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 욕망하다 - 은밀하게
김정경 글.그림 / 다봄 / 201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저씨.
언젠가 올 것이라 생각했던 시기였지만, 너무나 빨리(?) 다가온 듯 느껴져 당혹스러움이 느껴진다.
한때 그 단어에 의도적으로 부인하려 노력했지만, 이제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그 소리에 반응하는 나에게 놀라게 된다.
'이제는 받아들어야지’ 싶다가도 ‘아저씨’가 주는 단어의 느낌을 쉬이 받아들이기 힘들다.

이 책의 저자는 아저씨이다.
지인들의 말대로 애국의 발로인지, 취기의 발동인지는 모르지만 아이가 세명이나 되는 아저씨임에도 미녀가 있는 곳이 천국이고, 술까지 있다면 만국임을 거침없이 외치는 멋진(?) 사내이다.
물론, 그에 대한 댓가로 사랑하는 부인의 애정 증표로 등짝에 그녀의 손바닥 자국을 붉게 물들이는 호사(?)를 누리기도 하는 지극한 평범남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아저씨’임을 당당하게 내세우면서 ‘미녀’와 ‘술’을 호기롭게 외치는, 본능에 지극히 충실하는 그의 마초 본성이 부럽기도 하다. ㅎㅎ
그렇다고 그가 바람을 피운다거나, 술만 먹고 일을 등한시하는 한량은 아니다.
누구나 부러워하는 공기업에 다니고 있는 건실한 아저씨이다.
치기공학과를 졸업하고 자신이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리기 위해 다시 애니메이션학과에서 수학한, 진정으로 자신의 꿈을 찾아 도전한 그의 이력에서도 그가 멋진 아저씨가 될 소질은 보여진 듯 하다.

저자는 자신의 욕망을 6가지로 정의하고 각각에 대한 자신의 그림과 짧은 글을 보여주고 있다.
그림의 9할은 여자이고, 그 중 9할은 미녀이다.
그럼에도 그가 타락해 보이지는 않는다. 그저 아주 순수한(?) 수컷임을 증명하고 있는 듯 해 보인다.
이토록 많은 미인(?)들이 있음에도 19금이 되지 않다니… 저자의 능력을 대단하다고 해야 하나, 무능력하다고 해야 하나..ㅎㅎ

그 다음으로 좋아하는 것이 술, 막걸리이다.
미인은 그저 눈으로 바라보고, 손으로 감상하고-이상한 생각하지 마시길.. 이 책에 나오는 미녀들은 그가 직접 손으로 그린 작품이다- 어쩌다 말이라도 한번 걸어보면 로또에도 당첨된 기분이겠지만, 술은 늘 그가 함께 하는 벗이다.
술을 벗삼아 여자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그에게는 최고의 휴식일까?
그 근간에는 ‘아저씨’답게 가족과의 소소한 일상에 행복해하는 가장의 마음이 있다.
그렇기에 함께 공감하고, 웃을 수 있는 것이다.

평상을 이렇게 멋진 그림과 글로 표현할 수 있는 그의 재주가, 그의 눈썰미가, 그의 마음이 부럽다.
술은 잘 못하지만, 이렇게 무더운 날은 시원하게 맥주라도 한 잔해볼까 싶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