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늑대의 피
유즈키 유코 지음, 이윤정 옮김 / 작가정신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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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늑대의피 (2018년 초판)

저자 - 유즈키 유코

역자 - 이윤정

출판사 - 작가정신

정가 - 14800원

페이지 - 451p



늑대가 흘린 피의 의미



제 69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 수장작이자 동명의 영화로 제작되어 화재를 모았던 작품의 원작이 출간되었다. 섬세한 여성작가의 필치로 그려지는 강인한 하드보일드 액션 누아르의 세계...어둠의 세계에서도 경찰계에서도 외따로 떨어져 고독한 늑대가 될 수 밖에 없었던 한 경찰의 이야기 [고독한 늑대의 피]이다. 사실 경찰이 주역으로 등장하는 일본 하드보일드물은 여태껏 '오사와 아리마사'작가의 [신주쿠 상어 시리즈]밖에 접해보지 못했다. 부조리한 범죄를 절대 넘기지 못하고 꼭 단죄하고야마는 피끓는 열혈 형사인 신주쿠 상어 사메지마라는 캐릭터는 그동안 여러 경찰 미스터리물에서 봐왔던 공식같은 인물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작품에서 그려지는 형사 '오가미'는 내가 가지고 있던 경찰 미스터리물의 인식을 완전히 깨트려 버리는 인물이었기에 흥미로웠다. (워낙 읽어본 작품이 없어서 그런거라 생각되지만서도...-_-;;) 



경찰기동대에서 강력계로 새롭게 전출온 신참내기 형사 히오카는 자신의 사수로 배정된 배테랑 형사 오가미와 처음 만난 날부터 구역의 야쿠자와 스스럼 없이 지내는 모습을 보고 그가 야쿠자와 결탁되어 있음을 깨닫는다. 오가미와 히오카는 제2금융권에 근무하던 사에자와의 실종사건을 수사 하던중 이 실종사건에 가코무라 야쿠자 조직이 개입되었음을 알게된다. 그와 동시에 히로시마 구역내 적대중이던 두 야쿠자조직인 오다니 구미와 가코무라 구미의 말단 조직원들이 사소한 시비 끝에 칼부림으로 오다니쪽 조직원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오다니 구미의 조직원이 사망한 뒤 보복성 총격사건이 연이어 발생하고, 두 야쿠자 조직간 보복전쟁으로 인한 유혈사태가 발생하는것은 아닌지 우려하며 긴장감은 증폭된다. 이에 조용히 사태를 지켜보던 오가미는 야쿠자 조직간 긴밀한 연줄을 이용하여 사태를 수습하려 하는데.....



목적을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불법과 정의를 넘나드는...산전수전 다 겪은 배테랑이자 경찰과 범죄자의 경계가 모호한 이중적 캐릭터인 '오가미'는 그가 내뿜는 카리스마와 예상치 못한 행동으로 극의 긴장감과 몰입감을 배가시켜주며 고독한 늑대로서의 존재감을 확연히 드러내는 인물이다. 수많은 우수경찰 수상경력과 굵직한 사건의 탁월한 검거실적으로 경찰서 안에선 유능한 경찰로 존경받고 있지만 실상은 야쿠자와의 은밀한 결탁과 뇌물수수, 협박과 증거조작 등으로 이룬 더렵혀진 성과인 것이다. 온갖 악행을 저지르는 비리경찰이지만 작품에서 그려지는 오가미의 모습은 그렇게 단순한 악당의 모습만은 아니다. 자신만의 룰을 정하고 그 룰 안에서 경찰과 야쿠자 어디에도 치우침 없이 평형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그만의 방법으로 정의를 관철하는 인물인것이다. 



"폭력단은 세상에서 사라지지 않아. 인간을 말이지, 밥을 먹으면 똥을 눠야 해. 밑을 닦을 휴지가 필요하다는 말이지. 그러니까 폭력단은 화장실 휴지같은 거야."


"우리의 임무는 야쿠자가 민간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감시하는 일이야. 나머지는 도를 넘는 녀석들을 없애기만 하면 돼." 


목적은 수단을 정당화 한다. 오가미는 야쿠자와의 공존 속에서 평화를 모색하는 방법을 택한다. 그런 그를 바라보는 정의감에 불타는 신입형사는 당연히 오가미의 모습을 보며 이상과 현실사이에서 괴리감을 느끼고 끊임없이 갈등한다. 비열하고 비리에 찌들은 경찰이지만 위급상황에서는 오가미만큼 사건 해결에 도움이 되는 든든한 경찰도 없고, 경찰 내부에서도 오가미의 비리를 인지하면서도 모른척 하며 의지하기 때문이다. 야쿠자와 밀접하면서도 적대적 관계이며 경찰 내부에서도 그의 비리를 모른척 하면서도 거북해하는 불편해하면서도 필요로하는 미묘한 관계...오가미가 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고독한 늑대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이유이다. 신입경찰 히오카는 그런 오가미를 가장 가까이에 바라보며 무엇을 느꼈을까?...어떻게 보면 히오카가 바라본 오가미에 대한 시선이 이 작품의 핵심인지도 모르겠다....



오가미의 온갖 노력에도 불구하고 두 야쿠자간의 전쟁의 위기는 시시각각 다가온다. 민간인들도 휘말리며 엄청난 유혈사태를 몰고올 위기의 순간 카리스마 넘치는 야쿠자 간부들의 힘의 대결, 그 넘치는 긴장감과 암투속에 혈혈단신으로 뛰어들어 사태를 수습하려는 오가미의 고군분투...치고 찌르고 터트리는 하드보일드가 아니라 치밀한 두뇌싸움과 협상과 배신이 난무하는 하드보일드라 더욱 마음에 들었고, 베일듯한 날선 분위기와 무겁고 긴박한 순간을 생생하게 그리는 기막힌 묘사와 절제된 감정으로 그리는 상황들은 왜 이 작품을 경찰계 최대 미스터리로 손꼽는지 이해가 된다. 



지금까지의 서평으로 범죄계에 능통한 배테랑 형사와 모든것이 새로운 신입형사간의 캐미로 야쿠자 전쟁을 성공적으로 막아내는 단순한 이야기로 예단하지는 말길 바란다....후반부 깜짝 놀랄 반전과 함께 모든것을 뒤엎는 새로운 진실이 펼쳐지게 될테니 말이다...냉혹한 조직세계에서 생존을 위해 늑대가 될수밖에 없었던 고독한 영혼의 이야기가 극강의 재미를 선사하는 매력적이고 강렬한 작품이었다. 이 작품의 후속작 [불길한 개의 눈]도 꼭..꼭..빨리 볼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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