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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D SCIENCE 푸드 사이언스 150
브라이언 레 지음, 장혜인 옮김 / 시그마북스 / 2021년 2월
평점 :
코로나19로 인해 외식이 줄어들면서 집에서 직접 하는 요리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
요리에 대한 많은 책이나 영상들이 있지만, 대부분은 레시피 위주의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그런 책들은 당연히 뛰어난 맛을 보장하겠지만, '왜?'라는 나의 궁금증을 해소해주지는 못했다.
이 책 '푸드 사이언스 150'은 나처럼 요리의 재료와 맛에 대한 궁금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사이다같은 시원함을 가져다 주는 책이다.
저자는 식품과학 박사로 요리와 재료에 대한 과학적인 원리를 설명해 주고 있다.
요리별로 적합한 조리도구나, 풍미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 각 재료별 보관이나 조리법 등 '과학적'으로 검증된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평소 궁금했던 것들도 알 수 있었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도 배울 수 있었다.
발연점이 높고 풍미가 중간 정도인 기름(아보카도, 코코넛, 땅콩, 채소, 옥수수 기름 등)은 튀김 같은 고온 요리에 좋다.
발연점이 낮은 기름(올리브, 해바라기씨, 홍화씨, 아마씨, 포도씨, 비정제 코코넛 기름 등)은 소테나 베이킹 같은 저온 조리에 적합하다.
참기름이나 호두 기름은 풍미를 살려야 하는 샐러드 드레싱처럼 익히지 않아도 되거나 먹기 직전 바로 섞는 음식에 좋다.
명절에 받은 기름을 아무 생각없이 썼는데, 이런 큰 차이가 있다니...
당장 주방에 종류별로 기름을 비치해야겠다.
찬밥은 저항성 전분을 많이 포함하고 있어 갓 지은 밥보다 잘 볶인다.
레시피를 따르지 않고 갓 지은 밥으로 조리하면 볶은밥이 질척해진다.
볶음밥을 하면서 늘 궁금했던 것이였다.
왜 꼭 찬밥으로 해야 더 맛있을까?
바로 '전분' 여부였다.
앞으로 하는 볶음밥은 조금 더 맛있어질까?
1908년 일본의 화학자 이케다 기쿠나에는 풍미 넘치는 음식을 먹었을 때 느껴지는 즐거운 맛 경험을 일컫는 '감칠맛(우마미)'이라는 용어를 처음 만들었다.
아내가 만들어준 국물이 유난히 맛있게 느껴진 어느 날, 이케다는 감칠맛을 처음 인식했다.
국물에 무엇을 넣었는지 묻자, 아내는 평소보다 다시마를 조금 더 넣었을 뿐이라고 대답했다.
이케다는 감칠맛을 내는 화합물이 무엇인지 정확히 밝히려 했다.
1년간 각고의 노력으로 수kg의 다시마를 추출한 끝에, 이케다는 글루탐산이라는 아미노산이 감칠맛을 낸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감칠맛에 대한 유래를 보여준다.
예전에는 조미료 맛이라고 했었는데, 이제는 당당히 맛의 한 종류로 구분한다.
갑자기 감칠맛이 확~ 땡긴다.
소금은 음식에 감칠맛을 더할 뿐만 아니라 쓴맛을 억제하고 단맛을 끌어낸다.
일반적으로 소금을 넣지 않는 음식(과일이나 아이스크림 등)에 소금 한 자밤을 넣어 보면 소금이 맛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 수 있다.
쓰다고 느껴지지 않는 음식에도 약간의 쓴맛 분자가 들어있어 쓴맛 수용기에 결합해 음식에 쓴맛이 있다는 배경 신호를 뇌에 전달한다.
소금을 조금만 넣어도 쓴맛 분자를 방해해 단맛을 더 끌어낼 수 있다.
단맛을 느끼고 싶을 때 대부분 설탕이나 꿀을 넣지만 가끔은 소금을 넣기도 한다.
막연히 소금이 단맛을 강하게 해준다고 알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였다.
쓴맛을 방해해서 상대적으로 단맛을 끌어낸 것이였다.
양파를 썰면서 왜 눈물이 나는지도 궁금했는데, 이 책을 보고 알았다.
생화학적인 방법이 조금 난해하기는 하지만, '주방의 한 수'로 눈물없이 양파를 썰 수 있는 방법을 알았다.
고깃덩어리의 근섬유 사이에 분포된 하얀 지방을 마블링이라고 한다.
곡물 사료를 먹고 자란 소가 운동을 거의 하지 않고 몸속에 여분의 지방을 저장하면 마블링이 생긴다.
왜 우리는 마블링에 큰 관심을 보일까?
풍미 분자는 대부분 지용성이라 동물의 지방 부위에 농축된다.
지방은 스테이크를 요리할 때 수분을 가두어 육즙을 보존한다.
또한 근섬유 사이에서 윤활 작용을 해서 고기를 부드럽고 씹기 편하게 만든다.
때문에 마블링이 없으면 맛 좋은 스테이크에서 나는 감칠맛이나 섬세한 식감을 느낄 수 없다.
마블링에 대해 그리 호감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운동을 하지 않은 동물의 지방인데, 왜 저리 호들갑일까란 생각도 했다.
그런데, 호들갑을 떨만한 이유가 있었다.
앞으로는 마블링에 신경을 써야겠다.
고수의 풍미에는 6가지 정도의 화합물이 영향을 준다.
대부분은 알데하이드 화합물인데, 알데하이드에 유전적으로 예민한 사람들은 비누 맛이 난다고 느낀다.
이런 후각 수용기 유전자의 변이는 동아시아인, 아프리카인, 백인의 14~21%, 남아시아인, 라틴아메리카인, 중동인의 3~7%에서 일어난다.
알데하이드는 비누 제조 과정의 부산물이기도 하므로, 재미있게도 어떤 사람들은 감각 경험에 비추어 고수에서 비누 맛이 난다고 느끼는 것이다.
고수와의 첫 만남은 정말 생각하기 싫을 정도다.
아마 타지에서 접했기에 더욱 그러했을 것이다.
특유의 비누 향은 지금도 힘들다.
고수를 잘 먹는 사람들을 보면 신기했는데, 이런 이유가 있었네.
냉장고의 달걀의 상태를 확인할 수 없었는데, 이 방법으로 알 수 있게 되었다.
그래도 역시 냄새가 최고의 판별법이라고 한다.
상한 음식은 언제나 조심해야 한다.
흔히 맛있는 요리를 '손맛'이라 표현한다.
손맛의 대부분 레시피는 '갖은 양념'이나,' 적당히'와 같이 정확하지 않은 표현으로 절대 그 비법을 알아낼 수 없었다.
그 비법 중 꽤 많은 부분을 이 책을 통해 알아낼 수 있었다.
그리고 더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을 요리할 수 있을 것이다.
-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