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 하이웨이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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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하이웨이 (2018년 개정판 1쇄)

저자 - 모리미 도미히코

역자 - 서혜영

출판사 - 작가정신

정가 - 13000원

페이지 - 427p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애니메이션 개봉을 계기로 개정판이 출간된 '모리미 도미히코'의 2011년작 [펭귄 하이웨이]이다. 발간 당시 일본SF대상을 수상하면서 이슈를 끈 이 작품이 7년이 지난 지금 '이시다 히로야스' 감독의 극장판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어 10월에 개봉하였고, 현재 상영중이다. 출판사 작가정신에서 극장판 애니 개봉기념 예매권 이벤트를 진행하여 운좋게 당첨되어 지난 주말 딸아이들과 함께 관람했다. 관람직후 애니의 감동이 가시기 전에 서둘러 원작을 읽었는데, 애니로 먼저 전반적인 스토리를 알고 봐서인지 소설도 굉장히 빠르고 쉽게 읽을 수 있었다. 



애니의 예고편도 그렇고 펭귄과 초딩소년 아오야마가 쪼그려 앉아있는 귀여운 표지만 봐도 뭔가 경쾌하고 활기 넘치는 초딩들의 모험담이 펼쳐질것 같은 명랑동화스런 작품일거라 생각했었다. 그런데...헐....마냥 밝고 쉬울것만 같았던 작품은 결코 가볍지 만은않은...은근히 깊이 있는 철학적인 작품이었다. 뭐랄까...초딩소년의 귀엽고 순수한 짝사랑기에 전혀 어울릴것 같지 않은 세계 종말의 도래라는 스펙터클 SF가 절묘하게 믹스된 혼종작품인 것이다. -_-...SF 판타지 연애물..인...건가?...



초딩 4학년 소년 아오야마는 남다른 탐구정신과 실험정신으로 여타 동급생 보다 훨씬 성숙하고 남다른 사고방식을 가진 스마트한 소년이다. 여느날과 다름없는 학교 등교길...함께 등교하던 여동생의 놀란 소리에 실험노트에서 고개를 들어보니 도로옆 공터에 수십마리의 펭귄이 무리지어 있는것이 아닌가....이 수십마리의 펭귄의 뜬금없는 출현으로 마을은 온종일 혼란의 도가니에 빠지고, 동물구조사에게 잡혀 이동되던 수십마리의 펭귄들은 그대로 자취를 감춰버리는 미스터리한 일이 벌어진다. 아오야마는 이 미스터리한 펭귄 사건에 '펭귄 하이웨이'라는 연구명을 붙이고 절친 우치다와 함께 본격적인 연구에 나선다. 온 마을을 돌아다니며 펭귄이 발생한 원인을 찾으려 하지만 쉽지 않고, 남몰래 짝사랑 하는 치과 간호사 누나와 버스 종점에서 만난 아오야마는 무심코 누나가 던진 콜라가 펭귄으로 변하는 엄청난 사건을 바로 

옆에서 목격하게 되는데.....   



세계의 끝으로 가는길... 

누나의 마음으로 직행하는 길...

펭귄 하이웨이



자...앞서 말했듯이 이 작품은 크게 두갈래로 나뒨다. 초딩 아오야마가 동네 치과에서 일하는 예쁘고 가슴큰 누나를 짝사랑하면서 겪는 열병같은 사랑 이야기와 불현듯 나타난 펭귄에 이어 마을 전체에서 발생하는 수수께끼 같은 기현상들을 친구들과 함께 조사하는 이야기로 말이다. 그렇게 전혀 관계없을것 같았던 두 이야기는 사실 서로 긴밀한 관계가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아오야마는 초딩 인생 최대의 고난과 아픔을 겪게 된다...결국 스펙터클한 첫사랑의 쓰디쓴 아픔을 겪고 한발짝 어른으로 성장하는 아오야마를 그리는 초대형 성장소설인 것이다. 



머...이런말이 있다.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그래서 첫사랑인 거다.' 하지만...첫사랑이 끝나면 두번째 사랑도 있고, 세번째 사랑도 있는법...End가 아닌 And. 끝은 시작을 향한 출발점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그래서일까 작품 전반에 걸쳐 끝과 시작이라는 상반되는 개념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온다. 아오야마가 살고 있는 마지막 마을, 흔들리는 젖니를 뽑는 행위, 아오야마가 항상 직접 보고 싶다고 말하는 세계의 끝, 태풍이 몰아치던 밤 아오야마를 찾아와 엄마가 나이들어 죽는건 싫다고 우는 여동생 등등등 End에 대한 여러 은유와 암시들이 어지럽게 반복된다...하지만...마지막 마을은 철도 개통으로 바다와 연결된 첫번째 마을로, 빠진 젖니에선 새로운 영구치가 돋아날 것이며, 세계의 끝은 또다른 평행 세계에선 시작일지도 모를, 죽음은 무한한 페러럴 월드에서 단 하나의 분기점일지도 모른다는 아오야마의 가설로..끝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임을 끊임없이 암시한다. 그래...소년의 무너질것 같던 첫사랑의 이별은 언젠가 재회를 향한 약속으로, 시공간의 균열로 인한 종말의 도래는 세계의 연속성을 위한 통과의례임을 말하는 것이다. 



굉장히 심오한것 같은 이 이야기를 초딩이 풀어나간다는 것이 이 작품의 최대 매력인것 같다. 짝사랑하는 동급생을 더욱 괴롭히는 감정표현에 미숙한 초딩들의 순진함, 친구와 함께 탐험을 한다며 온 동네 외진곳까지 시간가는줄 모르고 돌아다니던 추억들, 누군가를 가슴저리게 짝사랑 했던 아련한 기억...누구나 겪었고, 경험했던 초딩시절의 추억이 이 작품에 차곡차곡 담겨 있다. 그렇기에 아오야마의 마음이 더욱 공감되고 와닿는 것이다...굳이 절절한 짝사랑의 기억이 없더라도 상관 없다.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굳이 '수지' 같은 초미녀와 썸탄 기억이 없더라도 '수지'를 떠나보내던 '이제훈'의 절절한 심정이 박히는 그런 마음이랄까...-_-;;; 이 작품 역시 마찬가지다. 난 분명 나보다 연상의 누나를 짝사랑한 경험이 없는데, 어느새 아오야마의 아픔이 절절히 느껴지면서 나도 모르게 울컥하게 되버리는 심리...ㅠ_ㅠ 마지막 누나와 함께 쓰디쓴 커피를 마시는 장면은 내 맘에 오래도록 남을것 같다....



커피처럼 쓰디쓴 첫사랑의 기억은 소년을 강하게 하고,

쓰디쓴 커피의 진한 맛을 알게 되는 순간 소년은 어른이 된다.



스포일러가 될것 같아 자세히 언급하지 못하지만 이상 현상을 일으키는 원인 세계의 끝으로 통하는 '바다'에 대한 SF적 가설들도 상당히 흥미로웠던 작품이다. 귀여운 펭귄들이 때거리로 나와 정신을 쏙 빼놓는 왁자지껄한 경쾌함과 귀엽고 순수한 초딩들의 사랑의 줄다리기와 함께 시공간의 균열로 인한 세계의 위기, 그리고 깨져버린 균형을 바로 잡기위해 고군분투 하는 초딩들의 모험이 가득차 있는 경쾌한 어른들을 위한 동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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