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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죽지 마
박광수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10월
평점 :
단지 부르는 것만으로도 많은 느낌을 주는 단어가 있다.
그 중 하나가 '엄마'가 아닐까 생각한다.
따뜻함, 사랑, 편안함, 그리고 그리움.
세상의 좋은 단어는 모두 엄마와 연결된다.
무엇보다 엄마와 함께 하지 못할 때의 아쉬움은 두려움이다.
이 책의 저자는 '광수생각'의 박광수이다.
가벼운 그림체, 하지만 그 속에 담긴 메시지는 편안하면서도 무겁게 다가왔다.
그가 엄마를 하늘나라로 보내고 그 그리움을 모아 책에 담았다.
그제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엄마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너무 모르고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엄마를 잘 안다고 생각한 건 순전히 저 혼자만의 착각이었습니다.
엄마는 제 삶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응원해주셨는데 정작 저는 엄마가 어떤 사람이었는지조차 전혀 알지 못하고 살았습니다.
나도 그러했다.
그토록 사랑해주신 엄마였는데, 난 엄마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이 없었다.
엄마가 좋아했던 음식, 장소, 색깔...
열심히 생각해 보지만 떠오르지 않는다.
그저 날 사랑해 주었다는 것 밖에는.
전, 당신의 행복을 위해 다음 생에는
당신의 아들로 태어나지 않을게요.
대신 다음 생에 길을 걷다 당신을 만나면,
당신이 전생에 내 엄마였다는 것을
한눈에 알아보고 당신을 꼭 안아줄게요.
많은 자식들이 다음 생에도 또 자식으로 태어나고 싶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 글을 보면서 '난 어떨까' 생각해 본다.
당신의 행복을 위해 당신의 아들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 좋을까, 아닐까.
직접 물어보고 싶다.
아마 다시 태어나라고 말하시겠지.
아니, 그렇게 믿고 싶다.
이기적이겠지만 꼭 그러고 싶다.
나중에 효도할게요.
나중에 좋은 곳으로 함께 여행 가요.
나중에 제가 맛있는 밥 사드릴게요.
....
꼭 지킬 거라던 나의 약속을 엄마는 웃으며 기다린다 했지만,
내 삶의 소소한 일들에 밀려 그 '나중'은 한없이 미루어졌다.
진심이 아니었다고 할 수 없지만 결국에는 수많은 거짓말이 되었다.
엄마가 가장 싫어하는 것 중 하나가 거짓말이었다.
그리고 나도 그러하다.
혼이 나더라도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그것이 당신을 위해서도, 나를 위해서도 가장 현명한 행동이였던 것 같다.
하지만... 저자처럼 나도 참으로 많은 거짓말을 했다.
당신이 늘 묻는 질문에 나도 늘 같은 대답을 했다.
하지만 아직 그 대답을 지키지 못했다.
아직 그 대답을 만들기 위한 과정이라 생각한다.
훗날 다시 만난다면 대답에 걸맞는 모습으로 마주하고 싶다.
사랑하는 이와 헤어지고 나서
'그런 사람 다시 없을 거야'라고 추억하는 것.
방전이 된 차에 앉아서
'가끔 시동을 걸어줄걸' 후회하는 것.
....
부모님의 영정 사진 앞에서
'사랑한다고 자주 말할걸' 아파하는 것.
'바보의 후회'란 글입니다.
후회없는 인생은 없습니다.
하지만 얼마나 큰,그리고 많은 후회를 하지 않을 기회는 있습니다.
바로 지금입니다.
사랑은 아끼는 것이 아닙니다.
베풀고, 말하면 더 커지는 것입니다.
바보같은 짓...더 이상은 하지 말아야 겠습니다.
'엄마'라는 단어만으로도 울컥하는데, 구구절절한 사모곡을 보고 있으니 자꾸 눈앞에 뿌옇게 된다.
오랫만에 엄마란 단어를 마음껏 즐기고, 누렸다.
책을 보면서 너무나 엄마가 보고 싶어졌다.
곁에 있어도 이런 기분이였을까?
안녕,
나의 전부였던
당신.
책 뒷장의 문구에서 쉽게 눈이 떼지지 않는다.
'안녕'이라는 말을 하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