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피해자
천지무한 지음, 최정숙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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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번째피해자 (2018년 초판)

저자 - 천지무한

역자 - 최정숙

출판사 - 한스미디어

정가 - 14800원

페이지 - 430p



매스미디어의 명과 암



무협 소설의 주인공일것만 같은 이름도 독특한 '천지무한'작가의 스릴러가 국내 초역되었다. 대만의 떠오르는 신진

작가로서 국내 처음 선보이는 작품이라 어떤 스타일의 글을 쓰는지 전혀 모른채 작품을 접했는데, 그의 작품에서

'찬호께이'와 '나카야마 시치리'가 보이는듯한 느낌을 받았다. 현실 IT기술을 자연스럽게 작품에 접목시킨 '찬호

께이'의 [망내인]처럼 이 작품에도 지형지물을 이용한 QR코드나 IP추적 조회, 프라이빗 웹사이트등 첨단 IT기술을 

스토리 전개에 중요한 변수로 적용하였고, '나카야마 시치리'의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처럼 광기가 엿보이는 

엽기 살인을 넘어선 아티스틱한 시체공공예술을 선보인다. 물론 기존 작가들의 익숙한 느낌만 받은것은 아니다.

대만 작품 특유의 중화권과 일본이 적절히 섞인듯한 분위기와 범인을 찾는것이 아닌 피해자를 찾는 다는 독특한

설정은 기존의 작품들과 확실한 차별점을 보이면서 신선한 설정에 따른 높은 몰입감을 선사한다.



보도 정보 케이블 방송국 탕런글로벌의 간판 아나운서 쉬하이인은 라이벌 아나운서 좡징과 진급을 두고 첨외한

대립각을 세운다. 그러던중 몇달전 3명의 여성을 납치 살해한 혐의로 감옥에 갖혀 있던 설치예술가 팡멍위가

자살시도를 하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중 네번째 피해자의 존재를 암시하는 말을 남긴채 죽음을 맞는다. 전국에

방송을 통해 전파된 네번째 피해자의 존재는 여론의 높은 관심을 촉발시키고 이 사건을 이용해 회사의 높은 위치

를 선점하려는 쉬하이인은 범인 팡멍위가 마지막 범행으로 납치를 벌이다 검거됐던 피해자 저우위제를 찾아간다.

저우위제를 통해 팡멍위와 발견되지 않은 3구의 여성 시체에 대한 단서를 찾던 쉬하이인은 라이벌이나 타 방송국

으로부터 저우위제를 독점하기 위해 그녀를 자신의 집으로 들이는데.....



매력적이고 능력있는 미모의 아나운서...직장에서는 그녀의 능력을 인정받지만 집에서는 지적능력이 떨어지는 

미숙아를 둔 엄마이자 시어머니를 모시는 며느리이자 이해심 넓은 남편의 아내이다...그동안은 직장과 집 양쪽

에서 어느정도 균형을 맞추며 노력하는 커리어 우먼이었지만. 그녀가 피말리는 진급경쟁에 눈이 먼 뒤부터는 

냉철하던 사고가 마비되어 어렵게 맞춰지던 균형은 크게 기울고....직장과 가족 모두에 깊고 깊은 어둠이 드리워

지게 된다...작품을 읽는 나로선 뻔히 보이는 의심을 눈가리고 귀막고 돌진하는 덕에 비극적 결말을 맞게 되는그녀가 피말리는 진급경쟁에 눈이 먼 뒤부터는 쉬하이인의 모습은 안타까웠다...이런 말하면 연식있어 보이겠지만 두 여 아나운서의 피튀기는 경쟁과 폭로전과 방해전은 '채림'과 '김소연'이 라이벌 아나운서로 출연했던 드라마 [이브의 모든 것]이 떠오르면서 엽기적 미스터리와 더불어 또다른 재미를 주었다...



앞서 말했지만 기존의 엽기적 살인방식으로 참혹하게 훼손된 시체를 통해 범인을 찾아가는 기존의 미스터리물과는

달리 범인은 이미 사망한 상태에서 죽은 범인이 보낸 이메일 한통, 따로 포르말린에 보관해 놓은 시체의 일부분에서

조금씩 힌트를 주며 마치 스무고개 수수께끼를 푸는듯한 방식으로 피해자를 찾아가는 과정은 꽤 흥미로운 방식으로

다가왔다. (물론 공범의 여부와 읽다보면 누구나 누군가 꽤나 의심된다는걸 알게 되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숨겨진 비밀이 무엇인지 궁금하기 때문에 끝까지 긴장하게 된다.) 이런 방식과 더불어 범인이 설치 예술가라는 

직업과 어울리게 시체가 발견되는 모습 또한 시체 공공예술로서 굉장히 참신한 엽기성과 천재성을 보여준다.  

마지막 네번째 피해자의 후두부를 강타하는 반전에 놀라고, 마지막 트릭들의 의혹이 해소되면서 자연스레 엄지를 

추켜세우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어쨌던...진실의 전달보다는 시청률에 눈먼 매스컴과 방송국놈들 덕에 사건의 본질은 흐려지고 결과적으로 범인의

의도대로 놀아나게 되는 언론의 폐해를 꼬집는 작품이었다. 앞서 읽었던 [미드나잇 저널]이나 [세이렌의 참회]

그래도 언론의 본질을 되찾자는 내용이지만 이 작품은 그야말로 범죄자의 꼭두각시로 조종당하며 결국 네번째

피해자는 다른 누구도 아닌 타락한 언론의 보도를 접하는 일반 시민들이라는 사실을 말하는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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빽넘버 - 제2회 대한민국 전자출판대상 대상 수상작
임선경 지음 / 들녘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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빽넘버 (2016년)_Ebook
저자 - 임선경
출판사 - 들녘
정가 - 12000원
페이지 - 이북


등짝을 확인해 볼 게 있어....
너의 등짝을 보자...

 

오는데는 순서가 있어도 가는데는 순서가 없다. 우리는 하루하루 죽음을 향해 시간을 소비하고
있다. 죽음은 어디에서 어떻게 오는지 아무도 알 수 없고 그래서 누구나 죽음에 대한 막연한 공포심
을 내재한체 살아간다. 하지만...타인의 그날을 볼 수 있는 자가 있다면...그 능력은 축복인가?
저주인가?....


리디북스에서 또 60일 무료 대여 행사를 하길래 냅다 다운받아 본 작품이다. 분량도 적고 소재도
흥미있어 봤는데 흥미로운 소재에 비해 기대에는 약간 못미치는 작품인듯...타인의 운명 시간을
볼 수 있는 능력을 갖게된 비운의 청년이 겪게 되는 에피소드 인데 등짝에 녹색으로 반짝이는
라이프 타임이 하루를 기준으로 숫자로 표시되고, 죽을날이 하루 밖에 안남게 되면 붉은색 '1'이
희미하게 점멸하게 된다. 물론 그런 사람은 얼마 안있어 병사 하거나, 사고사 하던가..둘중의 하나.
당연하게 주인공 이원영은 자신과 관련된 사람들의 죽을날을 인지하게되고, 그들을 구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고뇌하게 된다.


아리따운 여친을 두고 대기업의 간부로 근무하는 아버지를 둔 평범한 대학생 이원영은 친척의 장례
식장을 갔다 돌아오는 어머니의 차 안에서 불의의 사로를 당하게 된다. 그리하여 한순간에 부모님은
돌아가시고, 자신은 한동안 의식불명 상태에서 가까스로 깨어나지만 다리뼈가 전부 부서지는 복합골
절로 수년간 병원신세를 지게된다. 그런데 의식을 차리고 나서부터 원영의 눈에는 이상한것이 보이
는데...사람들의 등에 많게는 다섯자리, 적게는 한자리의 숫자가 보이는 것이다. 옷을 입었을 때는
흐리게, 옷을 벗었을때는 진하게 보이는 숫자....그리고 그 숫자가 그 사람의 남은 삶의 잔여 일수
라는걸 알게 되는데.......


이런류의 오컬트(라고 해야하나?) 작품은 기존에도 여러 형태로 다뤄지던 소재이기에 신박한 맛은
없지만 그래도 누구나 궁금해 하는 죽음의 시간이라는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소재이기에 몇가지
설정만 잘 짜놓으면 재미나게 볼 수 있는 소재라고 생각한다. 기억은 잘 안나지만 비슷한 류로 곧
죽을 사람의 이마에 뭔가 표식이 보이는 소재의 작품도 있었던것 같고, [데스티네이션]도 이번
작품과 비슷한 궤를 같이하는 작품같은데, [데스티네이션]의 광팬이기 때문에 이번 작품도 거역할
수 없는 죽음이라는 속박을 끈을 의도적으로 끊어 냈을때 벌어지게 되는 파멸의 불똥이 얼마나 큰
규모로 어떻게 튈지 내심 기대 했는데, 이 작품은 그런 생과 사 사이에서 벌어지는 블록버스터 작품
이라기 보다는 평범한 삶을 살던 이원영의 신체적 변화에 따른 감정의 변화?, 죽음에 대한 주인공의
입을 빌려 말하는 작가의 단상?에 중점을 둔 작품이었다.


앞서 말했지만 생과 사라는 무거운 주제를 주인공의 인식과 감정선에 따라 이야기 하고 있기 때문에
전개가 상당히 느리다. 꼭 생과 사가 아니더라도 여러 상황에서 주인공의 느낌을 전부 주저리 주저리
이야기하기 때문에 잡설이 너무 많았다...-_-;; 이런 감상들이 주인공의 성격이나 심리에 대해 자세히
이해하는 바탕이 될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 해도 너무 과한 느낌이었다. 교통사고 이후 재활과 빽넘버
능력에 대한 인지까지 이미 분량의 절반 이상을 할애하다 보니 정작 능력을 통해 벌어지는 에피소드는
다소 빈약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뭔가 절정을 향해 달려가다 중도포기해 버리는 결말도 그렇고...소재를
통한 기대감에 비해 약간은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었다.      

덧 - 리디북스 관계자는 아니지만 아직 무료 대여중이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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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엄마와 인도 여행이라니! - 세 여자의 ‘코믹액숀’ 인도 방랑기
윤선영 지음 / 북로그컴퍼니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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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엄마와인도여행이라니! (2017년 초판)
저자 - 윤선영
출판사 - 북로그컴퍼니
정가 - 14000원
페이지 - 248p


세상에 엄마와 여행이라니!


얼마전 둘째를 낳고 돌이 지났을즈음 부모님과 우리 가족과 함께 사이판으로 3박5일 해외여행길래 올랐었다.
나와 아내, 첫째와는 몇번 해외 여행을 다녀왔지만 부모님과 함께 해외여행은 처음으로 계획하고 가는 여행
이기에 내심 기대도 되고, 반패키지에 비행기로 4시간여 거리에 꽤 유명한 휴향지이니 빼어난 경치와 휴식을 
가족들과 함께 즐기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더불어 딸래미의 재롱이 더해지면 끈끈한 가족애가 형성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도 갖고 있었더랬다. ㅋㅋㅋ 그런데 이런 나의 바램은 첫날부터 여지 없이 참혹히 
무너졌다.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애기라는 변수가 있었던 것이다. 아이들은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콧물이 
줄줄 흐르더니 기침을 시작하고, 부모님은 사이판 첫끼니부터 한식을 고집하신다. 달러 환율에 한식은 정말
더럽게 비싸더라...고기 몇점 없는 불고기를 20만원이나 주고 먹으니 본전 생각이 간절하고 그렇게 처음부터
어긋나 버린 여행은 끝날때까지 쭈욱 지속되더라는것....애들도 아픈데 부모님까지 신경써야 하니 이건 손이
열개라도 모자란 피로와 긴장감의 연속이더라...ㅠ_ㅠ...사이판에 가면 무조건 가야하는 마나가하 섬도 부모님
만 보내고 우리가족은 아픈 아이들 때문에 가지도 못했다. 허허...어쨌건...부모님과의 첫 해외여행은 그야말로
대실패...-_-;;;;


그..런..데.... 세상에!! 엄마와 인도 여행이라뉘??!!!


유렵, 북미, 호주...삐까뻔쩍 휘황찬란하고 음식 맛나고 볼거리 많은 여행의 천국을 놔두고 굳이 인도라니?!!
길바닥에 소똥이 널려있고, 사람과 차, 동물들이 모두 도로에 쏟아져 나와있는 아비규환의 무법지대이고, 
내장이 쏟아져 나올듯한 설사를 동반한 물갈이를 무조건 한번은 하게 되는 비위생적인 나라(그렇게 들었다.)
를 연로한 엄마와 함께 무거운 배낭을 들쳐메고 가다니...제목만 봤을땐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이라
어떤 연유가 있는지 몹시 궁금했는데, 여행지를 작가의 어머님이 직접 결정 하셨을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_-;;
어머님이 가신다 해도 뜯어 말렸어야 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도 잠시...낯선 이국땅에 자연스레 녹아들어 
마치 현지인처럼 자연과 타인들속에 섞여들어 매순간을 즐기는 어머님과 이모님의 모습에 역시 대한민국 
아줌마의 생활력과 적응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걸 느낄 수 있었다.


아름다운 갠지스 강의 일출과 석양, 생이 나고 지는 그곳..쏟아져 내릴듯 밤하늘을 수놓은 별들 속에서 그동안 
알고 있던 나의 어머니가 아니라 한 명의 여자로서의 낯선 모습들은 몇십년을 아내로서 엄마로서 힘겹게 살아온 
엄마의 모습이 아니기에...내가 몰랐던 엄마의 낯설고 새로운 면을 보게된것 만으로도 엄마와의 여행은 대성공이라고 봐도 될것 같았다. 나는 내 어머님의 가족의 굴레를 벗은 여성으로서 본연의 모습을 단 한번이라도 본적이 있던가?...나를 짓누르는 짐을 잠시나마 벗고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신비로운 그곳...주어진 시간을 즐기며 
살아가는 여유로운 인도인들의 삶은 굳이 돈에 얽메이지 않더라도 자신의 처지에 만족하며 살줄 아는 매력적인 
모습이었다. 이런 곳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면 어느 누구라도 자연의 모습으로 돌아가지 않겠는가?...그게 열악한
환경임에도 이 나라를 계속 찾게 만드는 매력인 것인가?...
 

물론 연로한 두분을 모시고 오른 여행길은 그리 순탄하지만은 않다. 12시간의 구불텅길을 버스로 여행하며 
끊임없는 구토에 시달리고, 망고 알러지에 얼굴이 탱탱 붓는등 예상치 못한 고난들이 즐비하다. 하지만 고생하는 
만큼 기억에 남고 돌이켜보면 잊지 못할 추억이 되는것이기에 여기에 실린 그 고생담 마저 부모님과 함께 평생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기에 시샘날정도로 부럽게 느껴진다. 이렇듯 그동안 몰랐던 인도에 관해 직접 체험한 곳들을 
속속들이 소개하는 여행 소개서인 동시에 대한민국 슈퍼우먼과 철없는 딸래미가 마음을 터 놓고 진짜 친구이자 가족이 
되가는 여정을 그린 가슴 뭉클한 가족드라마 이기도 한것이다. 파란만장한 에피소드들을 보며 나도 모르게 미소
짓고 내 엄마를 생각하며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감동을 선사하는 코믹액숀 인도 방랑기 였다...책속에 실린 
다양한 사진들 속 어머님의 자연스럽고 평화로운 미소는 오래도록 기억속에 남게 될것 같다....


ㅋㅋ 늦기전에 나도 절치부심해서 다시 한번 계획해 볼까?!!!!
  
   
 
덧 - 여사와 귀여운 불평장이 이모님의 두번째 세번째 여행기가 계속 되었으면 좋겠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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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간만 그 방에
요나스 칼손 지음, 윤미연 옮김 / 푸른숲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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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한시간만그방에 (2018년 초판)

저자 - 요나스 칼손

역자 - 윤미연

출판사 - 푸른숲

정가 - 13000원

페이지 - 255p 




누구나 자신만의 방에 틀어 박혀 있고 싶다.



관공서내 의문의 방을 두고 벌어지는 일을 그린 독특한 작품이 출간되었다. 스웨덴의 대표 배우인 작가의 첫 데뷔작

으로 출간후 세계 12개국에 번역 출간된 작품이라고 한다. 짧고 간결한 단락과 이백페이지 중반의 분량으로 꽤 빠른

호흡으로 읽을 수 있었다. 사실 서점에 제공된 플롯만 봤을땐 그 미스터리한 방의 정체를 두고 SF 판타지 인지 아니면

사이코심리드라마 인지 굉장히 궁금했는데 작품을 읽고 나니 방의 정체에 대해 방점을 두는 작품은 아닌듯 싶고....

뚜렷하게 방의 비밀이 밝혀 지지도 않는다. -_- 독자의 해석에 따라 여러 의미가 갈리는 작품인것 같아 저마다 작품

에 대한 해석이 어떨지 궁금해지게 만드는 작품인것 같다.



스톡홀름의 중앙 관공서로 이직한 비에른은 전과는 달리 이곳에서 자신의 능력을 인정 받고 날개를 펼치리라 마음

먹는다. 하지만 기존 동료들의 차가운 시선과 냉소에 위축되고 상사의 경멸어린 시선 역시 비에른에게 강한 스트레

스로 작용된다. 그러던 어느날 우연히 화장실과 엘리베이터 사이에 문을 발견하고 문안의 공간에 발을 들인다. 

전등 아래 책상하나, 의자하나, 데스크탑, 철제 캐비넷이 있는 작은 사무공간에 들어간 비에른은 그곳에서 자신을

괴롭히던 모든 스트레스가 날아가면서 마음의 안정과 평화를 찾게된다. 당연히 업무시간에도 그 작은 방을 찾는 

횟수는 늘어나고, 어느새 사무실 동료들이 자신을 바라보며 수근대고,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음을 느끼게 

되는데.....



이 방이 실존하는지 아니면 비에른의 망상에서 비롯된 공간인지 생각하기에 따라 작품에 대한 시선은 달라지는것

같다. 비에른은 방에 들어가 쉰다고 생각하지만 직장내 동료들이 보기에는 그저 맨벽에 가만히 서있는 비에른이

보인다. 그 상태에서는 비에른을 아무리 불러도 전혀 반응이 없다. 그저 넋이 나간채 벽만 바라보는 멍청이가 

서있는 것이다. 그것도 몇십분 동안 가만히 말이다...-_-;;; 당연히 동료들은 비에른이 마약을 하는건 아닌지,

정신병력이 있는건 아닌지 걱정하고, 급기야는 직장 상사에게 비에른을 고발하고 조치해 줄것을 요청하게 된다.



우선 내가 느낀 방은 실존하는 공간이 아닌 비에른의 망상이 빚어낸 공간이라고 생각했다.(반면 판타지로 볼만한 여지도 충분하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괴짜의 기준을 가르기는 쉽지 않지만 누구나 자신만의 버릇이나 기벽이 있지 

않은가?...누군가는 물구나무 서기일수도 있고, 누군가는 화장실 좌변기일수도 있고, 누군가는 맨벽 앞을 방이라 생각

하고 그곳에서 마음의 안정을 얻을 수도 있는것 아닐까?...비에른은 이 비밀의 방에서 시간을 보내며 그저 복사기 종이를 채우는 능력없는 잉여 인력에서 전에 없는 창의적 업무 능력을 발휘하여 부서 내 가장 영향력 있는 주요 직원으로 거듭나게 된다. 머..비밀의 방에서 보내는 동안 마음의 안정과 더불어 업무적 브레인 스토밍으로 업무 능력이 극대화된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얕잡아 보고 비웃던 쩌리 직장동료가 갑자기 엘리트로 거듭나게 되니 가뜩이나 않좋았던 동료간의 불화는 시기심을 더하면서 극악으로 치닫고...갈등은 것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된다. 아무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고 그저 잠시 방에서 쉬었다 나오기를 바라는 비에른의 바램과는 달리 모든 동료들은 절대 맨벽을 보는 행위를 용납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엘리트로 거듭나 부서의 존폐 위기를 극복하고 중심 인물이 되었지만 비밀의 방의 출입을 막게 되면 

부서는 다시 폐쇄의 위기에 처하게 되는 진퇴양난의 상황, 상식과 비상식의 대립....-_-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는 

상황들의 연속이 이어진다. 



분량은 짧지만 꽤 많은 생각할거리를 주는 작품인것 같다. 매일 반복되는 단순 업무에 찌들었지만 그 누구도 생산적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부서 존폐의 걱정만 늘어놓고, 급작스럽게 등장한 비에른의 기행을 감시하고 깍아내리기

바쁜 동료들...그렇게 집단 왕따가 공공연히 자행되고, 비에른은 자신이 특출나다는 오만함과 위선적 태도로 직장내 

갈등을 부추긴다. 멀쩡하던 인간이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해 어떻게 광기와 집착에 빠지게 되는지...비생산적 관료주의에 젖은 사람들이 어떻게 상식을 벗어난 모난 돌을 정으로 때려 버리는지...심각한 직장내 왕따 문제를 판타지적 장치를 통해 그려내는 강렬한 싸이코 드라마가 인간 내면의 숨겨진 민낯을 낱낱이 드러내며 예측할 수 없이 숨가쁘게 펼쳐진다. 개인적으로는 비밀의 방의 정체가 SF로 갔으면 하는 바램이었는데, 아쉽지만 어찌됐던 꽤 흥미로운 설정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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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 후드의 모험 -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17
하워드 파일 지음, 서미석 옮김 / 현대지성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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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후드의모험 (2018년 초판)_현대 지성 클래식-17
저자 - 하워드 파일
역자 - 서미석
출판사 - 현대지성
정가 - 13800원
페이지 - 460p

 

로빈 후드의 유쾌하고 멋들어진 모험 가득한 이야기

 

그동안 만화나 영화등으로 의적 로빈 후드의 이야기가 수없이 다뤄졌지만 어째서인지 제대로 본적은 한번도 없던것
같다. 그나마도 헐리우드에서 자본을 쏟아 부어 만든 실사영화도 흥행에선 참패를 면치 못해 내 관심밖으로 사라져
버렸는데, 그래도 아무리 모르는 사람이라도 로빈 후드 하면 그만의 시그니쳐로 딱 떠오르는 것이 있으니 영국 최고의
백발백중 명궁수이자 링컨 녹색옷과 깃털로 장식된 모자일 것이다. 탐관오리 권력자들의 재산을 훔쳐 가난한 민중들
에게 나눠주는 셔우드 숲의 주인인 의적 로빈 후드의 이야기는 영미권 아이들의 꿈과 희망을 안겨주는 영웅 캐릭터로
오래도록 사랑받아왔는데, 구전으로만 전해오던 노래와 짧막한 단편적 이야기들을 남다른 열정으로 수집하고 완전한
이야기로서 개작하여 재구성한 소설 [로빈 후드의 모험]이 출간되었다. 작가 '하워드 파일'은 미국 삽화계의 아버지
라고 불리울 정도로 유려하고 정밀한 삽화로 유명한 삽화가인데 이 작품은 소설가로서 그의 첫 작품이라고 한다.
로빈 후드에 매료된 작가가 들려주는 로빈 후드의 모험과 박진감 넘치는 장면을 작가의 손으로 직접 그린 삽화가 각
장마다 실려있으니 작품으로서의 가치를 더해주는듯 하다.

 

노팅엄주, 활솜씨에는 자신있는 젊은 혈기 왕성한 로빈은 노팅엄 주 장관이 개최하는 화살 쏘기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발걸음을 서두른다. 그러던중 술에 취한 산림 감독관들이 어린 로빈을 얕잡아 보고 시비를 건다. 이에 분노한
로빈은 산림 감독관과 활쏘기 내기를 벌이고, 압도적 실력으로 산림 감독관의 코를 납작하게 눌러준다. 다시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등을 돌린 로빈을 향해 화가난 산림 감독관은 활을 쏘고...화살촉은 간발의 차로 로빈의 얼굴 옆을
지나 날아감과 동시에 로빈 역시 몸을 돌려 화살을 날리고...로빈의 시위를 떠난 화살촉은 감독관의 심장에 박힌다.
한순간의 화를 참지 못하고 살인을 저지른 로빈은 졸지에 살인을 저지른 범죄자로 전락하고, 살인을 저질렀다는 죄책
감을 안고 셔우드 숲에 숨어들어 생활하게 된다. 셔우드 숲에 최고의 활 솜씨를 가진자가 은거한다는 소문이 돌고
노팅엄의 피 끓는 젊은이들은 로빈과 함께 하기 위해 셔우드 숲으로 몰려드는데......

 

앞서도 말했지만 로빈 후드라고는 이름만 들어봤던지라...사실 '로빈 후드'가 자기 자식의 머리에 사과를 과녁으로
놓고 활을 쐈던 '윌리엄 텔'인줄 착각했던 적도 있었다. -_-;;; 그정도로 무지한 내게 이 소설로 인간 로빈 후드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던 작품이 된것 같다. 그저 부자 귀족들을 상대로 닥치는대로 약탈하여 숲에서 일당들과
함께 맨날 놀고 먹고 마시고 즐기는 한량 악당들인줄 알았는데, 우연한 사고로 살인을 저지르고 그로인해 죄책감에
시달리는 인간적 면모와 이후 어떠한 상황에서도 남의 목숨을 뺏지 않겠다는 결심...그 결심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꽤 멋져 보였다.(결국 그 결심이 깨지긴 하지만...) 셔우드 숲을 지나는 부자의 돈을 약탈하지만 전부가 아닌
가진돈의 절반만 빼앗고, 그 대가로 술과 맛좋은 음식으로 식사를 대접하고 노래와 기예로 여흥을 배푸는등의 모습은
일반적으로 가진자의 재산을 땡전한푼 안남기고 탈탈 털어 빈자에게 나눠주는 의적의 이미지와는 또 다른, 풍류를
겸비한 합리적이고 젠틀한 악당의 모습으로 비춰져 새로웠다.

 

셔우드 숲에 로빈의 파티원으로 봉술과 활쏘기등의 달인들을 동료로 맞게 되는 남자들의 끈끈한 우정 넘치는 이야기
들과 부정부패로 부를 축적한 권력자들을 상대로 통쾌하게 골탕먹이는 이야기들, 로빈과 그의 오른팔 리틀 존이 거지와
옷을 바꿔입고 비루한 차림으로 길을 떠나며 겪는 모험이야기, 각종 활쏘기 대회에서 변장을 하고 참가해 신궁의 실력
을 선보이는 이야기들 등등 로빈 후드의 유쾌하고 마초냄새 풀풀 나는 흥미진진한 에피소드들로 가득차 있다. 머...
여러 이야기들이 있지만 로빈 후드니까..역시 활쏘기 대회에서 두각을 보이는 에피소드들이 가장 재미있던것 같다.
영어덜트들을 타겟으로 하는 이야기였던 만큼 이야기 자체는 크게 자극적이지 않고 그들의 정의로움과 호탕함, 권선징
악을 드러내는 이야기들로 채워진다. 다만 타겟도 타겟이거니와 1883년에 나온 작품인 만큼 지금 읽기엔 다소 심심한
느낌이 들지도 모르겠다.

 

영국에서는 로빈 후드가 실존인물인지 가공의 인물인지 아직 이렇다할 명백한 증거는 없다고 한다. 허나 아서왕이
실존했던 인물이었던 만큼 로빈 후드도 셔우드 숲에서 은거하여 활동했던 실존인물이 아닐까 예상한다고 하는데,
우리나라 [홍길동전]이나 [임꺽정]을 보듯이 중세시대의 영국판 산적을 보는것도 나름 신선하고 괜찮았던것 같다.
2010년에 '러샐 크로우'를 주연으로한 영화 [로빈 후드]는 못봤었는데, 2018년 '태런 에저튼'을 주연으로 개봉예정인
[로빈 후드 : 오리진]은 원작을 얼마나 잘 살려냈는지 필견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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