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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레 사진관 - 상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네오픽션 / 2018년 9월
평점 :
고구레사진관 상 (2018년 개정판)
저자 - 미야베 미유키
역자 - 이영미
출판사 - 네오픽션
정가 - 12500원
페이지 - 464p
두번째로 만나는 미미 월드
지금껏 미미여사님 작품으로는 [가상가족놀이] 단 한편밖에 접하지 못했지만, 그 단 한편만으로도 작품 전반에 깔려있는 사람을 바라보는 따스한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좋은 작품은 시간이 지나도 꾸준히 회자되며 아직 접하지 못한 독자들을 찾듯이 2011년 국내 첫 초역된 이 작품은 7년만에 개정판으로 새롭게 선보이는 작품이다. 이렇게 새로운 옷으로 다시 세상에 나오니 이 작품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던 나와 만날 수 있었던것이 아닌가 싶은데....이제는 세월의 뒷편으로 사라져 가는 낡디 낡은 구식 사진관...그곳으로 이사한 고딩소년 에이이치가 겪게되는 기묘하고도 기이한 사건들...졸지에 자의반, 타의반으로 영계탐정이 되버린 에이이치는 사건 해결을 위해 고군분투 하면서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에 대해, 겉으로는 알 수 없었던 인간 심연의 진실들과 맞닥뜨리고 정면으로 맞서면서 한층 더 단단한 어른으로 성장하게 된다.
이 작품은 2013년 일본에서 4부작 드라마로도 방영된바 있고, 마음만 먹으면 쉽게 찾아볼 수 있는것 같다.
[첫번째 이야기 : 고구레 사진관]
고딩 1학년 에이이치는 다소 괴짜스러운 부모님의 결정으로 싼 가격에 대지와 대지위에 지어져 있던 낡은 주택을 구입한다. 당장 허물고 새로 지어도 모자랄것 없는 고가임에도 버리면 쓰레기라는 신조에 따라 최소의 개보수 후 고가에 이사오게된 에이이치의 가족은 아버지의 결정에 따라 기존에 사용했던 사진관 시설과 간판까지 그대로 둔체 입주한다. 알고보니 그 집은 사진관의 주인이었던 고구레 노인의 유령이 나타난다는 소문이 돌던 집이었고...엎친데 덮친격으로 사진관 주변을 배회하던 소녀는 다짜고짜 에이이치에게 한장의 사진을 억지로 건네고 사라져 버린다. 고구레 사진관 봉투에 담긴 평범해 보이는 사진한장...사진속엔 인간으로 보이지 않는 기묘한 형상의 여성이 함께 찍혀있는 심령사진이었고....에이이치는 단짝 덴코와 함께 정체불명의 사진에 대해 조사하는데.....
[두번째 이야기 : 세계의 툇마루]
첫번째 심령사진의 성공적인 조사와 함께 사소한 실수로 학교내에 영험한 영적탐정으로 소문이 나버린 에이이치에게 배구부 선배가 찾아온다. 그녀 역시 에이이치에게 사진한장을 건네는데...사진속엔 평범한 마루에 네명의 남녀가 웃으며 찍혀있는 사진인데, 오른쪽 툇마루쪽으로 배구부 선배를 제외한 세 명의 사람이 울부짖는 표정의 흐릿한 형체로 찍혀있는게 아닌가...역시 기분 나빠지는 심령사진을 받은 에이이치에게 배구부 선배는 사진속 세명의 사람이 절대 사진에 대해 조사하는것을 알아체지 못하게 해달라는 명령같은 부탁을 한다. 에이이치는 단짝 덴코와 여자사람친구 탄빵과 함께 사진의 배경에 대해 조사하는데......
음...오컬트 심령 미스터리 추리작품이라 해야하나...염사같은 영적 현상으로 기괴하게 변형된 사진이 찍히게 된 진짜 진실을 찾기 위해 사진속 인물들을 찾아나서고, 주변인들과 탐문을 통해 정보를 얻고 사건을 추리하는 일련의 과정은 사진이 찍히는 당시 누군가의 원념 혹은 사념이 사진에 기록되는 심령사진이라는 오컬트적 오브제를 통해 오싹한 공포를 선사하면서 달랑 사진 한장만으로 사진이 찍히게 된 전후의 숨겨진 진실을 파헤쳐 나가는 추리적 요소를 함께 만족시키는 독특한 설정의 작품이었다. 다만 본격 공포미스터리가 아닌 오컬트 휴머니즘 미스터리라 부를 수 있는건 작품의 매개체인 심령사진이 그저 망자의 원념을 담아낸 저주의 도구가 아닌 복잡하게 얽혀있는 사진속 인물들의 숨겨진 관계를 드러내는 마지막 진실의 한 조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연인을 떠나보내지 못하고 걱정하는 마음...큰 죄를 저지르고 사죄하지 못하고 도망쳐버린 죄책감의 한순간...누군가를 애타게 그리워하는 마음 한조각...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복잡미묘한 감정의 한순간이 녹아있는 심령사진...수수께끼가 풀리는 순간...공포스러웠던 심령사진은 세상사를 투영하는 마음의 창으로 변화한다.
어찌됐던, 나름 기괴한 심령사진 덕분에 진실이 밝혀지기 전까진 솔직히 쬐끔 무섭기도 했다만...작품 전체를 밝게 비추는건 이제 16살이된 주인공인 고딩 1학년 에이이치와 속깊은 스마트한 친구 덴코, 어떤 상황이든 시원하게 할말은 하고야 마는 소녀 탄빵 같은 개성있는 캐릭터들이 애보다 못한 때묻은 어른들을 그들만의 순수함과 정직함과 열정으로 일깨워주기 때문이다. 16살이라기엔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속깊은 에이이치의 헤아림은 세상사에 지치고 이런 저런 일들로 고개숙인 어른들을 감싸안아주면서 이해와 공감을 통한 잔잔한 감동을 선사한다.
아직 상권만 읽었지만 역시 미미여사!라는 말이 절로 떠오른다. 인간을 통찰하는 깊이있는 시선과 함께 탄탄한 구성으로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고, (이유야 어쨌던) 심령사진이 주는 근원적 공포를 잔잔한 미소가 떠오르는 아기자기한 사건들로 상쇄시켜주는 따뜻한 작품이었다. 아무래도 하권에서는 에이이치의 죽은 동생 '후코'와의 이벤트나 고구레 영감님이 등장하는 에피소드가 펼쳐지지 않을까 예상해보는데...하권을 통해 [고구레 사진관] 대망의 감동의 결말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