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틀러의 음식을 먹는 여자들
로셀라 포스토리노 지음, 김지우 옮김 / 문예출판사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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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의 음식을 먹는 여자들 (2019년 초판)

저자 - 로셀라 포스토리노

역자 - 김지우

출판사 - 문예출판사 

정가 - 비매품(가제본)

페이지 - 410p



그날 저녁 히틀러의 오줌과 내 오줌에서는 같은 냄새가 났다. _35p



역사적으로 일국의 왕들은 끊임없이 독살의 위협에 시달려 왔다. 실제로 27명의 조선왕들중 9명이 독살로 살해된 것을 생각하면 여러 암살 방법중 독살은 가장 쉽고 효과적인 방법이라 생각할 수도 있을것 같다. 그렇다보니 당연하게 왕이 음식을 먹기전 먼저 음식을 먹는 시식사가 생겨난다. 중국은 '여관', 조선은 '기미상궁'이 자신의 목숨을 걸고 왕의 음식을 시식했다. 그런데 꼭 왕만 시식사를 뒀을까? 물론 대답은 'NO!'이다. 공식 집계로만 5,646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20세기 최악의 악마로 손꼽히는 미치광이 독재살인마. 바로 '아돌프 히틀러'에게도 비밀리에 운영했던 시식사들이 있었다. 이 작품은 히틀러의 시식사. 바로 히틀러의 음식을 먹는 여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작가는 히틀러의 시식가이자 유일한 생존자였던, 실존인물 '마고 뵐크'의 고백을 바탕으로 이 작품을 써냈다. 어찌보면 본의아니게 히틀러의 최측근(?)으로 징집되 시식가가 되어 바라본 2차세계대전 당시 전쟁 추축국인 독일의 이야기는 실제 역사를 바탕으로 생생하게 그려지면서 리얼리즘을 극대화 시키고 전쟁이란 폭풍에 휘말려 불행한 인생을 보내야 했던 여성들의 숨겨진 고충을 이해하게 되는 역사적 자료가 되었다. 끔찍한 전쟁. 그리고 시식사. 매일 목숨을 걸고 음식을 먹어야 하는 여성의 공포와 욕망이 소용돌이 치는 혼돈의 이야기 [히틀러의 음식을 먹는 여자들]이다. 



베를린에 살던 로자는 건축사무소의 비서로 들어가 건축설계사 그레고어와 사랑에 빠진다. 교제 끝에 둘은 결혼을 하고 그레고어는 로자를 남겨둔채 2차세계대전 참전을 위해 자원입대 한다. 베를린에서 엄마와 남동생과 함께 있던 로자에게 공습경보가 울리고, 방공호에 가족과 대피하지만 방공호로 떨어진 포탄에 엄마를 잃는다. 사고 이후 동생은 멀리 떠나고 혼자가 된 로자는 결국 남편 그레고어의 부모님이 있는 동프로이센 그로스-파르치로 거처를 옮긴다. 낯선 시부모님과 함께 전원생활을 하려던 그녀에게 느닷없이 나치 친위대가 들이닥치고, 그렇게 로자는 1943년 가을. 26살의 나이에 히틀러의 시식가가 된다. 



식탁위에서 향긋한 냄새를 풍기는 산해진미들. 

식탁에 앉은 여성들 앞엔 진귀한 음식이 담긴 접시가 하나씩 놓여있다.

그러나 식당안을 감도는 극도의 긴장감.

어느 누구도 식기를 들지 않고 음식을 바라만 본다.

이내 그녀들의 뒤를 지키고 있던 군인들이 식사를 종용하고,

그제서야 억지로 음식을 떠먹는 여성들과 비워져 가는 접시의 음식들.

침묵의 식사가 끝나고, 여성들은 그대로 공포의 한 시간을 견뎌내야 한다.

생과 사를 가르는 60분이 지나야만 자유의 몸이 될 수 있다.

그녀들에게 차려진 지옥의 만찬.



처음 제목만 봤을땐 단순히 유대인을 시식가로 이용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아리아 혈통의 여성들을 데려다 놓더라. 독재자 히틀러의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을 설령 독이 들었을지언정 유대인에게 먹일 수는 없었으리라...결국 강요된 영광에 의해 억지로 떠맡게 된 시식 임무는 그녀들에겐 엄청난 스트레스였을거라 생각되었다. 남편들은 전쟁에 차출되 생사여부도 확인하기 힘든 마당에 매일 매일을 인간 독살감별사로 있어야 하다니...물론 가스실에서 집단으로 학살당하던 유대인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그녀들 역시 미친 전쟁의 또다른 피해자들이었던 것이다.



작품은 2차세계대전 전쟁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의도치 않게 시식가가 되버린 한 인간. 여성. 로자에 대한 삶에 포커스를 맞춘다. 끝없는 절망과 공포를 금단의 에로스로 표출하며 생을 이어가는 그녀의 선택이 어떻게 비춰질지는 독자마다 다르리라 생각된다. 그녀의 행동을 납득하던 납득하지 않던 결과에 상관없이 치열한 생의 전선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녀가 치렀던 분투는 내게 많은 생각들을 불러 일으켰다. 더불어 영화로도 제작되었던 유명한 히틀러 암살 작전 [발키리 작전]에 시식가들이 휘말리기도 하고 전세가 뒤집혀 패색이 짙은 독일의 절박한 상황도 엿볼 수 있는 전쟁 역사물로서의 요소도 갖추고 있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음식을 먹는 행위는 인간을 살아 있게 했지만, 동시에 인간을 죽이는 일이기도 했던 것입니다."

_ 로셀리 포스토리노 인터뷰 중



총,칼 대신 포크를 들고 치열하게 전투를 치뤘던 그녀들의 생존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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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경찰의 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하빌리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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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경찰의 밤 (2019년 초판)

저자 - 히가시노 게이고

역자 - 양윤옥

출판사 - 하빌리스

정가 - 13800원

페이지 - 292p



자나깨나 안전운전



지난해 2018년 국내에서는 총 217,148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그리고 이로인해 3,781명의 사람들이 숨졌다. 일일당 약 595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했고 매일 10명씩 목숨을 잃었다는 말이다. ㄷㄷㄷ 결국 그만큼 우리는 높은 위험에 노출되어 있고 매일마다 거리에서, 또는 도로에서 목숨을 내놓고 다니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수 천만대의 자동차가 팔려나갔고 이 좁은 땅덩어리에 그 자동차들이 복작대며 달려대니 빈번한 교통사고는 어찌보면 당연한 것 일지도 모르겠다. 어쨌던, 우리 생활가 땔레야 땔수 없는 밀접한 관계를 지닌 자동차 그리고 교통사고를 소재로 하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초기 단편집이 재출간되었다. 발표된지 무려 30년이 지나서도 다시 대중들에게 소개되고 읽힐 수 있는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교통사고로 대중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소재라는 이유도 있지만 강산이 세 번 변하는 세월을 뛰어넘는 작가의 세련된 추리적 센스가 돋보이는 작품이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풋풋했던 그러나 꼼꼼하고 매력적인 반전으로 이야기를 주무르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놓칠 수 없는 대표작이라 부르고 싶은....[교통경찰의 밤]이다. 



1. 천사의 귀

심야. 교차로에서 승용차와 경차의 추돌로 경차 운전자가 사망한다. 승용차 운전자는 파란색 신호등에 진입했다고 주장하는 상황. 교통경찰은 경차에 동승했던 여성에게 상황설명을 듣기 위해 찾아가고. 이내 낙담한다. 조수석에 앉은 여성은 눈이 보이지 않는 맹인이었던 것. 그러나 누구도 기대하지 않았던 증언을 시작하는데..... 



2. 중앙분리대

앞서던 트럭이 중앙분리대 앞에서 급브레이크를 밟고 크게 방향을 돌린다. 관성에 기우뚱한 트럭은 이내 중심을 잃고 쓰러져 중앙분리대에 처박히고, 뒤이어 도로에 불법정차되있던 아우디 승용차가 사고현장을 벗어난다. 트럭운전자는 병원에 실려갔으나 사망하고, 교통경찰은 불법 정차되있던 아우디 승용차를 찾아 나서는데....



3. 위험한 초보운전

퇴근하던중 지름길은 시골길을 달리던 남자는 앞서가는 승용차 때문에 화가난다. 초보딱지를 붙이고 거북이 처럼 기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짜증이 난 남자는 앞서가는 승용차 뒷범퍼에 닿을 정도로 바짝 붙어 상향등을 연사하고, 남자의 위협에 겁을 집어먹은 초보운전자는 속도를 높인다. 어느새 추격전이 되버린 두 승용차. 쫓고 쫓기던 공방속에 앞선 승용차가 커브길에서 미끄러져 논두렁에 처박히고 마는데.....



4. 건너가세요

길가에 불법으로 차를 주차하고 사당에 다녀온 커플은 세워뒀던 차를 누가 긁고 지나간 것을 발견한다. 화가 난 남자는 경찰에 신고 하지만 경찰은 불법주정차를 한 남자 역시 책임이 있다며 무시한다. 그리고 며칠뒤 걸려온 한통의 전화. 전화속 남자는 자신이 차를 긁었으니 수리비를 배상해 주겠다는 것. 속으로 쾌재를 부른 남자는 상대방과 만날 약속을 잡는데...



5. 버리지 말아 줘

도로에서 창문을 열고 차를 달리던 예비 신혼부부 커플. 이야기를 나누던 순간 조수석에 타고 있던 여친이 비명을 지른다. 눈을 감싼 손 사이로 흘러내리는 피. 급히 병원에 가지만 여친은 한쪽 눈을 실명하고, 남자는 조수석 바닥에서 캔커피를 발견한다. 앞차에서 던진 캔을 맞고 실명 당한 것. 분노한 남자는 앞서던 차를 찾겠다고 마음 먹는데....



6. 거울 속에서

10년 무사고 경력을 자랑하던 마라톤 감독이 달려오던 스쿠터를 쳐 사고가 나고 핼멧을 쓰지 않은 스쿠터 운전자는 사망한다. 현장을 조사하던 교통경찰은 사고와 다른 스키드 마크에 의문을 품는데.....



제목은 [교통경찰의 밤]이지만 여섯 가지 이야기 모두 교통경찰이 주역은 아니다. 물론 사고 역시 밤에만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ㅋ 여섯 편의 단편중 1, 2, 6번은 교통경찰이 주역인 이야기이고 3, 4, 5번은 운전자가 주역인 단편들이다. 사고를 내고 무죄를 주장하는 파렴치한들을 속시원히 잡아주는 1, 2, 6 이야기기도 좋지만 (1번은 이야미스라 예외로...) 개인적으론 3, 4, 5번의 이야기가 더 좋았다. 초보딱지를 붙이고 정속 주행하는 운전자에게 과도하게 달라붙어 위협하는 자칭 배태랑 운전자들의 행태(3번), 불법 주정차 때문에 불을 못꺼 이제는 법까지 뜯어고쳐 주정차를 밀어버리고 갈 수 있게 만들 정도로 지긋지긋한 문제인 거리의 불법 주정차 문제(4번), 달리는 차안에서 쓰레기를 집어 던지는 위험천만한 행위(5번)까지....평소에 흔하게 볼 수 있는 생활과 밀접한 소재들이고 자의던 타의던 그때문에 불편을 겪은일들이 떠올라 좀 더 몰입해서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소재도 소재지만 이 무법자들을 나름 단죄(?)하는 이야기라 더 좋았던지도....



사실 1980년대, 발표시기가 시기인만큼 작품에서 그려지는 상황은 지금의 사정과는 사뭇다르다. 지금이야 자동차 블박과 교차로마다 설치된 CCTV로 교통사고의 과실비율이나 사고유발자를 손쉽게 가려내지만 80년대에 그런게 어디 있었겠는가...오로지 도로위에 그려진 스키드 마크와 목격자의 증언으로 결판이 나던 시기였던지라 약간은 답답하지만 아날로그 감성의 다이나믹함이 살아있달까?..ㅎㅎ 이건 팔, 구십년대를 직접 경험했기에 느낄 수 있는 재미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던 일본 미스터리의 재미와 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으랴! '게이고'의 작품중 정말 재미있게 본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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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하늘과 도망치다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이정민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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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하늘과 도망치다 (2019년 초판)

저자 - 츠지무라 미즈키

역자 - 이정민

출판사 - 블루홀6

정가 - 15000원

페이지 - 399p



어디에 있던 우리들은 이어져 있어

그게 가족인 거야.



불쾌감이 온 몸을 휘감는 이야미스 미스터리와 대척점에 서있는, 읽는것 만으로 마음이 정화되는 힐링 미스터리 작가 '츠지무라 미즈키'의 신작이 일본미스터리 전문 출판사 블루홀6에서 출간되었다. [거울 속 외딴성]의 감동이 아직 가슴 한켠에 남아 있기도 하고, 감성을 자극하는 독특한 제목과 하늘과 바다가 맞닿은 해변에 드리워진 여성의 실루엣이 그려진 표지까지... 이 추운 겨울 꽁꽁 얼어붙은 이들의 냉가슴을 땃땃하게 불지펴줄 감동 작품이리란건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으리라. 



30대 후반의 여인 사나에와 초등 5학년 지카라는 도망중이다.

믿었던 연극배우인 남편의 충격적 스캔들.

그리고 잠적.....

쏟아지는 세상의 시선은 차갑기만 하고 

사나에와 지카라는 그저 천하의 몹쓸 불륜남의 아내와 아들일뿐.

그런 시선을 참을 수 없었던 사나에는 결심한다. 


"둘이서 도망쳐 보자."


매스컴을 피해, 극단의 관계자를 피해, 이웃의 따가운 시선을 피해, 

지카라를 괴롭히는 친구들을 피해....

무작정 떠난다. 

그리고 부딪힌다.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며.....


그렇게 그들은 조금씩 깨닫고 성장한다.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는 강해져야 한다는 걸.....



야반도주. 이 모자는 낮에 도망치니 주반도주인가?...작품은 두 모자의 주반도주 도주기(?), 여행기(?)로 채워진다. 삶의 터전을 남겨두고 초딩 아들을 데리고 낯선 곳으로 도망가야 했던 사나에의 처참하고 절박한 심정이 가슴 저리게 만들고, 사람에게 받은 상처는 사람으로 치유하듯 연고도 없는 외지인을 품어주는 사람들의 마음 씀씀이가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그래도 할 수 밖에 없다.

짊어진 것이 있는 사람은 강하다.' _206p



도쿄 -> 고치현 시만토 -> 효고현 이에시마 섬 -> 뱃푸 시 -> 센다이 시 -> 홋카이도

일본 전역을 돌아치는 모자의 도주기는 각기 다른 풍광과 사람들이 보여주는 지역색 만큼이나 다채롭고 볼거리가 가득하다. 아직 때묻지 않은 시골 사람들의 후한 인심이 우리내 시골의 정서와 닮아 있어 미소지으며 보게 된다. 물론 아들을 위해, 엄마를 위해 힘든일도 마다 않고 온힘을 쏟는 모자의 노력이 마음을 움직이는 계기이긴 하지만 말이다. 



어쨌던, 모자의 고군분투와는 별개로 맑은 시만토 강에서 나뭇가지를 드리워 낚는 징거미 새우 낚시, 아름다운 이에시마 섬의 정경, 벳푸 시의 뜨거운 모래찜질, 대지진의 충격을 추스리고 다시 삶의 터전을 이루려는 센다이 시 까지...그동안 모르고 있던 일본의 특색있는 자연 경관이 굉장히 매력적으로 그려져 언젠가 한번쯤은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물론 방랑 모자의 팔도유랑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작품은 어디까지나 힐링 '미스터리'니까. 사나에가 정말로 도쿄를 떠나 도주하게 만든 계기인 아들의 이불에 숨겨둔 피묻은 칼의 비밀이 미스터리적 요소를 충족하면서 대단원을 장식한다. 하지만 비율로 따지자면 '미스터리' 보다는 '드라마'쪽이 좀 더 높은 비중을 갖는듯. 점점 세상은 각박해져만가고 피를 나눈 가족은 하루아침에 남이 되어버리는 가족해체가 만연해져버린 지금. 그래도 세상엔 아직 온기가 남아있는 사람 살만한 세상이구나! 라는걸 느끼게 만드는 작품이랄까...'이타심', '가족'....이 작품을 읽고 나면 뿌연 회색빛 하늘이 조금은 파랗게 보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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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가지 악몽과 계단실의 여왕
마스다 타다노리 지음, 김은모 옮김 / 한겨레출판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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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세 가지 악몽과 계단실의 여왕 (2019년 초판)

저자 - 마스다 타다노리

역자 - 김은모

출판사 - 한겨레출판

정가 - 14000원

페이지 - 279p



세상을 살면서 단 한번도 마주하고 싶지 않은 악몽



상당히 독특한 제목으로 판타지 혹은 몽환적 성격의 일본추리라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막상 작품을 까보면 그 어떤 작품보다 현실적이고 생활밀착형이며 일반적인 상황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최악의 끔찍한 악몽같은 상황이 진정한 공포로 와닿는 네 편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단편집이다. 굳이 이야기하자면 무심코 던진 돌멩이에 개구리가 맞아 죽고 그 손에서 떠난 돌멩이가 개구리의 원한을 등에지고 수박만한 짱돌이 되어 다시 던진이의 뒷통수를 후려치는 이야기랄까...머...그런 다소 불편한 내용의 네 편의 옴니버스 단편집이다. 비록 시작은 미미했으나 걷잡을 수 없이 커져버린 악의는 브레이크 없는 폭주기관차 처럼 극단을 향해 치달아간다. 도망칠곳 없이 자신을 집어삼킬 악의를 피해 달아나는 4인의 각기 다른 이야기는 우리 주변에서 충분히 봤음직한, 혹은 내가 겪을지도 모를 일상성을 다루는 이야기라 좀 더 피부에 와닿았던 것 같다. 


 

1. 매그놀리아 거리, 흐림

딸이 납치됐다. 납치범이 전화를 걸었다. 납치범의 요구는 황당하게도 매그놀리아 거리로 나와 전화를 받으라는 것. 복잡한 거리 한복판. 울리는 전화를 받자 전화기 너머 납치범이 말했다. "지금부터 거리의 누군가가 내게 떨어져 죽으라 야유하면 난 딸이 납치당한 장소를 말하지 않고 떨어져 죽을 것이다." 남자는 재빨리 고개를 들어 건물 옥상을 둘러봤다. 남자가 서있는 바로 앞 고층 건물 난간에 휴대폰을 든 남자가 위태롭게 서있었다. 남자와 마찬가지로 거리를 걷던 인파가 고개를 들어 옥상 끝의 남자를 바라봤다. 금새 사람들이 모였다. 하늘을 바라보던 사람들이 시간이 지나자 기다림에 지쳤는지 불만 섞인 목소리를 늘어놓았다. 그때 누군가 외쳤다. "시간 그만 끌고 그냥 뛰어내려버려!!!!" 



2. 밤에 깨어나

밤거리 여성들을 상대로 흉기를 휘두르는 묻지마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제빵공장 야간조에 일하는 남자가 의도치 않게, 묻지마 범죄자로 오해받게 된다. 범죄당시 알리바이가 있어 의심으로 그쳤지만 오래도록 백수생활을 하다 밤마다 외출하는 남자를 보는 이웃들의 눈초리는 이미 차갑게 식어있다. 어느새 이웃마을에서 조직된 자경단원들이 남자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기에 이르는데.....



3. 복수의 꽃은 시들지 않는다
처음엔 초딩아들이 누군가에게 밀쳐 도로로 넘어지고, 차에 치어 크게 다칠뻔한 사건이 발생한다. 두번째로 아내가 교통사고를 당하고, 이번엔 스쿠터를 타고 퇴근하는 남편이 거리에 매놓은 노끈에 목이 걸려 넘어질뻔한다. 시시각각 남자의 가족을 위협하는 누군가의 존재. 그리고 잊고 있던 고등학교 시절 왕따였던 동급생이 나무에 목을 메 자살한 사건이 떠오른다. 지금의 위협은 당시 자살한 동급생의 복수인 것일까? 



4. 계단실의 여왕

DVD를 빌리러 나가던 여성은 불편한 이웃 할머니를 피해 들어온 아파트 계단실에서 정신을 잃은채 누워있는 여자를 발견한다. 눈에 띄는 외상없이 자는듯 누워있는 여자의 얼굴을 살핀 여성은 이내 여자가 같은 층에 살고 있는 양아치 여자임을 알아챈다. 매일 요란한 화장과 헐벗은 옷을 입고 자신을 비웃던 여자...마침 잘됐다 싶은 여성은 죽던 말던 쓰러져 있는 여자를 그대로 두고 가려고 하는데.....



불현듯 내게로 찾아온 극단적 상황. 도대체 내게 왜 이런 시련을 주시나이까?...곰곰이 오래전 과거의 혹은 얼마전 일들을 생각해본다. 그리고 그들의 뇌리에 떠오르는 원인들. -_-;;; 그렇다 이것은 악의의 나비효과. 내가 지은 작은 죄가 걷잡을 수 없이 증폭되 최악의 천벌로 찾아온 것이다. 



'여느때처럼 버스 정류장에서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고 있던 내게 누군가 다가온다. 허름한 차림의 남자. 촛점을 잃은 눈빛. 불그스름한 얼굴. 코를 찌르는 알콜냄세. 얼굴을 찡그린 내게 남자가 말을 한다. 뻐끔. 뻐끔. 귀를 가득 채운 락음악 소리에 붕어처럼 뻐끔거리는 입모양의 남자가 우습게 보인다. 마냥 뻐끔거리는 남자. 귀에서 이어폰을 빼고 짜증섞인 목소리로 말한다. "뭔데요?"

남자는 앞서 했던 말을 다시 반복하듯 말한다. "학생. 내가 급한일이 생겨서 급히 가봐야 하는데...차비가 부족해서....버스비 천원만 빌릴 수 있을까?" 요즘 버스비를 위시해서 사람들에게 구걸하는 사람들이 많다더니 이 주정뱅이도 딱 그런 부류인가 했다. "없어요! 저리 가세요!" 차갑게 말했지만 남자는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구차하게 조르다 반응이 없던지 급기야 내 팔목을 붙들고 매달렸다. "아...시X! 저리 꺼져요!" 강하게 남자를 밀치자 남자는 힘없이 나가 떨어졌다. 나는 곧바로 정류장에 도착한 버스를 탔다. 버스 창밖의 남자는 땅바닥에 주저않은채 나를 노려봤다. 남자의 분노에 찬 눈빛은 출발한 버스를 계속 따라갔다.' 



위 상황은 가상이지만 본인도 버스 정류정에서 원만이? 천원만, 오백원만이 들을 꽤 자주 만났었다. 돈을 건넨 적은 한번도 없지만 만약 위 상황의 남자가 실제로 급박한 상황이었다면...예를들어 평소 병을 앓아오던 아들의 용태가 급변해 당장 돌아가지 않으면 임종을 지키지 못할 상황이었다면? 혹은 집을 지키던 노모가 머리를 부딪혀 의식을 잃어가면서 마지막으로 남자에게 전화를 걸었던 상황이라면? 남자의 부탁을 매정하게 거절한 학생은 의도치 않게 남자에게 철천지 원수가 될지도 모른다. 며칠 뒤....혹은 몇달 뒤....버스를 기다리던 학생이 남자가 휘두른 흉기에 목숨을 잃을지 누가 아랴.....



매순간 언제나 선의를 배풀라는 말이 아니다. 그저 쳇바퀴 굴러가듯 반복되는 평범한 하루속에서 아주 작디 작은 사건 하나가 언젠가 내 목숨을 위협할 정도의 악의의 씨앗이 될지도 모른다는 공포. 그 공포가 독자의 숨통을 서서히 조여온다. 나역시 의식하지 못한채 그런 악의의 씨앗을 뿌려왔고, 앞으로도 뿌리게 될지 모르기에....그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 부처, 예수가 아닌 이상에야....-_-



불쾌감이 온몸을 휘감는 이야미스의 정수를 보여준다. 빠른 호흡이 가독성과 집중력을 높이고 극단으로 치닫는 상황이 진정한 절망을 목도하게 한다. 읽다보면 끝없는 지옥의 계단을 걸어내려가는 기분이다. '저놈은 자업자득이야.', '정말 재수도 없는 놈이구만.', '마른하늘에 날벼락이군.' 네 편. 네 명의 사람들이 보여주는 이야기속에서 당신은 어떤 감정을 느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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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와 나오키 3 - 잃어버린 세대의 역습 한자와 나오키
이케이도 준 지음, 이선희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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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와 나오키 3 : 잃어버린 세대의 역습 (2019년 초판)

저자 - 이케이도 준

역자 - 이선희

출판사 - 인플루엔셜

정가 - 15000원

페이지 - 469p



썩어빠진 인간들에게 날리는 거침없는 하이킥!


 

드디어 기다리던 [한자와 나오키] 3부가 나왔다. 금융소설 중 이렇게 재미있고 긴장감 넘치는 작품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극강의 카타르시스를 선보이는 본격 경제소설!! 더 강하게, 더 독하게 3배 더 재미있는 작품으로 컴백했다. 유독 계급간 위계질서가 뚜렷하고 수직관계가 분명한 은행가에서 오로지 신념 하나로 바른 목소리를 내는 '한자와 나오키'는 비단 은행가 뿐만 아니라 계급과 떡고물을 빌미로 부조리한 행태를 답습시키는 모든 조직사회의 고인물들에게 시원하게 한방 먹이는 이세상 '을'들에게 대리만족감을 주는 캐릭터이다. 대나무 같이 곧은 성품과 불도저식 추진력, 결단력 필요에 따라서는 협박과 회유술까지 서슴없이 펼치는 한자와...당신은....샐러리맨들의 진정한 영웅이야...



2편에서 한방 크게 지르고 윗선의 눈밖에 난 한자와 나오키는 결국 도쿄중앙은행의 자회사 도쿄센트럴증권회사 부장으로 파견된다. 그러던중 IT회사인 전뇌에서 한자와의 증권회사로 도쿄스파이럴을 M&A하기 위한 전략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하고 거대한 기업간 M&A를 성사시키기 위해 한자와와 부하직원들은 전략을 짠다. 하지만 전뇌 주식회사는 한자와의 전략을 듣기도 전에 계약을 파기하고 도교중앙은행의 증권팀에 M&A 전략업무를 맡긴다. 그와 동시에 셀트럴 증권회사에서 실질적 M&A 업무를 맡았던 직원이 도쿄중앙은행으로 영전하게 되고....한자와는 일련의 사태에 모종의 냄새를 맡는데.....



한순간 모회사 도쿄중앙은행에 프로젝트를 빼앗긴 자회사 도쿄센트럴증권의 한자와 나오키.....그래서 저지르고 만다. 샐러리맨으로서는 도저히 생각조차 할 수 없는 반격을 말이다...-_-;;; (당신 정말 이래도 괜찮겠어???) 사실 이런 일이 현실에서 일어난 적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어디까지나 픽션이기에 가능한 일이 아닌가 생각되지만 그렇게 상식적이지 않은 반전의 전개이기에 더욱 흥미를 돋우고 극강의 흡인력을 갖는건지도 모르겠다. 



[스포유의]

일개 자회사 파견직 부장이....모회사가 진행하는 M&A에 정반대되는 집어먹힐 위기에 처한 상대 회사의 M&A 저지 업무를 맡다니...이건 뭐...쿠데타 아닌가?...브레이크 없이 돌진하는 한자와를 보면서 이번엔 정말로 돌아오지 못할 강을 넘는구나 라고 생각했지만 특유의 강단과 위기대처 능력으로 또한번 요단강 저 너머에서 살아 돌아오는 것을 보면서 이 남자야말로 진짜 불사신이라는걸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잠시 은행가를 벗어나 기업간 치열한 계략이 맞물리는 비즈니스의 꽃 M&A를 주제로 한자와와 악의 무리들의 한바탕 난장을 보는 재미가 꽤나 쏠쏠하다. 주식, 채권, 매수, 합병 그냥 볼때는 당췌 먼소린지 개념도 잡히지 않던 단어들이 이 작품을 읽으며 머리속에 다이어그램이 파노라마 처럼 펼쳐지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하는 경제 개념을 잡아주는 주옥같은 작품이다. 잡어먹으려는 자와 잡아먹히지 않으려는 자. 자본을 등에 업고 주식을 매수해 회사를 통으로 집어삼키려는 고래와 어떻게던 고래의 아가리를 피하려는 새우의 치열한 싸움. 그러나 고래가 생각지 못한 위험요소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반전의 귀재 '한자와 나오키'의 존재였던 것이다. 



M&A와 더불어 이번 3부에서는 버블세대에 이어 새롭게 사회에 발을 디딘 청년들의 불만과 세대간의 갭을 깔아놓는다. 마치 지금의 기성세대와 엄청난 스펙으로 무장하고도 취업난에 허덕이는 청년세대와의 갈등을 보는듯 하여 좀 더 감정이입하면서 볼 수 있었던것 같다. 작품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기성세대, 청년세대 모두 각자의 불만을 갖고 있다. 자신의 불만에만 사로잡혀 내일을 볼 수 없다면 분명 스스로 고사하게 된다고....



"월급쟁이만이 아니라 사람은 누구나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에서 일하고, 그곳에서 활약하는게 가장 행복하지. 회사가 크냐 작으냐는 관계없어. 지명도도 관계없고, 우리가 추구해야 할 건 간판이 아니라 알맹이니까." _281p



이 말을 그저 현실물정 모르는 이상론자의 말로 치부할지 아니면 정말로 실현시킬지는 각자 스스로의 마음가짐에 달려 있으리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와는 별개로 회사를 다니고 있는 본인에게도 많은 생각할 거리를 던지는 작품이었다.



"어떤 곳에 있어도, 또한 대형 은행이라는 간판이 없어도 스스로 빛나는 인재야말로 진정한 인재일세. 정말로 우수한 인재는 그런 사람이 아니겠나?" _460p



이 작품을 읽는다면 이 당연한 한마디에 전율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리고 '한자와 나오키'의 마지막 도전이 4부에서 펼쳐지게 된다.....마지막에 웃는자가 진정한 승자이다. 과연 '한자와 나오키'는 마지막에 어떤 웃음을 지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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