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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요테의 놀라운 여행 ㅣ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13
댄 거마인하트 지음, 이나경 옮김 / 놀 / 2021년 4월
평점 :
표지가 무척 경쾌한 분위기를 나타낸다.
스쿨버스 위에 선글라스를 낀 소녀와 곁의 고양이가 앉아 있다.
이들은 어떤 사연을 보여줄까?
코요테는 아빠와 함께 스쿨버스를 개조한 캠핑카를 타고 전국을 돌아다니고 있다.
이런 생활을 한 지 벌써 5년째.
특별한 목적지도 없이 그냥 가고싶은 곳으로 다닌다. 단 한 군데만 빼고.
어느 날 주유소에서 예쁜 고양이 한 마리를 분양받는다.
또 하나의 식구가 추가되었다.
매주 할머니와 안부를 겸한 일상적인 통화를 한다.
그런데 이번주 통화는 일상적이지 않다.
이전에 살던 집 근처의 공원을 없애고 개발한다고 한다.
크게 특별하지 않은 내용이지만 적어도 코요테에게 충격적인 내용이였다.
이 공원에는 엄마와 언니, 동생과의 소중한 보물들과 추억을 담은 '추억상자'가 있다.
그 추억상자를 공원 근처에 묻으면서 나중에 꼭 찾으러 오자고 약속했었다.
엄마와 언니, 동생은 교통사고로 5년 전 먼저 세상을 떠났다.
그 이후로 아빠와 단 둘이 집을 떠나 기약없는 여행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그 추억상자가 담겨 있는 공원을 개발한다고 한다.
공원을 없애고 개발되기 전에 먼저 가서 그 상자를 찾아야 한다.
그리고 옛날 옛적에, 상자를 묻고 겨우 며칠 뒤에 모든 게 흩어졌다.
한순간 타이어가 끼익하고 유리가 깨지더니 모두 다 흩어졌다.
그래서 세 자매와 엄마 대신 여자아이 하나만 남았다.
주로 혼자이고 상심한 여자아이 하나.
언니도 여동생도 없는 둘째 아이, 엄마 없는 딸.
하지만 그 애에겐 추억이 남았다.
그리고 약속이 남았다.
지금 코요테가 있는 곳은 집과는 정반대, 플로리다이다.
나흘만에 5800km를 가야한다.
가장 큰 문제는 아빠, 로데오가 눈치채지 못하게 가야 한다는 것이다.
위에서 말한 가지 않는 단 한 군데가 바로 집이기 때문이다.
과연 코요테는 무사히 '추억 상자'를 꺼내볼 수 있을까?
가는 도중에 사람들을 태우고 함께 가며, 그들의 추억을, 사랑을 만나볼 수 있다.
"내 인생 최악의 날에 날 안아주고 안아주고 안아주고 그 손을 놓지 않아서 사량해요."
"이렇게 해야죠. 레스터. 태미가 왜 완벽한지 말하지 말고, 태미가 왜 레스터에게 완벽한지 말해봐요."
김춘수의 '꽃'이 생각나는 문구다.
꽃이라서 이쁜 것이 아니라, 나에게 어떤 의미를 보여 주기에 아름다운 것이다.
사랑도 그렇다.
그(녀)가 왜 나에게 최고의 사랑인지를 표현해야 한다.
오직 그대만을 위한 나의 사랑을 보여주어야 한다.
"있잖아, 난 작별 인사 안 해, 알겠지?
넌 멋진 애고 우린 친구가 됐으니까 널 내려주면 그걸로 된 거야.
도착하면 네 짐 들고 그냥 내려줄래?
인사하고 싶지 않아. 그러는 편이 쉬워. 알았지?"
작별이 어떤 건지 알기 때문에 최고의 작별 인사는 소리 내어 말하지 않는 것임을 알게 됐다.
12살 아이가 말하는 작별이다.
아쉬움에 울며불며해도 시원찮을 헤어짐일텐데 어떻게 이런 마음까지 갖게 되었을까?
상처받기 싫어 이럴 것이다.
이미 많은 상처를 받았기에 이럴 것이다.
이 글을 보며 너무나 마음이 아팠다.
"사람들에 대해서, 우리가 만나는 남들에 대해서 항상 뭐라고 했어?
모두 삶의 승객일 뿐이라고 했잖아.
함께 타고 지나가는 사람들이라고.
사람들은 일어나서 자기 손으로 운명을 잡아야 한다고."
잠시 함께 할 수는 있지만, 스스로 자신의 인생을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다만 '함께 한 그 순간'이 혼자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책을 덮으며 곁에 있는 가족들을 바라본다.
이렇게 한 공간에 건강하게 있다는 것만으로도 무척 감사할 일이다.
로데오와 코요테의 여행을 통해 사랑하는 사람의 소중함에 대해 다시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