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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간만 그 방에
요나스 칼손 지음, 윤미연 옮김 / 푸른숲 / 2018년 2월
평점 :
절판
한시간만그방에 (2018년 초판)
저자 - 요나스 칼손
역자 - 윤미연
출판사 - 푸른숲
정가 - 13000원
페이지 - 255p
누구나 자신만의 방에 틀어 박혀 있고 싶다.
관공서내 의문의 방을 두고 벌어지는 일을 그린 독특한 작품이 출간되었다. 스웨덴의 대표 배우인 작가의 첫 데뷔작
으로 출간후 세계 12개국에 번역 출간된 작품이라고 한다. 짧고 간결한 단락과 이백페이지 중반의 분량으로 꽤 빠른
호흡으로 읽을 수 있었다. 사실 서점에 제공된 플롯만 봤을땐 그 미스터리한 방의 정체를 두고 SF 판타지 인지 아니면
사이코심리드라마 인지 굉장히 궁금했는데 작품을 읽고 나니 방의 정체에 대해 방점을 두는 작품은 아닌듯 싶고....
뚜렷하게 방의 비밀이 밝혀 지지도 않는다. -_- 독자의 해석에 따라 여러 의미가 갈리는 작품인것 같아 저마다 작품
에 대한 해석이 어떨지 궁금해지게 만드는 작품인것 같다.
스톡홀름의 중앙 관공서로 이직한 비에른은 전과는 달리 이곳에서 자신의 능력을 인정 받고 날개를 펼치리라 마음
먹는다. 하지만 기존 동료들의 차가운 시선과 냉소에 위축되고 상사의 경멸어린 시선 역시 비에른에게 강한 스트레
스로 작용된다. 그러던 어느날 우연히 화장실과 엘리베이터 사이에 문을 발견하고 문안의 공간에 발을 들인다.
전등 아래 책상하나, 의자하나, 데스크탑, 철제 캐비넷이 있는 작은 사무공간에 들어간 비에른은 그곳에서 자신을
괴롭히던 모든 스트레스가 날아가면서 마음의 안정과 평화를 찾게된다. 당연히 업무시간에도 그 작은 방을 찾는
횟수는 늘어나고, 어느새 사무실 동료들이 자신을 바라보며 수근대고,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음을 느끼게
되는데.....
이 방이 실존하는지 아니면 비에른의 망상에서 비롯된 공간인지 생각하기에 따라 작품에 대한 시선은 달라지는것
같다. 비에른은 방에 들어가 쉰다고 생각하지만 직장내 동료들이 보기에는 그저 맨벽에 가만히 서있는 비에른이
보인다. 그 상태에서는 비에른을 아무리 불러도 전혀 반응이 없다. 그저 넋이 나간채 벽만 바라보는 멍청이가
서있는 것이다. 그것도 몇십분 동안 가만히 말이다...-_-;;; 당연히 동료들은 비에른이 마약을 하는건 아닌지,
정신병력이 있는건 아닌지 걱정하고, 급기야는 직장 상사에게 비에른을 고발하고 조치해 줄것을 요청하게 된다.
우선 내가 느낀 방은 실존하는 공간이 아닌 비에른의 망상이 빚어낸 공간이라고 생각했다.(반면 판타지로 볼만한 여지도 충분하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괴짜의 기준을 가르기는 쉽지 않지만 누구나 자신만의 버릇이나 기벽이 있지
않은가?...누군가는 물구나무 서기일수도 있고, 누군가는 화장실 좌변기일수도 있고, 누군가는 맨벽 앞을 방이라 생각
하고 그곳에서 마음의 안정을 얻을 수도 있는것 아닐까?...비에른은 이 비밀의 방에서 시간을 보내며 그저 복사기 종이를 채우는 능력없는 잉여 인력에서 전에 없는 창의적 업무 능력을 발휘하여 부서 내 가장 영향력 있는 주요 직원으로 거듭나게 된다. 머..비밀의 방에서 보내는 동안 마음의 안정과 더불어 업무적 브레인 스토밍으로 업무 능력이 극대화된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얕잡아 보고 비웃던 쩌리 직장동료가 갑자기 엘리트로 거듭나게 되니 가뜩이나 않좋았던 동료간의 불화는 시기심을 더하면서 극악으로 치닫고...갈등은 것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된다. 아무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고 그저 잠시 방에서 쉬었다 나오기를 바라는 비에른의 바램과는 달리 모든 동료들은 절대 맨벽을 보는 행위를 용납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엘리트로 거듭나 부서의 존폐 위기를 극복하고 중심 인물이 되었지만 비밀의 방의 출입을 막게 되면
부서는 다시 폐쇄의 위기에 처하게 되는 진퇴양난의 상황, 상식과 비상식의 대립....-_-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는
상황들의 연속이 이어진다.
분량은 짧지만 꽤 많은 생각할거리를 주는 작품인것 같다. 매일 반복되는 단순 업무에 찌들었지만 그 누구도 생산적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부서 존폐의 걱정만 늘어놓고, 급작스럽게 등장한 비에른의 기행을 감시하고 깍아내리기
바쁜 동료들...그렇게 집단 왕따가 공공연히 자행되고, 비에른은 자신이 특출나다는 오만함과 위선적 태도로 직장내
갈등을 부추긴다. 멀쩡하던 인간이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해 어떻게 광기와 집착에 빠지게 되는지...비생산적 관료주의에 젖은 사람들이 어떻게 상식을 벗어난 모난 돌을 정으로 때려 버리는지...심각한 직장내 왕따 문제를 판타지적 장치를 통해 그려내는 강렬한 싸이코 드라마가 인간 내면의 숨겨진 민낯을 낱낱이 드러내며 예측할 수 없이 숨가쁘게 펼쳐진다. 개인적으로는 비밀의 방의 정체가 SF로 갔으면 하는 바램이었는데, 아쉽지만 어찌됐던 꽤 흥미로운 설정의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