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죽음을 문신한 소녀
조던 하퍼 지음, 박산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1월
평점 :
절판
죽음을문신한소녀 : 온 세상이 널 쫓고 있어! (2019년 초판)
저자 - 조던 하퍼
역자 - 박산호
출판사 - RHK
정가 - 15000원
페이지 - 350p
더이상 도망칠 곳은 없다!
이곳이나
거리에 있는 모든 전사들에게
우리 일족의 반역자
내 동생을 죽인 놈의 사냥을 허락한다
그놈의 이름은 네이트 맥클루스키다
놈은 곧 출소할 것이다
그 칼잡이 척살을 허락한다
놈에겐 폴리라는 딸이 있다
에비스라는 여자도 있다
그들이 폰타나에 있다
그 여자의 처단을 허락한다
그들의 씨도 처단하라
그들은 필히 칼로 죽여
땅에 그 피를 흘려야 한다
협조를 거부하는 자도 처단하라
임무를 완수하는 자는 정식 조직원으로 승격한다
임무를 완수하는 자는 독점 운영을 허가한다
by 미치광이 크레이그 회장...
인생의 대부분을 감옥에서 보낸 아버지가 있다.
그런 아버지와의 기억이 거의 없는 평범한 중학생 소녀도 있다.
그리고 여느 날들과 다름없는 어느날...
소녀는 기억속에 잊혀져 있던 아버지와 마주한다.
에드거상 선정 "최고의 데뷔 소설"에 빛나는 강렬한 범죄 스릴러가 출간되었다. 우리에게 익숙한 미드 [멘탈리스트]와 [고담]의 작가 '조던 하퍼'의 첫 소설 데뷔작으로 그동안 범죄미드를 제작한 노하우를 전부다 쏟아 부은듯 냉정하고 비정한 갱들의 세계속에 떨어진 평범한 소녀가 지옥같은 상황에 서서히 익숙해지며 변화하는 모습을 긴장감 넘치는 필치와 영상을 보는듯한 시각적 묘사를 통해 눈을 뗄 수 없는 재미를 선사한다.
출소를 일주일 남긴 네이트는 순간의 충동을 참지 못하고 미국 전역을 주름잡는 마약거물 크레이그의 동생을 죽여버린다. 이어서 동생의 죽음을 분개한 크레이그는 그의 조직 아리안 스틸의 조직원들에게 네이트와 그의 딸, 전처에게 처형명령을 내린다. 출소하자마자 급히 전처의 집을 찾아가지만, 이미 전처 에비스는 요단강을 건너고...마음이 급해진 네이트는 딸 폴리를 살리기 위해 딸이 다니는 중학교 앞으로 달려간다. 그리고 십수년 만에 아버지와 딸이 만나고...아무런 설명도 듣지 못한체 납치되듯 네이트의 길고 긴 도주길에 함께 하게된 폴리...평범했던 한 소녀가 하루 아침에 악명높은 갱단의 처형대상이 된 것이다....
과연 이 부녀....무사히 살아 남을 수 있을까?...
바로 전에 읽은 [로그 메일]에서는 킬러에게 쫓기는 킬러의 고군분투 도주기가 펼쳐졌었는데...연이어 읽은 이 작품에서는 낯선 부녀의 고군분투 도주기가 펼쳐진다. 네이트를 처단하고 조직의 감투를 얻으려는 어깨에 파란문신을 한 미치광이 갱들과 전처를 살해하고 딸을 납치한것으로 오인하여 네이트를 체포하려는 경찰들을 피해 언제나 곰인형을 친구로 안고 다니는 순수한 딸을 지켜내야 하는 네이트의 압박감은 그를 서서히 옥죄어 온다. 비록 딸이 성장하는 모습은 얼마 보지 못했지만...세상에 단 하나남은 혈육을 지켜내야 하는 아버지로서의 사명감이 죽음의 공포를 극복하게 하는 것이다. 그런 그의 강철같이 견고한 부성이 두 딸래미의 아빠로서 많은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 (물론 이런 처형명령이 내려지게 만든 원인도 네이트이긴 하지만서도...-_-;;;)
이 작품의 재미 포인트는 두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번째로 앞서 말한 네이트의 부성이다. 단지 혈육을 살리기위해 도망만 치던 네이트는 짧지만 함께하는 시간동안 딸 폴리에게 아버지로서의 책임감을 느끼고 딸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던질 각오로 도망자 생활을 끝낼 일생일대의 결단을 내리게 된다. 불같은 성미에 인생의 대부분을 범죄와 강도질로 빵에서 보낸 무뚝뚝하고 거친 네이트가 딸을 위해 희생하는 아버지로서 성장해 가는 과정이 이 작품의 첫번째 재미요소이다. 두번째 요소는 딸 폴리의 변화인데, 평범하고 가녀린 중딩이었던 소녀가 낯선 아빠로부터 생존기술(네이트가 가르칠게 범죄기술 밖에 없었기에...갱단 계보, 강도질, 격투술, 사격 등등등)을 스파르타로 배우며 점차 믿음직스럽고 강인한 아빠에게 마음을 열어가는...-_-;; 이후 특유의 케미스트리를 뿜으며 부녀강도단으로 활약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엿한 범죄자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흐뭇하게 바라보게 하는것이 두번째 재미요소이다.
백지상태의 소녀가 범죄라는 검은색 물감으로 물들어가는 위태로운 모습이 언제나 아이는 해맑고 순수한 모습으로 보호받아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트리면서 일종의 금기를 넘어서는 쾌감과 죄의식이 공존하는 야릇한 감정을 선사한다. 분명 아이가 저러면 안된다고 걱정하면서도 스펀지가 물을 흡수하듯 범죄기술들을 쑥쑥 흡수하여 갱들에게 시원하게 한방 먹이는 폴리를 보며 박수치고 좋아하고 있는...-_-;;; 그렇게 물불안가리고 내일없이 사는것처럼 충동적이면서도 아빠 네이트는 끔찍하게 아끼고 걱정하는 모습이 예측할 수 없는 매력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끝없이 조여오는 죽음의 위협...이어지는 절체절명의 순간들...갱들을 향한 부녀의 회심의 반격...클리셰적이지만 가슴을 울리는 결말...짧지만 강렬했던 네이트와 폴리가 함께 보낸 시간들....죽음을 넘어서는 용기와 사랑이 미쳐돌아가는 세상에서 오롯이 빛을 발한다. 다소 폭력적이고 잔혹한 상황이 오히려 부녀의 사랑을 더욱 도드라져 보이게 만든것도 같다. 장르는 전혀 다르지만 작품을 읽는내내 [로건]이 떠올랐다면 대충 분위기를 알 수 있을런지...등장인물들의 시선으로 전개되는 짧은 챕터들의 전환을 통해 미드의 장면전환을 떠올리게 만들고, 빠른 속도감과 깊은 몰입감을 촉발시키는 작품이었다. 이정도면 "최고의 대뷔 소설"이라는 수식어에 기꺼이 동의할 수 있을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