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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선술집, 오술차의 기적 - 장사는 "악악"대며 하는 게 아니다
엄륭.김경환 지음 / 쌤앤파커스 / 2015년 10월
평점 :
절판
난 술을 잘 못한다. 그리고 그리 좋아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가끔은 혼자서 간단하게 술 한잔을 즐기고 싶은 생각이 든다.
예전에 홍대 근처에서 살고 있을 때는 바가 있고, 내가 좋아하는 음악이 있고,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곳이 있었는데 지금 살고 있는 곳에서는 몇 군데를 가 보았지만 이전의 그런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곳이 없어 아쉬움이 컸다.
그런데, 사당역 근처에 바로 내가 원하는 딱 그런 술집이 있다고 한다.
바로 이 책의 주인공(?)인 '오술차'이다.
이 선술집의 주인장들이 술집을 차린 목적이 너무나 아름답다.
'오천원의 술상 차림'의 줄임말이 바로 가게명 '오술차'이다.
저렴한 가격으로 혼자와도 부담없이 술과 대화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는 곳.
그것이 주인장들이 오술차를 차린 이유이고, 목적이다.
보통 창업을 하면 '돈'을 생각하는데 이들은 돈보다는 우선 자신들의 목적을 중시하였다.
그렇기에 그들이 차린 점포는 흔히 말하는 목좋은 곳도 아니고, 안주도 호화롭지 않다.
그럼에도 문전성시를 이룬다고 한다.
왜일까?
고객들이 그들의 진심을 알아주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남들이 흔히 말하는 창업의 공식들을 거의 따르지 않았다.
목이 좋은 곳도 아니고, 음식의 맛이 훌륭하다고도 할 수도 없고, 재료는 무척 고급을 사용하면서도 가격은 무척 저렴하다.
남들이 들으면 망하기 딱 좋은 조건은 거의 갖추었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그들은 왠만큼 좋은 시설의 좋은 위치의 가게만큼 잘되고 있다.
그 이유는 그들은 진정으로 고객과 소통을 하려했고, 그 진심이 느껴졌기에 고객들은 자연스럽게 충성고객이 되어 갔다.
단지 이런 순진한(?) 이유만으로 성공적인 창업이 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이 책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혹은 아주 단순하게 표현한- 나름대로의 고충이 있었을 것이며, 그것을 슬기롭게 잘 헤쳐나갔다.
비록 역세권은 아니지만, 나름대로의 상권분석을 하였고, 유명한 쉐프와 함께 하지는 못했지만 굉장히 많은 맛집 투어를 했고, 미래를 고려한 고객접대 및 직원 채용의 원칙이 있었다.
오술차는 기존의 창업의 공식을 깬 기적을 보여준 것은 맞다.
하지만 기존의 공식을 깨기 위한 그 기적을 행하기까지 그들이 얼마나 많이 연구하고, 노력하였는지를 우리는 알아야 한다.
단지 '고객을 위한 마음과 태도'만이 아니라 그것을 실행에 옮긴 그들만의 방법, 바로 그것이 바로 그 기적의 핵심일 것이다.
장소도 협소하고 이른 초저녁부터 만원이라고 하니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 할지라도 기다리는 것을 질색하는 나로서는 갈 수 없을 듯 하다.
책 뒷부분에 나오는 프랜차이즈를 기대해 본다.
오술차의 가장 큰 매력은 신선한 원자재와 고객 응대로 보인다.
과연 이 매력이 프랜차이즈에서도 발휘될 수 있을까?
고객응대에 원칙은 있어야 되지만, 메뉴얼이 있다면 실패다.
향후 행보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