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내 것이었던
앨리스 피니 지음, 권도희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8월
평점 :
절판


원래내것이었던 (2018년 초판)

저자 - 앨리스 피니

역자 - 권도희

출판사 - RHK

정가 - 15000원

페이지 - 419p



1. 나는 코마 상태다.

2. 남편은 더 이상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

3. 나는 가끔 거짓말을 한다. 



작품을 읽으며 뒷통수를 후려갈기듯 명쾌하고 예상치 못한 반전에 놀라는 작품이 있다. 반면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서 다시 한번 작품 전체의 스토리를 되짚어 복기하면서 결말의 숨겨진 의미를 헤아려야 하는 작품도 있다. 굳이 따지자면 이 작품은 후자의 형식을 띄고 있는 작품이라 말할 수 있을것 같다. 시작과 마지막 장이 대구하듯 쓰여진 주인공 엠버의 3가지 고백...헐...이 마지막 고백 때문에 내 머리는 지금 완전 복잡하다...ㅠ_ㅠ



1. 난 코마 환자였다.

2. 내 동생은 비극적인 사고로 죽었다.

3. 가끔 나는 거짓말을 한다.



엠버는 교통사로 이후 코마상태에서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다. 하지만 신체는 여전히 식물인간 상태...감각, 청각, 후각은 살아있지만 병원 사람들은 엠버의 상태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엠버는 누워있는 상태로 자신을 찾아오는 여러 사람들의 말들을 듣고 자신이 겪었던 기억이 흐릿한 사건들을 되짚어 나간다. 사고 일주일전...인기 라디오 프로그램의 보조진행자인 엠버는 MC인 메들린과의 불화로 직장을 잃을 위기에 처한다. 자신의 직장을 지키기 위해, 그리고 친동생 클레어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작은 음모를 꾸미고, 엠버의 주도면밀한 작전으로 성공직전의 단계에 이른다. 직장문제를 한시름 놓은 엠버에게 다가온 새로운 문제는 남편 폴과 처제인 클레어와의 관계이다. 너무나 친밀하고 가까워 보이는 남편과 처제의 관계가 불편하게 느껴진 뒤로는 남편의 모든 말들이 의심스러운 엠버...어릴적부터 부모님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자라난 엠버와 동생의 그늘에 가려 모든것을 빼앗긴채 살아온 엠버...남편마저 동생에게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불안은 그녀를 흔들어 놓고...안개처럼 흐려진 기억의 그늘속에 폴, 클레어, 엠버의 진실게임은 시작된다....



이야기는 엠버가 코마상태에서 의식을 찾은 '현재', 그리고 사고가 나기 일주일전의 '그때', 그리고 클레어가 10살이던 때 쓴 일기의 내용인 '이전' 3가지 시점으로 전개된다. 그때와 현재가 번갈 진행되면서 엠버의 교통사고의 이유와 그녀가 일주일 동안 겪었던 사건들이 정리되면서 기억을 잃었던 엠버가 자신의 원래 목적을 되찾아 가는 이야기가 전개된다. 더불어 클레어의 일기를 통해 엠버와 클레어 사이에 있었던 비극적이고 참혹했던 악연이 밝혀지는 구조이다. 



그런데 이 작품이 독특한건 작가가 처음부터 진실과 거짓이 교묘하게 섞어내 독자들을 대놓고 농락할거라고 당당히 선언하는 듯한 세번째 고백...'나는 가끔 거짓말을 한다'는 항목때문이다. 작품을 조금만 읽어봐도 엠버가 현재, 그때의 시점을 구술하면서 끊임없이 진실과 거짓 망상을 섞어 말하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결국 그녀가 말하는 사건들의 전부를 믿을 수는 없다는 얘기인데...그럼으로써 전/후반의 이야기들을 비교하고 사실여부의 관계를 끊임없이 고려하면서 작품을 읽게 만든다는 말이다. 이 진실과 거짓 때문에 꽤나 머리아프고 신경쓰면서 작품을 읽게 만든것 같다..ㅠ_ㅠ



어찌됐던...그렇게 꼼꼼이 읽었건만...마지막 페이지의 3가지 고백이 주는 충격...'뭐지?'라는 의문과 함께 앞선 스토리를 다시 곱씹게 만드는 모호함 아...ㅠ_ㅠ...해석에 따라 결말이 갈리던 영화 [곡성] 처럼처럼 이 작품도 전혀 다른 상반된 결말을 주는 작품인듯 하다...이럴거면 작품해설이라도 실어주소!!~~~







자...지금부터는 스포일러 주의!!





그래...잔악무도한 클레어의 악행을 전부 떠올리고 제목 그대로 [원래 내 것이었던] 엠버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기 위해 동생 클레어가 빼앗아간 모든것을 되찾아오는 스토리 그대로의 결말...음...정말 유약하고 나약하기만 했던 엠버가 한순간에 정신 차리고 싸이코패스급의 범죄를 저질렀다는 말인가? -_-;;; 영...어딘가 부자연스러운 느낌이 떠나지 않는다...-_-;;; 뭔가 부자연스러워...여기서 이 작품의 원제가 [Sometimes I Lie]이면서 마지막 페이지 마지막 문장 '가끔 나는 거짓말을 한다.'이 눈에 들어온다. 



내 이름은 엠버 테일러 레이놀즈다.  -416p



지금까지 엠버는 자신이 악녀이자 동생인 클레어에게 평생 당하고 살아왔던 테일러라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왜 테일러라는 이름을 삭제한것일까? 문제의 일기장의 주인이자 싸이코패스 악녀는 사실 엠버였던것 아닐까?...결국 이야기 전체를 농락하는...독자를 우롱하는 엠버의 거짓말은 이것이 아니었을까?...흠....그런데 이 추론도 썩 개운하지는 않다...크게 헛다리 짚은거 아닌지 모르겠고...-_-;; 아...딱 떨어지는게 좋은데...이런거 싫어...ㅠ_ㅠ




엠버의 섬세한 심리묘사와 진실, 거짓, 망상이 뒤섞인 복잡한 구성 그리고 충격이고 모호한 결말...코마 상태에서 정신병이 걸릴듯한 답답함과 정신적 압박으로 끝내주는 몰입감을 선사하고 서술트릭과는 또다른 방식으로 재독하게 만드는 독특한 작품이었다. 부디 많은 사람들이 읽고 분석해서 명쾌하고 속시원하게 진실을 알려줬음 좋겠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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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2호에서는 303호 여자가 보인다
피터 스완슨 지음, 노진선 옮김 / 푸른숲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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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2호에서는303호여자가보인다 (2018년 초판)

저자 - 피터 스완슨

역자 - 노진선

출판사 - 푸른숲

정가 - 14800원

페이지 - 471p



이웃집에 살인마가 살고 있을까?



[죽여 마땅한 사람들][아낌없이 뺏는 사랑]으로 시원한 반전쾌감을 안겨줬던 작가 '피터 스완슨'의 신작이 출간되었다. 옆집에서 벌어진 참혹한 살인사건으로 정신적 고통을 받게 되는 여성 케이트와 주변인물들의 숨겨진 진실이 드러나면서 예상치 못한 반전을 선사하는 서스펜스 심리 스릴러 [312호에서는 303호 여자가 보인다]이다.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이번 작품도 후반부 뜬금없는 상황이 급작스럽게 전개되면서 사건의 진위를 궁금케 하는데 과연 이웃집 살인범의 정체는 누구일지...



데이트 폭력으로 씻을 수 없는 커다란 상처를 안고 후유증에 시달리는 케이트는 자신의 육촌 코빈이 6개월간 영국 출장 때문에 체류해야 하고, 그래서 미국 보스턴의 자신의 집과 영국 런던 케이트의 집을 6개월간 바꿔서 살기를 제안한다. 케이트 자신에게도 좋은 기회라 생각하여 흔쾌히 승낙하고 마침내 케이트는 코빈의 고급스러운 아파트에 도착한다. 아파트에 도착하여 짐도 풀기전 한 여성이 케이트의 바로 옆방인 303호에 사는 오드리가 무단결근을 하였고, 연락조차 되지 않는다는 말을 전해듣고 불길한 예감에 휩싸인다. 다음날...예감은 적중하여 오드리가 시체로 발견되었다는 뉴스를 접하게 되고...혹시 바로 옆집에 살던 코빈이 오드리의 사망사건에 관여된것은 아닌지 의심한다. 그러던중 우연히 아파트 안뜰에서 만난 이웃집 남성 앨런에게 이성적으로 호감을 갖게되고, 그가 죽은 오드리가 살던 303호 맞은편인 312호에 살고있고, 312호에서 303호의 오드리를 지켜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얼마전 SBS에서 방영했던 프로그램 [내 방 안내서]가 떠오른다. 서로 다른 나라에 살던 사람들이 홈 익스체인지를 통해 쳇바퀴 처럼 굴러가던 익숙한 자신의 공간에서 얼마간 벗어나 낯선 사람, 낯선 문화와 대면하면서 자신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힐링 교양 프로그램 말이다. 낯선 공간, 새로운 도전을 위해 일면식 없는 보스턴으로 날아온 케이트의 결심을 무색케 만드는 옆집의 살인사건...멀쩡한 사람도 충격으로 멘붕이 올정도의 상황이니...전남친으로 부터 가학적 폭력을 받고 공황장애에 시달리는 케이트의 멘탈은 오죽하랴....



바로 옆집의 참혹한 살인...그리고 그집을 광적으로 엿보고 있던 관음증 남성...그리고 죽은 오드리와 비밀리에 교제했던 육촌 코빈....같은 아파트에서 하루에도 수차례 마주치며 살고 있지만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다. 증폭되는 의혹과 불안 사이에서 케이트 자신의 일상에도 기억하지 못한 미묘한 변화들이 생기고...공황발작에 시달리는 신경불안증 케이트 자신조차 믿을 수 없게 되고...작품을 읽는 나조차도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게 만든다..-_-;; 신경불안증 케이트, 관음증 환자 앨런, 무서운 비밀을 감추고 있는 코빈...그리고 또 한사람....4명의 1인칭 시점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는 서서히 불안감을 증폭시키다 어떤 기점을 중심으로 한꺼번에 터트려버림으로써 커다란 충격과 함께 강한 호기심을 자극한다. 



막연하게만 보이던 사건의 진실은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서서히 실체를 잡아가고 결국 배신감에 실수로 저지른 살인이 모든 사건의 발단이 되었음을 이야기 한다. 분노와 배신감에 저지른 한순간의 실수...그리고 한 생명을 소멸시키는것에 대한 기묘한 쾌감...살인의 쾌감에 사로잡힌 남자와 그의 살인을 얼결에 함께한 남자. 점차 포악해지고 잔인해지는 살인에 갈라진 둘의 사이는 어느새 원수지간이 되고, 두 남자가 벌이는 먼치킨 게임이 시작된다...결국 케이트가 끊임없이 이웃들을 의심하며 불안에 떠는 심리 스릴러인 동시에 두 미치광이 남자의 쫓고 쫓기는 살육게임이기도 한것이다.



이웃집 살인마..그리고 나의 공간에서 느껴지는 타인의 흔적들...증폭되는 불안증...아파트먼트 스릴러로서의 요소는 모두 갖추고 있는...그리고 그 소재들을 절묘하게 조합한 작품이라 생각된다. 얼마전 읽었던 비슷한 소재의 단독주택 스릴러였던 [더 걸 비포]가 떠오른다. 가장 안정감을 주는 공간 집이 가장 위험한 공간으로 뒤바뀌는 심리적 공포...천하의 악녀에게 마음껏 유린 당하다 어퍼컷 한방을 날리던 전작들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작품이라 신선하면서도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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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정없는 남자 한국추리문학선 2
김재희 지음 / 책과나무 / 2018년 8월
평점 :
절판


표정없는남자 (2018년 초판)
저자 - 김재희
출판사 - 책과나무
정가 - 12800원
페이지 - 334p


널 사랑하기 때문에 상처주는거야...



사랑...타인과 타인이 만나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면서 감정을 키워나가는 것...하지만 상대의 마음이 내마음과 같지 않기에 어디로 튈지 알 수 없고 그래서 마음 졸이고 오해와 다툼도 불가피하다. 내 마음을 몰라주는 답답함...난 널 이렇게 사랑하는데...내 맘도 모르고 매정하게 돌아서는 너에게 화가난다...참을 수 없다...울컥이는 우발적 감정 끝에 저지른 가벼운 손찌검...당황한 남자는 어쩔줄 몰라하며 진심어린 사과와 함께 상대의 마음을 풀어주기 위해 금전적 보상을 내밀고...연인의 폭력에 화가 나지만 감정을 못다스리고 저지른 우발적 상황이라 이해하며 한번은 눈감아 주려는 여자...그렇게 시작된 폭력은 점차 잦아지고 수위 또한 높아져만가고 폭력을 저지른 뒤엔 집요하게 사과하고 협박하는 일이 반복된다. 여성 또한 폭력에 떨면서도 남자의 집요하고 집착적인 사과와 협박에 관계를 끊어내지 못하고 끌려다니게 되는 절망의 데이트 폭력이라는 굴레에 갖히게 된다.



자신의 비밀을 숨긴채 표정없는 얼굴로 또다른 자신을 연기하는 남자...그리고 이 남자가 몹시도 집착하는 여자...남자는 여자에게서 무엇을 봤던 것일까?...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심각한 데이트 폭력을 소재로 비극적 비밀을 간직한 남성과 상처를 안고 사는 여성의 안타깝고 참혹한 러브스토리 [표정없는 남자]이다.



수제 비누 매장에서 항상 웃는 얼굴로 친절하게 손님을 응대하는 성실한 친절사원 준기는 우연히 지인이 있는 클럽에서 출판사 편집자인 유진을 만나고 그녀에게 인간적 호감을 느낀다. 그녀의 명함으로 SNS부터 차근차근 접근하던 준기는 친절한 매너와 편안함으로 유진의 높다란 방어막을 무너뜨리고 마침내 그녀의 마음을 얻어낸다. 하지만 대학시절 실직한 아버지의 자살을 방조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는 유진은 준기와의 관계에 대해 끊임없이 불안해하고 마음을 놓지 못하고...어느정도 가까워진 둘 사이에 찬물을 끼얹듯 준기의 급작스럽고 폭력적인 행동은 유진을 더욱 움츠려들게 만드는데......



초반부 실로 거의 완벽해 보일 정도로 잘생기고 친절한 매너남 준기와 유진과의 달콤하고 로맨틱한 데이트를 통해 아름답고 서정적인 사랑을 그려내지만 그걸 읽는 나로선 과연 준기의 완벽함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비밀이 무엇일지...도대체 어떤 악마같은 사이코틱한 속내를 감추고 있는지가 더 궁금하고 기대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서서히 드러나는 준기의 분노조절 장애와 경계성 인격장애에 따른 폭력상황과 집요하고도 공포스러운 집착적 상황들이 펼쳐지니...한순간에도 수차례 감정이 급변하는 싸이코 남친이 연약한 여성에게 얼마나 커다란 공포와 압박으로 다가올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것 같다. 사실상 데이트 폭력 혹은 스토킹에 대해 공권력을 통해 도움을 청하려해도 현재의 법적 장치로는 기껏해야 벌금형이나 접근금지령이 전부인게 현실이니 여성들은 그야말로 자신의 몸은 자신이 지켜내야 하는 것이다...사랑하던 연인이 자신을 위협하는 악마로 돌변해 버리게 되는 상황...연인의 믿음을 배반해버리는 일이기에 더욱 용서할 수 없는 비겁한 범죄인 것이다.



아무에게도 도움을 청할 수 없는 고립된 유진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어주는 이가 있었으니...전직 형사과 프로파일러이자 현직 범죄심리 전문가인 감건호이다. 과거 경찰이던 시절 실종사건에 얽혀있던 준기를 알고 있던 감건호는 그의 애인인 유진의 공포를 가지하고 그녀를 돕기위해 실질적으로 노력한다. 그렇게 서서히 밝혀지는 준기의 과거의 비밀은 이 작품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감건호가 출연하는 티비 대담에서 펼쳤던 갑론을박이 이 작품이 하고자 하는 말을 대변하는듯 하다. 범죄는 환경에 의해 만들어지는가?...아니면 살인자의 DNA는 따로 있는 것인가? 준기와 유진의 가슴아픈 사랑의 끝을 보면서 작가가 말하는 범죄유발론의 대답이 여운을 남기면서 씁씁한 뒷맛을 남긴다.



이 작품은 감건호 프로파일러가 등장하는 감건호 시리즈 중 첫작품 [봄날의 바다]에 이은 두번째 작품이라고 한다. 감건호 시리즈이지만 감건호가 사건에 결정적 역할을 하기 보다는 조연으로서 힌트를 주는 역할과 함께 약방의 감초 격으로 동료였던 형사와 벌이는 티키타카가 코믹하게 그려지며 무거운 분위기를 풀어주는 역할을 하는 독특하고 매력적인 캐릭터로 그려진다. 앞으로도 감건호 프로파일러의 모습을 좀 더 지켜보길 바라면서...처음 타인이 만나 사랑에 빠지고, 서서히 갈등이 드러나는 남녀의 감정이 섬세하게 묘사되는 잘쓰인 심리 스릴러이자 달달한 감성을 자극하는 유려한 문장이 돋보이는 서정 스릴러이면서, 설레임, 사랑, 비극, 아픔이 혼재되어있는 데이트 스릴러로 손색없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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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오르는 세계 블랙 로맨스 클럽
아이작 마리온 지음, 박효정 옮김 / 황금가지 / 2018년 7월
평점 :
절판


타오르는세계 (2018년 초판)
저자 - 아이작 마리온
역자 - 박효정
출판사 - 황금가지
정가 - 15800원
페이지 - 671p



잿더미로 불타버린 세계 속에서 피어오른 작은 희망의 불길


바야흐로 기존의 틀에박힌 좀비물의 한계를 넘어 좀비장르의 새로운 특이점을 가져온 문제작이자 좀비와 인간의 로맨스라는 신박한 설정으로 헐리우드 영화로 제작되어 열광적 반응을 이끌었던 [웜 바디스]의 속편이 출간되었다. 전작에서는 굶주림에 허덕이며 살아있는 식량을 찾던 좀비에서 의식을 갖고 인간의 모습으로 서서히 변화하는 R과 그런 R과 마음을 나누던 여성 줄리와의 기묘한 로맨스가 이야기의 중심이었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좀비의 모습을 벗어나 인간과 좀비 사이 중간에 끼어버린(좀비 보다는 인간에 더 가까운) R이 이권과 욕망을 위해 인간들끼리 서로 피흘리며 대립하는 모습을 한발 떨어진 거리에서 바라보며 인간에 대해 고찰하는 모습이 숨가쁘게 그려진다. 식욕 이외의 욕구는 없었던 좀비가 바라본 인간들의 잔혹한 세상은 어떻게 비춰졌을까....



인간의 생활을 학습하며 줄리와 함께 살고 있는 R은 아직 적지않은 사람들이 적대시 하지만 그런대로 사람들과 함께 녹아들어 생활한다. 어느날 마을로 헬리콥터와 함께 밴을 타고 찾아온 의문의 넥타이 3인방은 자신들을 조직 액시엄이라 밝히며 이미 살아남은 많은 지역을 자신들의 보호아래 두었고, 막강한 화력과 인력을 바탕으로 이 마을의 보호를 빌미로 강제적으로 마을의 자치권을 넘겨달라고 협박한다. 마을의 수장이었던 로소는 제안을 거부한 댓가로 죽음을 맞고 마을은 액시엄의 직접적 탄압으로 쑥대밭이 되버린다. 반항하던 줄리와 R, 마을의 좀비의사 노라는 액시엄일당에게 잡혀들어 강제격리 당하고, '죽은 자'에서 '거의 죽은 자'로 돌아온 R에 대해 흥미를 보인 액시엄은 R이 좀비들을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만드는 키메이커라 여기고, 액시엄에 협조하도록 잔혹한 고문을 시작하는데....



일단...[워킹데드]등의 여러 좀비물 처럼 앞부분은 평범했던 일상이 한순간 무너지고 좀비때들로 아수라장이 되버리는 포스트아포칼립스의 묵시록적 광경으로 눈길을 사로잡지만 이야기의 심화를 위해선 필수불가결로 인간과 인간간의 대립이 빠질 수 없는 요소라 생각된다. 속편인 이 작품 역시 거대 조직 액시엄을 갈등의 중심으로 설정하고 '거의 죽은

자'들을 이용하여 실권을 잡기 위해 벌이는 끔찍한 생체실험과 학살장면들을 대두하면서 좀비보다 무섭고 공포스러운
존재는 결국 인간이라는 사실을 여과없이 보여준다. 좀비에서 인간으로 성공적으로 돌아온 R과 줄리의 좀비때들을 인간으로 되돌리기 위해 벌이는 소통의 노력들과 대비하여 좀비들을 묶어놓고 노예로 부리는 액시엄의 상반되는 행위들...그리고 그 두가지 모습들을 직접 목도하는 R의 혼란스러운 감정이 페이지 가득 들어차있다.



그와 함께 의문에 휩싸인 액시엄의 목적과 정체 그리고 좀비가 되기 이전 서서히 기억을 되찾아가는 R의 정체가 드러나면서 멸망을 향한 파국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친다. 액시엄과 대적하며 살기위해 발버둥치는 줄리,R 크루들의 박진감 넘치는 고군분투도 볼거리지만 장르물에서 흔하다면 흔한, 한번 선인은 끝까지 선인으로 그리는 단편적 인간상에서 벗어나 자신의 목적을 위해 서슴없이 동료를 향해 총탄을 날려버리는 줄리의 복잡하고 다중적인 인간상이 주는 전혀 예상치 못한 반전과 충격이 작품을 더욱 집중하고 몰입하게 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뭐랄까...정황상 잘못된 일이란걸 알면서도 그럴 수 밖에 없는 줄리의 감정이 이해되면서도 욕하게 되는 복잡한 심정이랄까..-_-;;;



이야기 자체는 이제 좀비로서 끊임없는 살육을 탐하는 '죽은 자', 어느정도 정신을 차리려 하지만 좀비의 습성이 더 강하게 남아있는 '죽은 자', 그리고 R처럼 인간의 의식을 거의 되찾은 '거의 죽은 자'로 나뉘면서 좀비와 인간 사이의 과도기적 단계로 접어든다. 인간의 의식을 찾으려하는 좀비들을 인간으로 바라보고 위험을 무릎쓰고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야 할 것인지 아니면 폐허가 된 도시를 재건하기 위한 희생양이자 밑거름으로 사용해야 할지 작품을 읽는 독자들도 함께 고민하고 생각하게 만드는것 같다.



이 시리즈도 3부작을 염두에 두고 있는건지는 모르겠으나 아쉽게도 R과 줄리 VS 액시엄과의 전쟁은 이번편에서 끝나지 않는다. 흐릿하던 기억의 파편들을 이제서야 모아서 자신의 정체를 깨달은 R이 드디어 뭔가 해내겠구나 생각하는 순간 2편이 끝나버리니...내내 도주만 해오던 R과 줄리 일행의 일대반격이 펼쳐질 다음편이 너무나 궁금해진다...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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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베첸토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알레산드로 바리코 지음, 최정윤 옮김 / 비채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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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베첸토 (2018년 초판)

저자 - 알레산드로 바리코

역자 - 최정윤

출판사 - 비채

정가 - 9800원

페이지 - 91p



영혼을 연주한 천재 피아니스트



배에서 내리지 않고 평생을 보낸 전설이 피아니스트....그것만으로도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이다. 연극을 목적으로 쓰여진 작품이자 연극과 영화등으로 많은 인기를 누린 작품으로 영화 [피아니스트의 전설]의 원작이라 한다. 물론 나로선 처음 듣는 영화이고 연극이지만 가공의 인물일지라도 그가 보냈을 일생 하나만은 꽤나 흥미롭게 다가온다. 배위...정확히는 피아노 위에 놓인 레몬 상자 안에서 발견되 평생을 자신이 발견된 배안에서 지내고 죽음의 순간까지 배안을 고집했던 피아니스트 '대니 부드먼 T.D. 레몬 노베첸토'의 기이하고 재즈처럼 흥겨운 이야기 속으로 빠져든다.



대륙과 대륙을 오가며 수많은 사람들을 실어 나르는 대형 유람선 버지니아호에서 갓난아기가 발견된다. 그랜드 피아노 위 레몬 상자속에서 우렁차게 울어대는 아기를 발견한 대니는 아이에게 자신의 이름과 레몬 상자에 쓰여있던 글자를 따 '대니 부드먼 T.D. 레몬 노베첸토'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자신의 아들로 키운다. 노베첸토가 8살이 되던해 대니는 사고로 목숨을 잃고...선장은 노베첸토를 땅으로 내리기로 마음 먹는다. 드디어 육지에 정박하고 노베첸토를 찾지만...정박기간동안 배의 모든곳을 찾아봐도 나오지 않는 노베첸토...결국 배는 다시 출항하고...출항 이틀뒤 아무일도 없었던듯 노베첸토는 다시 나타나 멋들어진 피아노 연주로 승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결국 피아노 연주로 버지니아호에서의 생활을 허락받은 노베첸토....시간이 흘러 그의 명성은 전설화되어 육지로 퍼져 나가기 시작하는데.....



연극으로 쓰인 모놀로그 답게 실제 등장인물들의 행동등의 지문이 함께 하고 흥겨운 재즈가 함께 하는 음악연극답게 대사 또한 상당히 경쾌하고 리드미컬하다. 마치 글로 쓰인 재즈를 보는듯한 느낌의 즉흥적이고 흥분하여 상기된 감정이 전해지는데 그런 작품의 분위기와 어우러져 다소 판타지에 가까운 노베첸토의 에피소드들이 흥을 더해주는 느낌이다. 출생부터 피아노를 처음친 여덟살의 에피소드도 비현실적인 판타지이지만 여러 에피중 가장 으뜸인 백미는 실존 재즈 피아니스트 '젤리 롤 모턴'과 노베첸토와의 1대1 피아노 결투가 가장 흥미로운 에피로 꼽을 수 있을 것같다.



당대 최고의 실력으로 재즈 피아노의 창시자라 불린 젤리 롤 모턴이 우연히 노베첸토의 신들린 실력을 전해듣고 그와 대결하기 위해 직접 버지니아호에 올라타 배틀을 펼친다. 각자의 연주로 선공과 후공을 번갈아가고...선공의 젤리 롤 모턴이 담배불을 붙여 피아노 위에 올려놓고 연주를 시작해 연주가 끝나니 절반이 재로 변한 담배에서 재가 떨어지지 않고 담배 모양으로 계속 타들어 가는 신기한 일을 묘사하여 일종의 암시를 걸더니, 막공 담배를 피우지 않는 노베첸토가 불을 붙이지 않은 담배를 똑같이 피아노 선반의 끝에 걸쳐 놓고 마치 네 개의 손이 연주하는듯 미친듯한 초고속 연주를 마치고, 얹어놓았던 담배를 드니 어느새 담배에 불이 붙어 있더라는...!!!!! 충격적 장면을 선공의 대구로 사용하니 ㅎㅎ 이 어찌 전설을 연주하는 판타지한 배틀이 아니겠는가?...거의 극한의 무공대결을 펼치는 초고수 무술인들의 대결이 연상되는 ㅎㅎ..하지만 이런 에피는 이게 다가 아니다...



떠다니는 배 위에서 인생을 연주하고 그의 연주를 듣는 함께하는 이들의 눈으로 세상의 모든것을 바라본 남자. 노베첸토의 기묘하고도 신비한 인생이 흥겨운 재즈의 리듬에 올라타 시종일관 엉덩이를 들썩이는 경쾌함을 전해주는 작품이다. 단지 글만으로 이런 흥겨운 음악을 들리게 하는 작가의 천재적 센스와 문장력에 흠뻑 취하게 된다.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라 불리는 피아노 재즈와 함께 읽는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독서가 될듯한 작품이다. 짧지만 실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모놀로그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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