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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친구들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26년 3월
평점 :

‘오베라는 남자' 이후로 다시 만나는 프레드릭 베크만의 글입니다.
이 책의 주인공은 '바다의 초상'이라는 그림과, 그 그림의 모델이 된 낡은 잔교 위의 아이들입니다.
아마도 책의 표지와 같은 그림일 것 같습니다.
세상의 폭력과 어른들의 방관 앞에 무방비로 노출되었던 열네 살 소년들에게, 바다를 향해 뻗어 있던 그 낡은 잔교는 유일한 도피처이였습니다.
그곳에서 아이들이 나누었던 수많은 이야기와 행동들은 언뜻 평범한 또래들의 일상처럼 보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자는 그 이면에 숨겨진 아이들의 절박함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내일을 함께 살아가자’는 무언의 약속, 그리고 서로의 아픔을 자신의 것처럼 느끼는 공감이야말로 이들을 지탱한 유일한 힘이었습니다.
25년 뒤, 부모를 잃고 정체성을 잃어버렸던 루이사가 그림을 통해 아이들의 흔적을 추적하며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이 흥미진진합니다.
우리는 살아가며 누군가에게 안식처가 되어주기도 하고, 때로는 누군가를 유일한 안식처로 삼으며 고비를 넘기기도 합니다.
그것은 지나간 과거의 추억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유효한 현재진행형일 것입니다.
우정은 마냥 예쁘고 투명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서로의 가장 힘들고 아픈 구석까지 함께 견뎌내는 치열한 과정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시기와 질투, 오해와 비겁함까지도 가감 없이 드러내기에 이 책이 더욱 '인간적'으로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이 책은 힘든 세상 속에서도 우리가 서로에게 낡은 잔교가 되어줄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