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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하늘과 도망치다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이정민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9년 12월
평점 :
파란 하늘과 도망치다 (2019년 초판)
저자 - 츠지무라 미즈키
역자 - 이정민
출판사 - 블루홀6
정가 - 15000원
페이지 - 399p
어디에 있던 우리들은 이어져 있어
그게 가족인 거야.
불쾌감이 온 몸을 휘감는 이야미스 미스터리와 대척점에 서있는, 읽는것 만으로 마음이 정화되는 힐링 미스터리 작가 '츠지무라 미즈키'의 신작이 일본미스터리 전문 출판사 블루홀6에서 출간되었다. [거울 속 외딴성]의 감동이 아직 가슴 한켠에 남아 있기도 하고, 감성을 자극하는 독특한 제목과 하늘과 바다가 맞닿은 해변에 드리워진 여성의 실루엣이 그려진 표지까지... 이 추운 겨울 꽁꽁 얼어붙은 이들의 냉가슴을 땃땃하게 불지펴줄 감동 작품이리란건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으리라.
30대 후반의 여인 사나에와 초등 5학년 지카라는 도망중이다.
믿었던 연극배우인 남편의 충격적 스캔들.
그리고 잠적.....
쏟아지는 세상의 시선은 차갑기만 하고
사나에와 지카라는 그저 천하의 몹쓸 불륜남의 아내와 아들일뿐.
그런 시선을 참을 수 없었던 사나에는 결심한다.
"둘이서 도망쳐 보자."
매스컴을 피해, 극단의 관계자를 피해, 이웃의 따가운 시선을 피해,
지카라를 괴롭히는 친구들을 피해....
무작정 떠난다.
그리고 부딪힌다.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며.....
그렇게 그들은 조금씩 깨닫고 성장한다.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는 강해져야 한다는 걸.....
야반도주. 이 모자는 낮에 도망치니 주반도주인가?...작품은 두 모자의 주반도주 도주기(?), 여행기(?)로 채워진다. 삶의 터전을 남겨두고 초딩 아들을 데리고 낯선 곳으로 도망가야 했던 사나에의 처참하고 절박한 심정이 가슴 저리게 만들고, 사람에게 받은 상처는 사람으로 치유하듯 연고도 없는 외지인을 품어주는 사람들의 마음 씀씀이가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그래도 할 수 밖에 없다.
짊어진 것이 있는 사람은 강하다.' _206p
도쿄 -> 고치현 시만토 -> 효고현 이에시마 섬 -> 뱃푸 시 -> 센다이 시 -> 홋카이도
일본 전역을 돌아치는 모자의 도주기는 각기 다른 풍광과 사람들이 보여주는 지역색 만큼이나 다채롭고 볼거리가 가득하다. 아직 때묻지 않은 시골 사람들의 후한 인심이 우리내 시골의 정서와 닮아 있어 미소지으며 보게 된다. 물론 아들을 위해, 엄마를 위해 힘든일도 마다 않고 온힘을 쏟는 모자의 노력이 마음을 움직이는 계기이긴 하지만 말이다.
어쨌던, 모자의 고군분투와는 별개로 맑은 시만토 강에서 나뭇가지를 드리워 낚는 징거미 새우 낚시, 아름다운 이에시마 섬의 정경, 벳푸 시의 뜨거운 모래찜질, 대지진의 충격을 추스리고 다시 삶의 터전을 이루려는 센다이 시 까지...그동안 모르고 있던 일본의 특색있는 자연 경관이 굉장히 매력적으로 그려져 언젠가 한번쯤은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물론 방랑 모자의 팔도유랑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작품은 어디까지나 힐링 '미스터리'니까. 사나에가 정말로 도쿄를 떠나 도주하게 만든 계기인 아들의 이불에 숨겨둔 피묻은 칼의 비밀이 미스터리적 요소를 충족하면서 대단원을 장식한다. 하지만 비율로 따지자면 '미스터리' 보다는 '드라마'쪽이 좀 더 높은 비중을 갖는듯. 점점 세상은 각박해져만가고 피를 나눈 가족은 하루아침에 남이 되어버리는 가족해체가 만연해져버린 지금. 그래도 세상엔 아직 온기가 남아있는 사람 살만한 세상이구나! 라는걸 느끼게 만드는 작품이랄까...'이타심', '가족'....이 작품을 읽고 나면 뿌연 회색빛 하늘이 조금은 파랗게 보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