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레 사진관 - 상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네오픽션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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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레사진관 상 (2018년 개정판)
저자 - 미야베 미유키
역자 - 이영미
출판사 - 네오픽션
정가 - 12500원
페이지 - 464p



두번째로 만나는 미미 월드


지금껏 미미여사님 작품으로는 [가상가족놀이] 단 한편밖에 접하지 못했지만, 그 단 한편만으로도 작품 전반에 깔려있는 사람을 바라보는 따스한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좋은 작품은 시간이 지나도 꾸준히 회자되며 아직 접하지 못한 독자들을 찾듯이 2011년 국내 첫 초역된 이 작품은 7년만에 개정판으로 새롭게 선보이는 작품이다. 이렇게 새로운 옷으로 다시 세상에 나오니 이 작품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던 나와 만날 수 있었던것이 아닌가 싶은데....이제는 세월의 뒷편으로 사라져 가는 낡디 낡은 구식 사진관...그곳으로 이사한 고딩소년 에이이치가 겪게되는 기묘하고도 기이한 사건들...졸지에 자의반, 타의반으로 영계탐정이 되버린 에이이치는 사건 해결을 위해 고군분투 하면서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에 대해, 겉으로는 알 수 없었던 인간 심연의 진실들과 맞닥뜨리고 정면으로 맞서면서 한층 더 단단한 어른으로 성장하게 된다. 


이 작품은 2013년 일본에서 4부작 드라마로도 방영된바 있고, 마음만 먹으면 쉽게 찾아볼 수 있는것 같다. 

 

[첫번째 이야기 : 고구레 사진관]
고딩 1학년 에이이치는 다소 괴짜스러운 부모님의 결정으로 싼 가격에 대지와 대지위에 지어져 있던 낡은 주택을 구입한다. 당장 허물고 새로 지어도 모자랄것 없는 고가임에도 버리면 쓰레기라는 신조에 따라 최소의 개보수 후 고가에 이사오게된 에이이치의 가족은 아버지의 결정에 따라 기존에 사용했던 사진관 시설과 간판까지 그대로 둔체 입주한다. 알고보니 그 집은 사진관의 주인이었던 고구레 노인의 유령이 나타난다는 소문이 돌던 집이었고...엎친데 덮친격으로 사진관 주변을 배회하던 소녀는 다짜고짜 에이이치에게 한장의 사진을 억지로 건네고 사라져 버린다. 고구레 사진관 봉투에 담긴 평범해 보이는 사진한장...사진속엔 인간으로 보이지 않는 기묘한 형상의 여성이 함께 찍혀있는 심령사진이었고....에이이치는 단짝 덴코와 함께 정체불명의 사진에 대해 조사하는데.....



 

[두번째 이야기 : 세계의 툇마루]
첫번째 심령사진의 성공적인 조사와 함께 사소한 실수로 학교내에 영험한 영적탐정으로 소문이 나버린 에이이치에게 배구부 선배가 찾아온다. 그녀 역시 에이이치에게 사진한장을 건네는데...사진속엔 평범한 마루에 네명의 남녀가 웃으며 찍혀있는 사진인데, 오른쪽 툇마루쪽으로 배구부 선배를 제외한 세 명의 사람이 울부짖는 표정의 흐릿한 형체로 찍혀있는게 아닌가...역시 기분 나빠지는 심령사진을 받은 에이이치에게 배구부 선배는 사진속 세명의 사람이 절대 사진에 대해 조사하는것을 알아체지 못하게 해달라는 명령같은 부탁을 한다. 에이이치는 단짝 덴코와 여자사람친구 탄빵과 함께 사진의 배경에 대해 조사하는데......

 



음...오컬트 심령 미스터리 추리작품이라 해야하나...염사같은 영적 현상으로 기괴하게 변형된 사진이 찍히게 된 진짜 진실을 찾기 위해 사진속 인물들을 찾아나서고, 주변인들과 탐문을 통해 정보를 얻고 사건을 추리하는 일련의 과정은 사진이 찍히는 당시 누군가의 원념 혹은 사념이 사진에 기록되는 심령사진이라는 오컬트적 오브제를 통해 오싹한 공포를 선사하면서 달랑 사진 한장만으로 사진이 찍히게 된 전후의 숨겨진 진실을 파헤쳐 나가는 추리적 요소를 함께 만족시키는 독특한 설정의 작품이었다. 다만 본격 공포미스터리가 아닌 오컬트 휴머니즘 미스터리라 부를 수 있는건 작품의 매개체인 심령사진이 그저 망자의 원념을 담아낸 저주의 도구가 아닌 복잡하게 얽혀있는 사진속 인물들의 숨겨진 관계를 드러내는 마지막 진실의 한 조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연인을 떠나보내지 못하고 걱정하는 마음...큰 죄를 저지르고 사죄하지 못하고 도망쳐버린 죄책감의 한순간...누군가를 애타게 그리워하는 마음 한조각...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복잡미묘한 감정의 한순간이 녹아있는 심령사진...수수께끼가 풀리는 순간...공포스러웠던 심령사진은 세상사를 투영하는 마음의 창으로 변화한다.



어찌됐던, 나름 기괴한 심령사진 덕분에 진실이 밝혀지기 전까진 솔직히 쬐끔 무섭기도 했다만...작품 전체를 밝게 비추는건 이제 16살이된 주인공인 고딩 1학년 에이이치와 속깊은 스마트한 친구 덴코, 어떤 상황이든 시원하게 할말은 하고야 마는 소녀 탄빵 같은 개성있는 캐릭터들이 애보다 못한 때묻은 어른들을 그들만의 순수함과 정직함과 열정으로 일깨워주기 때문이다. 16살이라기엔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속깊은 에이이치의 헤아림은 세상사에 지치고 이런 저런 일들로 고개숙인 어른들을 감싸안아주면서 이해와 공감을 통한 잔잔한 감동을 선사한다.  



아직 상권만 읽었지만 역시 미미여사!라는 말이 절로 떠오른다. 인간을 통찰하는 깊이있는 시선과 함께 탄탄한 구성으로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고, (이유야 어쨌던) 심령사진이 주는 근원적 공포를 잔잔한 미소가 떠오르는 아기자기한 사건들로 상쇄시켜주는 따뜻한 작품이었다. 아무래도 하권에서는 에이이치의 죽은 동생 '후코'와의 이벤트나 고구레 영감님이 등장하는 에피소드가 펼쳐지지 않을까 예상해보는데...하권을 통해 [고구레 사진관] 대망의 감동의 결말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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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리데이 로맨스
찰스 디킨스 지음, 홍수연 옮김 / B612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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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리데이로맨스 (2018년 초판)

저자 - 찰스 디킨스

역자 - 홍수연

출판사 - B612북스

정가 - 12000원

페이지 - 121p




어른아이들의 세상




"그곳에서는 아이들이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산다. 그 나라는 정말 살기에 신나는 곳이다. 어른들은 아이들의 말에 복종해야 하며 자신들의 생일을 제외하고는 똑바로 앉아 저녁 식사하는 것이 절대 허용되지 않는다. 아이들은 어른들에게 잼과 젤리와 마멀레이드, 타르트와 파이와 푸딩과 갖가지 페이스트리를 만들어달라고 주문한다. 어른들이 만들지 않겠다고 하면 만들 때까지 한쪽 구석에 서 있게 한다. 그들도 가끔은 조금 먹을 수 있도록 해주지만, 그들에게 주어지는 것은 대개 먹다 남은 가루뿐이다."



[크리스마스의 악몽]으로 유명한 영국의 대문호 '찰스 디킨스'의 죽기전 마지막 작품이 마침내 국내 초역되었다. 유명하다면 유명한 작가인데 그의 마지막 작품이 이제서야 초역되는게 신기하다. 그가 마지막으로 우리에게 보여주려던 세상은 무엇이었을까?...기존의 세계를 역전하는 네 명의 아이들이 그리는 기묘하고도 신기한 세상...아이들이 세계의 중심인 세상에서 특유의 위트와 어른들에게 날리는 신랄한 일침이 살아 숨쉬는 판타지 같은 세상이 펼쳐진다.....



1. 윌리엄 틴클링 귀하가 쓴 사랑 이야기 서문 



2. 앨리스 레인버드가 쓴 사랑 이야기 

나라에서 돈을 받아 월급을 주는 왕과 영리한 딸의 이야기이다. 마법사에게 소원을 한가지 빌 수 있는 연어가시 뼈를 받은 앨리시아 공주는 번번이 위기상황에 처하지만 마법의 가시를 쓰는 데신 자신의 힘으로 이겨내고자 노력한다. 마법의 가시를 두고도 애쓰는 공주를 못마땅하게 본 왕은 공주에게 이렇게 묻는다.

"앨리시아"

"네, 아바마마"

"마법의 생선뼈는 어찌 된 것이냐?"

"제 주머니에 있사옵니다."

"잃어버린 것이 아니었더냐?"

"아니옵니다. 아바마마"

"잊어버린 것도 아니었더냐?"

"그렇지 않사옵니다."



3. 로빈 레드포스 중령이 쓴 사랑 이야기

해적선 미인호의 선장 볼드하트는 겨우 네 살이다. -_-;;; 어른 부하들을 이끌고 위험천만한 바다를 항해하는 볼드하트는 어느날 천하의 악당인 라틴어 문법선생을 사로잡고, 미지의 야만인이 사는 섬에 정박한다. 부족은 볼드하트를 환대하며 맞이하는데.....

 

 

4. 네티 애시퍼드가 쓴 사랑 이야기  

아이가 어른으로...어른이 아이로 불리는 세상...말썽꾸러기 아이들(어른들)은 학교에 보내 버르장머리를 가르치고, 경마나 도박에 빠져 돈을 탕진하는 아이(어른)은 볼기짝을 두르려 정신을 차리게 한다. 아이들(어른들)이 모여 실없는 소리를 해데는 의회에서는 영양가 없는 논쟁이 끊이지 않고, 철부지 아이(어른)들 때문에 어른들(아이들)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든다....



제목부터 홀리데이 로맨스에 네 가지 사랑이야기가 실려있지만, 아이들이 벌이는 귀엽고 앙증맞은 사랑이야기라기 보단 나이살 먹고 정신 못차리고 사는 아이만도 못한 어른들을 꼬집는 풍자적 요소가 더 강한 이야기라 생각된다. 아이들의 시선으로 눈앞의 마법을 두고 자신의 힘으로 역경을 헤쳐 나가는걸 이해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공주에게 마법뼈의 존재를 케묻는 왕의 모습이나, 트집을 잡고 산더미 같은 숙제를 내는 라틴어 문법 선생...도박에 가사를 탕진하는 어른...쓰잘데기 없이 논쟁만 벌이는 정치가들의 모습을 보면서 작품을 읽는 어른독자마저도 창피한 마음이 들게 하는 동시에 철없는 어른들의 바지를 내리고 볼기짝을 쳐서 정신이 번쩍 들게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_-;;;



왕이 나라에서 돈을 받아 직원들에게 월급을 준다는 설정이나 최악의 악당이 문법선생이라는 설정이나 망나니 어른들을 학교에 보내 교육시키는등등 뭔가 상상을 초월하는 엉뚱함이 실소를 자아내며 흥미롭게 다가온다. 어쨌던 파격적이라면 파격적인 이 작품이 당시 영국인들에게 어떤 반향을 불러 일으켰을지 궁금해진다...티없이 해맑은 아이들의 때묻지 않은 시선으로 사회를 바라보고 순수하게 그려낸 네 가지 이야기는 작가가 그리는 순수의 우화 같은 세계로 당시의 영국의 사회상과 디킨스의 위트 넘치는 시선을 엿볼 수 있게 하는듯 하다. 



웬지 뜨끔하게 만드는 골때리는 이야기...사랑이야기로 위장하고 부담없이 다가와 느닷없이 팩트폭력을 날리는 작품. 역시 디킨스는 디킨스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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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희의 기담 - 이상야릇하고 재미있는 옛이야기
오정희 지음, 이보름 그림 / 책읽는섬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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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희의기담 : 이상야릇하고 재미있는 옛이야기 (2018년 초판)

저자 - 오정희

출판사 - 책읽는섬

정가 - 13000원

페이지 - 173p




어릴적 할머니가 들려주시던 바로 그 이야기



작가 오정희님은 이번에 이 작품을 통해 처음 접하는 작가님이기에 띠지의 믿고 읽는 작가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랐다. 하지만 그냥 [기담]이 아닌 [오정희의 기담]이라고 본인의 이름을 제목에 걸고 작품을 출간한다는건 그만큼 작품에 대한 만족감과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라는 반증일까?...어릴적부터 기담, 괴담에 심취한만큼 오싹 살벌한 도시괴담이 아닌 우리에게 익숙한 전래동화 속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의 기묘한 이야기는 현대 기담과는 또다른 의미의 호기심과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여기 실린 여덟편의 기담들은 어릴적 시골집 뜨싯한 아랫목에서 졸린눈을 꿈뻑이던 내게 할머니가 들려주시던 기묘하고 이상하고 야릇한 옛날 이야기...딱 그것이었다. 띠지에 실린 할매 작가님이 차분한 목소리로 직접 이야기를 들려주시는 듯한 그런 느낌이랄까...ㅎㅎ 



작품에 실린 여덟가지 이야기는 오래된 판타지 세계로 나를 초대한다. 



1. 어느 봄날에

죽은 동생을 살리기 위해 마법을 거는 누이 이야기...

- 한국식 언데드 이야기의 변주



2. 그리운 내 낭군은 어디서 저 달을 보고 계신고

구렁이로 태어난 아들이 장가가는 이야기....

- 구렁이를 자식으로 낳아 벌어지는 이야기는 다른 전래동화에서도 봤었던 플롯이라 익숙한 느낌이다.



3. 앵두야, 앵두같이 예쁜 내 딸아

의붓엄마의 계략으로 억울하게 죽어간 소녀의 이야기...

- 전래잔혹동화...



4. 용화산

천년묵은 지네와 용이되지 못한 이무기의 치열한 결투....

- [은혜갚은 까치]가 떠오른다. 



5. 누가 제일 빠른가

딸을 시집보내기 위해 진귀한 기술을 가진 청년들이 자신의 기술을 뽐내는 이야기...

- 외국동화중에 진기한 재주를 가진 형제들이 위험에 처한 공주를 구하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이 이야기를 보니 그 이야기가 떠올랐다.



6. 주인장, 걱정 마시오

혈혈단신으로 잔혹한 산적무리를 소탕하는 모험이야기....

- 여덟편의 이야기중 유일하게 실존인물을 토대로 한 이야기이다. 



7. 짚방망이로 짚북을 친 총각

짚방망이로 짚북을 치는 신기한 이야기...

- 이야기의 무대는 한국을 벗어나 중국으로까지 확장된다.



8. 고씨네

글공부만 하는 남편을 둔 아낙의 이야기...

- 죽어라 고생만 시키더니....끝까지 호강한번 못누리는구나!



여덟편의 기담은 현실과 이계를 오가며 인간과 요괴가 공존하며 실존인물과 설화가 함께하는, 실로 경계없는 신비로운 오정희 작가님의 이야기에 빠져들 수 밖에 없게 만든다.



아련한 사랑 이야기, 성실함과 기지로 성공하는 밝고 명랑한 이야기가 있는가 하면 [신데렐라]의 원전속 엄마의 인육을 갈아먹고, [콩쥐 팥쥐]의 팥쥐가 벌로 죽음을 당한뒤 인육으로 만든 젓갈이 되는등의 잔혹동화 같은 이야기도 실려있어(물론 그정도로 참혹하진 않다만...) 기담으로서 이야기의 다양성을 맛보여 준다. 그래서 개인적으론 여덟편의 이야기중 [앵두야, 앵두같이 예쁜 내 딸아]가 제일 마음에 든다. 계모의 모함...계모의 계략에 놀아나는 무능한 아빠...그리고 억울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착하디 착한 딸 앵두....뭔가 [신데렐라]나 [콩쥐 팥쥐]가 떠오른다. 이렇듯 전래동화나 외국동화에서 봤음직한 이야기들이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옷을 입고 찾아오니 익숙함과 전혀 몰랐던 새로운 이야기라는 신선함이 합쳐져 이야기에 몰입하게 만든다. 



웬지 유치할것 같지만 이야기 이야기마다 인생의 희노애락이 함축되어 담겨있고, 결말을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불확정성도 이야기에 몰입하게 만드는 매력중 하나인것 같다. 정말로 읽을수록 빠져드는 옛이야기...오정희 작가님이 거는 마법에 단단히 홀리게 되는 신기한 기담들이랄까...이렇게 작가님의 이야기가 새로운 생명력을 얻고 그동안 잊고 있던 아련한 추억속 기억의 조각들을 다시금 짜맞출 수 있게 해주어 너무 좋다. 여덟편은 좀 짧은 느낌인데...좀더...좀더 작가님의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줬음 좋겠다. ㅎㅎ 어른이 읽어도 정겹고 흥미롭고, 아이들에겐 말할것도 없이 최고의 옛날이야기라 생각된다. 울 딸래미들한테두 재우기전에 한편씩 읽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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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부엉이 - 독소전 밤하늘의 사냥꾼
얀 지음, 로맹 위고 그림 / 길찾기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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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부엉이 : 독소전 밤하늘의 사냥꾼 (2012년)_E-BOOK

저자 - 얀

그림 - 로맹 위고

출판사 - 이미지프레임

정가 - 20000원

페이지 - 152p


 

만화도 이정도 되면 예술이다.



리디셀렉트에서 새로 업데이트된 책 목록을 살펴보다 눈에 띈 작품이다. 소설만 올라오는게 아니라 만화책도 올라와 반가웠고, 정밀하고 유려한 그림체가 눈길을 확 사로잡아 바로 다운받았다. 제2차 세계대전, 독일과 소련의 피튀기는 공중전을 다룬 작품으로 당시 독일과 소련의 다양한 전투기를 초정밀하게 묘사하고, 실제영상을 보는듯한 역동적인 공중전, 실존인물을 토대로 만든 개성적인 캐릭터가 조화되니 만화라기 보단 예술에 가까운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을것 같다. 굳이 밀덕이 아니더라도 당시 과학기술의 집약체였던 전투기의 화려하고 균형잡힌 모습은 보는이를 빠져들게 만드는데 충분한것 같다. 확실한 고증을 통해 몇년간에 걸쳐 실존 전투기와 100% 일치하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 노력했다는 작가의 말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장면 장면 버릴장면 없이 하이퍼리얼리즘으로 엄청나게 심혈을 기울였다는건 단 한장, 한컷만 보더라도 알 수 있을듯하다.



[불프]

아내를 공습으로 잃고 홀로 딸을 키우며 하늘을 지키는 수리부엉이 불프는 나치스의 인종말살정책은 동의하지 않지만, 국가에 소속된 전투 조종사 장교로서 책임을 다하기 위해 전장에 나선다. 뛰어난 실력을 바탕으로 수많은 적기를 격추시키는 에이스 파일럿이지만, 야만에 빠지지 않고 인간다운 군인으로 남기위해 노력하던중....포로로 붙잡힌 밤의 마녀 릴리야와 만나는데....



[릴리야]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소련을 침공한 독일을 무찌르기 위해 여성으로만 조직된 밤의 마녀들 비행단에서 커다란 활약을 펼치고, 그 공으로 최전방에 배치된다. 여성이라는 차별을 오로지 실력으로 극복하고 에이스 조종사가 된 릴리야는 끓어넘치는 독일군에 대한 분노를 공중에서 터뜨린다. 그런 그녀에게 위기가 다가오니...전투기는 추락하고 가까스로 탈출하였으나 그토록 증오하던 독일군의 포로로 붙잡히는데....



일단 소련 최고의 여성 조종사 릴리야는 하늘의 백장미라 불렸던 소련의 여성 에이스 파일럿 리디야 리트비야크를 모델로 만든 캐릭터라고 한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비행기 대 비행기로 가미가제식 몸통을 박치기로 독일군 전투기를 격추시키는 용맹함과 강인함은 꽤나 강렬하게 다가온다. 그런 그녀와 불프의 만남 또한 흥미를 자아내니...철천지 원수이자 적국의 에이스지만 그 이전에 순수한 남과 여 였으니...-_-;;; 하여튼 음과 양의 조화를 향한 본능은 참으로 기묘하고 오묘하며 예상치 못한 결과를 초래한다. 



기막힌 그림도 몇장씩 붙여보고 싶지만 이북 특성상 캡쳐가 불가하여 글로만 끼적거린다만, 리얼한 전투기의 묘사와 공중전 만큼은 끝내주는 작품이란거...냉혹한 전쟁의 참상과 아군과 벌이는 첨예한 이념의 대립, 전쟁에 영혼을 잠식당 반미치광이들의 모습들, 인간으로 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한 인간의 노력 등등등 밀덕들..특히 2차세계대전에 열광하는 밀덕이라면 무조건 필견해야 하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짧은 분량이지만 각 컷마다 담긴 장인정신에 절로 감탄하게 되는 예술적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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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세 사망법안, 가결
가키야 미우 지음, 김난주 옮김 / 왼쪽주머니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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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70세 사망법안, 가결 (2018년 초판)

저자 - 가키야 미우

역자 - 김난주

출판사 - 왼쪽주머니

정가 - 15000원

페이지 - 396p




70세 사망법안이 가결되었다



온가족이 모여 도란도란 화목하게 보내는 민족의 대명절 한가위에 이 무슨 살벌하고 아이러니한 주제의 작품이냐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명절과는 정반대되는 처참한 현실이 반영된 작품이라 웬지 더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던것 같다. 사실 일본의 저출산 문제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초고령층의 사회적 문제는 비단 일본만의 문제는 아니며 국경을 넘어 한국도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것이 사실이다. 상황이 나아지긴 커녕 한해가 지날수록 더욱 심각해져만 가는 고령화 추세속에서 '야마다 무네키'의 [백년법], '히라야마 유메아키'의 [남의 일]중 [정년 기일] 등에 비슷한 설정의 작품들이 먼저 나온걸 감안해 볼때 다소 극단적이라도 일본사회가 이 문제를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예측해 볼 수 있을것 같다. 누구나 늙어가고 흐르는 시간을 피할 수 없으니 초고령화 사회로의 변화는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심각한 문제이다. 다만 여타 암울하고 극단적인 앞선 작품들에 비해 이 작품은 서로간의 이해와 시각의 변화를 통해 다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그리고 있는 (현실은 비참하기 짝이 없고 실제로 작품이 제시하는 비전의 실현 가능성이야 차치하더라도) 희망적이고 유쾌한 작품이라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서 그나마 안도하게 하는 작품이었다. 



70세 사망법안이 가결되었다.

대퇴골 골절로 자리보전하고 누운채로 지내는 시어머니를 모신지 십수년째, 70세 사망법안이 가결되고 법안 실행을 위한 유예기간이 2년이 주어졌다. 이제 2년이면 지긋지긋한 시어머니의 간병을 끝낼 수 있다. 2년뒤 시어머니를 보내고 나면 자신도 70세까지 남은 시간은 십오년 남짓...시도때도 없는 시어머니의 호출은 하루하루 더욱 힘들게 다가오고, 사망법안 가결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 남편은 그길로 남은 인생을 즐기겠다며 세계여행을 떠나버리고, 장녀는 할머니의 병간호를 꺼리며 집을 나가 독립해 살고, 하나뿐인 아들은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3년째 방안에서 은둔생활을 한다. 어느 누구하나 자신을 도와주는이 없고, 누가하나 따뜻한 말한마디 건네는 이가 없다. 이대로는 숨이막혀 살 수 없다. 그래서 모든 것을 두고 가출하겠다!



살기위해, 숨쉬기 위해 자유를 찾아 떠난 주부 도요코의 고통이 너무나 현실적이고 생생하게 다가와 작품을 읽는 나도 미쳐버리는줄 알았다. 끝없는 간병이 너무나 힘들어 환자를 살해하고 자신도 자살을 시도하던 이들의 케이스를 다루며 위기에 몰린 간병인들의 현실을 보여주던 르포작품 [간병 살인] 이 떠올랐다. 가족으로 함께 살아가는 구성원이지만 저마다 자신만을 생각하는 지극히 극단적인 개인주의적 성향들이 숨통을 조여온다. 그저 엄마, 아내, 며느리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고통을 떠안고 인내하며 살아가는 도요코의 모습은 딱 가족을 위해 모든것을 헌신하는 우리네 어머니들의 모습이라 가슴아프게 다가왔다. 결국 가출을 감행한 엄마....그리고 그때서야 엄마의 커다란 빈자리를 깨닫게 되는 가족들...어찌보면 명절에 방영하던 휴머니즘 가족 드라마를 통해 익히 보아왔던 전형적인 스토리 아닌가...나라는 달라도 엄마의 헌신은 매한가지, 타국의 작품이지만 거의 동일한 공감대를 느낄 수 있었다. 



전형적이고 익숙한 가족드라마라는 스토리에 70세 사망법안이라는 극단적 설정이 작품 전반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저출산으로 일할 수 있는 젊은이는 줄어들고 노년층에 들어가는 의료비와 연금은 이미 국가재정의 한도를 넘어버린 상태, 나라를 회생시키기 위해선 70세의 노인들을 강제적으로 안락사 시키는 방법밖에 없다고 선언하는 정부...찬반여론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청년층의 압도적 찬성과 노년층의 반대...픽션이지만 우리 역시 몇년 뒤면 국민연금의 잔고가 바닥나 버리고 막상 지금의 샐리리맨들이 연금을 받아야 할 시기엔 남은 연금이 제로일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안고 있다. 연금뿐이랴...의료보험, 청년 취업난 등 고령화로 인해 파생될 문제는 끝이 없다. 의료기술은 나날이 발전하고, 치명적 질병을 정복하여 100세시대가 열린 지금...국가의 복지정책은 이 변화의 추세를 제대로 따라가고 있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물론 아니라고 본다. 결국 이대로 가면 세대간, 계층간 불만은 곪아 터져버리는 사태가 오겠지...그땐...사망법안까지는 아니더라도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옆나라 남의 일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직면한 사회적 문제이기에 작품이 제기하는 문제의식은 좀 더 무겁고 깊이있게 다가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망법안이라는 극약처방을 통해 사회는 제자리를 찾아가려 하고, 가출이라는 극약처방으로 가족은 서로의 소중함을 되새긴다. 멍~하니 정신못차리고 있는 이에게 시원하게 싸닥션 한방 날려 정신이 번쩍들게 만드는 것이다. 작품에서 내린 해법은 대놓고 유토피아를 그리는 다소 비현실적인 방법이긴 하지만 그저 허무맹랑한 따뜻한 휴머니즘 가족 드라마로 치부할 수는 없게 만드는 것은 각 세대와 계층이 겪게될 극단적이고 냉혹하고 답없는 현실이 처절하게 반영된 사회적 사고실험 작품이기 때문이다. 다소 무거운 주제임에도 사람을 바로보는 따뜻한 시선이 무거운 부담을 경감시켜준다. 가족의 의미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하게 만드는 이 명절에 딱 어울리는 작품이었다.  



*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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