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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 인형 ㅣ 인형 시리즈
양국일.양국명 지음 / 북오션 / 2018년 7월
평점 :
지옥인형 (2018년 초판)
저자 - 양국일, 양국명
출판사 - 북오션콘텐츠그룹
정가 - 13000원
페이지 - 284p
Hell Doll
이름부터 강렬하다. 지옥의 인형....ㄷㄷㄷ 연일 내리쬐는 무더위로 100년만에 최고기온을 경신하는 지옥의 불구덩이 같은 이 여름의 한가운데에 저마다의 피서방식이 있겠지만....에어컨 틀고 선풍기 바람 쐬면서 한밤중에 읽는 공포호러 소설이 열독가들에겐 최고의 북캉스 아니겠는가...작품을 읽으며 책 뒤로 뭔가 스치는 듯한 느낌 때문에 몇 번이나 불꺼진 거실을 둘러보게 만드는 오싹하고 서늘한 공포를 선사했기에 적어도 내겐 안성맞춤 더위탈출 작품이었던것 같다. (작품에서 언급되는 말이지만) 사실 좀비던 인형이던 공포 소설의 소재로서는 약간 식상한 소재임에는 사실이다. 워낙 대중적이기도 하거니와 그동안 웃고 있는 삐에로 부터 식칼들고 설쳐대는 처키를 거쳐 근래엔 악령 씌인 에나벨까지 때마다 나름의 귀신들린 인형을 선보이면서 세대를 아울러 우리와 함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식상하다고 공포스럽지 않은걸까?...-_- 식상할 정도로 익숙한만큼 우리의 무의식 깊은 곳에 공포의 대명사로 자리잡았기에 여기서 소개되는 3편의 인형괴담은 정말로 오랜만에 날 살떨리게 만들었다. 바로 얼마전 읽었던 좀비 앤솔러지 단편집 [그것들]은 공포스럽다기 보단 끔찍하고 참혹한 느낌이었는데, 이 [지옥 인형]은...그냥 무섭다...ㅠ_ㅠ 물고 뜯고 맛보는 좀비보단 동양인들에겐 역시 심장을 옥죄어오는 심령 오컬트 공포가 더 와닿는것 같기도 한듯....
1. 엄마의 방
유년시절...몸이 유독 허약한 엄마는 오래도록 2층 침실에 누워있는 시간이 많았다. 시간이 지나고...엄마의 기침소리가 잦아지면서 아빠와 의사와 간호사는 2층에서 오래도록 머물렀고 격렬한 기침이 이어지던 어느날밤....한순간의 적막이 오고....궁금증 때문에 2층을 오른 아들은 그곳에서 피를 토한채 절명한 엄마를 목격하게 된다. 깊은 절망에 빠진 아빠가 마음을 추스릴 즈음...검은 옷을 입은 의문의 남성과 함께 아빠는 자신의 키만한 커다란 인형을 2층으로 끌고 올라간다. 그리고 아들에게 절대로 2층에 올라오지 말라고 신신당부한다.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어느날 아빠가 아들을 이끌고 간곳은 2층 엄마가 누워 있던 침대....아빠는 침대에 누워있는 인형을 향해 이렇게 말한다..."XX야...엄마야...아직 아프지만 금방 나을 거야..."
- [그것들]에서 죽은 아들을 부두교 의식으로 좀비로 되살렸던 첫번째 단편 [부활]이 떠오른다. 공교롭게도 이 단편집의 첫 작품도 인형을 통한 [부활]에 대한 이야기이다. 사랑하는 이를 잃지 않으려는 절박한 마음을 인형에게 쏟아붓는 아빠의 집착과 광기가 공포스럽게 다가오고 이어지는 결말의 반전이 작품을 잘빠진 반전공포호러물로 완성시킨다.
2. 지옥 인형
호러작가인 '나'는 우연히 지옥 인형에 대한 괴담을 듣게 된다. 저주에 걸린 인형을 본 사람은 예외 없이 모두 죽음을 맞게 된다는것...지옥 인형에 대해 취재하려던 차에 후배 작가 P가 실제로 괴담속 마을을 찾아가 폐가에 봉인되 있던 붉은색 테이프를 찢고 지옥 인형을 꺼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고, 후배 P의 행적을 쫓는다. 우여곡절 끝에 마침내 '나'도 지옥 인형을 보게 되고...그때부터 천장에 목메달린 남성의 환영이 시시때때로 보이게된다. 잠깜동안의 환영이지만 목메달린 남성이 낯설지 않은 '나'는 과거의 기억을 되짚어 보는데....
- 표제작이자 초현실적 인형공포의 정수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저주받은 인형과 '나'의 잔혹한 진실이 얽히면서 내가 인형이되고 인형이 내가 된다.....[에나벨]스러운 공포 작품인데, 예상가능한 결말이지만 알면서도 무섭게 만든다....ㅠ_ㅠ 헐헐...지옥으로 가버렷!!
3. 앙갚음
해방 직후 사회주의와 민주주의 두 이념이 대치되면서 한민족이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누고 서슴없이 잔혹한 학살을 감행하던 암흑의 시절...학생운동단 태경은 빨갱이 최선생을 잡기 위해 최선생의 집으로 쳐들어가고, 그곳에서 최선생의 노모와 아내, 하인을 무참하고 잔혹하게 살해한다. 이제 최선생의 두 아들중 둘째를 붙들고 손가락을 잘라 버리던 그때...집안에서 몸을 숨기고 있던 최선생은 장총으로 태경의 무리와 맞서고...오고가는 총탄 끝에 최선생 일가는 멸절된다. 하지만 시체들을 뒤져도 둘째 아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그렇게 세월은 흘러 노년의 태경은 높은 지위의 보수당 국회의원으로 안정된 삶을 산다. 그러던 어느날 그의 집으로 의문의 택배가 배달되고....안에는 연형이 들어있는데......
- 한가족의 끔찍한 학살을 가감없이 그대로 서술하는, 고어에 가까운 초반부를 지나 인형을 통한 피의 카니발이 시작된다....단순한 스토리지만 눈돌리고 싶게 만드는 잔혹한 서술이 돋보인다. 제목 그대로 복수의 칼날은 결국 상처만을 남긴다....우리의 비극적이고 아픈 분단의 역사....
4. 트렁크
회사연수를 위해 한차를 타고 산장을 달리는 다섯 명의 사람들은 짙게 낀 안개속을 달리다 뭔가를 치게된다. 차를 세우고 확인하기 위해 내린 사람들은 자신들이 차로 친것이 검은색 트렁크임을 알고 안도의 한숨을 쉰다. 하지만....저절로 움직이는 트렁크...회사원이 트렁크의 지퍼를 내린 순간....안에서 피투성이로 기어나오는 한 여성은.....
- 분량을 채우기 위해 끼워진 보너스 작품...식상한 공포소재의 양대산맥...인형이 아닌 좀비가 소재인 단편이다. 역시 굉장히 하드보일드하고 호쾌한 액션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좀비 단편집 [그것들]에 끼어있어도 전혀 손색없는 괜찮은 좀비물이었다.
인간 내면의 약한 부분을 날카로운 송곳으로 한없이 후벼파 차츰차츰 죽음으로 내몰아가는...영악한 악마스러운 작품이다. 괴이한 사건들을 잇달아 내놓으며 떡밥을 투척하여 공포를 증폭시키고 그 공포가 최고조에 달했을때 느닷없이 반전의 진실을 풀어버리는....익숙한듯 하지만 압축된 서사도 좋았고 공포에 휩싸인 인물들의 내러티브도 좋았다. 뭣보다 무섭다...워낙 오랜만에 공포호러 작품을 읽은 탓인지 아님 내가 유독 인형공포물에 약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제는 공포호러물에 무감각해졌다고 느꼈었는데, 꽤 오랜만에 느껴보는 무서움이었다. 머...그렇다고 밤에 화장실도 못가고 오줌 질질 쌀정도로 무서웠다는건 아니다...-_-;;; 하긴...중고딩때 봤던 도시괴담집 [공포특급]이후로 그런 공포를 느낀적도 없는것 같다만...어쨌던 오랜만에 만족스러운 공포 단편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