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속 외딴 성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서혜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8월
평점 :
품절


거울속외딴성 (2018년 초판)
저자 - 츠지무라 미즈키
역자 - 서혜영
출판사 - RHK
정가 - 16500원
페이지 - 638p



네 잘못이 아냐



'2018 서점대상 수상작 1위'를 수상한 화제의 작품이 발빠르게 국내 출간되었다. 나날이 늘어가는 심각한 사회문제인 학교폭력문제를 동화속세계와 연결지어 감수성 풍부한 신비의 판타지세계로 초대한다. 아이의 인격을 말살시켜 버리는 무언의 살인자 이지메...그저 감정을 쏟아내기 위한 목적으로 학급내 약자가 왕따로 지목되고, 어제의 친구가 오늘은 왕따의 가담자로 바껴버리니 따돌림의 당사자는 인격적으로 철저히 말살당하는 것이다. 사회에 나가기 전 학교를 통해 모의사회를 경험하고 세상에 나설 준비를 하는 예민하고 감수성 풍부한 시기에 따돌림을 통해 겪게되는 엄청난 정신적 압박과 스트레스는 어른으로서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의 프레셔이리라. 손대기만 해도 깨져버릴것 같은 연약하고 여린 중학생 소녀가 이지메의 상처를 딛고 일어서는 희망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중학교에 입학한 고코로는 같은반이자 학생회장 미우라의 주도로 따돌림을 당한다. 믿었던 친구마저 고코로를 배신하고, 급기야 안전하다고 여겼던 집까지 패거리로 몰려와 행패를 부린 일에 커다란 충격을 받은 고코로는 마음의 문을 닫고 다음날부터 등교를 거부한다. 복통을 호소하며 학교를 쉬는날이 하루, 이틀, 일주, 이주...이어지면서 점차 엄마의 태도도 싸늘해져만가고 엄마의 눈치까지 보게되는 상황...엄마에게 등교거부의 이유를 설명할 수도 없고, 공포심 때문에 집밖에 나가는것 조차 불가능한 하루 하루....어느덧 5월...엄마, 아빠가 직장에 나가고 홀로 집을 지키는 사이 자신의 방에 걸린 전신거울에서 빛이 나기 시작한다. 기묘한 빛에 이끌려 거울을 만진 고코로는 거울 저편의 세계로 빨려들어가고....거울속 외딴 성엔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소년과 소녀 6명...그리고 늑대의 얼굴을 하고 있는 소녀 '늑대님'을 만난다.


'내년 3월까지 10개월동안 성안에서 소원의 열쇠와 소원방을 찾는 사람에게 자신이 원하는 소원 한가지를 들어준다'

'성에 올 수 있는 시간은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오후 5시를 넘어서까지 성안에 있게되면 늑대에게 통째로 잡아먹힌다.'

'늑대에게 잡아 먹힌 그날 성에 방문했던 다른 이들도 함께 잡아먹혀 죽을것이다. 이는 규칙을 어긴 연대책임이다.'



학교에 있을 시간임에도 집안의 거울을 통해 성에서 시간을 보내는 일곱명의 아이들...그들은 각자 어떤 사연을 안고 어떤 고통속에서 도망쳐 숨어든것일까...고코로의 시선으로 흘러가는 10개월의 이야기는 고통을 받은 당사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세상이 얼마나 무섭고 공포스러운지, 사회의 편견과 억측속에서 상처를 극복하기가 얼마나 힘든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왕따의 가해자와 피해자를 동일선상에 놓고 어떻게든 화해시키려는 담임선생의 무신경함 속에서...절친이라 여겼던 옆집 친구의 냉담한 시선에서...대안학교조차 가지 못하는 딸에게 실망하는 엄마의 시선 속에서....고코로는 하루하루를 홀로 힘겹게 싸우고 또 싸워내는 것이다.



외딴 성 아이들...처음엔 더이상 상처받지 않으려는듯 가시돋친 말로 서로를 밀어내지만 고코로와 6명의 아이들이 각자가 안고 있는 상처를 공감하고 이애하면서 진정한 친구로 거듭나고, 모두의 협동을 통해 상처를 이겨내는 과정이 꽤나 감동적으로 그려진다. 조금씩 힌트를 흘리고 종반에 힌트들이 하나로 합쳐져 복잡하게 얽혀있던 관계들 속에서 숨겨진 진실이 드러났을때 느끼게 되는 강한 감동은 기나긴 여운으로 오래도록 남는다. 아무런 접점이 없을것 같았던 일곱 아이들의 인연이란 끈으로 이어진 관계의 실체는 반전인 동시에 마음을 울리는 한방으로도 작용하는 것이다. 반전의 진실은 작품속 여러곳에서 힌트를 주니 결말까지 가기전에 쉽게 알아차릴 수 있을것 같은데, 난 초반부터 이미 짐작하고 있었음에도 종장에선 울컥하게 되더라는...ㅠ_ㅠ 흔들리는 촛불처럼 위태로운 소녀의 감성을 이렇게 현실적으로 그려내는건 오로지 '츠지무라 미즈키'라는 작가의 고유한 감수성이 그 나이대의 감성을 완벽히 이해하고 있기에 가능한것이 아닌가 싶다. 읽어본 작품이야 공포 단편집 [동그라미]뿐이지만 [동그라미]와 [거울속 외딴 성] 단 두작품 만으로도 작가가 바라보는 사람에 대한 시선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것 같다.



육백여페이지의 분량이지만 이렇다할 이벤트는 거의 없다. 오로지 집과 성 단 두곳을 오가는 고코로의 섬세하고 세밀한 심리묘사만 있을 뿐. 하지만 소녀의 섬세한 내러티브를 따라가는것 만으로도 꽉찬 감정의 홀러코스터를 경험할 수 있을것이다. 자극적인 장면없이 읽는이 모두의 마음을 무장해제시키는 참 좋은 작품이라 생각된다. 지금도 씻을 수 없는 상처속에서 자신안의 외딴 성에 갇혀 세상을 향한 한발을 내디디길 망설이는 아이들에게...이 작품을 통해 작은 위로와 구원이 되길 바래본다. 결고 네 잘못이 아니라고...넌 혼자가 아니라고....그렇게 끊임없이 용기를 북돋워주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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