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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에서는 길을 묻지 마라
나태주 지음 / 열림원 / 2020년 11월
평점 :
사막이라고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나요?
삭막함, 공허함.
밝은 이미지보다는 어두운 이미지가 많이 떠오르네요.
이 책 '사막에서는 길을 묻지 마라'는 이 사막에 대한 글입니다.
이 책의 저자는 풀꽃 시인 나태주님입니다.
저자는 60세부터 사막에 대한 관심이 많았었다고 하네요.
그리고 드디어 7박8일의 여행을 통해 그토록 원하는 사막을 만나게 됩니다.
사막에서 보고 느낀 것을 글로 옮긴 것이 이 책입니다.
책 전반에 흐르는 분위기가 왠지 모르게 우울하게 느껴집니다.
'사막'을 다루고 있어서 그런가, 아니면 가을이라 그런가 모르겠네요.
사막하면 떠오르는 모래, 낙타에 대한 글이 많습니다.
책의 앞부분에서는 사막에서 느낀 감정을 옮긴 시를 담고 있고, 뒷부분에는 여행기가 있습니다.
작품과 작품에 대한 뒷이야기가 함께 있으니 작품 발표회에 온 듯한 기분이 듭니다.
지평선 위에
모래 지평선 위에
점
하나
사람인가?
낙타인가?
혹은
나인가?
'고독'이란 작품입니다.
끝없이 펼처진 모래 지평선 위에 있는 점 하나.
복잡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의 고독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늘 누군가를 만나고, 이야기하는 와중에도 문득문득 찾아드는 외로움. 그게 고독인가요?
지고 있는 짐 버겁다 해서
너의 짐 함부로 부리지 않을 것이며
다른 낙타에게 대신
지고 가게 하지도 않을 것을
나는 믿는다 고마운 일이다.
- '아들 낙타에게' 중에서
우리네 인생을 낙타에 빗대어 표현하고 있습니다.
당신은 '당연한 일'로 여겼던 것을 아들에게는 '고마운 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아버지의 마음 아닐까 싶네요.
직접 도와주지는 못하지만 자신의 짐을 지고 한발한발 나아가는 아들을 응원하는 멋진 글입니다.
누구나 끈적끈적 달라붙는 일상을 밀치고 여행 속으로 훌쩍 뛰어들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조그만 결단이 필요하고 준비가 있어야 한다.
그야말로 여행은 일상의 탈출 그 자체이고 낯익음 모드에서 낯설음 모드로의 전환이다.
약간의 일탈과 낭만과 출렁임과 넘쳐남과 과소비를 감당해야만 한다.
생각해 보면 당시에는 쉽지 않은 것이였지만, 지금은 그리 어렵지 않은 것입니다.
아마 그만큼 간절한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코로나19로 인해 이전에는 미처 몰랐던 많은 것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저 약간의 일탈과 출렁임과 과소비만 감당했으면 됐을 것을...
다시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간다면 많이 감당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나는 이제 사막을 꿈꾸지 않는다.
사막에 가지 못해 밤잠을 설치지도 않고 가슴 졸여 사막을 그리워하지도 않는다.
왜인가?
내가 머물러 사는 장소가 그대로 사막이고 내가 찾는 모든 지상의 도시들이 사막이기 때문이다.
저자가 그토록 갈망하던 사막.
그곳을 직접 다녀오니 결코 멀리 있지 않은 또다른 사막을 찾았습니다.
이 사막은 여행을 다녀왔기에 찾았을 그것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여행을 하는 목적이고, 깊은 사색을 하는 이유일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선생께서 이 시집을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합니다.
바람에 몸을 맡긴 모래처럼, 어떤 어려움에도 한발한발 나아가는 낙타처럼, '그냥' '열심히' '멈출 때까지' 살아가야 겠습니다.
나는 인생에게 인생을 묻지 않는다.
인생에서 길을 찾지 않는다.
그냥 살아보는 거다. 열심히 살아보는 거다.
멈출 때까지 살아보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