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김삿갓 이야기를 보면서 무척 통쾌하던 기억이 있다.고관대작은 아니었지만, 글로 그들의 무례함과 고지식함을 꾸짖는 그의 모습이 너무나 멋져보였다.
하지만 커서 김삿갓의 유래를 알게 된 후에는 그것이 멋짐이 아니라 사회를 향한 그만의 반항이고, 절규였음을 알게 되었다.
이 책 '김삿갓의 지혜'는 김삿갓이 방랑을 통해 얻게 된 지혜와 그의 작품들을 소개하는 책이다.
가난한 집안에서 자란 김병연은 무척 총명하였고, 특히 시를 짓는 실력은 아주 출중하였다.
어느 날 동네에서 열린 백일장에 참가한 김병연은 장원을 하게 된다.
신이 나 집에 와서 자랑을 하는데 그의 작품을 본 어머니는 너무 놀랐다.
시제가 김병연의 할아버지의 역적 행위를 꾸짖는 것이였기 때문이다.
할아버지의 역적 행위는 가문의 몰락을 가져왔지만, 대를 멸하지 않았기에 어머니는 그 사실을 숨기고 있었다.
히지만 이 사건으로 할아버지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한 김병연은 하늘을 보기 부끄럽다며 삿갓을 쓰고 집을 떠나 전국을 방랑하게 된다.
이 책의 말미에 김삿갓이 장원을 한 시, 전문이 있다.
그걸보니 어머니가 얼마나 기가 막혔을지, 김병연이 얼마나 부끄러웠을지 이해가 된다.
이 책은 김삿갓이 전국을 유람하며 겪은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시민들의 애환을 담은 이야기도 있고, 거들먹거리는 고관대작을 골탕먹이는 이야기도 있다.
그래도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아낙네 뱃사공 이야기이다.
강을 건너려는 김삿갓이 뱃사공이 아낙네인 배에 올랐다.
강을 건너다가 '그대의 배에 내가 올랐으니 당신이 내 마누라요'란 농을 했다.
여기까지는 김삿갓의 자유분방함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하이라이트는 김삿갓을 내려준 뱃사공이 한 말이다.
'아들아, 잘 가라'
김삿갓이 '내가 왜 당신 아들이요?'라 묻자, '내 배에서 내렸으니 니가 내 아들이다'라고 말했다.
김삿갓이 아낙네에게 제대로 당한, 아낙네의 재치가 김삿갓보다 더 돋보인 이야기다.
이런 그의 기행에 대한 이야기도 재미있지만 이 책의 매력은 시에 있는 것 같다.
지금까지 김삿갓에 대한 이야기만 봤지 그의 시를 제대로 감상한 적은 없었다.
이 책에서는 이야기 말미에 김삿갓의 작품을 하나씩 소개시켜준다.
한시이기에 한문 특유의 음운을 따라 지은 시가 재미있다.
단지 말장난이라면 그를 천재라 부르지 않을 것이다.
김삿갓의 재치와 천재성을 볼 수 있는 작품들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