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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돌아갑니다, 풍진동 LP가게
임진평.고희은 지음 / 다산책방 / 2024년 11월
평점 :
음악, 좋아하나요?
글도 좋아하나요?
이 둘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이 책으로 모두를 만족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시작을 그리 밝은 모습이 아닙니다.
부모를 잃고, 유일하게 남은 가족인 동생마저 먼저 하늘로 보낸 주인공은 더 이상 살아갈 이유가 없습니다.
세상을 떠나려는 그 순간, 아버지가 남긴 LP가 떠오릅니다.
그 LP를 두고 간다면 그냥 쓰레기 취급을 받을 것 같아, 그것만 정리하고 세상을 하직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시작한 풍진동 LP가게.
돈을 벌려고 시작한 것이 아니기에 서울 외곽의 저렴한 곳에서 시작을 했는데, 많은 우연과 인연을 만나면서 새로운 반전이 펼쳐집니다.
그 반전이 너무 매력적이네요.
주인공 못지않은 사연을 가진 사람들과 얽히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이 되고, 도움을 줍니다.
이것이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이유이자, 힘이 아닌가 생각해 보네요.
LP가게 이야기답게 많은 음악이 언급됩니다.
주로 클래식이지만 가요와 팝도 소개하고 있습니다.
아버지가 물려주신 LP이기에 상당히 올드한 곡들입니다.
그런데... 그 중 상당수를 알고 있는 나도 올드한 것인가요? ㅎㅎㅎ
책을 보면서 한때 LP를 수집했던 때를 떠올려보았습니다.
많이 모으지는 못했지만, 아르바이트로 번 돈으로 처음 산 것이 오디오였죠.
턴테이블이 있었는데, 테이프, CD보다는 LP가 왠지 더 끌리더군요.
음악을 계속 듣기에는 조금 귀찮기는 했지만, 음반을 턴테이블에 올리고 핀을 얹는 과정조차도 음악 감상의 일부라고 생각했죠.
음악은 저마다 생명을 갖고 있어서 그렇게 살아 움직인다.
어떤 곡은 곧 잊히기도 하지만 또 어떤 곡은 여러 모양으로 변형되면서도 끝내 살아남아 누군가의 추억이 된다.
음악은 추억이죠.
추억이 담겨있지 않은 음악은 금방 잊혀지는 것 같아요.
마이클 볼튼의 음악은 젊은 시절이 생각나게 하고, 김광석의 노래는 대학로가 떠오릅니다.
음악이야말로 추억을 회상하는데 최고의 재료가 아닐까요?
산다는 건 끊임없이 문제지를 받고 그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이다.
흔히 인생에 정답은 없다고 한다.
그러나 중요한 건 오답은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렇네요.
정답은 없지만 오답은 너무 많죠.
다행이라면 틀린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점점 정답에 가깝게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이죠.
오랫만에 LP로 음악을 듣고 싶어지네요.
빙글빙글 돌아가는 턴테이블을 보며 음악을 듣고, 따뜻한 차까지 있다면...최고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