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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랑정 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임경화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8월
평점 :
회랑정 살인사건 (2020년 3판 1쇄)
저자 - 히가시노 게이고
역자 - 임경화
출판사 - RHK
정가 - 15800원
페이지 - 320p
원한을 품은 여성의 복수극
천재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초기 작품들을 재발간 하고 있는 RHK에서 이번에 새롭게 내놓은 작품은 [회랑정 살인사건]이다. 1991년도 작품으로 지금의 과학기술로서는 이야기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 클래식한 이야기임에도 역시 대가 답게 전혀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없게 만드는 작품이다. 제목에서 풍기는 분위기를 보자니 밀실 본격추리 물일 것 같은데 의외로 밀실요소 보다는 막대한 유산을 둘러싼 개인들의 욕망과 암투를 그리는 사회파 요소가 다분한 작품이다. 게다가 첫 장면부터 모든 것을 뒤집어 버리는 충격적 결말은 작가에게 보기좋게 당했다는 반전의 쾌감을 선사한다.
회랑정에서 사랑하는 연인 지로와 함께 잠자리에 누운 기리유는 잠자던 중 지로에게 목이 졸려 정신을 잃는다.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니 자신의 목을 졸랐던 지로는 차가운 시체가 되어있고 방에는 화마가 덮치고 있다. 큰 화상을 입었지만 기리에는 화재에서 구출되어 목숨을 부지한다. 경찰조사 결과 지로는 회랑정에 오기 전 노인을 차로 치었고 그 죄책감에 연인을 죽이고 자살을 시도 한것으로 결론난다. 하지만 지로의 행동에 부자연스러움을 느낀 기리에는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병원에서 나와 위장자살을 한 뒤 모습을 감춘다.
몇 년 뒤. 화재사건이 났던 당시 회랑정에 묵었던 재벌가 다카아키 가의 사람들은 작고한 회장의 유산분할을 위한 유언장 내용을 듣기 위해 회랑정에 다시 모인다. 그리고 그 자리에 일흔살의 노파이자 유일한 외부인 혼마 기쿠요가 회랑정을 찾는데....
"나와 남친은 자살당했습니다."
실로 매력적인 로그라인이다. 그리고 이 로그라인에 작품을 관통하는 트릭이 숨겨져 있으니 이 또한 전율이 일정도로 매력적이다. 어찌됐던... 자살로 위장한 기리에는 가발과 화장으로 일흔살의 노파 혼마 기쿠요로 가장해 다카아키 가의 사람들과 접촉하고 은밀하게 자신과 남자친구를 헤친 범인을 찾아나선다. 자신의 정체를 숨긴 채 범인을 찾기 위해 벌이는 숨막히는 심리게임에 새롭게 발생하는 살인사건이 더해지면서 과연 이 복잡한 이야기의 끝은 어디로 향할지 끊임없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사랑했던 기억 그 하나를 위해 남은 모든 인생을 걸어버린 한 여인의 한.
막대한 유산 상속을 위해 자신의 인생을 삭제 해버린 범인.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며 겉잡을 수 없이 휘몰아치는 격정의 소용돌이.
앞서 말했지만 유전자 감식이 일상화 되지 않았던 30년 전의 이야기에 이렇게 몰입하고 감정이입 하게 만드는 건 '히가시노 게이고'만의 극단적 상황설정과 복잡하게 얽혀있는 이해관계의 충돌. 어디로 튈지 모르는 등장인물들의 개성이 조화롭게 이루어져 독자를 몰입하게 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그런 요소들이 세월을 타지 않는 미스터리로 지금도 사랑받을 수 있는 작가의 비결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디 한 맺힌 기리에의 최후의 일격을 놓치지 말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