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속 외딴 성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서혜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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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속외딴성 (2018년 초판)
저자 - 츠지무라 미즈키
역자 - 서혜영
출판사 - RHK
정가 - 16500원
페이지 - 638p



네 잘못이 아냐



'2018 서점대상 수상작 1위'를 수상한 화제의 작품이 발빠르게 국내 출간되었다. 나날이 늘어가는 심각한 사회문제인 학교폭력문제를 동화속세계와 연결지어 감수성 풍부한 신비의 판타지세계로 초대한다. 아이의 인격을 말살시켜 버리는 무언의 살인자 이지메...그저 감정을 쏟아내기 위한 목적으로 학급내 약자가 왕따로 지목되고, 어제의 친구가 오늘은 왕따의 가담자로 바껴버리니 따돌림의 당사자는 인격적으로 철저히 말살당하는 것이다. 사회에 나가기 전 학교를 통해 모의사회를 경험하고 세상에 나설 준비를 하는 예민하고 감수성 풍부한 시기에 따돌림을 통해 겪게되는 엄청난 정신적 압박과 스트레스는 어른으로서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의 프레셔이리라. 손대기만 해도 깨져버릴것 같은 연약하고 여린 중학생 소녀가 이지메의 상처를 딛고 일어서는 희망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중학교에 입학한 고코로는 같은반이자 학생회장 미우라의 주도로 따돌림을 당한다. 믿었던 친구마저 고코로를 배신하고, 급기야 안전하다고 여겼던 집까지 패거리로 몰려와 행패를 부린 일에 커다란 충격을 받은 고코로는 마음의 문을 닫고 다음날부터 등교를 거부한다. 복통을 호소하며 학교를 쉬는날이 하루, 이틀, 일주, 이주...이어지면서 점차 엄마의 태도도 싸늘해져만가고 엄마의 눈치까지 보게되는 상황...엄마에게 등교거부의 이유를 설명할 수도 없고, 공포심 때문에 집밖에 나가는것 조차 불가능한 하루 하루....어느덧 5월...엄마, 아빠가 직장에 나가고 홀로 집을 지키는 사이 자신의 방에 걸린 전신거울에서 빛이 나기 시작한다. 기묘한 빛에 이끌려 거울을 만진 고코로는 거울 저편의 세계로 빨려들어가고....거울속 외딴 성엔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소년과 소녀 6명...그리고 늑대의 얼굴을 하고 있는 소녀 '늑대님'을 만난다.


'내년 3월까지 10개월동안 성안에서 소원의 열쇠와 소원방을 찾는 사람에게 자신이 원하는 소원 한가지를 들어준다'

'성에 올 수 있는 시간은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오후 5시를 넘어서까지 성안에 있게되면 늑대에게 통째로 잡아먹힌다.'

'늑대에게 잡아 먹힌 그날 성에 방문했던 다른 이들도 함께 잡아먹혀 죽을것이다. 이는 규칙을 어긴 연대책임이다.'



학교에 있을 시간임에도 집안의 거울을 통해 성에서 시간을 보내는 일곱명의 아이들...그들은 각자 어떤 사연을 안고 어떤 고통속에서 도망쳐 숨어든것일까...고코로의 시선으로 흘러가는 10개월의 이야기는 고통을 받은 당사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세상이 얼마나 무섭고 공포스러운지, 사회의 편견과 억측속에서 상처를 극복하기가 얼마나 힘든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왕따의 가해자와 피해자를 동일선상에 놓고 어떻게든 화해시키려는 담임선생의 무신경함 속에서...절친이라 여겼던 옆집 친구의 냉담한 시선에서...대안학교조차 가지 못하는 딸에게 실망하는 엄마의 시선 속에서....고코로는 하루하루를 홀로 힘겹게 싸우고 또 싸워내는 것이다.



외딴 성 아이들...처음엔 더이상 상처받지 않으려는듯 가시돋친 말로 서로를 밀어내지만 고코로와 6명의 아이들이 각자가 안고 있는 상처를 공감하고 이애하면서 진정한 친구로 거듭나고, 모두의 협동을 통해 상처를 이겨내는 과정이 꽤나 감동적으로 그려진다. 조금씩 힌트를 흘리고 종반에 힌트들이 하나로 합쳐져 복잡하게 얽혀있던 관계들 속에서 숨겨진 진실이 드러났을때 느끼게 되는 강한 감동은 기나긴 여운으로 오래도록 남는다. 아무런 접점이 없을것 같았던 일곱 아이들의 인연이란 끈으로 이어진 관계의 실체는 반전인 동시에 마음을 울리는 한방으로도 작용하는 것이다. 반전의 진실은 작품속 여러곳에서 힌트를 주니 결말까지 가기전에 쉽게 알아차릴 수 있을것 같은데, 난 초반부터 이미 짐작하고 있었음에도 종장에선 울컥하게 되더라는...ㅠ_ㅠ 흔들리는 촛불처럼 위태로운 소녀의 감성을 이렇게 현실적으로 그려내는건 오로지 '츠지무라 미즈키'라는 작가의 고유한 감수성이 그 나이대의 감성을 완벽히 이해하고 있기에 가능한것이 아닌가 싶다. 읽어본 작품이야 공포 단편집 [동그라미]뿐이지만 [동그라미]와 [거울속 외딴 성] 단 두작품 만으로도 작가가 바라보는 사람에 대한 시선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것 같다.



육백여페이지의 분량이지만 이렇다할 이벤트는 거의 없다. 오로지 집과 성 단 두곳을 오가는 고코로의 섬세하고 세밀한 심리묘사만 있을 뿐. 하지만 소녀의 섬세한 내러티브를 따라가는것 만으로도 꽉찬 감정의 홀러코스터를 경험할 수 있을것이다. 자극적인 장면없이 읽는이 모두의 마음을 무장해제시키는 참 좋은 작품이라 생각된다. 지금도 씻을 수 없는 상처속에서 자신안의 외딴 성에 갇혀 세상을 향한 한발을 내디디길 망설이는 아이들에게...이 작품을 통해 작은 위로와 구원이 되길 바래본다. 결고 네 잘못이 아니라고...넌 혼자가 아니라고....그렇게 끊임없이 용기를 북돋워주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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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생각 없이 마음 편히 살고 싶어 - 마음속 때를 벗기는 마음 클리닝 에세이
가오리.유카리 지음, 박선형 옮김, 하라다 스스무 감수 / 북폴리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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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없이 사는 방법



머리속에 잡생각이 가득차 있다면....마음이 심란한거다. 공부걱정, 돈걱정, 자식걱정, 노후걱정...-_-;; 뭔가 보험광고 같지만...세상을 살면서 고민 하나 없이 사는 사람이 얼마나 있으랴...하루에도 수십가지 걱정속에서 전전긍긍하며 사는 우리네 인생살이...ㅠ_ㅠ 뭐하나 답이라도 시원하게 나오는 걱정이라면 바랄게 없지만, 이놈에 걱정은 답도없이 가슴을 꽉 막아놓고서 고구마 먹다 언친듯 답답하게 만든다...



자...그렇다면 그렇게 머리가 새하얗도록 머리 싸메고 걱정만 하다 이세상 바이바이 할것인가...그건 아니자나...마음이 심란할땐 나름의 마음 처방전을 처방받아야 하지 않겠는가..'마음속 때를 벗기는 마음 클리닝 에세이'란 부제에 [아~~무 생각 없이 마음 편히 살고 싶어]라는 대놓고 힐링을 표방하는 제목하니...이시대를 살아가는 걱정인들이 읽어야할 작품되시겠다.



이 책은 인지감정행동요법중 ABC이론을 창조한 임상심리학의 대가 '앨버트 엘리스'박사의 이론을 바탕으로 고민과 걱정을 날려버리는 방법을 귀여운 그림과 함께 여러 사례들을 바탕으로 알기쉽게 설명한다. 자...그렇담 ABC이론은 무어냐?...A는 자극(사건)이고 C는 반응(감정,증상,행위)이다. B는 자극과 반응 사이의 사고나 받아들임(인지)로 대부분의 좋지 않은 사건 A는 B의 받아들이는 방법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는 이론이다. 갑자기 알파벳이 튀어나오니 어려워 보이는데...-_- 전혀 어렵지 않다....



B를 마음안경이라고 해보자...윗층 층간소음이 들리고 나는 윗층의 소음에 화딱지가 나기 시작한다. A는 층간소음, C는 화딱지...그렇담 B는 마음안경이다. 


화딱지가 나는 경우(마음 안경에 얼룩이 생긴 경우) -> 함께 사는 아파트에서 층간소음은 용납할 수 없다는 마음

이해한다(마음 안경이 맑다) -> 함께 사는 아파트이므로 다소 소음이 나는건 어쩔 수 없다는 마음



결국 '감정'은 사건이 직접적으로 감정을 결정짓는 것이 아니라 마음 안경이 정보를 처리하는 결과로 만들어진다는 말이다. 우리는 살면서 얼마나 마음 안경을 깨끗이 닦고 살까...물론 개개인의 성향차이나 사건의 케바케에 따라 마음 안경의 탁도는 달라지겠지만 우리는 학습이 가능한 인간이기에 마인드 컨트롤과 부단한 마음 안경을 통한 연습으로 여러 케이스의 사건을 편안하고 안정적으로 대처 할 수 있다고 말한다...



"마음에 때가 껴서 그래요"



마음에 때하나 없이 사는 사람이 어디있을까. 때 없이 사는 사람이 이상해 보이는 세상 아닌가...다만 자기안의 화 때문에 불행한 인생을 사는건 자기가 자신을 망가뜨리는 일이니까...어떤 상황에 처했을때 마음 안경을 꼼꼼이 닦으면서 다시한번 생각해보라. 그 시간동안 처음의 분노도는 내려갈 것이고, 비난의 감정은 어느정도 사그라들것이며 충분히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사람이 될것이다. 결과적으로 마음의 집착을 벗어버리고 스스로 감정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합리적 인간이 될 것이다.



동양의 '참을 인 자 세번이면 살인을 피한다'를 좀 더 심리학적으로 체계화 시킨것이 ABC이론이 아닐까? ㅎ 아니면 말고...-_-;;; 모두가 행복하고 편안하게 사는 세상을 위해 자신 안에 마음 안경을 부단히 닦고 관리하자...딱딱한 이론서가 아니라 부드러운 문체와 긴장을 풀어주는 따뜻한 예시들 덕분에 그저 책을 읽는것 만으로도 마음의 짐이 덜어지는 느낌이 드는 힐링 에세이였다.



이 책으로 마음속 묵은때를 벗기고 반짝 반짝 광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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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로베리 나이트 레이코 형사 시리즈 1
혼다 데쓰야 지음, 이로미 옮김 / 자음과모음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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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로베리나이트 (2018년 개정판)_레이코 형사 시리즈 1
저자 - 혼다 데쓰야
역자 - 이로미
출판사 - 자음과 모음
정가 - 14800원
페이지 - E-BOOK



피와 광기의 살인클럽....딸기밤...


지금은 절판된 씨엘북스 출판사에서 나온 [스트로베리 나이트]가 자음과모음 출판사에서 새로운 옷을 입고 개정판으로...그것도 기존 1~5권 더하기 신작 2권을 포함해 총7권이 한꺼번에 출간되었다...ㄷㄷㄷ 살떨리는 잔혹실화 [짐승의 성]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작가의 작품이니 만큼 무조건 읽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씨엘북스 판본을 구했었는데, 이번에 개정판이 리디셀렉트로 풀려 이북으로 재독했다. 미모의 열혈형사 레이코와 레이코를 짝사랑하는 개성강한 부하 형사들...그리고 이상심리에 사로잡힌 미치광이 범죄자들의 잔혹하고 생생한 살인묘사들...수위 높은 잔혹한 폭력의 미학이 살아 숨쉬는 작품...피로 물든 살덩어리로 뒤덮인 살육의 밤...[스트로베리 나이트]이다.



한적한 호숫가에 파란색 방수포로 쌓인 시체가 발견되고...시체는 참혹한 상처들과 함께 목의 경동맥이 찢겨있다. 레이코 주임은 부하형사들과 함께 사건을 수사하고, 특유의 감으로 추가로 유기되있던 시체를 찾아낸다. 잔혹하게 살해된 두구의 시체...두 사망자는 매월 둘째주 일요일에 행방이 묘연하다는 공통점을 찾아내고, 사망자의 주변인을 탐문하던중 사망자의 친구로 부터 '스트로베리 나이트'라는 비밀클럽의 소문을 듣는다. 살인사건과 비밀클럽이 연관되 있음을 직감한 레이코 형사...본격적인 수사에 박차를 가하는데.....



홈페이지에서 생중계 되는 잔혹한 살인
뒤이어 팝업창이 뜨고
'다음 살인은 라이브로 보시겠습니까?'
네/아니오
만약 동의 버튼을 누른다면....
스트로베리 나이트로의 초대장이 날아온다.



상상도 못할 잔혹한 방법으로 벌어지는 살육파티...쌩라이브로 벌어지는 그로테스크한 죽음 뒤에 남는 관객들에게 차고 넘치는 생의 환의...-_-;;;  관성에 이끌리듯 반복되는 도시인들의 하루하루가 스트로베리 나이트를 통해 활력을 불어넣게 되는것이다...탈퇴하려 해도 탈퇴할 수 없으니...남은것은 그냥 즐기는 수 밖에....첫 프롤로그부터 [소돔의 120일]이 연상될 정도로 오물로 뒤덮인 역겨운 묘사가 이어지면서 연쇄살인범이 될 수밖에 없었음의 당위성을 부여하고 뒤이어 감정이 마비된체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끼기 위해 타인의 피를 뒤집어 쓰는 살인범. 묘하게 비극적이면서도 극한의 잔혹함은 불쾌하다기 보단 마치 살육파티를 지켜보는 관객들의 이상심리에 나마저도 휩쓸리는 듯한 동조의 느낌을 주었다. (그렇게 나도 미쳐가는건가...)



이렇게 잔혹한 살인이 끊임없이 벌어지는 와중에도 레이코와 동료들의 팀워크는 밝고 명랑하기만 하다. -_-;; 미모의 형사가 주인공이기 때문인가...과거의 상처를 극복하고 경찰이 된 레이코 형사의 인간스토리도 흥미로웠지만, 그보다는 건방지기 이를데 없던 레이코 형사의 숙적 가쓰마타 형사가 더 매력적이었다. 전반부만 해도 가쓰마타가 오만한 자존심 때문에 악에받쳐 수사에 혼선을 초례하는 엄청난 사고를 칠줄 알았건만...그랬는데....츤데레라니....츤데레였다니!!!! 이건머...얼마전 읽었던 하드보일드 [고독한 늑대의 피]의 고독한 늑대 오가미 형사와 똑같지 않은가...갑자기 호감도 급상승..;;;;



어쨌던...살인을 인터넷을 통해 생중계 한다는 설정은 소설인지 영화인지 분명친 않지만 어디에선가 봤었던 설정인데, 짧지만 강렬했던 극악의 수위가 이런 기시감을 날려버린다. 영화 [호스텔]이 있는집 자식들의 프라이빗한 고기잔치라면, 스트로베리 나이트는 목숨걸고 즐기는 서민형 살육파티랄까...초반은 약간 루즈했지만 '스트로베리 나이트'가 언급되면서 부터는 순식간에 몰입되는 작품이었다. [짐승의 성]에서 보여줬던 인간의 폭력성을 극대화 시키고 암흑의 심연으로 머리채 잡아끌고 들어가는 작가의 특기는 이 작품에서도 여지없이 발휘된다. 잔혹한 묘사에 폭력이 주는 카타르시스를 정말 제대로 살릴줄 아는 작가의 열혈 하드보일드 작품으로 개인적으로 완전 취향저격 작가이자 작품이라 즐거운 시간이었다...뒤이은 시리즈들엔 어떤 기상천외하고 역겹고 불쾌한 살인이 그려질지...기대된다...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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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수의 레퀴엠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 시리즈 3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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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수의레퀴엠 (2018년 초판)_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 시리즈 3
저자 - 나카야마 시치리
역자 - 이연승
출판사 - 블루홀식스
정가 - 15000원
페이지 - 406p



살의와 선의 한끗차의 진실



내는 족족 최고의 반전과 최고의 재미를 선사하는 작가 반전성애자 '나카야마 시치리'의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 시리즈 신작이 출간되었다.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속 피아노 여선생과 미코시바 레이지가 접점이 있다는걸 이웃 블로거님을 통해 알게되고 관심가는 시리즈였는데, 세번째로 소개되는 이 작품을 통해 처음으로 미코시바 레이지와 만나게 되었다. 타인의 범죄를 변호하는 사회에서 엘리트에 속하는 변호사지만 유년시절 소녀를 참혹하게 토막내는 살인을 저지르고 한동안 의료소년원에서 있었던 과거사를 안고 있는...실로 독특한 이력의 캐릭터에 흥미가 동하고 승소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냉정하고 냉철한 성격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엄청나게 유능한 악덕 변호사....그가 만난 최악의 의뢰인...내내 숨막히는 긴장감과 치명적 반전이 넘치는 법정미스터리가 펼쳐진다.



자신의 과거가 들통나 시체 배달부라 불리며 공포와 지탄의 대상이 되버린 미코시바는 우연히 노인 요양원 백락원에서 발생한 살인사건 뉴스를 접하고 깜짝 놀란다. 요양사를 죽인 가해자가 자신이 어릴적 의료소년원에 있을때 자신을 변호사의 길로 이끌었던 교관 이나미였기 때문이다. 친아버지 보다 더 믿고 존경했던분이 충동에 의해 살인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미코시바는 그 길로 이나미가 임시감금되 있는 경찰서로 찾아가지만 이나미는 미코시바의 접견요청을 거절한다. 우여곡절 끝에 미코시바는 백락원 살인사건의 가해자 이나미의 변호사로 배정받고 이나미의 변호를 위해 사건청취를 하지만 이나미는 일체의 변호를 거부하고 자신이 지은 죄를 받고 속죄하겠다고 선언한다. 이나미의
태도에서 무언가를 발견한 미코시바는 백락원을 직접 찾아가 사건에 대해 조사하고....그곳에서 숨겨진 진실을 찾아내는데...



사백여 페이지의 분량중 절반은 미코시바가 백락원 살인사건에 대해 조사하고 변론을 준비하는 과정이, 나머지 절반은 본격적인 재판이 그려진다. 재판 과정이 너무 길어져도 루즈한 느낌이 들고, 변론 준비 과정이 길어지면 법정 미스터리라 부르기 애매한데 정확히 절반으로 나눠버리니 법정 미스터리로는 꽤나 적절한 안배라고 느껴진다. 그만큼 사건에 대한 탄탄한 사전 배경으로 이해를 돕고 본격적인 재판에서 미코시바가 준비한 회심의 일격이 적재적소에 터져주어 반전의 쾌감을 안겨주니 검찰과 변호인의 엎치락 뒤치락 역동적인 법정공방 속 꽉차있는 긴장감으로 롤러코스터를 타게 만드는 작품이자 어려운 법률 용어도 정독하게 만드는 집중력을 발휘하게 하더라.



이번 작품에서 핵심논쟁이 되는 소재는 위난상태에 빠진 법익을 보호하기 위해 다른 법익을 침해해도 무효로 인정하는 '긴급피난'이라는 법령이다. 작품의 프롤로그에서 그려지는 이야기, 부산과 시모노세키를 오가는 대형선박 블루오션호가 바다 한복판에서 침몰한다. 선장을 포함한 선원들은 서둘러 승객들을 버리고 탈출해버리고 한 남성은 배가 침몰하는 급박한 상황에서 생존하기 위해 여성에게 폭력을 가해 구명조끼를 빼앗아 입고 바다에서 구조되지만 여성은 사망한다. 이후 이 사실이 밝혀지면서 남성은 매스컴의 지탄을 받으며 재판에 회부되지만, 타인의 법익을 침해했지만 자신의 목숨이 걸려있는 긴급상황이었기에 '긴급피난'이 적용돼 무죄판결을 받게된다. 당연히 이 '긴급피난'이 백락원 살인사건의 복선으로 작용될 거란건 누구나 예상가능한 일일테고...이 논란의 법이 작품에서 어떻게 엮이면서 아이러니함과 탄식을 자아내는지가 이 작품의 핵심포인트라 생각된다. 추가로 소설속 한국선박 블루오션호의 침몰은 우리의 기억속에 각인된 침몰사고를 작가가 염두에 두고 쓴것인양 너무나 흡사하여 아픈 기억을 다시 떠올리게되면서 씁쓸하게 만든다...



어찌됐던....작품은 각자가 살아가며 목표로 하는 의지를 이루기 위해 모든것을 바치는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긴급피난으로 살아남은 남성, 그리고 그에의해 죽음을 맞이한 여성....시간은 흐르고 흘러 상황은 다르지만 다시금 생존을 위한 급박한 상황이 벌어지고, 그속에서 각자의 신념으로 행해지는 결단들...각자의 뼈아픈 사연속에서 서로의 신념을 향한 행동들은 엇갈리고, 자신이 저지른 죄를 받고 속죄하려는 자, 유년시절 저지른 실수를 무죄로 받아내어 속죄하려는 자의 상반되는 신념의 충돌...그 속에서 원죄의 무게와 속죄의 의미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살인죄를 인정하고 사건을 마무리 지으려는 의뢰인 이나미와 살인죄를 인정한 의뢰인을 무죄로 판결받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미코시바의 노력...정말로 가장 껄끄러운 피고인을 변호하게 된 변호사의 피나는 노력이 숨쉴틈 없이 펼쳐진다. 법조인이 아닌 일반작가로서 이렇게 생생하고 현실적인 법정의 모습을 그려냈다는 것에 놀라웠고 중간중간 사회의 병폐를 날카롭게 꼬집어내는 미코시바의 통렬한 시선도 작품의 매력을 높이는데 일조한것 같다. 무겁고 진중한 주제와 함께 재미까지 잡아낸 최고의 법정미스터리 작품이 아닌가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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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늑대의 피
유즈키 유코 지음, 이윤정 옮김 / 작가정신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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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늑대의피 (2018년 초판)

저자 - 유즈키 유코

역자 - 이윤정

출판사 - 작가정신

정가 - 14800원

페이지 - 451p



늑대가 흘린 피의 의미



제 69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 수장작이자 동명의 영화로 제작되어 화재를 모았던 작품의 원작이 출간되었다. 섬세한 여성작가의 필치로 그려지는 강인한 하드보일드 액션 누아르의 세계...어둠의 세계에서도 경찰계에서도 외따로 떨어져 고독한 늑대가 될 수 밖에 없었던 한 경찰의 이야기 [고독한 늑대의 피]이다. 사실 경찰이 주역으로 등장하는 일본 하드보일드물은 여태껏 '오사와 아리마사'작가의 [신주쿠 상어 시리즈]밖에 접해보지 못했다. 부조리한 범죄를 절대 넘기지 못하고 꼭 단죄하고야마는 피끓는 열혈 형사인 신주쿠 상어 사메지마라는 캐릭터는 그동안 여러 경찰 미스터리물에서 봐왔던 공식같은 인물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작품에서 그려지는 형사 '오가미'는 내가 가지고 있던 경찰 미스터리물의 인식을 완전히 깨트려 버리는 인물이었기에 흥미로웠다. (워낙 읽어본 작품이 없어서 그런거라 생각되지만서도...-_-;;) 



경찰기동대에서 강력계로 새롭게 전출온 신참내기 형사 히오카는 자신의 사수로 배정된 배테랑 형사 오가미와 처음 만난 날부터 구역의 야쿠자와 스스럼 없이 지내는 모습을 보고 그가 야쿠자와 결탁되어 있음을 깨닫는다. 오가미와 히오카는 제2금융권에 근무하던 사에자와의 실종사건을 수사 하던중 이 실종사건에 가코무라 야쿠자 조직이 개입되었음을 알게된다. 그와 동시에 히로시마 구역내 적대중이던 두 야쿠자조직인 오다니 구미와 가코무라 구미의 말단 조직원들이 사소한 시비 끝에 칼부림으로 오다니쪽 조직원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오다니 구미의 조직원이 사망한 뒤 보복성 총격사건이 연이어 발생하고, 두 야쿠자 조직간 보복전쟁으로 인한 유혈사태가 발생하는것은 아닌지 우려하며 긴장감은 증폭된다. 이에 조용히 사태를 지켜보던 오가미는 야쿠자 조직간 긴밀한 연줄을 이용하여 사태를 수습하려 하는데.....



목적을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불법과 정의를 넘나드는...산전수전 다 겪은 배테랑이자 경찰과 범죄자의 경계가 모호한 이중적 캐릭터인 '오가미'는 그가 내뿜는 카리스마와 예상치 못한 행동으로 극의 긴장감과 몰입감을 배가시켜주며 고독한 늑대로서의 존재감을 확연히 드러내는 인물이다. 수많은 우수경찰 수상경력과 굵직한 사건의 탁월한 검거실적으로 경찰서 안에선 유능한 경찰로 존경받고 있지만 실상은 야쿠자와의 은밀한 결탁과 뇌물수수, 협박과 증거조작 등으로 이룬 더렵혀진 성과인 것이다. 온갖 악행을 저지르는 비리경찰이지만 작품에서 그려지는 오가미의 모습은 그렇게 단순한 악당의 모습만은 아니다. 자신만의 룰을 정하고 그 룰 안에서 경찰과 야쿠자 어디에도 치우침 없이 평형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그만의 방법으로 정의를 관철하는 인물인것이다. 



"폭력단은 세상에서 사라지지 않아. 인간을 말이지, 밥을 먹으면 똥을 눠야 해. 밑을 닦을 휴지가 필요하다는 말이지. 그러니까 폭력단은 화장실 휴지같은 거야."


"우리의 임무는 야쿠자가 민간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감시하는 일이야. 나머지는 도를 넘는 녀석들을 없애기만 하면 돼." 


목적은 수단을 정당화 한다. 오가미는 야쿠자와의 공존 속에서 평화를 모색하는 방법을 택한다. 그런 그를 바라보는 정의감에 불타는 신입형사는 당연히 오가미의 모습을 보며 이상과 현실사이에서 괴리감을 느끼고 끊임없이 갈등한다. 비열하고 비리에 찌들은 경찰이지만 위급상황에서는 오가미만큼 사건 해결에 도움이 되는 든든한 경찰도 없고, 경찰 내부에서도 오가미의 비리를 인지하면서도 모른척 하며 의지하기 때문이다. 야쿠자와 밀접하면서도 적대적 관계이며 경찰 내부에서도 그의 비리를 모른척 하면서도 거북해하는 불편해하면서도 필요로하는 미묘한 관계...오가미가 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고독한 늑대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이유이다. 신입경찰 히오카는 그런 오가미를 가장 가까이에 바라보며 무엇을 느꼈을까?...어떻게 보면 히오카가 바라본 오가미에 대한 시선이 이 작품의 핵심인지도 모르겠다....



오가미의 온갖 노력에도 불구하고 두 야쿠자간의 전쟁의 위기는 시시각각 다가온다. 민간인들도 휘말리며 엄청난 유혈사태를 몰고올 위기의 순간 카리스마 넘치는 야쿠자 간부들의 힘의 대결, 그 넘치는 긴장감과 암투속에 혈혈단신으로 뛰어들어 사태를 수습하려는 오가미의 고군분투...치고 찌르고 터트리는 하드보일드가 아니라 치밀한 두뇌싸움과 협상과 배신이 난무하는 하드보일드라 더욱 마음에 들었고, 베일듯한 날선 분위기와 무겁고 긴박한 순간을 생생하게 그리는 기막힌 묘사와 절제된 감정으로 그리는 상황들은 왜 이 작품을 경찰계 최대 미스터리로 손꼽는지 이해가 된다. 



지금까지의 서평으로 범죄계에 능통한 배테랑 형사와 모든것이 새로운 신입형사간의 캐미로 야쿠자 전쟁을 성공적으로 막아내는 단순한 이야기로 예단하지는 말길 바란다....후반부 깜짝 놀랄 반전과 함께 모든것을 뒤엎는 새로운 진실이 펼쳐지게 될테니 말이다...냉혹한 조직세계에서 생존을 위해 늑대가 될수밖에 없었던 고독한 영혼의 이야기가 극강의 재미를 선사하는 매력적이고 강렬한 작품이었다. 이 작품의 후속작 [불길한 개의 눈]도 꼭..꼭..빨리 볼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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