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 의심
도진기 지음 / 비채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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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의심 (2019년 초판)
저자 - 도진기
출판사 - 비채
정가 - 13800원
페이지 - 306p



합리적 의심 없는 입증의 원칙 : 의심스러운 때에는 피고인의 이익을 따른다는 원칙에 근거, 피고인이 범인이 아닐 수도 있다는 '합리적 의심'이 존재한다면 판사는 유죄를 선고할 수 없다.



실제로 부장판사를 지내고 현재는 변호사로 활동중인 소설가 도진기의 신작이 출간되었다. 개인적으로 본업을 두고 소설가를 병행하는 국내 작가중 가장 깊이있고 뛰어나면서 재미를 놓치지 않는 작품을 써내는 상업작가로 도진기 작가를 손꼽는다. 수많은 범죄와 맞닿아있는 판사라는 직업적 특성도 있겠지만 현업작가와 견주어도 떨어지지 않는 치밀한 사건구성과 짜임새 있는 플롯 아래 누구도 예상치 못한 반전을 숨겨놓는 추리작가로서의 기교는 이미 완성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작가의 작품이라고는 [라 트라비아타의 초상][정신자살] 달랑 두 권만 읽었지만 정통추리소설 [라 트라비아타의 초상]과 추리소설의 탈을 쓴 초현실 고어소설 [정신자살]만 보아도 이 사람이 평범한 사람이 아니란건 누구나 알 수 있으리라...그런 그의 이번 신작은 법정소설이다. 전직판사로 있었던 작가의 경험과 고뇌를 십분 작품에 녹여낼 수 있고, 누구보다 사실적으로 법정현장을 그려낼 수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작품에 대한 기대치는 한껏 높아진다. 더군다나 판사시절 원고를 탈고했으나 출간하지 않고 있다가 법복을 벗고 변호사가 되어서야 작품을 출간했다는 출판사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었을땐 일종의 어떤'감'을 느꼈던것 같다.

'이거 진짜 대박이겠구나!' 라고....-_-



작품을 다 읽은 지금 나의 '감'이 틀리지 않았음을 언급한다. 최소한 법정미스터리에 한해서는 우리와는 다른 나라의 상황에서 비롯되는 이질적 감정이 전혀 없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지극히 한국적 감정에서 비롯된 공감을 이끌어 내는 작품이다. 대부분의 법정미스터리가 범인의 입장을 대변하는 변호사를 주역으로 내새운 작품들인 반면 법정내 최고의 상석에서 모든 것을 지켜보고 의사를 결정짓는 판사라는 직업을 가장 잘 표현해낸 작품이라 생각된다. 작품을 통해 그동안 알지 못했던 판사라는 조직과 체계, 그들의 행동 매커니즘에 대해 조금은 알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배테랑 부장판사 현민우는 여느때와 다름없이 두 명의 배석판사와 함께 쉴틈없는 재판일정을 보낸다. 그러던중 세상에서 떠들썩한 젤리살인사건의 판사로 배정되고, 판사로서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는 중립적 입장을 고수하려 노력하면서 첫 심리에 들어간다. 평소 주량을 넘어서는 술을 나눠마신 커플이 모텔에가고, 모텔에서 한차례 더 술을 마신뒤 정신이 없을때즈음...젤리를 삼킨 남자친구가 질식하는 모습을 발견한 여자친구는 급히 모텔 종업원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종업원이 남자를 들쳐업고 병원에 달려갔으나 호흡정지로 뇌사에 빠진 남자는 입원 15일만에 목숨을 잃는다. 남자의 가족은 별의심 없이 사고사로 판단하여 남자를 화장하고 불행한 기억을 잊으려 노력하는데, 사고 50여일뒤 남자의 가족에게 날라온 한통의 보험금 지급통지서...그런데 사망보험금 3억의 지급자가 여자친구?....그로인하여 수사가 시작되고 여자친구가 남자친구의 살인범으로 재판에 오른것이다. 모든 정황들이 여자친구가 범인이라 지목하고 있지만 살인범으로 확정지을 수 있는 결정적 증거는 없는 상황...피고인을 100% 범인으로 확정지을 수 없는 '합리적 의심'이 현민우 판사의 마음을 어지럽히는 것이다. 무죄추정의 원칙과 합리적 의심 없는 입증의 원칙과 인간으로서 범인이라 판단할 수 밖에 없는 정황들 사이에서 고심하고 고뇌하던 현민우 판사의 판결은?......



표지의 시뻘건 젤리가 대체 무슨 의미인가 싶었는데...젤리질식살인사건을 의미하는 것일 줄이야...그런데...시사프로그램을 즐겨보는 이라면 이 젤리사건이 실존사건을 모티브로 했다는 것을 손쉽게 알아챌 것이다. [그것이 알고싶다], [궁금한 이야기 Y]에서 다루어지며 수많은 대중들의 공분을 샀고 재판결과를 통해 또한번 커다란 논란이 되었던 사건...바로 낙지 살인사건이다. (물론 작품에서는 실제사건의 모티브만 땄을뿐 실제와는 많은 부분 다르게 변형시킨다.)



실존사건을 모티브로 하는 만큼 이야기의 깊이 있는 리얼리즘에 더욱 몰입하게 되고, 그 무게에 힘이 실리는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당시의 사건을 바라보는 판사로서의 시선과 대중들과 같은 일반인으로서의 시선을 동시에 확인할 수 있으니 어찌보면 판사들의 고뇌와 애환을 엿볼 수 있었던것 같기도 하다. 그저 남들보다 공부를 잘한다는 이유로 엘리트 코스를 밟으며 법복을 입고 세상에서 가장 높은 곳에서 자신과 같은 사람들을 심판하는 판사...언제나 냉철하고 냉정하게 사실에 입각하여 판단해야 하지만... 그들도 우리와 똑같은 감정에 휘둘리는 사람일뿐이다. 검은 법복에 가려져 굳은 얼굴로 사건을 청취하지만 그들의 머리속은 검사와 변호사의 공방에 쉴새없이 이러저리 휘둘린다. 그리고 모든 사실들을 종합하여 결론을 내려야할 시간...그들은 진정 한치의 오점없이 정의를 위해 판사봉을 휘둘렀다고 말할 수 있을까?...겨우 한 명의 부장판사와 두 명의 배석판사라는 3명의 의견을 통해서 말이다. 작품은 인간으로서 어쩔 수 없이 오판을 내릴 수도있는, 지극히 계급적이고 폐쇄적인 조직의 분위기, 외압에 의해 잘못된 결정을 내릴 수도 있는 사법부 재판시스템에 의문을 던지고, 그들의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을 가감없이 드러낸다.



반면 재판을 통해 억울하게 벌을 받는일을 막기위해 마련된 절대적 증거주위라는 제도를 교묘하게 이용하는 범죄자를 비추며 현재의 사법재판이 갖는 헛점을 꼬집어 내기도 한다. 100% 확증에 의한 범인을 입증하지 못해 범인은 무죄를 선고받아 발뻗고 편히살고, 피해자의 가족은 어쩔 수 없이 쓰디쓴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분통터지는 엿같은 상황...죄인을 벌하기 위해 자신들의 권한을 위임하여 만들어진것이 재판이라는 측면에서 볼때 이런 상황은 주객이 전도된 상황이 아닌가...그런면에서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시리즈의 심신미약자는 처벌하지 못하는 일본의 형법 제39조와도 연계해서 생각하게 만든다.



물론...'도진기'작가의 작품답게, 첨예한 사건을 대하는 판사의 인간적 고뇌만을 담은 법정물은 절대 아니다. 무려 [정신자살]의 싸이코틱한 충격적 결말을 던진 '도진기'작가가 아닌가!! 이 작품 역시 결말부에 전혀 예상치 못한 반전으로 전신이 감전된듯한 전율을 선사한다. 260여페이지의 심도깊은 법정공방에 이어 마지막 40여페이지에 반전 때리는 미스터리가 독자의 뒷통수를 후려갈기니...현민수 판사의 인간적 입장으로 독자의 생각과 시선을 가둬놓은 후 결말에서야 가려져있던 시선 밖의 진실을 느닷없이 턱!하고 내놓아 충격적 진실을 날카로운 쾌감으로 뒤바꿔 버리는 작가의 영리함에 속절없이 휘둘리게 되는 것이다. 전직판사로 이 작품의 출간을 망설였던 자각의 마음이 십분 이해된다. 이렇게 사법부 최고조직인 재판부의 불편하고 적나라한 면을 긁어내는 작품이 있었던가...그런의미에서 내게는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사회파 법정 미스터리로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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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로스타임 - Novel Engine POP
니시나 유키 지음, 제로키치 그림, 조민경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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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로스타임 (2019년 초판)

저자 - 니시나 유키

역자 - 조민경

삽화 - 제로키치

출판사 - 영상출판미디어(주)

정가 - 9800원

페이지 - 253p



25시간의 하루



책표지만 봐도 청춘남녀들의 연애를 다룬 학원로맨스라는걸 자각할 수 있는데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그저 단순한 평범한 로맨스물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루에 딱 한 시간, '시간'이 멈추는 신비한 로스타임을 가진 두 사람의 운명은?]


나의 눈길을 사로잡은 타임스탑이라는 소재가 작품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매일 오후 1시 35분에 맞춰 단 한 시간동안 세계가 정지한다...그리고 정지된 세계를 마음껏 돌아다닐 수 있는 고딩소년...자....당신이라면 정지된 세계에서 제일 먼저 무슨일을 하겠는가?...나를 괴롭히던 놈들을 골려주고, 짝사랑하던 소녀에게 아무렇지 않게 키스할 수도 있고, 은행에서 한탕 크게 거액을 챙길 수도 있다....그런데....우리의 주인공 소년 아이바는 세상의 왕의 될 수 있는 금쪽같은 시간에 무엇을 할까?....-_-;;;



남고를 다니며 매일 땀냄새 나는 남자들 속에서 재대로 연애한번 못해본 평범한 소년 아이바는 지루한 오후 수업중 이상하고 신비한 경험을 하게 된다. 선생님이 수업을 하던 순간...모든 세상이 멈춰버린 것이다. 움직이는 사람은 아이바 혼자뿐...혼란스러운 정신을 추스르고 학교밖을 나오지만 역시 달리던 자동차, 하늘을 날던 새 모두 정지상태로 움직이지 않는다. 그렇게 한 시간이 지나니 어느새 수업중이던 교실 자신의 자리에 앉아있는 아이바...이어서 선생님의 수업이 멈췄던 시간에서 이어진다. 모든것이 리셋된 것이다...그날 이후로 매일 오후 1시 35분부터 한 시간동안 시간정지 현상이 어어지고...아이바는 이 기현상이 남자들에 파묻혀 청춘의 유통기한이 끝나가는 자신에게 신이 내려주신 최후의 로스타임이라 생각한다. (뭐냐...이 황당한 결론은 -_-;;;) 그렇게 분기탱천한 소년은 다시 돌아온 타임스탑에 그동안 쌓여있던 욕구를 풀기 위해 자전거를 집어타고 근처 남녀공학 고등학교로 미친듯이 질주하고...때마침 교정 잔디밭에 앉아있는 어여쁜 소녀를 발견!!! 쿵쾅거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돌아서 앉아있는 소녀에게 서서히 다가가던 아이바....그렇게 눈이 뒤집힌 아이바와 소녀의 거리가 한발자국 남았을때....느닷없이 소년을 향해 고개를 돌리는 소녀! -_-;;;; 


'어라....나만 움직일 수 있는게 아니었나...?!'


멘붕에 빠져버린 아이바와 놀란 아이바를 매의 눈으로 노려보는 소녀....변태치한으로 몰린 아이바는 어떻게 위기를 극복할 것인가....



굉장히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긴장감 백배의 도입부이다...ㄷㄷㄷ 머...우리의 불행한 주인공 아이바를 변호하자면, 청춘소설답게 이 타임스탑된 세상에서는 약간의 제약이 존재한다. 자신을 제외한 모든 것들이 얼어붙듯 석화화되어 버리는 것이다. -_- 하여 욕구를 풀겠다는 아이바가 원한 것은 그냥 여학생옆에 나란히 앉는다거나...그저 손이나 한번 잡아보려던 것...-_-;; (아...순진바보 아이바여....ㅠ_ㅠ) 그와 더불어 가장 큰 제약인 정지된 시간이 다시 움직이는 순간의 리셋현상...정지된 세계에서 어떤 일을 저지르건 정지시간이 끝나면 멈추기 전의 상황으로 돌아가버리는 것이다...(ㅠ_ㅠ...이것으로 은행터는건 불가....) 결국 시간정지로 세계를 변화시키는 것은 불가능 하다는것...



좌우간...어찌저찌 오해를 푼 아이바와 어여쁜 소녀 시노미야는 매일 정지된 세계속 한 시간을 함께 하며 평소에는 절대로 하지 못했을법한 일들을 함께 하며 서서히 가까워지게 되는 달달하고 러브러브한 에피소드가 이어진다. 데이트 다운 데이트 한 번 못해본 아이바는 시노미야와의 환상적인 시간들에 취해 자신의 특기인 요리솜씨를 발휘해 도시락을 싸와 함께 점심을 먹고, 시간이 풀리면 리셋되는 특성때문인지 가녀린 소녀라고는 볼 수 없는 엄청난 식성을 자랑하며 목구멍까지 음식들을 채워넣는 시노미야...자신이 만든 음식을 엄청나게 먹는 모습을 보며 기쁨에 젖어 9첩반상의 진수성찬 도시락을 준비하는 아이바...-_-;;;



하지만 당연하게도 그렇게 행복할것 같은 시간이 언제까지나 지속되진 않는다...정지된 세계에서만 밥을 먹는 시노미야의 모습에서 뭔가 위화감을 느낀 아이바는 소녀를 조사하고...엄청난 충격적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라이트 노벨 내공이 깊진 않지만서도...비슷한 라이트한 연애물을 몇 편 읽다보니 이제는 일종의 공식? 혹은 패턴이 보이는것 같다. 뭔가 예상한대로 흘러간달까...다만 익숙한 연애물의 패턴을 익숙하지 않게 만드는것이 타임스탑이라는 독특한 소재이니...정지세계로 시작하여 정지세계로 끝나는 이 로맨스는 결말부 약간의 반전과 함께 잔잔한 감동을 선사하면서 신선하면서도 아련한 연애 로맨스로서 끝을 매듭짓는다. 시간정지와 더불어 평행우주를 소재로 다루는 무겁지 않고 가볍게 기분전환하기에 딱 좋은 SF 연애 로맨스였던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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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 컨퓨전 - 소설
세이소 나츠메 지음, 윤재 옮김 / ㈜소미미디어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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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컨퓨전 (2019년 초판)

저자 - 세이소 나츠메

역자 - 윤재

출판사 - 소미미디어

정가 - 13800원

페이지 - 319p



사랑은 동상이몽



발렌타인 데이에 가장 어울릴법한 초컬릿처럼 달콤하고 체리처럼 상큼발랄한 오피스 코믹 러브 로맨스...[초콜릿 컨퓨전]이다. 제22회 전격 소설대상 미디어웍스 문고상 수상작이자 작가의 데뷔작인 이 작품은 야쿠자 버금가는 살벌함을 풍기는 삼백안 때문에 35살까지 모솔로 외롭게 지낸 경리과 남성과 미모의 27살 무역과의 에이스 커리어 오피스 레이디 여성이 어처구니 없는 실수에서 비롯된 오해로 만난 두 사람의 좌충우돌 엽기발랄 강제연애 스토리이다. 평소 즐겨보는 장르는 아니지만 운좋게 서평의 기회를 얻어 읽을 수 있었다. 



강렬하고 험악한 인상으로 단 한번도 발렌타인 데이에 초콜릿을 받아보지 못한 키타카제...역시나 올해 발렌타인 데이도 여지없이 그냥 넘어가는가 보다...체념하며 야근을 하고 있었는데...옆 무역과의 짝사랑녀 치사도 바쁜 업무때문에 퇴근이 늦어진다. 일을 끝마치고 뒷정리 후 엘리베이터에 간 키타카제는 그곳에서 먼저 서있는 치사를 보게된다. 그런데 치사의 높은 펌프스 힐이 부러져 어쩔줄을 몰라하는 모습을 보게되고...급히 가방속에 갖고 다니던 일회용 슬리퍼를 그녀에게 건낸다...놀란듯한 그녀...하지만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순순히 슬리퍼를 받아든다. 그리고 엘리베이터 안에서 둘만의 정적이 흐르고....갑작스럽게 엘리베이터를 나가던 치사는 급히 초콜릿 상자를 키타카제에게 던지듯 건네고 부리나케 달려간다. 집으로 돌아와 상자를 연 키타카제는 놀라움과 환희의 감정이 전신을 휩쓸고....초콜릿 위게 곱게 쓰여있는 '사랑합니다' 글귀...35년 만에 처음으로 사랑고백이 담긴 진심초콜릿을 받은 것이다!!!!! 이어 다음날 치사에게 자신 역시 치사를 좋아했었다고 박력있게 고백하고...그렇게 그녀와 그의 연애 1일이 시작된다....-_-;;;



터질듯한 설레임과 기쁨에 삼백안을 부릅뜨고 몸둘바를 몰라하는 키타카제와는 달리 눈물이 고인체 두려운듯 몸이 굳어버린 치사의 대조적인 모습....살기 위해서는 이 남자와 데이트 해야 한다!!! 입밖에 내지 못하는 그녀의 소리 없는 절규...ㅎㅎ 이 엇박자스러운 그들의 비밀사내연애 속 두 사람의 동상이몽이 작품내내 웃음짓게 만드는 코믹한 요소로 작용한다. 흰자에 점하나 찍은 듯한 살벌한 삼백안...시력이 좋지 않지만 결벽증적 성격 때문에 안경이나 렌즈를 쓰지 않아 언제나 미간을 찡그리고 쳐다보게 되고...눈빛이 마주친 상대는 그 살기의 눈빛에 죽음의 위협을 느낀다. 가만히만 있어도 홀로 홍콩 야쿠자를 섬멸하고 현재 회사에 숨어있는 킬러라는 무시무시한 소문을 생산하는 남자....그리고 단 한번의 실수로 목숨을 내걸고 그와 사귀어야만 하는 비운의 여성...-_-;;; 



불현듯 학창시절에 봤던 일본 만화 한작품이 떠오른다. [엔젤전설]...너무나 여리디 여린 착한 학생이지만 악마같은 흉악한 외모 때문에 오해를 받아야만 했던 악마의 얼굴을 한 천사 소년의 고딩시절 전설을 소개하는 코믹만화....[초콜릿 컨퓨전]의 키타카제에게서 [엔젤전설]의 기타노 세이치로의 향기를 흠뻑 느낄 수 있었다. 고딩이었던 [엔젤전설]의 주인공이 그대로 나이를 먹어 35살 회사원이 된 모습을 그린 작품이 이 [초콜릿 컨퓨전]이랄까...두 작품사이에서 발견되는 무섭도록 놀라운 평행우주 같은 공통점들...ㄷㄷㄷ [엔젤전설]의 전설을 잇는 [러브전설]인 것이다...




[당신은 알고 있는가...천사의 날개를 가진 악마...[엔젤전설]을....]


.

[이것은 지극히 온화하고 평온한 기타노 세이치로의 모습들이다...]



어쨌던...기이한 외모의 소유자 키타카제와 미모의 레이디 치사 각자의 시선이 번갈아 가며 이야기는 전개된다. 흉악한 외모에 눈치는 겁나 없는 키타카제가 홀로 김치국 사발 드링킹하며 정신승리하는 남자의 시선과 목숨의 위협을 받고 남자에게 살해되지 않기 위해 억지로 데이트를 하는 눈물 없인 볼 수 없는 처절한 여자의 시선이 이어지니 이런 현격한 온도차가 너무나 웃긴데...그런데...왜 눈물이 나는거지?....왜 키타카제에게 감정이입이 되는거지?...난 흉악하지 않은데....ㅠ_ㅠ 왜 이렇게 웃픈걸까...



사랑은 언제나 착각과 오해를 동반한다. 다만 이 작품은 그 정도를 하늘과 땅차이로 벌려놨지만 말이다...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모든 고난과 역경을 물리치는 것은 사람에 대한...좋아하는 이에 대한 진심이다. 내내 코믹하고 웃픈 상황이 전개되다 느닷없는 진심고백으로 멀어져 있던 마음과 마음이 맞닿고 서로 통하게되면...어느새 마음속엔 사랑이란 감정이 싹트고 내 마음엔 잔잔한 감동이 물결친다...달달하고..따뜻하게 말이다....-_-



마냥 코믹과 로맨스로 점철된 작품은 아닌것이 직장 여성으로서의 차별적 시선, 결혼과 육아의 병행, 유리천장 등등 현실적인 애환과 어려움을 치사를 통해 지적하고 있어 여성독자들의 많은 공감을 얻을 수 있을것 같다. 시종일관 코믹한 상황속에서 가까워 지는 두 사람을 보며 메마른 연애세포를 살짝쿵 일깨워 줄 수 있는 달달한 작품이었다. 손발이 오그라 드는 부분도 있지만...매일 자르고 써는 스릴러만 보다가 정말 오랜만에 러브 코미디를 보니 뭔가 리프레시 되는것도 같고...-_-;;; 재미있게 즐길 수 있었다. 속편 [초콜릿 셀러브레이션], 외전 [해피 레볼루션]이 국내 출간될지는 모르겠지만 나온다면 꼭 찾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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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문신한 소녀
조던 하퍼 지음, 박산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1월
평점 :
절판


죽음을문신한소녀 : 온 세상이 널 쫓고 있어! (2019년 초판)

저자 - 조던 하퍼

역자 - 박산호

출판사 - RHK

정가 - 15000원

페이지 - 350p



더이상 도망칠 곳은 없다!



이곳이나 

거리에 있는 모든 전사들에게

우리 일족의 반역자

내 동생을 죽인 놈의 사냥을 허락한다

그놈의 이름은 네이트 맥클루스키다

놈은 곧 출소할 것이다

그 칼잡이 척살을 허락한다

놈에겐 폴리라는 딸이 있다

에비스라는 여자도 있다

그들이 폰타나에 있다

그 여자의 처단을 허락한다

그들의 씨도 처단하라

그들은 필히 칼로 죽여

땅에 그 피를 흘려야 한다

협조를 거부하는 자도 처단하라

임무를 완수하는 자는 정식 조직원으로 승격한다

임무를 완수하는 자는 독점 운영을 허가한다


by 미치광이 크레이그 회장...


인생의 대부분을 감옥에서 보낸 아버지가 있다.

그런 아버지와의 기억이 거의 없는 평범한 중학생 소녀도 있다.

그리고 여느 날들과 다름없는 어느날...

소녀는 기억속에 잊혀져 있던 아버지와 마주한다.



에드거상 선정 "최고의 데뷔 소설"에 빛나는 강렬한 범죄 스릴러가 출간되었다. 우리에게 익숙한 미드 [멘탈리스트]와 [고담]의 작가 '조던 하퍼'의 첫 소설 데뷔작으로 그동안 범죄미드를 제작한 노하우를 전부다 쏟아 부은듯 냉정하고 비정한 갱들의 세계속에 떨어진 평범한 소녀가 지옥같은 상황에 서서히 익숙해지며 변화하는 모습을 긴장감 넘치는 필치와 영상을 보는듯한 시각적 묘사를 통해 눈을 뗄 수 없는 재미를 선사한다. 



출소를 일주일 남긴 네이트는 순간의 충동을 참지 못하고 미국 전역을 주름잡는 마약거물 크레이그의 동생을 죽여버린다. 이어서 동생의 죽음을 분개한 크레이그는 그의 조직 아리안 스틸의 조직원들에게 네이트와 그의 딸, 전처에게 처형명령을 내린다. 출소하자마자 급히 전처의 집을 찾아가지만, 이미 전처 에비스는 요단강을 건너고...마음이 급해진 네이트는 딸 폴리를 살리기 위해 딸이 다니는 중학교 앞으로 달려간다. 그리고 십수년 만에 아버지와 딸이 만나고...아무런 설명도 듣지 못한체 납치되듯 네이트의 길고 긴 도주길에 함께 하게된 폴리...평범했던 한 소녀가 하루 아침에 악명높은 갱단의 처형대상이 된 것이다....


과연 이 부녀....무사히 살아 남을 수 있을까?...



바로 전에 읽은 [로그 메일]에서는 킬러에게 쫓기는 킬러의 고군분투 도주기가 펼쳐졌었는데...연이어 읽은 이 작품에서는 낯선 부녀의 고군분투 도주기가 펼쳐진다. 네이트를 처단하고 조직의 감투를 얻으려는 어깨에 파란문신을 한 미치광이 갱들과 전처를 살해하고 딸을 납치한것으로 오인하여 네이트를 체포하려는 경찰들을 피해 언제나 곰인형을 친구로 안고 다니는 순수한 딸을 지켜내야 하는 네이트의 압박감은 그를 서서히 옥죄어 온다. 비록 딸이 성장하는 모습은 얼마 보지 못했지만...세상에 단 하나남은 혈육을 지켜내야 하는 아버지로서의 사명감이 죽음의 공포를 극복하게 하는 것이다. 그런 그의 강철같이 견고한 부성이 두 딸래미의 아빠로서 많은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 (물론 이런 처형명령이 내려지게 만든 원인도 네이트이긴 하지만서도...-_-;;;)



이 작품의 재미 포인트는 두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번째로 앞서 말한 네이트의 부성이다. 단지 혈육을 살리기위해 도망만 치던 네이트는 짧지만 함께하는 시간동안 딸 폴리에게 아버지로서의 책임감을 느끼고 딸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던질 각오로 도망자 생활을 끝낼 일생일대의 결단을 내리게 된다. 불같은 성미에 인생의 대부분을 범죄와 강도질로 빵에서 보낸 무뚝뚝하고 거친 네이트가 딸을 위해 희생하는 아버지로서 성장해 가는 과정이 이 작품의 첫번째 재미요소이다. 두번째 요소는 딸 폴리의 변화인데, 평범하고 가녀린 중딩이었던 소녀가 낯선 아빠로부터 생존기술(네이트가 가르칠게 범죄기술 밖에 없었기에...갱단 계보, 강도질, 격투술, 사격 등등등)을 스파르타로 배우며 점차 믿음직스럽고 강인한 아빠에게 마음을 열어가는...-_-;; 이후 특유의 케미스트리를 뿜으며 부녀강도단으로 활약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엿한 범죄자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흐뭇하게 바라보게 하는것이 두번째 재미요소이다. 



백지상태의 소녀가 범죄라는 검은색 물감으로 물들어가는 위태로운 모습이 언제나 아이는 해맑고 순수한 모습으로 보호받아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트리면서 일종의 금기를 넘어서는 쾌감과 죄의식이 공존하는 야릇한 감정을 선사한다. 분명 아이가 저러면 안된다고 걱정하면서도 스펀지가 물을 흡수하듯 범죄기술들을 쑥쑥 흡수하여 갱들에게 시원하게 한방 먹이는 폴리를 보며 박수치고 좋아하고 있는...-_-;;; 그렇게 물불안가리고 내일없이 사는것처럼 충동적이면서도 아빠 네이트는 끔찍하게 아끼고 걱정하는 모습이 예측할 수 없는 매력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끝없이 조여오는 죽음의 위협...이어지는 절체절명의 순간들...갱들을 향한 부녀의 회심의 반격...클리셰적이지만 가슴을 울리는 결말...짧지만 강렬했던 네이트와 폴리가 함께 보낸 시간들....죽음을 넘어서는 용기와 사랑이 미쳐돌아가는 세상에서 오롯이 빛을 발한다. 다소 폭력적이고 잔혹한 상황이 오히려 부녀의 사랑을 더욱 도드라져 보이게 만든것도 같다. 장르는 전혀 다르지만 작품을 읽는내내 [로건]이 떠올랐다면 대충 분위기를 알 수 있을런지...등장인물들의 시선으로 전개되는 짧은 챕터들의 전환을 통해 미드의 장면전환을 떠올리게 만들고, 빠른 속도감과 깊은 몰입감을 촉발시키는 작품이었다. 이정도면 "최고의 대뷔 소설"이라는 수식어에 기꺼이 동의할 수 있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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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 메일
제프리 하우스홀드 지음, 이나경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2월
평점 :
절판


로그메일 (2019년 초판)

저자 - 제프리 하우스홀드

역자 - 이나경

출판사 - 아르테(ARTE)

정가 - 15000원

페이지 - 255p



총구 끝에 매달린 사나이



피투성이가 되어 총구 끝에 메달린 사나이...단순하지만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 듯한 강렬한 표지...이보다 더 이작품에 대해 제대로 해석할 수 있는 표지가 있을까? 연기파 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직접 제작과 주연을 발표해 화제가 된 명작 클래식 서스펜스 작품이 국내 출간되었다. 악명높은 독제자를 암살하려던 남자...하지만 암살은 실패하고, 암살자였던 남자는 도망자가 되버린다. 생존을 위한 처절한 사투와 암살자간의 숨막히는 심리게임...투박하지만 날것의 강렬한 서스펜스가 펼쳐진다.



500미터 조준경으로 목표물을 제거하려던 나의 계획은 무참히 실패하고, 열 손가락의 손톱이 전부 뽑히고, 집요한 폭행에 한쪽 눈은 보이지 않는다. 더이상 뽑아낼 정보가 없다고 판단했을까...그들은 나를 절벽바위 끝에서 오로지 손가락의 힘으로 매달리게 했다. 자연스러운 추락사로 보이게 하려는 것이리라...안간힘을 쓰던 나는 결국 절벽에서 떨어졌고...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지독한 늪지에서 눈을 뜬다. 온몸이 상처투성이지만 다행히 부러진 곳은 없었고, 나의 시체를 확인하려는 추적대를 피하기 위해 얼마동안은 높은 나무위에 올라가 몸을 숨기고, 진흙 구덩이에 처박혀 숨을 죽인다...하지만 사냥개들과 추적자들은 턱끝까지 나를 쫓아오고...이곳을 빠져나가기 위해선 생존의 기지를 발휘해야 한다!



시작부터 여타 스릴러의 공식을 깨버리는 상당히 독특한 전개방식을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그다지 킬러 스릴러의 내공은 없지만서도 이렇게 시작부터 암살의 실패와 함께 도망자로서 생존을 위한 도주기가 작품 끝까지 이어지는 작품이 있었던가?...'해리슨 포드'의 [도망자]...는 '해리슨 포드'가 누명을 쓴거니 억울하기라도 하지...그나마 독제자 암살도 실패한체 온갖 고문으로 만신창이가 된체로 이렇게 극한의 생존을 위한 개고생을 하다니...-_-;;; 더군다나 주인공이 쓴 일기 형식으로 전개되는 이야기엔 독제자가 누구인지, 암살 동기는 무엇인지, 나의 정체는 누구인지...전혀 아무런 사전정보 없이 그냥 들입다 밀어붙인다. 머...독제자 암살 동기야 작품이 끝나기 직전에 공개되긴 하지만, 어찌됐던 이런 일련의 스토리를 배제한체 극한의 추격이 전개되다보니 오히려 이런저런 잡생각 할 것 없이 그 상황 자체에 빠져들게 만드는 몰입의 요소로 작용한다. 



작품이 쓰여진 1939년이 나치 독일이 제2차세계대전을 일으키려던 바로 그 시기이니 아무래도 국적불명, 신원미상의 독제자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히틀러라 생각된다. 스토리를 조금만 더 이야기 하자면 (독일)로 의심되는 그 나라에서 구사일생 가까스로 탈출한 주인공은 자신의 조국 영국으로 복귀하지만 이미 영국에는 주인공을 잡으려는 (독일)로 의심되는 그 나라의 비밀경찰들이 두눈에 불을 켜고 주인공을 찾고있고, 뒤쫓으며, 미행하며, 감시한다. 결국 비밀경찰과 맞닥뜨린 주인공은 평범한 영국시민으로 보이는 (비밀경찰)을 살해하고...ㅠ_ㅠ 졸지에 (독일)로 의심되는 그 나라의 비밀경찰들 혹은 암살자 혹은 용병들과 더불어 자국의 경찰들에게까지 쫓기는 신세가 되버린다....



시대가 시대인만큼 현대의 하이테크 첩보 암살물과는 많은 차이를 보인다. 하지만 도구나 기술없이 맨손으로 각개격파하는 투혼의 리얼 서스펜스가 이 작품의 매력인것 같다. 다시말해 작품의 주인공은 비록 돈은 차고 넘칠지 모르겠으나 후반부 살해 동기를 보면 알겠지만 프로페셔널 킬러는 아니기에...어설픈 그가 겪는 눈물의 개고생담은 나의 마음을 후벼파는 동시에 쫄깃한 긴장감을 유발한다. 머...다분히 인간적이란 이야기다. 좁디 좁은 개구멍 동굴속에서 분뇨와 함께 보내는 수 십일...질척한 진흙밭에 얼굴을 처박고 숨죽이며 밤을 지새고...지붕 처마가 무너져 여물통에 빠지질 않나....하나하나 열거하다 보면 끝도 없이 나오는 주인공의 절박하고 처절한 상황은 정말로 언제 발사될지 모르는 총구에 매달려 목숨을 부지하는 절체절명의 남자를 떠올리게 만든다. 



과연 이 남자....무사히 살아남을 수 있을까?....


첫 장 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줄기차게 도망쳐대는 극적 긴장감과 강렬한 서스펜스를 안기는 불도저식 추적 스릴러였다. 영화가 언제 나올지는 모르겠다만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고생문은 이미 예약되었다는 것...어떻게 뽑힐지 기대된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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