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해서 그렇습니다 - 소극적 평화주의자의 인생다반사
유선경 지음 / 동아일보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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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인 유선경님을 알게 된 것은 '문득, 묻다'라는 책을 통해서였다.
20년 가까이 부드러운 문체보다는 정확하고 단조로운 문체의 글들을 보다보니 이제는 그런 문체가 더 익숙해졌다.
그런데 '문득'과 '묻다' 사이의 쉼표가 너무나 강렬하게 다가왔다.
그렇게 이 책이 저자인 유선경님을 만났고, 그 인연은 이 책으로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서두에서 본인은 소심하다고 말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많고, 애정이 넘치는 분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나같으면 무덤덤하게 넘길 소재에서 이렇게 멋진 스토리를 뽑아낼 수 있을까..

바람에 날리는 검정 비닐 봉투에서부터, 여자 친구의 가방을 대신 들어준다는 아들을 보는 엄마의 서운함까지..
흔히들 느낄 수 있는 그런 감정을 참 예쁘게 담아내고 있다.
아..이렇게 글을 쓰니 작자이구나라는 생각이 많이 들게 한 글들이였다.

문장 하나하나를 천천히 눈으로 읽어 내려간다.
그렇게 읽다보면 순간 멍해져있는 나를 본다.
지식을 얻기 위해 보는 것이 아니기에, 주제가 너무나 편안하기에, 문장이 너무나 따뜻하기에 그냥 빠져드는 것 같다.

책을 보다보면 갑자기 머리를 빵~하고 치는 깨우침-주로 반성이지만-을 주는 책도 있고, 순간을 놓치지 못하게 만드는 긴장감을 주는 책도 있다.
그런데 이 책은 편안함, 온 몸의 긴장이 풀리는 그런 편안함을 주고 있다.
나 또한 한 소심하기에 더욱 작자의 글에 더 공감해서 이런 편안함을 느끼는건가..ㅎㅎ
그리고 그 편안함이 지나가면 마지막 부분에서 작가가 하는 말이 가슴속에서 슬며시 올라온다.
보다 더 따뜻한 세상을 만들고, 물질적 욕망이 아닌 정신적 욕망을 채우기 위해 노력하자는 자기 암시의 글들..

누군가는 거창하고, 화려한 것들을 통해 행복과 사랑을 느끼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우리가 늘 보던, 느끼던, 만지던 것들을 통해 어느날 문득 그것을 느낀다.
이 책은 전형적인 후자의 글이다.
화려함은 없지만 늘 우리 주변에서 보이는 것들, 누구나 한번쯤 겪을 수 있는 것들을 통해 보다 더 단단해질 수 있는 자아를 발견한다.
우리 인생의 대부분은 특별한 사건의 연속이 아니라, 평범하다고 하는 일상이 대부분이다.

이런 일상에서 소소한(?) 행복과 자아 찾기를 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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