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 인형 인형 시리즈
양국일.양국명 지음 / 북오션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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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인형 (2018년 초판)
저자 - 양국일, 양국명
출판사 - 북오션콘텐츠그룹
정가 - 13000원
페이지 - 284p


Hell Doll


이름부터 강렬하다. 지옥의 인형....ㄷㄷㄷ 연일 내리쬐는 무더위로 100년만에 최고기온을 경신하는 지옥의 불구덩이 같은 이 여름의 한가운데에 저마다의 피서방식이 있겠지만....에어컨 틀고 선풍기 바람 쐬면서 한밤중에 읽는 공포호러 소설이 열독가들에겐 최고의 북캉스 아니겠는가...작품을 읽으며 책 뒤로 뭔가 스치는 듯한 느낌 때문에 몇 번이나 불꺼진 거실을 둘러보게 만드는 오싹하고 서늘한 공포를 선사했기에 적어도 내겐 안성맞춤 더위탈출 작품이었던것 같다. (작품에서 언급되는 말이지만) 사실 좀비던 인형이던 공포 소설의 소재로서는 약간 식상한 소재임에는 사실이다. 워낙 대중적이기도 하거니와 그동안 웃고 있는 삐에로 부터 식칼들고 설쳐대는 처키를 거쳐 근래엔 악령 씌인 에나벨까지 때마다 나름의 귀신들린 인형을 선보이면서 세대를 아울러 우리와 함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식상하다고 공포스럽지 않은걸까?...-_- 식상할 정도로 익숙한만큼 우리의 무의식 깊은 곳에 공포의 대명사로 자리잡았기에 여기서 소개되는 3편의 인형괴담은 정말로 오랜만에 날 살떨리게 만들었다. 바로 얼마전 읽었던 좀비 앤솔러지 단편집 [그것들]은 공포스럽다기 보단 끔찍하고 참혹한 느낌이었는데, 이 [지옥 인형]은...그냥 무섭다...ㅠ_ㅠ 물고 뜯고 맛보는 좀비보단 동양인들에겐 역시 심장을 옥죄어오는 심령 오컬트 공포가 더 와닿는것 같기도 한듯....


1. 엄마의 방
유년시절...몸이 유독 허약한 엄마는 오래도록 2층 침실에 누워있는 시간이 많았다. 시간이 지나고...엄마의 기침소리가 잦아지면서 아빠와 의사와 간호사는 2층에서 오래도록 머물렀고 격렬한 기침이 이어지던 어느날밤....한순간의 적막이 오고....궁금증 때문에 2층을 오른 아들은 그곳에서 피를 토한채 절명한 엄마를 목격하게 된다. 깊은 절망에 빠진 아빠가 마음을 추스릴 즈음...검은 옷을 입은 의문의 남성과 함께 아빠는 자신의 키만한 커다란 인형을 2층으로 끌고 올라간다. 그리고 아들에게 절대로 2층에 올라오지 말라고 신신당부한다.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어느날 아빠가 아들을 이끌고 간곳은 2층 엄마가 누워 있던 침대....아빠는 침대에 누워있는 인형을 향해 이렇게 말한다..."XX야...엄마야...아직 아프지만 금방 나을 거야..."
[그것들]에서 죽은 아들을 부두교 의식으로 좀비로 되살렸던 첫번째 단편 [부활]이 떠오른다. 공교롭게도 이 단편집의 첫 작품도 인형을 통한 [부활]에 대한 이야기이다. 사랑하는 이를 잃지 않으려는 절박한 마음을 인형에게 쏟아붓는 아빠의 집착과 광기가 공포스럽게 다가오고 이어지는 결말의 반전이 작품을 잘빠진 반전공포호러물로 완성시킨다. 


2. 지옥 인형
호러작가인 '나'는 우연히 지옥 인형에 대한 괴담을 듣게 된다. 저주에 걸린 인형을 본 사람은 예외 없이 모두 죽음을 맞게 된다는것...지옥 인형에 대해 취재하려던 차에 후배 작가 P가 실제로 괴담속 마을을 찾아가 폐가에 봉인되 있던 붉은색 테이프를 찢고 지옥 인형을 꺼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고, 후배 P의 행적을 쫓는다. 우여곡절 끝에 마침내 '나'도 지옥 인형을 보게 되고...그때부터 천장에 목메달린 남성의 환영이 시시때때로 보이게된다. 잠깜동안의 환영이지만 목메달린 남성이 낯설지 않은 '나'는 과거의 기억을 되짚어 보는데....
- 표제작이자 초현실적 인형공포의 정수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저주받은 인형과 '나'의 잔혹한 진실이 얽히면서 내가 인형이되고 인형이 내가 된다.....[에나벨]스러운 공포 작품인데, 예상가능한 결말이지만 알면서도 무섭게 만든다....ㅠ_ㅠ 헐헐...지옥으로 가버렷!!  


3. 앙갚음
해방 직후 사회주의와 민주주의 두 이념이 대치되면서 한민족이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누고 서슴없이 잔혹한 학살을 감행하던 암흑의 시절...학생운동단 태경은 빨갱이 최선생을 잡기 위해 최선생의 집으로 쳐들어가고, 그곳에서 최선생의 노모와 아내, 하인을 무참하고 잔혹하게 살해한다. 이제 최선생의 두 아들중 둘째를 붙들고 손가락을 잘라 버리던 그때...집안에서 몸을 숨기고 있던 최선생은 장총으로 태경의 무리와 맞서고...오고가는 총탄 끝에 최선생 일가는 멸절된다. 하지만 시체들을 뒤져도 둘째 아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그렇게 세월은 흘러 노년의 태경은 높은 지위의 보수당 국회의원으로 안정된 삶을 산다. 그러던 어느날 그의 집으로 의문의 택배가 배달되고....안에는 연형이 들어있는데......
- 한가족의 끔찍한 학살을 가감없이 그대로 서술하는, 고어에 가까운 초반부를 지나 인형을 통한 피의 카니발이 시작된다....단순한 스토리지만 눈돌리고 싶게 만드는 잔혹한 서술이 돋보인다. 제목 그대로 복수의 칼날은 결국 상처만을 남긴다....우리의 비극적이고 아픈 분단의 역사....


4. 트렁크 
회사연수를 위해 한차를 타고 산장을 달리는 다섯 명의 사람들은 짙게 낀 안개속을 달리다 뭔가를 치게된다. 차를 세우고 확인하기 위해 내린 사람들은 자신들이 차로 친것이 검은색 트렁크임을 알고 안도의 한숨을 쉰다. 하지만....저절로 움직이는 트렁크...회사원이 트렁크의 지퍼를 내린 순간....안에서 피투성이로 기어나오는 한 여성은.....
- 분량을 채우기 위해 끼워진 보너스 작품...식상한 공포소재의 양대산맥...인형이 아닌 좀비가 소재인 단편이다. 역시 굉장히 하드보일드하고 호쾌한 액션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좀비 단편집 [그것들]에 끼어있어도 전혀 손색없는 괜찮은 좀비물이었다.


인간 내면의 약한 부분을 날카로운 송곳으로 한없이 후벼파 차츰차츰 죽음으로 내몰아가는...영악한 악마스러운 작품이다. 괴이한 사건들을 잇달아 내놓으며 떡밥을 투척하여 공포를 증폭시키고 그 공포가 최고조에 달했을때 느닷없이 반전의 진실을 풀어버리는....익숙한듯 하지만 압축된 서사도 좋았고 공포에 휩싸인 인물들의 내러티브도 좋았다. 뭣보다 무섭다...워낙 오랜만에 공포호러 작품을 읽은 탓인지 아님 내가 유독 인형공포물에 약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제는 공포호러물에 무감각해졌다고 느꼈었는데, 꽤 오랜만에 느껴보는 무서움이었다. 머...그렇다고 밤에 화장실도 못가고 오줌 질질 쌀정도로 무서웠다는건 아니다...-_-;;; 하긴...중고딩때 봤던 도시괴담집 [공포특급]이후로 그런 공포를 느낀적도 없는것 같다만...어쨌던 오랜만에 만족스러운 공포 단편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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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담을 파는 가게 - 아시베 다쿠 연작소설
아시베 다쿠 지음, 김은모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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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기담을파는가게 (2018년 초판 2쇄)

저자 - 이사베 다쿠

역자 - 김은모

출판사 - 현대문학

정가 - 12000원

페이지 - 312p


 


기괴하고 괴이한 악몽같은 이야기들


 

헌책방에서 뭔가에 이끌리듯 산 책에서 비롯된 여섯가지 기이하고 괴이한 악몽같은 이야기...녹아서 흐를것 같은 욕나올 정도로 무더운 이 여름에 가장 어울리는 괴담집이 아닌가 싶다. 뭣보다 예전 문고본 크기의 손안에 들어오는 판형에 정말로 헌책방에서 찾아낸 보물과 같은 느낌이 드는 클래식한 표지 덕분에 더욱 기묘한 분위기를 풍긴다.(편집자님 센스 GOOD!!, 표지삽화는 컬트표지의 대명사로 불리는 동서추리문고 신판[문신 살인사건]을 떠올리게 한다...ㄷㄷ) 귀신들린 헌책을 사고 겪게 되는 기이한 이야기...모든 사물에 혼령이 깃든다고 믿는 일본답게 수상쩍은 책방에서 구입한 오래된 고서에는 어떤 오싹한 사연을 가진 괴기스러운 악령이 깃들어 있을지...



1. 제국 수도 뇌병원 입원 안내

책덕후 이자 소설가인 '나'는 오늘도 뭔가에 홀린듯 책방에서 고서 한권을 가져왔다. 이십 페이지 남짓의 이차세계대전 직후의 정신병원 입원 안내서...오래된 빛바랜 사진속에서 낯익은 마른 의사를 보게되고...본가에서 내려온 낡은 앨범을 뒤져보고 그 마른 의사가 자신의 먼 친척뻘되는 사람이란걸 알게된다. 귀신에 홀린듯 안내서의 건물을 디오라마로 복원한 '나'는 모형 병원의 작은 창문에서 누군가를 보게 되는데....

- 오래된 정신병원...환자를 상대로 벌어지는 갖가지 광기 어린 끔찍한 생체실험들...직접적인 묘사없이 오직 분위기 만으로도 불쾌한 상상을 일으키는 작품이다. 환상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모형집에서 벌어지는 당시의 살인을 목격하는 '나'의 이야기는 '미쓰다 신조'의 [기관]속 자신이 창작한 유령의 집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직접 목격하게 되는 장면과 상당히 닮아있다. 기묘한 공포와 살인사건의 추리가 절묘하게 섞인 단편이었다.


 

2. 기어 오는 그림자

헌책방에서 구매한 추리소설에 기묘하게 끌리는 '나' 작품성이라기 보단 지나치게 그로테스크하고 선정적이며 트릭은 허술하기 그지 없는데, 묘하게 끌린다. 2차 세계대전 전후에 나온 이 작품에 대해 알아내기 위해 여러 소설가와 편집자에게 문의 하는데...우연히 한 편집자가 문제의 소설속 주인공이 등장하는 작품을 받은적이 있다고 말하는데....

- 역시나 미궁속 소설가를 추적하던 '나'가 결국 미궁의 작가에 홀리게 되는 초현실적 이야기이다. 이 작품도 '미쓰다 신조'의 [작가 시리즈]와 상당히 흡사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삼류 추리소설에 씌인 영혼의 정체는.....



3. 여기는 X탐정국 / 괴인 유귀 박사의 권

절판된 몇 십년된 주간 잡지를 구한 '나'는 어릴적 즐겨봤던 '여기는 X 탐정국'만화에 흠뻑 빠진다. 당연히 완결되지 않은 연재작품이라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는 다음 작품을 구하기 위해 헌책방과 마니악한 사이트를 이잡듯이 뒤지고...마침내 연재분의 마지막으로 보이는 주간지를 구하게 된다. 하지만 작품의 마지막회에서 조차 트릭의 진실은 밝혀지지 않고....그런 '나'를 인터뷰하기 위해 찾아온 소녀에게 이 만화를 보여주는데....

- 유년시절 내게도 많은 추억을 남긴 월간지들...[둘리]가 연재됐던 보물섬, [날아라 손오공]이 연재됐던 만화왕국...청소년지라는 이름으로 온갖 오컬트 기사들이 들어차 있던 오컬트 입문서 월간지 소년중앙....-_- 그중에서도 소년중앙은 666, 사탄의 정체, 미국에 나타난 마녀 등등 실제 사진들을 곁들인 오컬트 기사들 때문에 한번 보면 밤잠을 설치게 만들 정도로 공포스러운 잡지였다. 그럼에도 중독적으로 찾아 읽게 되던...좌우간...이 작품은 그런 유년시절의 애정하던 만화에 대한 향수가 가득 담겨있다. 역시 초현실적인 결말 역시 애정하던 만화에 대한 사랑이 가득 느껴지는 그런 결말이었다. 뭐랄까...얼마전 방영했던 MBC 드라마 [W (더블유)]와 흡사하달까....



4. 푸른 수염의 성 살인 사건 영화화 관련 철

명작이라 불리는 원작 소설 [푸른 수염의 성 살인 사건]의 영화화 관련 철을 헌책방에서 입수한 '나'는 관련 자료를 보면서 영화의 주연인 미모의 여성 사진에 시선을 빼앗긴다. 이후 우연히 영화 제작소를 업무차 방문하게된 '나'는 그곳에서 사진속 여성과 똑같이 닮은 여성을 발견하게되고....몇 십년의 시간을 초월하는 뱀파이어 같은 여성의 정체에 공포와 동시에 호기심을 갖는데....

- 시공을 초월하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이다. 기괴함과 초현실이 공존하는 기이한 이야기인데, 결말부분 '이토 준지'의 상어이빨을 가진 [패션모델]이 떠오르는 에피였다. 



5. 시간의 극장 . 전후편

우연히 '나'를 따라오는 스토커를 피하기 위해 들른 헌책방에서 어릴적 지나친 레어 [시간의 극장] 전, 후편을 발견한다. 하지만 헌책방까지 따라온 스토커 때문에 엉겹결에 전편만을 구매하고...책에는 자신의 인생이 차곡차곡 담겨있는 기이한 경험을 하게 된다. 이후 자신의 앞날이 적혀있을 후편을 구하기 위해 갖은 애를 쓰지만 결국 모두 실패한다. 그러다 우연히 고서 경매 사이트에서 후편이 경매품으로 나온다는 소식을 접하고, 경매장을 찾는데...경매장엔 후편을 구하기 위해 혈안이 된 사람들이 진을 치고 있고, 경매장엔 책을 차지하기 위해 고성이 오가는데...

- 그래...절판을 구할때 가장 미치는게 짝권이다...ㅠ_ㅠ 이건 뭐....읽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남은 작품을 구하자니 도통 눈에 띄지도 않고...몇 만원을 들여서라도 구하고 싶지만 매물마저 없을때의 정신적 피로감...허허...내 경우엔 '올슨 스콧 카드'의 [엔더의 아이들] 상,하 편을 그렇게 힘겹게 구했다..-_- 상편을 먼저 구하고 거의 4~5년은 걸려서 하편을 구한것 같은데..ㅋㅋ 짝권의 정신적 스트레스는 정말 상상을 초월 하는듯....그나저나 이 작품 역시 환상특급 스러운 환성적이고 기괴한 작품이다. 나의 인생이 실려있는 작품과 스토커의 정체는 놀랍도록 기묘하다.... 



6. 기담을 파는 가게

기담을 파는 가게에서 구형 타자기로 먼가를 치고 있는 주인...과연 헌책방의 미스터리한 주인은 무엇을 쓰고 있는것인가?....

- 앞선 다섯 가지 이야기의 참혹한 진실을 밝히고 마치 '영국에서 시작된 이 편지는.....' 같은 벗어날 수 없는 저주의 굴레를 말하는 대망의 결말의 장이다. 이 결말 또한 '미쓰다 신조'의 미궁초자를 떠올리게 하면서 기괴한 기담으로서 기억에 남을 결말을 짓는다. 

 


무려 40년간 헌책을 모아왔다는 책덕후 장인이 써낸 헌책에 얽힌 기괴한 이야기들이 나의 피부에 와닿는다. 나역시 절판 SF를 찾느라 전국의 헌책방을 찾아가 들쑤셔보기도 했고, 1분 단위로 온라인 헌책방 검색을 돌리며 뜬눈으로 지새우던...한마디로 헌책에 미쳐있던 시절을 겪었기에 책덕후의 광기 어린 집착이 어떤지건지 조금은 알기 때문이다..... -_-;;; 정말로 어떻게던, 훔쳐서라도 갖고 싶은 집착적 소유욕...세월이 흐르고 흘러 여러 소유자의 광기의 집착을 먹고 자란 헌책들이 정말로 사람을 홀리는 마력을 갖게 되는건 아닐까?...이 괴담집을 통해 음습하고 불쾌한 현실과 환상의 경계 그 어딘가를 헤매인 듯한 느낌이다. 잔혹한 묘사나 끔찍한 악령이 등장하는 직접적인 묘사는 배제하고 오로지 분위기로 승부하는 작품이기에 몸서리처지는 공포감 보다는 음습하고 기묘한 느낌을 주는 작품이다. 괴담을 파는 가게가 아닌 기담을 파는 가게라는 책의 제목은 그 기괴함과 기묘함 사이의 모호함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던 작품에 절절하게 깔리는 책덕후로서의 헌책방에 대한 에피소드들은 메인 기담과는 별개로 너무나 공감되고 추억을 소환하는 이야기들이라서 너무 좋았다. 언젠가 나도 기담을 파는 가게를 방문하는 날이 오게될런지...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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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온한 숨
박영 지음 / 은행나무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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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온한숨 (2018년 초판)

저자 - 박영

출판사 - 은행나무

정가 - 비매품

페이지 - 231p



불온한 숨결...불온한 몸짓...



불온한 숨결이 불쾌하게 온몸을 휘감는 듯한 작품이다. 예술을 위해 금기와 터부를 부숴버리고 자신의 본성을 그대로 내보이며 보이는 몸짓은 극상의 춤인가? 아니면 그저 더러운 쾌락에 몸을 내맡긴 탐욕의 몸부림인가?...이 작품을 보니 얼마전 읽었던 발레단으로 좌천당한 샐러리맨과 일류 무용수의 우정 넘치는 잔잔한 감동을 불러 일으키던 작품 '이부키 유키'의 [컴퍼니]가 떠오르는데, 이 작품과 [컴퍼니]는 무용이 소재라는것만 같을 뿐...분위기는 천차만별의 작품이다. 무용수로서 은퇴할 나이에도 무대의 미련을 못버리고 불안에 시달리는 발레리나 제인. 그리고 그녀의 속을 후벼파는 딸 사춘기 반항아 레나. 안이던 밖이던 전방위로 숨도 못쉴 정도로 몰아치는 압박과 위기상황에 공황장애 신경증에 걸리기 직전인 제인의 위태로운 모습들은 보는 나까지 숨막히게 만들 정도다. 대학생 시절 비밀리에 행해지던 개인 교습과 한순간의 선택으로 돌이킬 수 없이 망가져 버린 인생들...그리고 집착과 복수....한편의 스릴러를 보는듯 과거의 진실이 밝혀지면서 파국으로 치달아가는 사건과 긴장감 넘치는 심리묘사가 좋았던 작품이었다.



은퇴를 바라볼 마흔이 다된 중년 발레리나 제인은 마지막 재기의 기회를 잡고자 전위예술이라 불릴 정도로 파격을 추구하는 안무가 텐의 작품에 주인공으로 출연하기로 결심한다. 이후 카페에서의 첫만남에서 안무가 텐은 제인을 전부터 알고 있었음을 드러내고 과거 대학시절 겪었던 사건이 떠오른 제인은 허둥지둥 급하게 자리를 피한다. 우울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온 제인은 집앞에서 자신의 핸드백을 들고 딸 레나와 마주보고 있는 텐을 발견하고 급격한 불안에 휩싸이게 되고...엄마의 불안을 감지한 반항아 딸 레나는 의도적으로 텐에게 접근하는데.....



과거와 현재, 제인과 텐의 시점에서 진행되는 이야기는 대학시절 제인이 참여했던 모종의 무용 수업이 핵심 사건으로 모든 파국의 근원으로 작용한다. 한때 한창 TV에서 외설 연극의 심각성에 대해 꼬집던 뉴스를 본기억이 난다. 짜여진 각본속의 연기이지만 실제 성행위를 통해 관객에게 사실적 연기와 생생한 감정을 보여준다는 취지에서 생라이브로 연기자들의 섹스를 숨죽여 지켜보는 시간...표현의 자유? 아니면 그냥 포르노? 예술과 외설은 종이한장 차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몸짓으로 표현하는 무용의 세계에서 모든 감정을 개방하고 실제 성행위를 통해 최고치의 쾌락을 춤으로 표현한다면...그건 인간의 본성을 가감없이 표현한 환희의 춤일까 그저 역겨운 변태적 난교일까...머...판단은 읽는 사람의 몫이겠고...



한순간의 실수로 인해 누군가는 죄책감을...누군가는 뼈에 사무친 복수를 꿈꾸며 몇십년이 지난뒤에 안무가와 무용수로 재회한 두 사람...그들의 절정으로 치닫는 감정적 대립과 사이에 낀 반항아 딸 레나...읽고 있는것 만으로도 감정적으로 지치게 만드는 싸이코 드라마 뺨치는 작품이다. 머...난 심정적으로 충분히 이해가 되기에 제인의 행동을 욕하고 싶진 않다. 그로인해 현재 여태껏 고통받고 있기도 하니까...-_- 미지의 섬 싱가포르에서 이국적 풍광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들은 낮과 밤이 전혀 다른 싱가포르라는 나라 만큼이나 다채롭고 이색적으로 다가온다. 마지막 장을 덮으며 잊고 있던 숨을 한번에 내쉬게 만드는 [불온한 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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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테이션 - 유전자 조작과 방사능으로 오염된 돌연변이 동식물 연합체와 인간의 혈투
임서원 외 지음 / 바른북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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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뮤테이션 (2018년 초판)

저자 - 임서원, 임서준, 임대웅, 최문선

출판사 - 바른북스

정가 - 12000원

페이지 - 207p



가족이 만든 재난 SF



두 아이를 키우는 아빠로서 아이들이 한없이 조잘대며 자신만의 세계를 이야기할때면 습관적으로 대꾸는 하지만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려버리는게 대부분이다. 그러다 간혹 가뭄에 콩나듯 문학적으로나 굉장히 창의적이고 논리적인 이야기를 할때면 놀라게 되면서 다시금 되묻곤 하는데, 평소와는 다른 아빠의 반응에 이젠 아이들이 당황할 차례가 온다. -_-;; 좌우간...어린 아이들과 지속적으로 대화하면서 아이의 말에 끊임없이 피드백을 주고 상상력과 창의력을 길러주는건 마음먹기와 실제 현실과는 상당한 갭이있다는 말이다. 그런의미에서 이 작품을 접했을때 작품으로서의 퀄리티는 차치하더라도 굉장히 부럽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이 작품의 저자는 아빠, 엄마, 누나, 남동생...네 가족 모두이다. 가족여행을 다니면서 재미로 지어낸 단편적인 이야기들을 엮어내 이렇게 장편 소설로 출간한다는건 아이들의 기발한 생각이 밑받침되어야 겠지만 결과적으로 두 자식들의 무시 할 수도 있는 두서없고 단편적인 이야기들을 한줄기로 엮어낸 부모의 관심과 사랑의 결과물이라고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책 날개에 실린 가족사진이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기껏

해야 초딩 고학년으로 보이는 아이들의 무한한 상상력의 산물을 이런 어엿한 결과물로 남긴다는건 아이들에게도 좋은 경험이자 자산이 될것이라 생각된다. 



초딩부터 남다른 재능으로 두각을 드러낸 영재 서원과 서준 남매는 우연히 여행간 제주도에서 실시하는 어린이 우주여행 프로젝트에서 당당히 선발되어 한국대표로 미항공우주국 ANSA(NASA 아님...)로 초청되 우주선을 타고 우주정거장에서 생활하는 좋은 기회를 갖는다. 이후 중,고등학교를 거쳐 남다른 환경에 대한 관심으로 GMO 유전자 변형 농산물을 연구하는 연구원으로 성장한 남매는 어린이 우주여행의 인연을 바탕으로 ANSA의 유전자 조작에 대한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다. 미국와 영국, 한국의 젊은 대표 연구원들과 함께 우주정거장에서 관련 연구를 하던중 얘기치 않은 사고로 인하여 프로젝트는 엎어지고, 관련 연구는 폐기하게 되는것으로 알고 남매는 한국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GMO에 대한 연구는 비밀리에 지속되었었고...대지진으로 비밀 연구소 안에 보관되던 강한 방사능을 조사한 유전자 변형 시료들이 서로 뒤섞이는 사고가 발생한다. 그리고....유전자 변형 시료들이 뒤섞이면서 누구도 예상못한 사태가 발생하는데......



가족 합작작품답게 주인공은 큰딸래미 서원이고, 가족이 모두 실명으로 등장한다. 남매가 이 작품의 스토리에 얼마나 지분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기본 줄거리나 작품의 가장 큰 틀인 유전자 변형으로 동물과 식물의 세포 전이로 발생한 돌연변이 생물체가 전 지구를 대재난에 빠트린다는 설정이 아이들의 머리속에서 나온것이라 가정 하고 봤을때, 그 나이대 아이들과는 다른 환경에 대한 관심과 날개달린 상상력에 꽤나 놀라움을 느낀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어찌됐던 표지에 박힌대로 장편SF소설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온 작품으로서 집필 배경을 배제하고 작품만을 이야기 한다면 역시 아마추어적인 느낌을 피하긴 힘들다고도 볼 수 있다. 아이들의 단편적 이야기를 장편으로 엮느라 고군분투했을 아빠의 노력은 감안해줘야 될 것 같기도 하고...-_-;;; 후반부 돌연변이 생물체가 먹이사슬을 바탕으로 서서히 인간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고 인간의 몸에서 자라난 기괴한 식물과 그 식물에서 열린 열매를 통해 포자로 이동하며 인간들을 공격하는 장면은 '이토 준지'의 단편 [혈옥수]가 생각나기도 하고, 나름 괜찮았던것 같다.



아이들의 이름을 따서 '원준앤컴퍼니'라는 가족회사를 차리고 이 회사의 비용으로 만든 책의 수입으로 기부를 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만큼 뭔가 바람직한 가족상을 제시하는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꿈을 향한 도전은 아름답다."는 서두에 실린 엄홍길 대장의 추천사처럼 완벽하지 않지만 가족으 힘으로 도전했다는것에 의의를 둔다면, 아이들 키우는 아빠의 마음으로 읽는다면 만족스럽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정통 SF를 생각한다면 내려놓아도 좋을듯...

이거원...나도 애들이 얘기하는거 하나 하나 정리라도 해놔야 되나...-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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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문자 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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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문자살인사건 (2018년 2판 1쇄)

저자 - 히가시노 게이고

역자 - 민경욱

출판사 - RHK

정가 - 14800원

페이지 - 341p



무인도로부터 살의를 담아 그대에게 보내드리오...



다작의 왕이자 장르를 초월하는 미스터리 제왕 '히가시노 게이고'의 미스터리 작품이 개정판으로 재간되었다. 작가의 1987년도 초기작품으로 근래에 소개되고 있는 장르를 초월한 미스터리 작품들과는 사뭇 다른 정통 미스터리의 향기를 풍기는 작품이다. 워낙 다작 작가이기도 하고 엄청나게 출간된 작품들에 비해 아직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들을 많이 접해보지 못했지만 일단 지금까지 읽은 작가의 작품중엔 가장 신본격에 가까운 작품이 아닌가 싶다. 추리소설가인 '나'가 직접 연쇄 살인사건에 뛰어들어 범인과 살해동기를 유추해 나가는 미스터리로서의 묘미와 함께 다양한 등장인물, 연이어 벌어지는 살인사건, 완벽한 알리바이 속에서 벌어진 별장 살인사건등 이야기의 마술사 답게 능수능란하게 독자를 들었다 놨다 한다. 



"누군가 나를 노리고 있어."

그는 버번 잔을 기울이며 말했다. 잔 속에 든 얼음이 달그락 소리를 내며 움직였다.

"노려?"

나는 반쯤 웃으며 되물었다. 농담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뭘 노린다는 거야?"

"목숨을."


알수없는 말을 남기고 헤어진 연인은 며칠뒤 참혹한 사체로 발견된다. 단 두 달간 사귄 사이지만 의문스러운 죽음을 맞이한 프리랜서 작가 가와즈의 죽음을 파헤치기로 마음먹은 추리소설가 '나'는 가와즈의 스케줄표에서 그의 마지막 스케줄이 야마모리 스포츠 플라자였다는 것을 알게되고, 내 편집자이자 절친인 후유코와 함께 스포츠 플라자를 찾아간다. 스포츠 플라자의 사장 야마모리와 가와즈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그가 1년전 11명의 지인들과 함께 섬으로 요트여행을 갔었다는것을 알게된다. 1년전 요트 전복으로 1명의 사망자를 냈던 여행과 가와즈의 죽음이 연관되있음을 느낀 '나'는 당시 함께 했던 10명의 사람들을 만나 조사하기에 이르고...가와즈에 이어 여행 참석자들이 차례로 죽어가는데......



무려 사건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되 있는 등장인물들만 15명이고(맨 앞장 등장인물 소개를 실어준 출판사의 배려에 감사를..ㅠ_ㅠ) '나'의 조사가 진행될수록 사망리스트에 붉은 선을 긋듯 연이어 사망, 실종자가 속출한다. 크게 2개의 장으로 나뉘는 이야기는 초반 가와즈가 사망하고 '나'가 사건에 참전하여 조사를 벌이고 등장인물들이 죽죽 죽어나가는 1장과, 후반 요트여행의 인물들이 모여 다시 섬으로 요트여행을 가게되고 도착한 섬의 별장에서 마지막 한 건의 살인사건이 발생하면서 고립된 섬, 완벽한 알리바이를 깨고 살인자의 트릭을 찾아내는 2장이 완벽한 조화를 이뤄내면서 사건의 전환을 통한 이야기의 몰입도를 배가 시키고, 결말의 반전에 대한 충격의 시너지를 극대화 시킨다. 



열 한명의 요트여행...'무인도로부터 살의를 담아'라는 열 한문자로 쓰여진 협박편지....과연 1년전 요트여행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가?.....    



부유층, 있는집 사람들이 대중에게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지 않으려는 프라이빗한 심리를 절묘하게 비틀어낸 이 작품은 극한상황 속에서 생명의 무게와 대중의 비난을 저울질하며 그들은 최선이라 자위하지만 결과적으로 최악의 선택을 내린 사람들에 대한 살인자의 가혹한 철퇴를 이야기한다.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누가 가해자이고 누가 피해자인지...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이 섞이지 않을것 같은 절대적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혼란스럽고 씁쓸한 여운을 남긴다. 모두가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이고,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인 것이다. 순간의 선택이 열 한명 모두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겨버렸다....'이게 정말 최선입니까?'



이같은 모호한 경계 덕분에 결말부 살인범의 정체와 그의 최후가 주는 반전 아닌 반전은 꽤나 어안이 벙벙하게 만든다. 이런 결말로 끝날 수도 있구나...-_- 라는 생각?...좌우지간...'히가시노 게이고' 답게 본격 추리작품임에도 페이지는 거침없이 넘어가고 사건이 진행될수록 흡인력은 끝내주게 가속한다. 다만 한가지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있는게...아무리 봐도 모든 비밀을 밝혀주는 그 쪽지를 쓸 시간이 없던것 같은데...상식적으로 생각해서 과연 그 급박한 상황에서 언제 쪽지를 쓸 시간이 있었던건지 의문스럽긴하다. -_-;; 그래도 사회파 추리작가로 명성을 날리는 작가의 초기 정통추리작품을 접할 수 있어 적어도 내게는 신선하고 즐거운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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