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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천사 루시퍼에게
정진향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9월
평점 :
절판
나의천사루시퍼에게 (2018년 초판)
저자 - 정진향
출판사 - 아르테
정가 - 15000원
페이지 - 327p
천사와 인간의 기묘하고 아찔한 사랑
천상의 천사들을 지휘하던 우두머리 루시퍼는 타락하여 지옥을 쫓겨나고 지옥에서 방황의 삶을 보낸다. 그런 그에게 단 한번의 기회가 주어지니....인간계에서 그들과 같은 인간으로 천명의 사람들의 상처를 치유하면 타락의 죄를 방면하고 다시 천상의 천사로 복귀하는 것이다. 심리상담가 루시퍼로 활동하며 어느덧 그가 치유한 인간은 999명...단 한명의 인간을 더 구원하면 인간의 육신을 벗어나 천상으로 복귀하게 되지만....어째서인지 바라던 천번째 구원을 망설이는 루시퍼...그를 인간계로 계속 붙들고 있는 한 사람...그녀...고려 때문이다.
독특한 설정의 러브 판타지 작품이 출간되었다. 제 4회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수상작으로 단행본으로 출간된 이 작품은 타락한 천사가 인간의 몸에 갖혀 고통에 몸부림치는 사람들을 치유하고, 그 과정에서 인간 여성과 사랑에 빠지며 갈팡질팡하게 되는 심리 카운슬러 러브 스토리이다. 낯선 인간계에 떨어져 사람들의 아픔을 치료하지만 정작 자신은 주변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아싸로 고독하게 살아가고 있는 루시퍼....고아로 의지할곳 없이 자신의 힘으로 힘겨운 삶을 헤쳐나가지만...아직 세상에 마음을 열어 놓기 서투른 그녀...고려...동네 슈퍼에서 카운터 알바를 하던 고려와 김치찌개에 넣을 참치를 구입하기 위해 슈퍼를 찾은 루시퍼가 우연히 만나면서 서로의 미스터리하면서도 어딘가 결여된 모습에서 기묘한 호감을 느끼고...서로가 서로의 부족한 빈곳을 메우면서 사랑의 감정을 향해 한발짝씩 다가서게 된다.
우연히 예비남편 지만의 짐을 정리하던중 한권의 일기장을 발견한 현정...호기심에 일기장을 편 현정은 일기를 쓴 주인이 고려라는 여성이란 것을 알게 된다. 지만의 옛여인에 대한 마음을 정리하지 못한것이라 생각한 현정은 일기를 정독하며 고려와 남친 지만의 관계를 유추하려 한다. 심리상담가 루시퍼의 집에서 알바로 일하던 고려가 루시퍼와 의뢰인들과 겪은 일들이 빼곡히 적혀있는 일기장에 드디어 남친 지만이 등장하고...분노에 사로잡힌 현정은 회사에 있는 지만에게 전화를 거는데.....
작품은 이렇게 현정이 몰래 보는 일기장속의 일들이 전개되면서 고려, 루시퍼, 현정, 지만의 엇갈린 관계에 대해 미스터리한 요소를 독자에게 던지면서, 그와 함께 각 에피소드 형식으로 의뢰인들의 개인적 상처들을 루시퍼가 천사의 능력으로 치유하는 심리 카운슬러 요소를 믹스하고, 여기에 루시퍼와 고려의 은은한 사랑이야기를 슬며시 얹어 놓는다. 이렇게 여러 요소들이 섞이면서 다채로운 장르들의 이야기를 보는 재미를 주지만, 약간은 산만스러워 보이는 요소로 작용한것 같기도 하다.
의뢰인들의 심적고민을 각기 다른 심장의 모양으로 아픔의 원인을 간파해 내는 루시퍼의 능력을 보면서 '야마모토 히데오'의 오컬트 만화 [호문쿨루스]가 떠올랐다. 외과적 시술로 6번째 감각...심안을 깨우고 그 능력으로 사람들을 바라보며 각 인간의 내적 성향이 기괴한 이미지로 시각화 되던 장면과 작품속 마음의 상처가 시각화 된다는 설정이 상당히 흡사했기 때문이다. 각 의뢰인들의 사정에 따른 상처들을 루시퍼가 상담 후 마법의 의식 '키스'로 치유해 버리는데, 기껏 케이스에 맞는 방식으로 분석 해놓고 일관되게 '키스' 한방으로 뚝딱 마무리 짓다니...-_- 개인적으론 의뢰인의 사정에 맞는 맞춤 처방으로 치유 했다면 좀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어쨌던 나사 하나 빠진것 같은 어설프고 순수한 사람들의 알콩달콩한 사랑이야기와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뒷 이야기를 예상하기 힘들게 꼬여만가는 등장인물간의 관계들, 천사와 악마 그리고 마법 같은 판타지적 장치들은 환상적인 미스터리 로맨스물로 충분히 즐길만한 재미를 선사한다. 아직 신인 작가인 만큼 일부 매끄럽지 못한 부분은 보이나 매력적인 설정의 흥미로운 작품이란건 분명한듯 하다. 작가의 차기작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