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우 엔젤
가와이 간지 지음, 신유희 옮김 / 작가정신 / 2020년 9월
평점 :
절판


스노우 엔젤 (2020년 초판)

저자 - 가와이 간지

역자 - 신유희

출판사 - 작가정신

정가 - 14000원

페이지 - 403p



하늘에서 천사가 내려왔다



강한 의존성을 지니고, 그럼에도 끊을 필요가 없는 물질..... _225p


'가와이 간지'의 강렬한 느와르 미스터리 [데블 인 헤븐]의 속편이자 프리퀼이 출간됐다. 2020년 일본 올림픽(코로나로 연기됐지만)을 무대로 하는 전작에서 3년 전인 2017년을 무대로 한다. 사실 전작을 보지 못한 터라 속편보다는 새로 이 시리즈를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책을 집어 들었다. 중심 스토리는 심플하다. 불의의 사고로 동료를 잃고 폐인이 된 전직 형사에게 임무가 떨어진다. 신종 마약이 일본 전역에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 마약 판매단에 신분을 숨기고 잠입하라는 것. 형사는 마약 판매단에 뛰어들고 그곳에서 가공할 진실을 맞닥뜨리게 된다. 한마디로 언더커버류의 느와르 작품이다. 이 작품이 서양에서 쓰였다면 그렇게 하드보일드물로 끝나겠지만, 미스터리의 대가 '가와이 간지' 아닌가! 하드보일드 느와르에 반전의 묘미 더하기 일본 특유의 황당하지만 진지한 음모론이 숨가쁘게 펼쳐진다. 



차를 운전하던 남자가 갑자기 길가의 행인 십여명을 치고 건물로 들어가 쇠지레로 건물 안 사람들을 무참히 폭행한다. 그리고 옥상에 올라가 몸을 던지기 직전 이런 말을 남긴다. 


"천사님 도와주세요."


남몰래 흠모하던 부하인 쇼코가 범인이 쏜 총탄에 목숨을 잃고 충격에 빠진 진자이는 당시 범인 5명을 무참히 살해한다. 이후 현장에 경찰 신분증을 놓고 잠적한지 9년이 지났다.... 자신의 행적을 아무도 모를 거라 생각한 진자이 앞에 형사시절 상관이었던 기자키가 나타난다. 진자이를 찾아온 기자키는 치명적 환상을 유발하는 마약 스노우 엔젤의 위험성을 설명하고 이 약이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 마약 판매단에 잠입할 것을 제안한다. 고민 끝에 진자이는 기자키의 청을 승낙하고, 마약범죄수사국의 쇼코(동명이인)와 함께 스노우 엔젤의 공급책을 잡기 위한 작전을 짠다. 신분을 숨긴 진자이는 마약 판매업자인 이사에게 접근하여 그의 환심을 사는데 성공하는데......



일본 소설을 보다 보면 정말로 일본 전역에는 환각을 위한 각성제가 만연한 나라인가 라는 의문이 들곤 한다. 오래전부터 메스 암페타민 같은 각성제와 필로폰 등 마약이 자리잡았다는둥, 야쿠자는 이런 마약을 판매하여 거대한 조직으로 성장했다는 둥, 지금도 곳곳에 마약의 유혹에 빠진 사람들이 폐가 망신하고 있다는 둥..... 픽션을 통한 과장인지 아니면 정말로 일본 사회에 마약이 뿌리 깊이 박혀 있는지는 모르겠다만 마약을 주제로 하는 작품답게 개개인 부터 시작하여 마약이 일본이라는 나라 전체에 끼치는 영향과 향정신성 의약품과 그것을 찾는 인간의 상관관계를 꽤 그럴듯하게 설명해낸다. 



"우리는 죄다 약쟁이인 거야. 해롱대고 있는 거라고.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살아 있는 내내 말이지." _314p



여기에서 주목할 만한 것이 스노우 엔젤이다. 마약을 하는 사람들은 잠깐의 쾌락에 몸을 맡기고 반복된 약물의 섭취를 통해 결국 스스로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그런데 만약 최고의 쾌감을 선사하면서도 신체에는 어떠한 영향도 끼치지 않는 약물이 개발된다면.... 이 약물로 어떤 일을 해낼 수 있을까? 뭐, 그 약이 스노우 엔젤이란건 말 안해도 알것이고 그 스노우 엔젤이 세상에 끼칠 영향은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알 수 있으리라. 



비밀에 휩싸인 스노우 엔젤의 정체와 더불어 진자이의 아슬아슬한 언더커버 잠입기가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진자이의 감정변화, 절박한 심리묘사에 독자도 손에 땀을 쥐는 긴장감에 사로잡히게 만든다. 과연 마지막에 살아 남는 자는 누가 될지, 스노우 엔젤의 확산을 막아 낼 수 있을지는 마지막 페이지를 보기 전까지는 쉽사리 판단할 수 없을 것이다. [스노우 엔젤]과 [데블 인 헤븐]이 어떻게 연결 될지 궁금해진다. 뭐 이런 게 시리즈의 묘미 아니겠는가.....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은 도서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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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은 여자의 일
고이즈미 기미코 지음, 김도일 옮김 / 허클베리북스 / 2020년 8월
평점 :
절판






살인은 여자의 일 (2020년 초판)

저자 - 고이즈미 기미코

역자 - 김도일

출판사 - 허클베리북스

정가 - 15000원

페이지 - 335p



섬세한 문체, 날카로운 반전 

단편 미스터리로서의 농후한 매력



작가의 이름이 낯설어 찾아보니 현재 활동하는 작가가 아니라 1960년대 부터 1980년까지 활동했던 여성 작가였다. 작가가 된 이력이 평범치 않은데, <미스터리 매거진> 편집자의 아내로 남편은 평소 아내가 원고를 쓰면 정신이 사납다며 아내의 글쓰기를 금지했다고 한다. 그러나 작가 '고이즈미 기미코'는 남편 몰래 추리 신인상에 응모했고, 비록 신인상 수상은 실패했지만 그녀의 작품을 높게 평가하여 단행본으로 출판되면서 등단하게 됐다고 한다. 미스터리 전문 편집자의 아내이자 남편 몰래 미스터리 소설을 써내 작가로 등단하다니.... 이런걸 운명이라 해야 할까?



그런면에서 표제작인 [살인은 여자의 일]은 작가의 실제 경험담이 녹아있는 서늘한 반전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간략하게 줄거리를 이야기하자면 어느날 명망있는 문학 편집자 앞에 나타난 작가를 만난 편집자는 잘생긴 작가의 외모에 한눈에 반해 버린다. 그러나 편집자의 심기를 건드리는 것이 있었으니, 작가의 아내였다. 눈부신 작가에 비해 너무나 초라하고 촌티 나는 외모의 아내의 존재에 편집자는 질투를 넘어 살의를 느낀다. 거지같은 아내를 치워버리고 자신이 그 자리에 가고 싶다는 은밀한 욕망. 그때문일까. 편집자는 점차 작가의 아내를 무시하고 작품 회의를 빌미로 작가를 집밖으로 불러내는 일이 잦아지는데..... 

과연 편집자는 본처를 내치고 매력적인 작가의 아내가 될 수 있을까?

현직 편집자 남편과 현직 소설가인 본인의 체험이 이 작품에 어떻게 녹아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가질 수 없는 남자를 향한 욕망이 살의로 변하는 심리적 변화가 섬세한 묘사로 자연스럽게 이어져 캐릭터에게 공감과 몰입하게 만드는 힘을 갖는다. 막판의 반전은 충분히 예측가능하지만 꼭 뒷통수를 강타해야만 반전의 묘미를 느끼는 것은 아니기에 충분히 예상가능한 결말에도 납득하고 재미를 느끼게 된다. 



1. 살인은 여자의 일
2. 수사선상의 아리아
3. 살의를 품고 어둠 속으로
4. 두 번 죽은 여자
5. 털
6. 안방 오페라
7. 아름다운 추억
8. 여도둑의 세레나데



표제작 다음으로 [수사선상의 아리아]는 갱단의 갱을 선망하며 모형 권총을 품고 다니는 소년이 정말로 비정한 갱단 사건에 휘말리면서 겪게 되는 고생기이다. 조폭을 선망할 수 밖에 없는 소년, 떠나버린 깡패를 평생 그리워 하는 오십대 창녀 그리고 그들 앞에 나타는 은퇴한 전직 조폭까지.... 이들의 암울한 선율이 모아져 비극의 아리아를 연주한다.



[살의를 품고 어둠 속으로] 역시 부부간에 벌어진 치정이 얽혀있는 이야기이다. 남편의 실수에 가까운 외도. 이후 아침마다 울리는 전화벨소리. 바로 남편의 외도상대였던 귀부인이다. 바람 상대였던 여자의 전화를 받는 아내는 바람녀의 온갖 인신공격과 괴롭힘을 받으면서 살의를 싹틔우고.....



[두 번 죽은 여자]와 [털], [안방 오페라]는 앞선 분위기를 180도 반전시키는 묘미를 갖고 있지만 개인적으론 추리라기엔 조금 애매한 단편이었다. [아름다운 추억]은 할머니를 죽인 손녀의 사건에서 손녀의 살해 의도와 조사를 통해 드러나는 할머니의 진심이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여도둑의 세레나데]는 조직에 속한 1급 소매치기 여성이 백화점에서 마지막 한탕을 벌이는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1973년 부터 1982년 사이의 작품을 묶어 낸 단편집으로 읽다보면 다소 클래식한 느낌은 나지만 무려 50년 전에 쓰인 이야기라고는 생각지 못할 정도로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지 않는 작품들이다. 타인을 향한 질투, 안정된 삶을 살고 싶은 여성의 욕구, 남을 깎아내리면서도 정작 자신을 돌아보지 못하는 이기적인 모습 등 작품에서 그리는 인간상은 예나 지금이나 그다지 변화가 없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8편의 작품들 대부분에서 막판 반전을 예상할 수 있었다. 하지만 미스터리가 반전이 다가 아님을 이 단편집을 통해 알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캐릭터의 몰입감, 섬세한 심리묘사와 간결한 문체 그리고 시원한 결말까지. 


단편 미스터리의 매력을 충분히 갖춘 단편집이었다.



*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로 작성한 글입니다.


#미스터리 #살인은여자의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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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술트릭의 모든 것
니타도리 케이 지음, 김은모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0년 9월
평점 :
절판


서술트릭의 모든 것 (2020년 초판)

저자 - 니타도리 게이

역자 - 김은모

출판사 - 한스미디어

정가 - 14800원

페이지 - 347p



지금까지 이토록 발칙한 서술트릭은 없었다



오로지 책으로만 가능한 미스터리 소설의 가장 매력적인 하위장르 그게 뭐냐하면 바로 서술트릭이다. 하여 서술트릭을 쓰는 작가는 무조건 독자를 속여야 하며 독자는 작가가 숨기고 있는 포인트를 찾아야만 트릭을 맞출 수 있는 심리적 두뇌 싸움이다. 작가는 자신의 승리를 위해 의도적으로 정보를 은폐하기도 하고 때로는 거짓을 사실인양 조작하기도 한다. 그래서 페어와 언페어 같은 공정성 논란이 이는 장르이기도 하다. 기가막힌 서술트릭을 만든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라 생각한다. 본인도 독자들에게 회자되는 여러 서술트릭 미스터리들 [살육에 이르는 병], [성모],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 하네][가위남] 등을 읽어봤는데 장편이라는 길고 긴 호흡을 끌어가면서 막판에서야 반전의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 이 서술트릭을 위해 얼마나 공을 들여야 할지 도저히 감조차 오지 않을 정도. 



그런데 그런 지대한 공을 들여야 하는 서술트릭 장르에 전대미문의 도전장을 내민 작가가 있었으니 바로 이 책의 저자 '니타도리 게이'이다. 응? -_-;;; 웬 듣보잡인가 싶은데.... 처음 듣는 작가의 처음 만나는 스타일로 완성한 7편의 서술트릭은 진정 매력적인 [서술트릭의 모든 것]을 선사한다. 


자. 작가의 서술 농간에 맞설 준비가 되었는가? 정신 똑바로 차리고 작가의 트릭을 깨부수자!!!



1. 독자에게 던지는 도전장 

저자는 이 도전장을 통해 친히 단편들의 서술트릭을 간파할 수 있는 힌트를 준다. 이 얼마나 독자를 우습게 보는 발칙함이란 말인가! 그래서 본인을 이를 갈고 작가의 도전장에 맞서 보기로 했다!



2. 뻥 뚫어주는 신 

여자 화장실 변기가 막혔다. 변기가 막힌줄도 모르고 양변기의 레버를 내린 변기는 물이 차고 올라 화장실 바닥까지 흥건히 적셔버렸다. 이를 발견한 청소 아주머니는 화장실 입구에 화장실 사용불가 종이를 붙여놓았다. 그리고 잠시 후 다시 찾은 화장실은 언제 그랬냐는 듯 정상적이지 않은가!!!!! 청소 아주머니는 깨달았다. 화장실의 신. 뻥 뚫어주는 신이 도움을 준 것이라고......그리고 탐정 벳시 씨가 나타나 뻥 신을 추리 하는데.....



3. 등을 맞댄 연인

대학생 히카루는 어느날 우연히 같은 대학에 다니는 여동생 동기인 시오리의 SNS에 게시된 사진을 보고 감각적인 사진에 매료된다. 그리고 오로지 사진만으로 시오리를 사랑하게 되고, 시오리는 우연히 동기의 오빠를 보고 한눈에 반해 버린다. 좀처럼 서로에게 다가가지 못하던 두 사람은 과연 만날 수 있을까? 그때 벳시 씨가 나타나는데....


 
4. 갇힌 세 사람과 두 사람 

권총 강도 3인에게 붙들린 탐정 벳시 씨와 조수. 서로를 의심하며 서로에게 총질을 해대는 카오스 상황에서 벳시와 조수는 무사 할수 있을 것인가.



5. 별생각 없이 산 책의 결말 

조수는 심심하던 차에 얼마전 구입한 추리 소설을 탐정에게 설명하고 범인을 맞추라고 말한다. 그렇게 조수는 연쇄살인사건을 조사하는 경찰의 이야기를 시작하는데.... 벳시는 이야기의 범인을 맞출 수 있을까?



6. 빈궁장貧窮莊의 괴사건

다국적 학생들이 하숙하고 있는 유명장에서 중국인 학생이 소중하게 보관중이던 '하이셴'이 분실된다. 그리고 유명장에서 묵고 있는 여러 학생들이 용의자로 거론되고, 그들은 모두 알리바이가 있는 상황. 역시 느닷없이 나타난 탐정 벳시 씨는 '하이셴'을 훔친 범인을 추리 하는데.....


 

7. 일본을 짊어진 고케시 인형 
일본 각지의 유명 동상들에다가 복구 불가능한 장난을 치는 (뱅크시 같은) 행위예술가가 등장하고 전직 일본 고위급 정계 간부가 탐정 벳시 씨를 찾아와 예술가를 붙잡아 달라는 의뢰를 한다. 이에 벳시와 조수는 행위예술가를 잡기 위해 사이카와로 향한다. 6.7미터의 인형을 불철주야 감시하지만 벳시와 조수가 보는 앞에서 인형의 얼굴에 기괴한 장난을 성공한 예술가.....



8. 작가 후기 



도전장을 받고 불타올랐지만 작가의 트릭을 정확히 맞춘 작품은 없다. 크흑!... 다만 정확한 트릭을 간파한 건 아니지만 이런 트릭을 썼을 것 같다고 예측한 게 2번과 3번 정도.... -_-;;;; 서술인줄 알면서 봐도 역시 맞추긴 어렵더라. 그리고 한마디 더 말하자면 이 책 자체가 대망의 7번 단편을 위해 교묘하게 설계된 떡밥의 장이란 것이다. 탐정 벳시가 각 단편에 등장하는 만큼 옴니버스식 단편집이라 봐도 무방하다. 각 단편도 그렇거니와 7번 단편, 작가 후기까지 보면서 다소 황당한 바카미스의 느낌을 많이 받았는데, 그동안 잔혹한 배경의 서술트릭만 봐왔다면 이 작품집의 서술트릭들은 살인 없이 유쾌하게 읽을 수 있는 코지 서술트릭이라 할 수 있을 듯 하다. 다양한 서술트릭의 묘미를 위해 밀실, 부제증명, 심리 트릭등의 요소도 함께 녹여냈으니 서술트릭 뿐만 아니라 일본 미스터리를 선호하는 독자라면 한번쯤 작가의 도전에 응해 보는것도 좋을 듯 하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가벼움 보다는 [살육병]같은 잔혹 설정을 좋아하지만 워낙 전대미문의 신선하고 신박한 설정이었기에 나 역시 즐기면서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ㅎㅎㅎ 뭐랄까. 기존 미스터리의 형식을 비틀고 깨부수는 [그 가능성은 이미 떠올렸다]나 [미스터리 아레나]처럼 발칙한 작품이라 생각하면 될듯하다. 나도 기똥찬 서술트릭 하나 써봤음 좋으련만...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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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 더 원더 킬러
하야사카 야부사카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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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 죽이기의 잔상을 완벽히 날려버릴 궁극의 엘리스이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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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랑정 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임경화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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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랑정 살인사건 (2020년 3판 1쇄)

저자 - 히가시노 게이고

역자 - 임경화

출판사 - RHK

정가 - 15800원

페이지 - 320p



원한을 품은 여성의 복수극



천재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초기 작품들을 재발간 하고 있는 RHK에서 이번에 새롭게 내놓은 작품은 [회랑정 살인사건]이다. 1991년도 작품으로 지금의 과학기술로서는 이야기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 클래식한 이야기임에도 역시 대가 답게 전혀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없게 만드는 작품이다. 제목에서 풍기는 분위기를 보자니 밀실 본격추리 물일 것 같은데 의외로 밀실요소 보다는 막대한 유산을 둘러싼 개인들의 욕망과 암투를 그리는 사회파 요소가 다분한 작품이다. 게다가 첫 장면부터 모든 것을 뒤집어 버리는 충격적 결말은 작가에게 보기좋게 당했다는 반전의 쾌감을 선사한다. 



회랑정에서 사랑하는 연인 지로와 함께 잠자리에 누운 기리유는 잠자던 중 지로에게 목이 졸려 정신을 잃는다.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니 자신의 목을 졸랐던 지로는 차가운 시체가 되어있고 방에는 화마가 덮치고 있다. 큰 화상을 입었지만 기리에는 화재에서 구출되어 목숨을 부지한다. 경찰조사 결과 지로는 회랑정에 오기 전 노인을 차로 치었고 그 죄책감에 연인을 죽이고 자살을 시도 한것으로 결론난다. 하지만 지로의 행동에 부자연스러움을 느낀 기리에는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병원에서 나와 위장자살을 한 뒤 모습을 감춘다. 


몇 년 뒤. 화재사건이 났던 당시 회랑정에 묵었던 재벌가 다카아키 의 사람들은 작고한 회장의 유산분할을 위한 유언장 내용을 듣기 위해 회랑정에 다시 모인다. 그리고 그 자리에 일흔살의 노파이자 유일한 외부인 혼마 기쿠요가 회랑정을 찾는데....



"나와 남친은 자살당했습니다."


실로 매력적인 로그라인이다. 그리고 이 로그라인에 작품을 관통하는 트릭이 숨겨져 있으니 이 또한 전율이 일정도로 매력적이다. 어찌됐던... 자살로 위장한 기리에는 가발과 화장으로 일흔살의 노파 혼마 기쿠요로 가장해 다카아키 가의 사람들과 접촉하고 은밀하게 자신과 남자친구를 헤친 범인을 찾아나선다. 자신의 정체를 숨긴 채 범인을 찾기 위해 벌이는 숨막히는 심리게임에 새롭게 발생하는 살인사건이 더해지면서 과연 이 복잡한 이야기의 끝은 어디로 향할지 끊임없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사랑했던 기억 그 하나를 위해 남은 모든 인생을 걸어버린 한 여인의 한.

막대한 유산 상속을 위해 자신의 인생을 삭제 해버린 범인.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며 겉잡을 수 없이 휘몰아치는 격정의 소용돌이.



앞서 말했지만 유전자 감식이 일상화 되지 않았던 30년 전의 이야기에 이렇게 몰입하고 감정이입 하게 만드는 건 '히가시노 게이고'만의 극단적 상황설정과 복잡하게 얽혀있는 이해관계의 충돌. 어디로 튈지 모르는 등장인물들의 개성이 조화롭게 이루어져 독자를 몰입하게 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그런 요소들이 세월을 타지 않는 미스터리로 지금도 사랑받을 수 있는 작가의 비결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디 한 맺힌 기리에의 최후의 일격을 놓치지 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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