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온한 숨
박영 지음 / 은행나무 / 2018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불온한숨 (2018년 초판)

저자 - 박영

출판사 - 은행나무

정가 - 비매품

페이지 - 231p



불온한 숨결...불온한 몸짓...



불온한 숨결이 불쾌하게 온몸을 휘감는 듯한 작품이다. 예술을 위해 금기와 터부를 부숴버리고 자신의 본성을 그대로 내보이며 보이는 몸짓은 극상의 춤인가? 아니면 그저 더러운 쾌락에 몸을 내맡긴 탐욕의 몸부림인가?...이 작품을 보니 얼마전 읽었던 발레단으로 좌천당한 샐러리맨과 일류 무용수의 우정 넘치는 잔잔한 감동을 불러 일으키던 작품 '이부키 유키'의 [컴퍼니]가 떠오르는데, 이 작품과 [컴퍼니]는 무용이 소재라는것만 같을 뿐...분위기는 천차만별의 작품이다. 무용수로서 은퇴할 나이에도 무대의 미련을 못버리고 불안에 시달리는 발레리나 제인. 그리고 그녀의 속을 후벼파는 딸 사춘기 반항아 레나. 안이던 밖이던 전방위로 숨도 못쉴 정도로 몰아치는 압박과 위기상황에 공황장애 신경증에 걸리기 직전인 제인의 위태로운 모습들은 보는 나까지 숨막히게 만들 정도다. 대학생 시절 비밀리에 행해지던 개인 교습과 한순간의 선택으로 돌이킬 수 없이 망가져 버린 인생들...그리고 집착과 복수....한편의 스릴러를 보는듯 과거의 진실이 밝혀지면서 파국으로 치달아가는 사건과 긴장감 넘치는 심리묘사가 좋았던 작품이었다.



은퇴를 바라볼 마흔이 다된 중년 발레리나 제인은 마지막 재기의 기회를 잡고자 전위예술이라 불릴 정도로 파격을 추구하는 안무가 텐의 작품에 주인공으로 출연하기로 결심한다. 이후 카페에서의 첫만남에서 안무가 텐은 제인을 전부터 알고 있었음을 드러내고 과거 대학시절 겪었던 사건이 떠오른 제인은 허둥지둥 급하게 자리를 피한다. 우울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온 제인은 집앞에서 자신의 핸드백을 들고 딸 레나와 마주보고 있는 텐을 발견하고 급격한 불안에 휩싸이게 되고...엄마의 불안을 감지한 반항아 딸 레나는 의도적으로 텐에게 접근하는데.....



과거와 현재, 제인과 텐의 시점에서 진행되는 이야기는 대학시절 제인이 참여했던 모종의 무용 수업이 핵심 사건으로 모든 파국의 근원으로 작용한다. 한때 한창 TV에서 외설 연극의 심각성에 대해 꼬집던 뉴스를 본기억이 난다. 짜여진 각본속의 연기이지만 실제 성행위를 통해 관객에게 사실적 연기와 생생한 감정을 보여준다는 취지에서 생라이브로 연기자들의 섹스를 숨죽여 지켜보는 시간...표현의 자유? 아니면 그냥 포르노? 예술과 외설은 종이한장 차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몸짓으로 표현하는 무용의 세계에서 모든 감정을 개방하고 실제 성행위를 통해 최고치의 쾌락을 춤으로 표현한다면...그건 인간의 본성을 가감없이 표현한 환희의 춤일까 그저 역겨운 변태적 난교일까...머...판단은 읽는 사람의 몫이겠고...



한순간의 실수로 인해 누군가는 죄책감을...누군가는 뼈에 사무친 복수를 꿈꾸며 몇십년이 지난뒤에 안무가와 무용수로 재회한 두 사람...그들의 절정으로 치닫는 감정적 대립과 사이에 낀 반항아 딸 레나...읽고 있는것 만으로도 감정적으로 지치게 만드는 싸이코 드라마 뺨치는 작품이다. 머...난 심정적으로 충분히 이해가 되기에 제인의 행동을 욕하고 싶진 않다. 그로인해 현재 여태껏 고통받고 있기도 하니까...-_- 미지의 섬 싱가포르에서 이국적 풍광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들은 낮과 밤이 전혀 다른 싱가포르라는 나라 만큼이나 다채롭고 이색적으로 다가온다. 마지막 장을 덮으며 잊고 있던 숨을 한번에 내쉬게 만드는 [불온한 숨]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