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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피해자
천지무한 지음, 최정숙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8년 2월
평점 :
절판
네번째피해자 (2018년 초판)
저자 - 천지무한
역자 - 최정숙
출판사 - 한스미디어
정가 - 14800원
페이지 - 430p
매스미디어의 명과 암
무협 소설의 주인공일것만 같은 이름도 독특한 '천지무한'작가의 스릴러가 국내 초역되었다. 대만의 떠오르는 신진
작가로서 국내 처음 선보이는 작품이라 어떤 스타일의 글을 쓰는지 전혀 모른채 작품을 접했는데, 그의 작품에서
'찬호께이'와 '나카야마 시치리'가 보이는듯한 느낌을 받았다. 현실 IT기술을 자연스럽게 작품에 접목시킨 '찬호
께이'의 [망내인]처럼 이 작품에도 지형지물을 이용한 QR코드나 IP추적 조회, 프라이빗 웹사이트등 첨단 IT기술을
스토리 전개에 중요한 변수로 적용하였고, '나카야마 시치리'의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처럼 광기가 엿보이는
엽기 살인을 넘어선 아티스틱한 시체공공예술을 선보인다. 물론 기존 작가들의 익숙한 느낌만 받은것은 아니다.
대만 작품 특유의 중화권과 일본이 적절히 섞인듯한 분위기와 범인을 찾는것이 아닌 피해자를 찾는 다는 독특한
설정은 기존의 작품들과 확실한 차별점을 보이면서 신선한 설정에 따른 높은 몰입감을 선사한다.
보도 정보 케이블 방송국 탕런글로벌의 간판 아나운서 쉬하이인은 라이벌 아나운서 좡징과 진급을 두고 첨외한
대립각을 세운다. 그러던중 몇달전 3명의 여성을 납치 살해한 혐의로 감옥에 갖혀 있던 설치예술가 팡멍위가
자살시도를 하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중 네번째 피해자의 존재를 암시하는 말을 남긴채 죽음을 맞는다. 전국에
방송을 통해 전파된 네번째 피해자의 존재는 여론의 높은 관심을 촉발시키고 이 사건을 이용해 회사의 높은 위치
를 선점하려는 쉬하이인은 범인 팡멍위가 마지막 범행으로 납치를 벌이다 검거됐던 피해자 저우위제를 찾아간다.
저우위제를 통해 팡멍위와 발견되지 않은 3구의 여성 시체에 대한 단서를 찾던 쉬하이인은 라이벌이나 타 방송국
으로부터 저우위제를 독점하기 위해 그녀를 자신의 집으로 들이는데.....
매력적이고 능력있는 미모의 아나운서...직장에서는 그녀의 능력을 인정받지만 집에서는 지적능력이 떨어지는
미숙아를 둔 엄마이자 시어머니를 모시는 며느리이자 이해심 넓은 남편의 아내이다...그동안은 직장과 집 양쪽
에서 어느정도 균형을 맞추며 노력하는 커리어 우먼이었지만. 그녀가 피말리는 진급경쟁에 눈이 먼 뒤부터는
냉철하던 사고가 마비되어 어렵게 맞춰지던 균형은 크게 기울고....직장과 가족 모두에 깊고 깊은 어둠이 드리워
지게 된다...작품을 읽는 나로선 뻔히 보이는 의심을 눈가리고 귀막고 돌진하는 덕에 비극적 결말을 맞게 되는그녀가 피말리는 진급경쟁에 눈이 먼 뒤부터는 쉬하이인의 모습은 안타까웠다...이런 말하면 연식있어 보이겠지만 두 여 아나운서의 피튀기는 경쟁과 폭로전과 방해전은 '채림'과 '김소연'이 라이벌 아나운서로 출연했던 드라마 [이브의 모든 것]이 떠오르면서 엽기적 미스터리와 더불어 또다른 재미를 주었다...
앞서 말했지만 기존의 엽기적 살인방식으로 참혹하게 훼손된 시체를 통해 범인을 찾아가는 기존의 미스터리물과는
달리 범인은 이미 사망한 상태에서 죽은 범인이 보낸 이메일 한통, 따로 포르말린에 보관해 놓은 시체의 일부분에서
조금씩 힌트를 주며 마치 스무고개 수수께끼를 푸는듯한 방식으로 피해자를 찾아가는 과정은 꽤 흥미로운 방식으로
다가왔다. (물론 공범의 여부와 읽다보면 누구나 누군가 꽤나 의심된다는걸 알게 되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숨겨진 비밀이 무엇인지 궁금하기 때문에 끝까지 긴장하게 된다.) 이런 방식과 더불어 범인이 설치 예술가라는
직업과 어울리게 시체가 발견되는 모습 또한 시체 공공예술로서 굉장히 참신한 엽기성과 천재성을 보여준다.
마지막 네번째 피해자의 후두부를 강타하는 반전에 놀라고, 마지막 트릭들의 의혹이 해소되면서 자연스레 엄지를
추켜세우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어쨌던...진실의 전달보다는 시청률에 눈먼 매스컴과 방송국놈들 덕에 사건의 본질은 흐려지고 결과적으로 범인의
의도대로 놀아나게 되는 언론의 폐해를 꼬집는 작품이었다. 앞서 읽었던 [미드나잇 저널]이나 [세이렌의 참회]는
그래도 언론의 본질을 되찾자는 내용이지만 이 작품은 그야말로 범죄자의 꼭두각시로 조종당하며 결국 네번째
피해자는 다른 누구도 아닌 타락한 언론의 보도를 접하는 일반 시민들이라는 사실을 말하는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