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세 사망법안, 가결
가키야 미우 지음, 김난주 옮김 / 왼쪽주머니 / 2018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70세 사망법안, 가결 (2018년 초판)

저자 - 가키야 미우

역자 - 김난주

출판사 - 왼쪽주머니

정가 - 15000원

페이지 - 396p




70세 사망법안이 가결되었다



온가족이 모여 도란도란 화목하게 보내는 민족의 대명절 한가위에 이 무슨 살벌하고 아이러니한 주제의 작품이냐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명절과는 정반대되는 처참한 현실이 반영된 작품이라 웬지 더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던것 같다. 사실 일본의 저출산 문제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초고령층의 사회적 문제는 비단 일본만의 문제는 아니며 국경을 넘어 한국도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것이 사실이다. 상황이 나아지긴 커녕 한해가 지날수록 더욱 심각해져만 가는 고령화 추세속에서 '야마다 무네키'의 [백년법], '히라야마 유메아키'의 [남의 일]중 [정년 기일] 등에 비슷한 설정의 작품들이 먼저 나온걸 감안해 볼때 다소 극단적이라도 일본사회가 이 문제를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예측해 볼 수 있을것 같다. 누구나 늙어가고 흐르는 시간을 피할 수 없으니 초고령화 사회로의 변화는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심각한 문제이다. 다만 여타 암울하고 극단적인 앞선 작품들에 비해 이 작품은 서로간의 이해와 시각의 변화를 통해 다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그리고 있는 (현실은 비참하기 짝이 없고 실제로 작품이 제시하는 비전의 실현 가능성이야 차치하더라도) 희망적이고 유쾌한 작품이라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서 그나마 안도하게 하는 작품이었다. 



70세 사망법안이 가결되었다.

대퇴골 골절로 자리보전하고 누운채로 지내는 시어머니를 모신지 십수년째, 70세 사망법안이 가결되고 법안 실행을 위한 유예기간이 2년이 주어졌다. 이제 2년이면 지긋지긋한 시어머니의 간병을 끝낼 수 있다. 2년뒤 시어머니를 보내고 나면 자신도 70세까지 남은 시간은 십오년 남짓...시도때도 없는 시어머니의 호출은 하루하루 더욱 힘들게 다가오고, 사망법안 가결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 남편은 그길로 남은 인생을 즐기겠다며 세계여행을 떠나버리고, 장녀는 할머니의 병간호를 꺼리며 집을 나가 독립해 살고, 하나뿐인 아들은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3년째 방안에서 은둔생활을 한다. 어느 누구하나 자신을 도와주는이 없고, 누가하나 따뜻한 말한마디 건네는 이가 없다. 이대로는 숨이막혀 살 수 없다. 그래서 모든 것을 두고 가출하겠다!



살기위해, 숨쉬기 위해 자유를 찾아 떠난 주부 도요코의 고통이 너무나 현실적이고 생생하게 다가와 작품을 읽는 나도 미쳐버리는줄 알았다. 끝없는 간병이 너무나 힘들어 환자를 살해하고 자신도 자살을 시도하던 이들의 케이스를 다루며 위기에 몰린 간병인들의 현실을 보여주던 르포작품 [간병 살인] 이 떠올랐다. 가족으로 함께 살아가는 구성원이지만 저마다 자신만을 생각하는 지극히 극단적인 개인주의적 성향들이 숨통을 조여온다. 그저 엄마, 아내, 며느리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고통을 떠안고 인내하며 살아가는 도요코의 모습은 딱 가족을 위해 모든것을 헌신하는 우리네 어머니들의 모습이라 가슴아프게 다가왔다. 결국 가출을 감행한 엄마....그리고 그때서야 엄마의 커다란 빈자리를 깨닫게 되는 가족들...어찌보면 명절에 방영하던 휴머니즘 가족 드라마를 통해 익히 보아왔던 전형적인 스토리 아닌가...나라는 달라도 엄마의 헌신은 매한가지, 타국의 작품이지만 거의 동일한 공감대를 느낄 수 있었다. 



전형적이고 익숙한 가족드라마라는 스토리에 70세 사망법안이라는 극단적 설정이 작품 전반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저출산으로 일할 수 있는 젊은이는 줄어들고 노년층에 들어가는 의료비와 연금은 이미 국가재정의 한도를 넘어버린 상태, 나라를 회생시키기 위해선 70세의 노인들을 강제적으로 안락사 시키는 방법밖에 없다고 선언하는 정부...찬반여론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청년층의 압도적 찬성과 노년층의 반대...픽션이지만 우리 역시 몇년 뒤면 국민연금의 잔고가 바닥나 버리고 막상 지금의 샐리리맨들이 연금을 받아야 할 시기엔 남은 연금이 제로일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안고 있다. 연금뿐이랴...의료보험, 청년 취업난 등 고령화로 인해 파생될 문제는 끝이 없다. 의료기술은 나날이 발전하고, 치명적 질병을 정복하여 100세시대가 열린 지금...국가의 복지정책은 이 변화의 추세를 제대로 따라가고 있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물론 아니라고 본다. 결국 이대로 가면 세대간, 계층간 불만은 곪아 터져버리는 사태가 오겠지...그땐...사망법안까지는 아니더라도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옆나라 남의 일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직면한 사회적 문제이기에 작품이 제기하는 문제의식은 좀 더 무겁고 깊이있게 다가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망법안이라는 극약처방을 통해 사회는 제자리를 찾아가려 하고, 가출이라는 극약처방으로 가족은 서로의 소중함을 되새긴다. 멍~하니 정신못차리고 있는 이에게 시원하게 싸닥션 한방 날려 정신이 번쩍들게 만드는 것이다. 작품에서 내린 해법은 대놓고 유토피아를 그리는 다소 비현실적인 방법이긴 하지만 그저 허무맹랑한 따뜻한 휴머니즘 가족 드라마로 치부할 수는 없게 만드는 것은 각 세대와 계층이 겪게될 극단적이고 냉혹하고 답없는 현실이 처절하게 반영된 사회적 사고실험 작품이기 때문이다. 다소 무거운 주제임에도 사람을 바로보는 따뜻한 시선이 무거운 부담을 경감시켜준다. 가족의 의미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하게 만드는 이 명절에 딱 어울리는 작품이었다.  



*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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