 것이 다 진실이라고 믿을 수가 없다. 지금 이 순간이 현실이라고 믿지 말아야 한다. 오오오... 읽는 동안 온 몸에 떨림이 오기 시작한다. 폐쇄된 학교 음악실에서 사라지는 인하, 그녀를 찾기 위한 공표의 노력이 이어지고 자꾸만 다가오는 검은 그림자의 정체, 어린 퇴마사의 앞에 무슨일이 펼쳐지려고 하는지 눈을 뗄 수가 없다.

 

누구보다 예쁜 수정을 항상 시기하는 숙희 모든 것을 다 갖추었다고 생각하는 수정이기에 자신과 항상 비교할 수 밖에 없는 숙희는 무언가 비밀을 가진 친구다. 점점 이야기의 중심을 다가오는 숙희, 불기만 하면 나쁜 일이 일어났다는 그녀가 어릴 적부터 몸에 지녔다고 하는 피리 설을 불게 되고 연이어 이어지는 불길한 일들, 어쩌면 지금 벌어지고 있는 무너지는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 대한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이 숙희가 아닐까 하는 상상을 혼자 그려보게 된다. 그리고 퇴마사들 앞에 본격적인 악령과의 전쟁이 기다리고 있다.

 

정말로 후다닥 읽었다. 멈출수도 없었고 기다릴 수 없다는 생각도 했다. 살짝 숙희와 천수 그리고 용만과 수정의 엇갈리는 로맨스도 보이는 듯 했고 4권에서 이어질 엄청난 사건들을 통해 공포소설의 맛을 제대로 느끼게 해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 이종호 작가가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 나갈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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