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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라! 불면의 밤을 넘어
조슈아 페리스 지음, 이원경 옮김 / 박하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더위를 식힐 요량으로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책을 고르다가 선택한 책이다.
타이틀의 의미는 모르지만 꽤 좋은 타이틀을 보유하였고, 많은 매체의 극찬을 받았기에 그 내용이 무척 궁금하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의 제목에 있는 것처럼 나도 불면의 밤을 넘었다.
그러나, 일어서지는 못하였다. ㅜㅜ
이 책의 주인공인 폴은 치과의사이다.
뉴욕의 번화가에 병원을 차렸고, 뉴욕의 문화를 마음껏 누리며 살고 있다.
뉴욕에도 번듯한 구단이 2개나 있음에도 그는 열렬한 보스턴 레드삭스의 팬이다.
(어쩌면 레드삭스는 그에게 하나의 종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현재 여자친구인 코니와는 밀당(?)을 하면서 잘 지내고 있고, 결혼을 하더라도 아이를 갖고 싶어하지 않는 전형적인 DINK족이기도 하다.
오프라인에서는 이렇게 잘 살고 있는 그이지만, 온라인에서의 그는 존재하지 않는다.
온라인 문화를 싫어하고, 이해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여자친구와 레스토랑에 함께 가서도 자신의 앞에서 스마트폰만 바라보는 여자친구를 절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이런 그에게 어느 날, 엄청난 일이 생긴다.
의뢰도 하지 않은-아니, 의뢰할 마음조차 없었던- 병원 홈페이지가 생긴 것이다.
병원 직원들은 모두들 좋아하지만, 온라인을 좋아하지 않던 폴은 이 홈페이지를 없애기 위해 방법을 찾는다.
단순히 명의를 도용하여 홈페이지를 만든 것이 아니라 자신과 직원들의 정확한 프로필까지 등록되어 있었기에 꺼림직하였을 것이다.
무엇보다 철저한(?) 무신론자-비신론자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인 그의 소개에 성경 구절과 비슷한 글이 등록되어 있었기에 그것을 지우고 싶어하였다.
엎친데 덥친격으로 단순히 홈페이지뿐만 아니라, 자신의 명의로 된 메일, 트위터까지 생성하여 자신이 좋아하지 않는 종교에 대한 이야기를 온라인으로 마구 생성하고 있다.
과연 폴은 이 모두를 없앨 수 있을 것인가?
없앤다면 다시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정말 흥미있는 컨셉의 책이지만, 작가의 화법은 무척이나 시니컬하다.
나에게는 블랙코미디보다도 조금 더 무겁고, 어둡게 느껴지는 정도였다.
이 책의 화두는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와 같은 '나 자신을 알고 있는가'이다.
나 자신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정말 그런지 스스로에게 되묻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 책은 현대 문명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온라인'과 '종교'에 대해서 '온라인을 싫어하고 무신론자'인 폴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
책 자체가 상당히 많은 분량이고, 무엇보다 그 많은 분량중에서 상당부분이 특정종교와 연관된 글들이다.
그렇기에 해당 종교를 싫어하거나, 관심이 없는 독자에게는 그리 호감이 가지 않을 수도 있다.
소설은 소설일뿐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나처럼 불면의 밤을 새울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