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 하이웨이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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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하이웨이 (2018년 개정판 1쇄)

저자 - 모리미 도미히코

역자 - 서혜영

출판사 - 작가정신

정가 - 13000원

페이지 - 427p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애니메이션 개봉을 계기로 개정판이 출간된 '모리미 도미히코'의 2011년작 [펭귄 하이웨이]이다. 발간 당시 일본SF대상을 수상하면서 이슈를 끈 이 작품이 7년이 지난 지금 '이시다 히로야스' 감독의 극장판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어 10월에 개봉하였고, 현재 상영중이다. 출판사 작가정신에서 극장판 애니 개봉기념 예매권 이벤트를 진행하여 운좋게 당첨되어 지난 주말 딸아이들과 함께 관람했다. 관람직후 애니의 감동이 가시기 전에 서둘러 원작을 읽었는데, 애니로 먼저 전반적인 스토리를 알고 봐서인지 소설도 굉장히 빠르고 쉽게 읽을 수 있었다. 



애니의 예고편도 그렇고 펭귄과 초딩소년 아오야마가 쪼그려 앉아있는 귀여운 표지만 봐도 뭔가 경쾌하고 활기 넘치는 초딩들의 모험담이 펼쳐질것 같은 명랑동화스런 작품일거라 생각했었다. 그런데...헐....마냥 밝고 쉬울것만 같았던 작품은 결코 가볍지 만은않은...은근히 깊이 있는 철학적인 작품이었다. 뭐랄까...초딩소년의 귀엽고 순수한 짝사랑기에 전혀 어울릴것 같지 않은 세계 종말의 도래라는 스펙터클 SF가 절묘하게 믹스된 혼종작품인 것이다. -_-...SF 판타지 연애물..인...건가?...



초딩 4학년 소년 아오야마는 남다른 탐구정신과 실험정신으로 여타 동급생 보다 훨씬 성숙하고 남다른 사고방식을 가진 스마트한 소년이다. 여느날과 다름없는 학교 등교길...함께 등교하던 여동생의 놀란 소리에 실험노트에서 고개를 들어보니 도로옆 공터에 수십마리의 펭귄이 무리지어 있는것이 아닌가....이 수십마리의 펭귄의 뜬금없는 출현으로 마을은 온종일 혼란의 도가니에 빠지고, 동물구조사에게 잡혀 이동되던 수십마리의 펭귄들은 그대로 자취를 감춰버리는 미스터리한 일이 벌어진다. 아오야마는 이 미스터리한 펭귄 사건에 '펭귄 하이웨이'라는 연구명을 붙이고 절친 우치다와 함께 본격적인 연구에 나선다. 온 마을을 돌아다니며 펭귄이 발생한 원인을 찾으려 하지만 쉽지 않고, 남몰래 짝사랑 하는 치과 간호사 누나와 버스 종점에서 만난 아오야마는 무심코 누나가 던진 콜라가 펭귄으로 변하는 엄청난 사건을 바로 

옆에서 목격하게 되는데.....   



세계의 끝으로 가는길... 

누나의 마음으로 직행하는 길...

펭귄 하이웨이



자...앞서 말했듯이 이 작품은 크게 두갈래로 나뒨다. 초딩 아오야마가 동네 치과에서 일하는 예쁘고 가슴큰 누나를 짝사랑하면서 겪는 열병같은 사랑 이야기와 불현듯 나타난 펭귄에 이어 마을 전체에서 발생하는 수수께끼 같은 기현상들을 친구들과 함께 조사하는 이야기로 말이다. 그렇게 전혀 관계없을것 같았던 두 이야기는 사실 서로 긴밀한 관계가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아오야마는 초딩 인생 최대의 고난과 아픔을 겪게 된다...결국 스펙터클한 첫사랑의 쓰디쓴 아픔을 겪고 한발짝 어른으로 성장하는 아오야마를 그리는 초대형 성장소설인 것이다. 



머...이런말이 있다.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그래서 첫사랑인 거다.' 하지만...첫사랑이 끝나면 두번째 사랑도 있고, 세번째 사랑도 있는법...End가 아닌 And. 끝은 시작을 향한 출발점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그래서일까 작품 전반에 걸쳐 끝과 시작이라는 상반되는 개념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온다. 아오야마가 살고 있는 마지막 마을, 흔들리는 젖니를 뽑는 행위, 아오야마가 항상 직접 보고 싶다고 말하는 세계의 끝, 태풍이 몰아치던 밤 아오야마를 찾아와 엄마가 나이들어 죽는건 싫다고 우는 여동생 등등등 End에 대한 여러 은유와 암시들이 어지럽게 반복된다...하지만...마지막 마을은 철도 개통으로 바다와 연결된 첫번째 마을로, 빠진 젖니에선 새로운 영구치가 돋아날 것이며, 세계의 끝은 또다른 평행 세계에선 시작일지도 모를, 죽음은 무한한 페러럴 월드에서 단 하나의 분기점일지도 모른다는 아오야마의 가설로..끝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임을 끊임없이 암시한다. 그래...소년의 무너질것 같던 첫사랑의 이별은 언젠가 재회를 향한 약속으로, 시공간의 균열로 인한 종말의 도래는 세계의 연속성을 위한 통과의례임을 말하는 것이다. 



굉장히 심오한것 같은 이 이야기를 초딩이 풀어나간다는 것이 이 작품의 최대 매력인것 같다. 짝사랑하는 동급생을 더욱 괴롭히는 감정표현에 미숙한 초딩들의 순진함, 친구와 함께 탐험을 한다며 온 동네 외진곳까지 시간가는줄 모르고 돌아다니던 추억들, 누군가를 가슴저리게 짝사랑 했던 아련한 기억...누구나 겪었고, 경험했던 초딩시절의 추억이 이 작품에 차곡차곡 담겨 있다. 그렇기에 아오야마의 마음이 더욱 공감되고 와닿는 것이다...굳이 절절한 짝사랑의 기억이 없더라도 상관 없다.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굳이 '수지' 같은 초미녀와 썸탄 기억이 없더라도 '수지'를 떠나보내던 '이제훈'의 절절한 심정이 박히는 그런 마음이랄까...-_-;;; 이 작품 역시 마찬가지다. 난 분명 나보다 연상의 누나를 짝사랑한 경험이 없는데, 어느새 아오야마의 아픔이 절절히 느껴지면서 나도 모르게 울컥하게 되버리는 심리...ㅠ_ㅠ 마지막 누나와 함께 쓰디쓴 커피를 마시는 장면은 내 맘에 오래도록 남을것 같다....



커피처럼 쓰디쓴 첫사랑의 기억은 소년을 강하게 하고,

쓰디쓴 커피의 진한 맛을 알게 되는 순간 소년은 어른이 된다.



스포일러가 될것 같아 자세히 언급하지 못하지만 이상 현상을 일으키는 원인 세계의 끝으로 통하는 '바다'에 대한 SF적 가설들도 상당히 흥미로웠던 작품이다. 귀여운 펭귄들이 때거리로 나와 정신을 쏙 빼놓는 왁자지껄한 경쾌함과 귀엽고 순수한 초딩들의 사랑의 줄다리기와 함께 시공간의 균열로 인한 세계의 위기, 그리고 깨져버린 균형을 바로 잡기위해 고군분투 하는 초딩들의 모험이 가득차 있는 경쾌한 어른들을 위한 동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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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유럽의 문화 에이케이 트리비아북 AK Trivia Book 49
이케가미 쇼타 지음, 이은수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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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유럽의문화 (2018년 초판)_AK트리비아북-49
저자 - 이케가미 쇼타
역자 - 이은수
출판사 - AK 트리비아북
정가 - 13000원
페이지 - 254p



중세 유럽의 모든 것



우리가 알고 있는 중세는 무엇인가?....드래곤이 불을 뿜으며 하늘을 날고 마법사는 망토를 휘날리며 메테오라를 시전하고, 갑옷을 두른 기사는 끊임없이 악랄한 고블린과 전투를 벌이는 암흑의 시대....라고 생각될 정도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판타지 세계는 중세 유럽 문화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생각한다. 익숙한듯 하면서도 정작 모르고 있는 중세시대에 대해 '뭐 이런것 까지 설명하는가' 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중세에 대해 모든 것을 총망라한 중세 백과사전북이 출간되었다. 어느덧 마흔 아홉번째 시리즈를 이어오고 있는 AK출판사의 트리비아북으로 출간된 이 책은 트리비아의 사전적 의미 [하찮은일, 잡동사니 정보, 잡학적 지식]가 말하듯 중세 시대의 사회, 경제, 문화....하다못해 빈민과 귀족들이 뭘먹고 살았는지 까지 설명할 정도로 중세 전분야에 관해 지식을 전달한다.



갑주를 두르고 애마를 모는 기사...죽음의 무도로 불리던 재앙의 전염병 페스트...중세의 근간 장원제도와 농노...보름달이면 변신하는 늑대인간과 끔찍한 마녀사냥....용병...공성병기...전쟁...등등등 막연하게 중세에 대해 떠올리던 파편적 지식들을 귀여운 일러스트와 체계적으로 도식화한 그래프로 누구나 알기쉽게 설명하여 어떤 호기심, 혹은 궁금증, 아니면 필요로 하는 지식들을 아주 쉽게 GET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또한 잘 정리된 색인과 각 챕터의 페이지 하단엔 연관 내용의 페이지가 적혀 있어 찾아보기도 쉽다. 물론 한페이지에 모든 주제를 다루기엔 무리가 따른다. 하지만 이렇게 다양한 개념과 연관된 개념들을 인터넷 검색으로 수없이 많은 단편적 정보들이 담긴 페이지들을 일일이 클릭하고 살펴보는것 보단 훨씬 효과적이라고 말하고 싶다. 뭐...딱히 그게 아니더라도 종이 페이지를 넘기며 찾는 맛이 있는 아날로그적 감성을 더 선호하기도 하고.....-_-



길바닥에 똥들이 널려있고 쥐때들이 창궐하여 곡식과 의복을 갉아대고...그로인해 페스트가 창궐해 2500만명의 생명을 앗아가고 끝나지 않을 굶주림과 빈곤으로 대량의 빈민과 도적이 발생하던 암흑의 시대 중세....그 와중에도 문학과 철학이 꽃피고 다양한 건축기술과 의복등 다양한 기술이 발전하던 탄생의 시대 이토록 상반되는 소멸과 탄생, 죽음과 삶이 치열하게 경쟁하던 시대의 만물잡학사전을 읽어보는 것도 좋은듯 하다. 혹시 [알쓸신잡]처럼 이책을 통해 알게된 중세 지식을 사람들 앞에 뽐내는 날이 오게 될지 또 누가 알겠는가. 기실 꼭 중세가 아니더라도 49권의 다양한 트리비아중 관심가는 주제에 대한 트리비아는 옆에 두고 필요할때 꺼내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된다. (참고로 난 트리비아북 스페셜로 나온 [크툴루 신화 대사전]을 소장중이다.)

 

 

왼쪽엔 자세한 설명을 오른쪽엔 일러스트와 그래프로 가독성을 높이고 이해의 폭을 넒히는 효과적 구성이다.



 

굶주림이 늑대인간이란 정신병을 만들게 되는 웃지못할 사례...

더군다나 마녀를 인정해야 하는 교회는 비슷한 늑대인간을 인정하기에 이르고....

불쌍한 굶주린 정신병자는 잔인한 박해를 받았으리라...


 

 

형리의 설명을 보니 굉장히 천한 지위를 갖고 부업 또한 오물 청소 등 이루 말할 수 없는데...

귀족 사형집행관의 삶을 그렸던 만화 '사카모토 신이치'의 [이노상]과는 너무도 괴리가 크다.

귀족과 평민, 대상의 계급 차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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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파단자
고바야시 야스미 지음, 주자덕 옮김 / 아프로스미디어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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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파단자 (2018년 초판)
저자 - 고바야시 야스미
역자 - 주자덕
출판사 - 아프로스미디어
정가 - 14000원
페이지 - 424p



단기기억 상실증 VS 기억조작 능력자



단기기억 상실증을 앓고 있는 정의의 히어로와 기억조작 능력을 갖고 있는 잔혹한 살인마의 대결....과연 승자는 누구일까?....



2018년 최고의 역주행 소설 [앨리스 죽이기]로 기괴하고 독창적인 세계를 선보였던 작가 '고바야시 야스미'의 또다른 걸작 SF 심리스릴러가 장르소설 전문 1인 출판사 '아프로스미디어'에서 국내 첫출간되었다. 사실 이 작품에 대해서는 18년 2월에 읽었던 부부 서평배틀 [책 읽다 이혼할 뻔]에서 처음 접하게 되었는데, 부부중 남편 '엔조 도'가 읽고 소개했던 [기억 파단자]의 몇줄 안되는 소개글 만으로도 작품에 대한 호기심이 미칠듯이 샘솟았고 어딘가 용자출판사에서 이 작품좀 출간해 달라고 서평에 넋두리를 남겼었는데...ㅎㅎㅎ 알고보니 이 서평을 남길 당시엔 이미 '아프로스미디어'에서 출간 계약을 마친 상태였다고 하니 역시 용자출판사 아닌가...



어쨌던...그렇게 기다리고 기대하던 작품이 정식 출간됐고 비로서 내 손안에 들어와 내 눈의 시각세포를 통해 활자가 뇌에 입력되는 순간...미칠듯한 흡인력과 강렬함에 완전히 중독되버렸다. 기억이 유지되는 시간 불과 수십분...기억이 리셋되고 매순간 정신을 차릴때마다 지난 기억을 잃고 노트의 메모에 자신의 모든 삶을 의지해야 하는 니키치의 낯설고 막연한 감정선이 작품 내내 강한 긴장의 끈으로 팽팽하게 당겨지고, 마침내 소시오패스 살인마 키라와 마주하는 순간! 긴장의 끈은 팽팽하다 못해 끊어지기 직전의 가느다란 떨림의 순간이 슬로우모션으로 보이듯 전신의 모든 감각이 폭발하는 극도의 카타르시스를 경험케 한다.



[니키치]
친구의 싸움을 말리던 도중 상대방의 쇠파이프가 머리에 강타된 니키치는 그대로 블랙아웃에 빠진다. 정신을 차린 니키치는 자신이 병원이 아닌 어느 카페에 앉아 있다는것을 깨닫고...자신의 손에 들려있는 손때묻은 노트엔 무언가 빽빽하게 메모 되어있다...첫페이지를 펴보니
경고!
1. 나의 기억은 수십 분 밖에 지속되지 않는다.
   남아있는 기억은 사고를 당하기 전의 일들 뿐이다.
2. 병명은 전향성 기억 상실 증.
3. 생각 난 것은 모두 이 노트에 적을 것.

4. 나는 지금 살인마와 싸우고 있다.
'살인마와 싸우고 있다?...이게 무슨 의미지?...'
카페에서 자신의 것으로 보이는 메모에 집중하던 니키치는 한 남성이 급하게 들어오는것을 보는데.....

 


[키라]
어릴적 부터 나의 거짓말은 단 한번도 걸린적 없이 모두가 믿어줬다. 그렇게 커가면서 나의 능력을 인지하게 되었고, 지금은 신에게 받은 이 능력으로 내키는대로 타인의 기억을 조작하여 조정한다. 내 말은 곧 그들의 법이고 모두는 나의 노예이다. 이런 기억 조작엔 몇가지 법칙이 존재한다.
1. 기적 조작을 위해선 꼭 신체 접촉이 수반되어야 한다.
2. 신체 접촉과 함께 조작될 기억은 나의 입을 통해 귀로 들어야 한다.
3. 복잡한 기억 조작이 반복될 경우 상대는 정신이 붕괴되 더이상 조정할 수 없다.

키라의 비위를 거슬린 남자를 선로에 떨어트려 죽이려다 실패한 키라는 그길로 도망쳐 카페로 숨어들고...카페엔 마스터와 한 커플, 그리고 노트에 집중하고 있는 한 남자가 있는데....



단기기억 상실증에 걸린 주인공이 살인마를 찾아 해멘다는 설정에서 누구나 '크리스토퍼 놀란'의 걸작 영화 [메멘토]를 떠올렸을 것이다. 책의 띠지에 이미 [메멘토]와 함께 '고수', '강동원'이 초능력 대결을 벌였던 [초능력자], '설경구'의 [살인자의 기억법]까지 언급되 있으니 이 작품을 통해 언급된 영화들을 손쉽게 떠올릴 수 있다는건 말할 필요도 없을듯 하고, 솔직히 언급된 영화를 비롯해 이 작품이 가장 높은 만족감을 선사한다고 자신있게 이야기 할 수 있을것 같다. 어쨌던...작품을 읽으며 어느샌가 띠지의 문구 [초능력자]가 무의식중에 뇌에 각인되어 정의감에 불타는 니키치는 '고수'로, 오만한 자존감 높은 살인마 키라는 '강동원'의 이미지로 바뀌어 영화를 보는듯한 기분이 들게 하니 이것은 '아프로스미디어' 사장님의 암시를 통한 기억 조작인가?!!...ㅎㅎ 특히 키라는 작가가 [초능력자]를 보고 만든 캐릭터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영화속 '강동원'의 캐릭터와 거의 100%대 싱크로를 자랑하는듯 했다.



웰컴 투 더 고바야시 야스미 월드!

 


이 작품에서는 작가의 잔혹동화 [앨리스 죽이기]에서 보았던 독특한 요소들이 눈에 띄면서 [기억 파단자]와 [앨리스 죽이기]간 묘한 평행이론을 보여준다. 기억 조작자 키라가 상대를 농락하기 위해 상대의 기억과 정반대되는 가짜기억을 주입하고, 그로인해 기존기억과 조작기억이 충돌하여 멘탈 붕괴에 빠져 의미없이 주고받는 짧은 대화들은 [앨리스 죽이기]속 말꼬리 잡고 늘어지는 언어유희적 대화를 떠올리게 한다. 더불어 키라의 어린아이가 곤충을 짓눌러 터트려 죽이듯 해맑은 순수한 악의에서 비롯된 잔혹행위는 [앨리스 죽이기]속 거부감 없이 상대를 잔혹하게 난도질하는 동화속 캐릭터들의 모습과 묘한 동질감을 준다. 작품은 다르지만 어느 작품이던 '고바야시 야스미'월드로 이어져 있는 것이다.



니키치의 낯설고 생소한 상황이 반복되면서 독자들도 점층적으로 니키치의 단기기억 상실에 동화되고 그렇게 니키치의 노트에 전적으로 의존하게 된다. 작품 전반에 걸쳐 견고하게 쌓아놓은 이 '노트=기억'이라는 공식은 혼란의 극정점인 결말부에서 기억의 기록 즉 메모가 갖는 헛점을 교묘히 파고들어 엄청난 반전의 한방으로 작용하는데, 이 반전이 주는 카타르시스가 워낙 강렬하여 잠시나마 주인공의 행복을 꿈꾸게 하지만...'잊지마..이거.....이야미스야....훗~' 라고 작가가 귓가에 속삭이듯 마지막 페이지 마지막 한줄의 문장...그리고 이어지는 삽화 한장은 불쾌하고 더러운 기분으로 온몸을 휘감는 이야미스의 진수를 맛보여 준다...ㅠ_ㅠ



실로 쌈빡하게 매력적인 작품이다. 단독으로 나와도 무리없을 정도의 매력적인 캐릭터 니키치와 키라가 벌이는 고난도 두뇌 싸움과 생생하고 섬세한 심리묘사, 급변하는 상황변화로 독자를 쥐락펴락 조련질 하는 작가의 능수능란한 연출은 단연코 2018년 하반기 최고의 서스펜스 스릴러 작품으로 손꼽을만 하다. 경계없는 상상력, 독특한 세계관, 위트 넘치는 블랙코미디, 인간 심연에 깔려있는 잔혹한 본성....이 모두를 아우르는 걸작이랄까... 장르문학 마니아로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작가 아닌가...이 작품을 계기로 재야에 은둔중인 '고바야시 야스미'월드의 또다른 작품들이 발굴되었으면 좋겠다. 작품을 출간해준 아프로스미디어의 탁월한 안목에 박수를 보내며 많은 이들이 페이지를 연순간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는 시공을 초월하는 엄청난 경험을 직접 체험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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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손톱과 밤
마치다 나오코 지음, 장선정 옮김 / 비채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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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고양이손톱과밤 (2018년 초판)
저자 - 마치다 나오코
역자 - 장선정
출판사 - 비채
정가 - 9800원
페이지 - 40p


손톱 달이 뜨는 밤....냐옹이들은 집밖으로.....



귀엽다기 보단 뭔가 야비하기까지 보이는 손바닥을 핥는 야옹이가 나를 지긋이 내려다 보고 있다...;;;;;

뭔...뭔가 위험해보여.....

고양이와....손톱과.....밤.....

무슨 의미지?!!!!!

묘하게 위험하고...묘하게 야릇하다...!!




띵동~ 




택배왔다~


택배종이를 뜯고 나를 내려보는 건방진 야옹이에 한번 놀라고....
두두두두....등뒤로 득달같이 달려오는......
딸래미들의 힘찬 발소리에 또 한번 놀란다.

내겐 건방져 보이는 야옹이지만 
아이들에겐 끌어 당기는 마력의 눈빛으로 작용하는걸까?... 

나 역시 처음 넘기는 페이지에 내용도 전혀 모르지만....
딸래미들을 양쪽에 앉히고 아이들과 함께 한 페이지씩 넘기며 얼마 안되는 글자를 읽어준다.
편.....편하다...정말 글자가 얼마 안되자나!!! moon_and_james-2

하지만 페이지 마다 꽉차있는 수십마리의 야옹이를 천천히 지켜 볼 수 있도록 
오래도록 쉼표를 주고 페이지를 넘긴다.

 
오로지 예민한 느낌만으로 그날이 왔음을 직감한 야옹이들은
집사가 잠든 오밤중에 몰래 집을 빠져나온다. 
동네에 사는 모든 야옹이가 모이는 그날밤...
그날은 영역다툼, 먹이경쟁, 예쁜 암컷을 두고 싸우는 분쟁은 모두 잊고...
하나되어 두발을 모으고 일어서서 하늘을 바라본다.


고양이만 알고 있는 고양이 손톱의 밤 이야기.....





책 가득 꽃처럼 수놓인 형형색색의 야옹이들이 가득차 있는 환상적이고 아름다운 그림책이다. 다 읽어주니 바로 또 다시 읽어달라고 졸라대는 딸아이들 처럼 야옹이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만드는 작가의 기묘하고 아름다운 그림들은 건방진 야옹이의 매력을 십분 발휘하며 신비로운 빛을 발한다. 현직 야옹이 집사로 재직중인 작가가 담은 정밀하고 세밀한 야옹이 그림만으로도 야옹이에 대한 진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전국의 애묘인들을 위한 판타지...9개의 목숨을 가진 신묘한 능력을 가진 야옹이의 매력속으로...GO!!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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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천사 루시퍼에게
정진향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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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의천사루시퍼에게 (2018년 초판)

저자 - 정진향

출판사 - 아르테

정가 - 15000원

페이지 - 327p



천사와 인간의 기묘하고 아찔한 사랑



천상의 천사들을 지휘하던 우두머리 루시퍼는 타락하여 지옥을 쫓겨나고 지옥에서 방황의 삶을 보낸다. 그런 그에게 단 한번의 기회가 주어지니....인간계에서 그들과 같은 인간으로 천명의 사람들의 상처를 치유하면 타락의 죄를 방면하고 다시 천상의 천사로 복귀하는 것이다. 심리상담가 루시퍼로 활동하며 어느덧 그가 치유한 인간은 999명...단 한명의 인간을 더 구원하면 인간의 육신을 벗어나 천상으로 복귀하게 되지만....어째서인지 바라던 천번째 구원을 망설이는 루시퍼...그를 인간계로 계속 붙들고 있는 한 사람...그녀...고려 때문이다. 



독특한 설정의 러브 판타지 작품이 출간되었다. 제 4회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수상작으로 단행본으로 출간된 이 작품은 타락한 천사가 인간의 몸에 갖혀 고통에 몸부림치는 사람들을 치유하고, 그 과정에서 인간 여성과 사랑에 빠지며 갈팡질팡하게 되는 심리 카운슬러 러브 스토리이다. 낯선 인간계에 떨어져 사람들의 아픔을 치료하지만 정작 자신은 주변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아싸로 고독하게 살아가고 있는 루시퍼....고아로 의지할곳 없이 자신의 힘으로 힘겨운 삶을 헤쳐나가지만...아직 세상에 마음을 열어 놓기 서투른 그녀...고려...동네 슈퍼에서 카운터 알바를 하던 고려와 김치찌개에 넣을 참치를 구입하기 위해 슈퍼를 찾은 루시퍼가 우연히 만나면서 서로의 미스터리하면서도 어딘가 결여된 모습에서 기묘한 호감을 느끼고...서로가 서로의 부족한 빈곳을 메우면서 사랑의 감정을 향해 한발짝씩 다가서게 된다.  



우연히 예비남편 지만의 짐을 정리하던중 한권의 일기장을 발견한 현정...호기심에 일기장을 편 현정은 일기를 쓴 주인이 고려라는 여성이란 것을 알게 된다. 지만의 옛여인에 대한 마음을 정리하지 못한것이라 생각한 현정은 일기를 정독하며 고려와 남친 지만의 관계를 유추하려 한다. 심리상담가 루시퍼의 집에서 알바로 일하던 고려가 루시퍼와 의뢰인들과 겪은 일들이 빼곡히 적혀있는 일기장에 드디어 남친 지만이 등장하고...분노에 사로잡힌 현정은 회사에 있는 지만에게 전화를 거는데.....



작품은 이렇게 현정이 몰래 보는 일기장속의 일들이 전개되면서 고려, 루시퍼, 현정, 지만의 엇갈린 관계에 대해 미스터리한 요소를 독자에게 던지면서, 그와 함께 각 에피소드 형식으로 의뢰인들의 개인적 상처들을 루시퍼가 천사의 능력으로 치유하는 심리 카운슬러 요소를 믹스하고, 여기에 루시퍼와 고려의 은은한 사랑이야기를 슬며시 얹어 놓는다. 이렇게 여러 요소들이 섞이면서 다채로운 장르들의 이야기를 보는 재미를 주지만, 약간은 산만스러워 보이는 요소로 작용한것 같기도 하다. 



의뢰인들의 심적고민을 각기 다른 심장의 모양으로 아픔의 원인을 간파해 내는 루시퍼의 능력을 보면서 '야마모토 히데오'의 오컬트 만화 [호문쿨루스]가 떠올랐다. 외과적 시술로 6번째 감각...심안을 깨우고 그 능력으로 사람들을 바라보며 각 인간의 내적 성향이 기괴한 이미지로 시각화 되던 장면과 작품속 마음의 상처가 시각화 된다는 설정이 상당히 흡사했기 때문이다. 각 의뢰인들의 사정에 따른 상처들을 루시퍼가 상담 후 마법의 의식 '키스'로 치유해 버리는데, 기껏 케이스에 맞는 방식으로 분석 해놓고 일관되게 '키스' 한방으로 뚝딱 마무리 짓다니...-_-  개인적으론 의뢰인의 사정에 맞는 맞춤 처방으로 치유 했다면 좀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어쨌던 나사 하나 빠진것 같은 어설프고 순수한 사람들의 알콩달콩한 사랑이야기와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뒷 이야기를 예상하기 힘들게 꼬여만가는 등장인물간의 관계들, 천사와 악마 그리고 마법 같은 판타지적 장치들은 환상적인 미스터리 로맨스물로 충분히 즐길만한 재미를 선사한다. 아직 신인 작가인 만큼 일부 매끄럽지 못한 부분은 보이나 매력적인 설정의 흥미로운 작품이란건 분명한듯 하다. 작가의 차기작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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