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리추얼 : 음악, 나에게 선물하는 시간
정혜윤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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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추얼(ritual).
'의식', '절차'라는 의미다.
조금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 단어이지만 이 책에서 말하는것은 습관, 행위와 같이 소프트한 의미로 받아들이면 좋을 것 같다.
가볍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그것을 말하고 있다.


책을 처음 본 순간 든 느낌은....
'예쁘다'였다.
표지의 일러스트도 좋지만, 그보다는 옆면의 초록색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둥근 모서리는 화룡정점이다.
이처럼 예쁜 책에 어떤 내용이 담겨있을까?

저자는 음악에 심취해 있다.
음악이 너무 좋아 다양한 악기도 연주하고, 각종 페스티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자신이 좋아하는-혹은 듣고 싶은- 곡들을 모아 플레이리스트로 공개한다.
그리고 자신처럼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음악을 매개로 다양한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에 참여하고 있다.

몸과 마음이 피곤할 때는 나를 몰아세우지 말 것.
힘든 날에는 쉬운 일은 최대한 쉽게 둘 것.
지금 하려는 일을 하기만 하면 몸과 마음에 좋은 변화가 일어나리라 믿을 것.
포기하지 않고 조그마한 일 하나라도 해낸 나를 잘했다고 다독여 줄 것.
어떤 상황에서든 자책하지 않고 나 자신을 우선적으로 챙기는 마음가짐이 때론 무기력해지기도 하고 반복되는 것에 쉽게 질리는 내가 꾸준히 루틴을 수행하고 있는 핵심 비결이다.

내가 하고 있는 리추얼에 대해 의식하지 말라고 한다.
최대한 편안하게, 그리고 즐겁게 할 수 있는 마음가짐이 자연스럽게 리추얼을 하게 만든다.
자기계발이나 이익을 추구하지 않는 행동이기에 필요성을 덜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그 어떤 자기계발이나 이익보다 더 큰 편익을 줄 것이다.
바로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 회복이고, 인생에 대한 충만함을 느낄 수 있다.

자유를 갈망하며 시스템 밖으로 나왔지만, 진정 자유롭기 위해 필요한 것은 결국 나를 잡아주는 안정장치이자 시스템을 만드는 일이었다.

아이러니하지만,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꽉 막혀있는 듯한 시스템에서 벗어나고 싶어 나오지만, 결국 이런 나를 잡아주는 것 또한 시스템이다.
물론 이전과는 다른 형태와 모습이지만 어느 정도의 체계는 나를 위해 필요하다.

인공지능이 취항을 분석하고 추천해주는 21세기에 디깅을 한다는 건, 능동적으로 취향을 찾아 나선다는 의미다.
하나의 세계를 탐구하고 즐기는 과정 속에서 지식뿐만 아니라 나만의 이야기가 차곡차곡 쌓인다.
...
디깅은 재미를 느끼는 순간을 흘려보내지 않고 적극적으로 붙잡아 나만의 것으로 만드는 일이다.
무언가를 좋아하는 데 꼭 이유가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확실한 건 무언가에 빠져들고, 내 안에 연결되는 지점이 많을수록 인생에서 놀랍고 즐거운 순간 또한 늘어난다는 것이다.

'디깅'은 디제이가 자신의 공연 리스트에 사용할 음악을 찾는 행위를 말한다.
기술의 발달은 개인의 취향까지 분석해 적절한 음악을 추천해 주지만, 때로는 나에게 숨겨진 취향을 찾아 나서고 싶을 때가 있다.
최신 과학의 사용도 좋지만 조금은 불편할지라도 나만의 것을 찾기 위해 노력하면 어떨까?
'수동'이 아닌 '능동'
이것이 진정한 자아를 찾기 위한 첫걸음일 것이다.

우리는 더 많은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한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할 때 속도가 빠를수록 좋아한다.
아이러니한 건 시간을 아끼기 위해 빨리빨리 하는 모든 것들이 오히려 시간을 놓치게 만든다는 점이다.

저자의 말에 너무 공감이 간다.
시간을 아끼기 위해 더 빠르고 좋은 서비스, 제품을 사용하고 있음에도 언제나 시간은 부족하다.
행여 그렇게 만든 여유 시간이 있더라도 나를 위해 사용하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더 빠르고 효율이 좋은 서비스, 제품을 사기 위해 더 많은 경제 활동을 한다.
시간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것인지, 소비를 위해 노력하는 것인지...
내가 하는 모든 생각, 행동에 대해 근원적인 '왜?'라는 질문의 답을 찾을 시간이다.

수고스럽게 시간을 들여아먄 하는 아날로그에는 디지털이 주지 않는 분명한 낭만이 있다.
효율적으로 시간을 보낼 때보다 낭만적으로 시간을 낭비할 때 시간을 잘 쓰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낭만적으로 시간을 낭비한다.
이 말이 이토록 매력적으로 들리다니...
아직 회고라는 말을 쓰기에는 적절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인생을 돌아보면 기억되는 것은 바로 이렇게 낭비된 시간, 낭만이다.
인생을 충실하게 살고 싶다면 시간을 낭비해야 한다. 낭만적으로.

계속해서 자기만의 재미를 찾는 사람과 시도하지 않는 사람은 그 시간이 쌓일수록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그러니 지금 좋아하는 일이 있다면 불안한 순간이 찾아와도 계속해 보길 바란다.

즐기고 싶은 일,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지금 하라.
그리고 '계속' 하라.
지금 당장은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없겠지만, 시간은 더 나은 결과를 가져다 준다.
시간의 힘을 믿고 계속 하라.

노래를 좋아하는 저자의 책이기에 음악과 함께 할 수 있다.
중간중간에 QR코드를 제공하고 있기에 저자가 언급하는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음악을 들으며 읽으니 저자의 글에 훨씬 공감이 잘 된다.

이 책은 음악에 대한 책이 아니다.
제목처럼 '리추얼'에 대한 책이다.
다만 저자는 리추얼의 대상이 음악일 뿐이다.

나만의 리추얼은 무엇일까 생각해본다.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리추얼이 있다.
없다면...리추얼을 가졌으면 좋겠다.
이 책이 그 필요를 느끼게 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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