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자일(Agile).
소프트웨어 개발에서 사용되는 용어였는데, 사용 영역을 점점 넓혀가고 있다.
이 책 '네이키드 애자일'은 경영분야에서 애자일이 어떻게 사용되어야 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일단, '애자일'이 무엇인지부터 알아보자.
애자일 방법론은 오랜 기간 많은 자원을 투자해 비밀스럽게 완벽한 제품을 개발하는 대신
빠른 속도로 시제품을 출시해 고객과 시장의 피드백을 받아가며 제품을 수정,보완해가는 방식을 뜻하게 되었다.
이는 장황한 계확을 세우기보다 실제 동작하는 결과물을 민첩하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특히 고객과 가장 가까운 접점에 있는 직원들에게 의사결정을 맡겨 고객 니즈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한다.
스타트업과 같이 규모가 작은 기업들이 고객들의 니즈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한 개발 방법론으로 출발하였다.
그렇기에 초기의 목표와 달리 전혀 다른 서비스를 통해 기업이 성장하는 경우도 왕왕 있다.
아니, 그런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아래는 개발자들이 모여 애자일을 구체적으로 정의한 것이다.
애자일 소프트웨어 개발을 위한 선언
우리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또 다른 사람의 개발을 도와주면서 소프트웨어 개발의 더 나은 방법들을 찾아가고 있다.
이 작업을 통해 우리는 다음을 가치 있게 여기게 되었다.
1. 공정과 도구보다 개인과 상호작용
2. 포괄적인 문서보다 작동하는 소프트웨어
3. 계약 협상보다 고객과의 협력
4. 계획을 따르기보다 변화에 대응하기
우리는 이를 가치있게 여긴다.
이 말은 왼쪽에 있느 것들도 가치가 있지만, 우리는 오른쪽에 있는 것들에 더 높은 가치를 둔다는 것이다.
아래는 위의 선언에 기반한 원칙들이다.
애자일 선언 이면의 12가지 원칙
우리는 다음 원칙을 따른다.
1. 우리의 최우선 순위는, 가치 있는 소프트웨어를 일찍 그리고 지속적으로 전달해서 고객을 만족시키는 것이다.
2. 비록 개발의 후반부일지라도 요구사항 변경을 환영하라.
애자일 프로세스들은 변화를 활용해 고객의 경쟁력에 도움이 되게 한다.
3. 작동하는 소프트웨어를 자주 전달하라.
두어 주에서 두어 개월의 간격으로 하되 더 짧은 기간을 선호하라.
4. 비즈니스 부서 사람들과 개발자들은 프로젝트 전체에 걸쳐 날마다 함께 일해야 한다.
5. 동기가 부여된 개인들 중심으로 프로젝트를 구성하라.
그들이 필요로 하는 환경과 지원을 해주고, 그들이 일을 끝내리라고 신뢰하라.
6. 개발팀으로, 또 개발팀 내부에서 정보를 전하는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은 면대면 대화이다.
7. 작동하는 소프트웨어가 진척의 주된 척도이다.
8. 애자일 프로세스들은 지속가능한 개발을 장려한다.
스폰서, 개발자, 사용자는 일정한 속도를 계속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9. 기술적 탁월성과 좋은 설계에 대한 지속적 관심이 기민함을 높인다.
10. 단순성이-안 하는 일의 양을 최대화하는 기술이- 필수적이다.
11. 최고의 아키텍쳐, 요구사항, 설계는 자기 조직적인 팀에서 창발한다.
12. 팀은 정기적으로 어떻게 하면 더 효과적으로 될지 숙고하고, 이에 따라 팀의 행동을 조율하고 조정한다.
어쨌든 애자일은 태생이 소프트웨어 개발에서 출발하였기에 그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있어야 타 분야에서도 제대로 접목될 수 있을 것이다.
책은 이렇게 애자일에 대한 정의부터 시작하고 있다.
사람들이 애자일에 대해 가장 오해하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새로운 '방법론'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위의 정의와 원칙에 부합하는 많은 방법론이 있지만 그것들을 애자일 방법론이라 부르지 않는다.
애자일은 문화이고, 철학이다.
그 무엇이든 이런 문화에 부합하고, 철학을 계승한다면 그것이 바로 애자일한 것이다.
저자들이 이 책에서 말하는 경영도 그러하다.
이 책을 보면서 애자일에 대한 철학을 다시 재정립할 수 있었다.
그리고 경영에서도 IT분야 못지않게 잘 사용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애자일 경영에서는 배움에 대한 초점이 'What(무엇)'이 아니다.
애자일의 핵심은 구성원과 조직이 그게 'Whatever(무엇이든)' 빠르게 배우고 적응할 수 있는 'How(어떻게)'에 대한 지혜를 조직과 구성원에게 이식하는 데 있다.
나아가 조직이 어떤 환경에 처하든 실재하는 현실에서 꼭 필요한 배움을 구하고 스스로 학습해 현장에 적용하는 것을 반복하며 성장할 수 있는 방법과 태도를 갖추는 것이 바로 애자일이 추구하는 목표다.
'지금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느냐'와 같은 지식의 양은 애자일에서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그보다는 변화에 어떻게 적응하느냐, 얼마나 빨리 적응하느냐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
그렇기에 '창의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제게 애자일은 그냥 '일을 빨리, 많이 해라. 상사 마음에 들 때까지 같은 보고서를 더 자주 반복적으로 고쳐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에요.
애자일 경영을 도입한다고 하는 한 회시 직원과의 인터뷰 내용이라고 한다.
이 글을 보면서 너무나 많이 안타까웠다.
그런데 이것이 책에서 만들어 낸 허구가 아니라 실제로 이렇게 생각하고 추진하는 기업이 있다.
정말 너무나 놀라웠고, 당황스러웠다.
애자일을 '빨리빨리'와 '많이'를 접목시킨 21세기형 우리나라 노동문화로 변질시키고 있는 것 같다.
실제 애자일 경영은 강력한 개입을 시행한다.
첫째, 조직이 추구하는 가치/눈높이와 맞지 않는다고 판별되는 구성원에 대해서는 엄격히 솎아낸다.
둘째, 채용의 기준과 문턱을 높여 애초부터 조직이 원하는 애자일 경영의 인재상을 충족하는 인재만을 신중하게 뽑고자 한다.
구글, 아마존 등의 성공한 기업들의 근로조건이나 복지를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이 '아무에게나' 그런 호의를 베풀것이라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위의 조건에 부합하는 치열한 경쟁을 뚫은 인재들만이 그런 호의를 누릴 수 있다.
기존의 조직을 애자일하게 만든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아직까지 상명하복, 안되면 되게하라, 하면 된다의 정신을 강조하는 회사 문화속에서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문화를 접목시키는 것은 엄청난 반발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그렇기에 기존의 회사보다는 새로운 신생 기업에서 많이 도입하고 적용하고 있다.
좋다고 하니까, 남들이 하니까가 아니라 정말 우리 기업에 도움이 되는 경영방법인지를 검토하고 도입하여야 한다.
그리고 도입을 결정하였으면 '제대로' 도입하였으면 좋겠다.
제발 이제부터는 위의 인터뷰이처럼 오해하는 사람들이 없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