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알고 먹으면 더 맛있는 음식 속 조선 야사 - 궁궐부터 저잣거리까지, 조선 구석구석을 우려낸 음식들 속 27가지 조선사, 2018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 도서
송영심 지음 / 팜파스 / 2017년 9월
평점 :
직장인들의 낙이면서 고충인 것이 있다.
바로 점심이다.
무엇을 먹을까로 고민하기도 하지만, 점심으로 맛난 것을 먹는 것을 일종의 낙으로 여기는 사람들도 있다.
아무 생각없이(?) 먹는 음식 속에 엄청난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면 그 맛은 어떨까?
이 책으로 우리가 쉽게 접하는 음식들의 멋진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지금도 먹기 힘든 음식에 대한 이야기도 있지만, 대부분은 지금은 점심으로 많이 접하는 음식들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간장 게장, 배추김치, 자장면, 설렁탕, 삼계탕, 공탕, 순대, 냉명, 전주 비빔밥 등 다양한 음식의 역사와 그 기원을 보여준다.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우리의 역사속에서 끄집어 내는 저자의 글솜씨가 일류 쉐프의 음식 솜씨만큼이나 맛깔스럽다.
이 책은 음식에 대한 맛을 평가하고, 레시피를 보여주지는 않지만 그 어느 책보다도 음식을 맛깔스럽게 하고 있다.
책 제목 그대로 분명 이 책에서 언급된 음식들은 앞으로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역사에 등장하는 사료들의 사진과 이미지, 특히 음식 소개에 앞서 보여주는 일러스트는 아주 멋진 구성이다.
모든 음식들의 이야기가 흥미로웠지만 특히 내 눈길을 끄는 음식 2가지가 있었다.
중국에는 없다는 자장면의 탄생속에 우리의 아픈 역사가 있음을 처음 알았다.
중국인인 화교가 한국 사람들의 입맛에 맞게 만들었지만 자장면은 한국 음식이다.
비록 그 탄생은 아픔을 갖고 태어났지만, 그것은 나에게 어릴 적 생일, 입학, 졸업과 함께 한 음식이다.
지금이야 외식 단골 음식이지만, 그때는 특별한 날에만 맛볼 수 있는 귀한 음식이였다.
자장면 한 그릇을 먹기 위해 축구 게임을 5판 3선승제로 한 적도 있었다.
또 하나는 내가 좋아하는 회냉면, 함흥냉면의 역사였다.
보통 냉면의 2대 산맥으로 평양냉면과 함흥냉면을 꼽는다.
그런데 놀랍게도 자장면과 마찬가지로 항흥에는 함흥냉면이 없다고 한다.
6.25전쟁으로 함흥지방의 사람들이 남쪽으로 내려와서 많이 자리잡은 곳이 속초이다.
속초의 유명한 아바이 마을이 바로 그곳이다.
함흥의 토속 음식인 회냉면이 전국적으로 퍼져서 그들의 원래 고향인 함흥냉면이라고 했다고 한다.
그리고 냉면은 여름 음식이 아니라 겨울 음식이였다고 한다.
이 책에서 언급한 27가지 음식들을 접하게 되면 이 책의 내용들이 떠오르듯 하다.
아침, 저녁으로 쌀쌀해지는 요즘 따끈한 국물이 생각난다.
내일은 지금이야 아이들의 흔한 간식거리인 순대를 먹어볼까 한다.
예전에는 양반의 음식이였다고 하니 그 맛이 사뭇 달리 느껴질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