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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보기 - 에리히 캐스트너 시집
에리히 캐스트너 지음, 정상원 옮김 / 이화북스 / 2021년 7월
평점 :
오랫만에 보는 시집이다.
시집이라고 하기에는 장문이고, 에세이라고 하기에는 좀 짧은 글이다.
이 책의 저자인 애리히 캐스트너는 처음 접하는데, 밀리언 셀러의 판매를 한 작가라고 한다.
이 책은 인생에 대한 모든 감정에 대한 내용들을 담고 있다.
글은 어렵지 않다.
쉽게 읽히는 듯 하면서도 한번쯤 책을 덮고 생각에 잠기게 만든다.
흔한 일상을 말하고 있는데, 결코 흔해 보이지 않는다.
일상을 평범한 것이 아닌, 특별한 것으로 보이게 만든다.
슬플 땐 슬퍼하라.
자꾸만 마음을 다잡으려 하지 말라!
슬픔은
당신의 소중한 생명을 갉아먹지 않는다.
슬플때 그 감정에 푹 빠지기 보다는 빨리 벗어나려 한다.
슬픔도 기쁨과 같은 감정인데, 왜 그래야 할까?
너무 오랫동안 빠져 있는 것이 아니라면 충분히 느껴도 된다.
그것도 우리 인생의 한 부분이고, 그를 통해 기쁨의 소중함도 느낄 수 있다.
나는 동전 앞에서 몸을 굽혀
동전을 줍는다.
아, 10마르크짜리 지폐였다면!
돈은 판단력이 없다.
나는 가능한 한 깊이 몸을 숙인다.
아들아, 이러는 내 모습이
마치 동전을 경배하는 것 같구나.
네 부모는 가난하단다. 용서해 주렴!!!
길가의 동전을 줍는 아버지의 심정.
돈에 대한 현실을 잘 보여주는 글이다.
글을 통해 쉽게 이미지화 된다.
나라면 아들 옆에서 동전을 줏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영위하는 삶에서 드러나는 사실은
-- 결국 사람들은 이 사실을 분명히 깨닫게 된다.
사람은 열려 있는 문에도
머리를 부딪칠 수 있다는 것이다!
닫힌 문을 여는 것도 힘들지만, 열려 있는 문이라고 쉽게만 넘어가는 것은 아니다.
늘 조심하고, 주의해야 한다.
설령 부딪치더라도 누구라도 그럴 수 있음을 이해하고, 너무 자책하지 말길...
이제 가라! 당신들은 바쁘지 않은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행동하라.
하지만 이 구절은 기억하라.
보지 못하는 자는 보이지도 않는다.
보지 못하면서 보이길 원하고 있지는 않은가?
바쁜 와중에도 잘 보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 잘 보기 위해서는 조금은 천천히 가야 한다.
무엇이 옳고 그르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다만, 보이길 원한다면 상대방이 충분히 볼 수 있을 정도로 움직여야 한다.
특이하게 책 앞부분에 '사용지침서'가 있다.
나이 드는 것이 슬퍼질 때, 삶을 성찰할 때, 게으름을 피우고 싶을 때, 돈이 없을 때, 아플 때, 꿈을 꿀 때 등 상황에 맞게 볼 수 있는 페이지를 '찾아보기' 형식으로 제공하고 있다.
이런 감정이 들 때 들쳐보기에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