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푸른 날들을 위한 시
천양희 외 지음 / 북카라반 / 2020년 3월
평점 :
절판


요즘 하늘이 이 책의 표지와 같이 파란 날이 많습니다.

정말 오랫만에 봄다운 봄을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책의 표지를 보면 오늘 같은 날, 동해안 바닷가 생각이 납니다.


이 책은 한국을 대표하는 여성 시인 5분-천양희, 신달자, 문정희, 강은교, 나희덕-의 작품 75편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신달자님은 시보다는 에세이로 더 많이 뵌 듯하고, 천양희, 문정희 선생님의 시선을 가끔 보았습니다.
이렇듯 한번에 5분의 글을 보니 기분이 묘하네요.
각자 작가 자신만의 확실한 작품세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시 한편한편마다 그에 맞는 일러스트가 더욱 작품에 푹~ 빠져들게 합니다.
아래의 별똥별을 보면서 괜히 별 하나 보이지 않는 밤하늘을 바라봅니다.
그리고 곁에 있는 '너'도 한번 쳐다보네요.


각기 다른 글씨체에, 일러스트... 분명 다른 책에서도 봤던 작품이였는데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네요.
그때와 지금의 내 마음이 다른 것일까요?

잃어버린 날들

내 십대는 어머니가 부끄러웠고
내 이십대는 어머니가 억세게 싫었고요
내 삼십대는 어머니가 거추장스러웠고
어머니가 보이는
내 사십대에
나는 어머니를 잃어버렸습니다.

방심했습니다.
페이지를 넘긴 순간, 헉~하고 숨이 막혔고, 요동치는 가슴을 주체할 수 없어 얼른 다음 페이지로 넘겼습니다.
마음을 추스린 한참 뒤에 다시 한문장한문장 또박또박 봅니다.
역시... 다시 쿵쿵거리네요.
너무나 자랑스럽고, 사랑스러운 어머니... 
그 어머니가 곁에 없다는 것이 너무 슬프네요.

떠나고 싶은 자
떠나게 하고
잠들고 싶은 자
잠들게 하고
그리고도 남은 시간은
침묵할 것

강은교님의 '사랑법' 중 한 대목입니다.
'~~하고, 침묵할 것'
곰곰히 생각해 보니 지금껏 반대로 하지 않았나 싶네요.
~~ 하지 않게 하고, 계속 무언가를 말한 것 같습니다.
이제, 침묵부터 해봐야 겠습니다.

맑고 화창한 날씨에도 참으로 잘 읽히는 시집입니다.
앞으로도 이렇게 시집을 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가져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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