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중심리 현대지성 클래식 39
귀스타브 르 봉 지음, 강주헌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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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중심리'는 예전부터 보고 싶었지만 쉽게 도전하지 못한 책 중 하나이다.
어릴 적 고전이라는 이름에 혹해 무심코 도전했다가 나의 독해력을 의심할 정도로 좌절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책 소개에 앙드레 코스톨라니가 이 책을 대중의 심리를 알기 위해 꼭 읽어야 할 책이라고 한다.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분의 추천사에 다시 도전하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


현대지성 클래식 시리즈 중 한 권이다.
이 시리즈는 모두 제대로 완독해 보고 싶다.
고전 위주의 책인데 아직도 쉽게 읽히지 않는 책들도 있다.

앞서 말했듯이 예전에는 어렵게 느껴지던 문구들이 이번에는 눈에 쏙쏙 들어온다.
번역의 차이인가, 연륜이 이해를 돕는건가.
왜 코스톨라니가 이 책을 추천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주식의 대가인 그는 주식의 본질은 기업이지만, 주가는 결국 군중들의 심리에 의해 좌우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군중들의 심리를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었던 것이다.

군중 속의 개인은 충동적이고 난폭하며 잔인할 뿐만 아니라 원시인처럼 열광하며 때로는 용맹하게 나서기도 한다.
그런 개인은 독립된 개인에게라면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말과 이미지에 쉽게 휘둘리고, 자신의 명백한 이익을 해치면서 본래의 습관과 상반되게 행동하는 등 원시인에 가까운 경향을 보인다.

이런 군중의 특성은 지금도 종종 접할 수 있다.
축구 경기의 훌리건이 좋은 예가 될 것이다.
몇몇을 제외하고는 개인이라면 절대 그렇게 행동하지 않을 사람들이 과격해진다.
바로 이것이 군중의 특징이다.

군중의 상상력에 충격을 주는 것은 사건 자체가 아니라 사건이 일어나고 제시되는 방법이다.
'응축'이란 표현이 적합할지 모르지만, 사건들이 응축되며 군중의 정신을 채우고 떠나지 않는 강렬한 이미지를 만들어내야 한다.
군중의 상상력을 사로잡을 줄 안다면 군중을 지배하는 법을 터특한 것과 지배없다.

이 책을 보면서 '집단지성'과 연결지어 생각해 봤다.
개인의 뛰어난 지성보다는 평범한 다수의 지성이 더 크다라는 것이 집단지성의 근간인데, 저자는 이렇게 모인 군중의 지성은 평균보다 못하다고 말하고 있다.
군중의 특수성이기도 하겠지만,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군중은 이성적 추론에 영향을 받지 않고, 생각들을 대략적으로 짝 지은 결과만 이해할 수 있을 뿐이다.
따라서 군중에게 깊은 인상을 주는 방법을 아는 연설가는 감정에 호소할 뿐 이성에 호소하지 않는다.
논리 법칙은 군중에게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군중들이 내세우는 주장에 대해 이해할 수 없는 경우가 종종 있다.
다행히(?) 군중의 일원이 아니기에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논리과 진리가 아닌 선동과 감정의 호소가 대중에게 더 어필할 수 있다.
이런 경우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보았다.
이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저자는 이런 군중의 특성만을 나열할 뿐, 그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제시하지 않고 있다.
이 책으로 군중의 특성을 이해할 수 있고,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내가 그 군중의 일원이라면?
일단 군중에서 벗어나 개인의 입장에서 생각해 봐야 한다.

군중의 지도자는 대부분 사상가가 아니라 행동가다.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이 없고, 앞으로 갖출 가능성도 무척 낮다.
혜안은 대부분 의심과 신중함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들이 옹호하는 사상이나 추구하는 목적이 아무리 불합리하더라도 그들의 확신 앞에서는 이성적 추론이 힘을 잃는다.
그들은 개인과 가족의 이익 등 모든 것을 희생할 수 있다.

이 문구를 보면서 누군가가 떠올랐다.
맹목적인 확신은 그들이 믿고 있는 것을 제외하고 모든 것을 부정하게 만든다.
합리, 불합리가 판단의 근거가 아니라, 그들이 믿고 있는 것에 얼마나 부합하느냐가 근거가 된다.
자신의 사상에 대해 합리적인 근거나 지식을 제시하기 보다는 일단 주장하고 본다.
그리고 그 주장을 진실이라 믿고, 포장한다.
단지 광신도들만 그런 것이 아니다.
많은 비즈니스맨들도 이런 행동가에 휘둘리고 있다.

군중의 정신도 부분적으로 학습과 교육을 통해 개선되거나 악화된다.
따라서 현재의 교육제도가 어떻게 군중의 정신을 형성했는지, 무관심하고 중립적인 대중이 무슨 이유로 이상주의를 외치는 연설가들의 암시를 무작정 따르는 거대한 불만 세력이 되어가는지 보여줄 필요가 있다.
오늘날 불평분자와 무정부주의자를 양성하고 라틴계 국민이 장차 접어들 쇠락의 길을 닦는 곳은 다름 아닌 학교다.

무척 공감가는 글이다.
교육은 백년지계라고 한다.
하지만 지금의 교육은 백년은 고사하고 십년도 내다보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어쩌면 우리처럼 지금 학생들도 피해자일 것이다.
대안을 제시할 능력이 없기에 반박하지 못할 뿐...

후보자가 위신을 지녀야 할 필요성, 즉 사람들에게 반론의 여지를 주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받아들이게 할 수 있는 힘은 무척 중요하다.
과반수가 노동자와 농민으로 구성된 유권자들이 자신들을 대표하는 후보자를 선택하는 경우가 드문 이유는 그들의 신분에서 배출된 인물에게는 아무런 위신도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왜 유권자들이 자신들을 대표하는 후보자를 선택하지 않는지 정말 궁금했었다.
그 이유가 '위신'때문일까?
위신은 좋은 가문, 많은 지식, 사회적 성공으로 가질 수 있다.
이런 사람들이 하는 말에는 대중을 설득할 수 있는 힘이 있다.
진실 여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위신(배경)에 대한 믿음에 근거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믿음에 대한 배신을 한두번 겪은 것이 아니다.
이제는 위신이 아닌 진실에 주목해야 한다.

후보자가 위신을 갖추었다고 해서 언제나 성공을 보장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유권자는 후보자가 자신의 욕망과 허영심을 채워주길 바란다.
그래서 후보자는 유권자에게 과도하게 아첨하고 실현 가능성이 없는 약속도 서슴지 말아야 한다.
과장된 공약은 즉시 큰 효과를 발휘할 뿐 아니라 장래에 아무 책임도 지우지 않는다.

결국 선거는 인기투표일 뿐이다.
국가를, 사회를 얼마나 잘 이끌어 갈 사람인지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공약이 나에게 얼마나 유리하냐를 따질 뿐이다.
인간이기에 당연한 선택이겠지만, 공약이 공약으로 끝나는 것을 많이 봐와서 이제는 그리 신뢰가 가지 않는다.
이제 곧 대선이기에 선거와 관련된 글들에 더 집중하게 된다.

이 책은 200년 전에 쓰여진 책이다.
하지만 읽으면서 지금도 그 이론이 여전히 유효함에 깜짝 놀랐다.
대중을 이끌어갈 사람들은 이미 읽었을 책이라 생각된다.
대중의 일부라면 반드시 읽어봐야 한다.
혹시 이렇게 이용당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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