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열 형민우 초한지 10 : 최후의 결전 - 완결 이문열 형민우 초한지 10
이문열 원작, 형민우 각색.그림 / 고릴라박스(비룡소)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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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열, 형민우 초한지 1 ~ 10 (2019년 초판)
원작 - 이문열
그림 - 형민우
출판사 - 고릴라박스
정가 - 11000원



10년의 기다림. 그리고 대망의 완결



2009년 [초한지 1권]을 구입할때만 해도 솔직히 완결까지 나올 수 있을지는 반신반의했었다. 독보적이고 개성넘치는 천재만화가 '형민우'작가의 작품을 좋아는 하지만, 앞선 [프리스트], [태왕북벌기]처럼 완결되지 못하고 중도포기한 작품들이 작가의 커리어를 깎아 먹은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형민우 작가의 [초한지]에 발을 들인건 이미 한국의 대작가 '이문열'작가의 훌륭한 원작을 바탕으로 하고 있고, 권당 200여 페이지 안팎의 분량이 그렇게 부담되진 않을거라는 계산에서였다. 발표 당시 장엄하고 스펙터클한 시대극의 묘미를 제대로 살렸던 [태왕북벌기]에 매료됐었던터라 앞뒤가릴것 없이 일단 지르고 본 것도 크게 작용했다. -_- 어찌됐던...[초한지 1권]을 구매하고나서야 알고 말았다. 이 작품이 10부작으로 계획되었다는 것과...일년에 한권 출간이 계획이었다는 것을....헐...어린이 대상의 역사만화임에도 불구하고 일년에 한권 10년간의 프로젝트라니?!!!! 이런 전대미문 미증유의 거대 프로젝트가 또 있었던가...얼떨결에 십년 프로젝트에 발을 잘못디뎌버린 것이다.....



10년이란 대장정이 기다리고 있다는것을 알아차리는 동시에 그때부터 1년마다 꼬박 꼬박 구매한 [초한지]는 전부 책장에 봉인해 뒀다. 완결도 안됐는데 괜히 읽었다가 1년을 기다려 다음권을 읽는다면 앞서 본 내용들이 기억나지 않을 것을 우려해서 말이다...어찌됐던...반신반의속에서 2009년에 시작된 드래곤볼 모으기가 드디어 2019년 3월이 되어서야 그 대망의 마침표를 찍는다. 크흑...ㅠ_ㅠ... 10살 초딩이 이 만화를 시작했다면 20살 성인이 되어서야 완결을 목도했다는 얘기다.



그리고....드디어...십년의 기다림으로 봉인해뒀던 '이문열', '형민우'의 [초한지] 전 10권을 독파했다!! 한 5시간 좀넘게 걸린듯 한데 십년의 기다림 그리고 5시간여의 감상...하지만 내게 펼쳐지는 기원전 210년경 진나라를 통치한 시황제의 죽음과 전국의 웅크려있던 영웅들의 도래를 촉발한 진승 오광의 난, 산을 뽑고 세상을 덮을 기운을 발산하는 '역발산기개세'의 역대급 맹장 항우와 한나라의 시조 뛰어난 지도자인 유방의 피할 수 없는 진검승부는 이천년의 시간을 거슬러 벅차오르는 감정과 가슴속 뜨겁게 타오르는 무언가를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다.



사실 그렇게 책을 읽어대면서도 수많은 등장인물이 등장하는 역사물은 기피하는 취향탓에 그 유명한 [삼국지]도 중도하차했었고, [초한지]는 아예 시도조차 한적이 없었다. -_- 솔직히 이 만화 [초한지]도 '형민우'작가가 그리지 않았다면 평생 발들이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 작품을 통해 '이문열'작가의
[초한지]가 궁금해지고 꼭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으로 마음이 바뀌었다. 자신의 신념을 갖고 목숨바쳐 전장에 나서는 난세를 평정할 영웅들의 기개와 수십만군이 펼치는 스펙터클한 전투 그리고 책사들의 몇 수 앞을 내다보는 지략과 현대와 과거를 관통하는 병법들이 현실역사를 토대로 종횡무진 펼쳐지니 역사문외한인 나조차도 도저히 눈을 뗄 수 없게 만들더라.
      


'이문열'작가의 소설책 10권 분량의 [초한지]를 각 200페이지 내외의 만화로 축약하였으니 만화에 미처 실리지 못한 정사와 야사는 얼마나 많겠는가....만화 [초한지]에서도 가장 재미있을것 같았던 항우와 유방(의 대장군 한신)의 본격적인 전투가 분량 때문에 몇 페이지로 축약되어 너무나 아쉬웠고 이내 소설 [초한지]에 대한 궁금증으로 전환되었다. 그런의미에서 본인 같이 역사소설을 접해보지 못했거나 거대한 분량이 부담스러운 어린이 혹은 청소년에겐 안성맞춤인 작품이고, 나이여하를 불문하고 [초한지]의 입문작으로 손색없는 작품이라 생각된다.



원작이야 수천만부가 팔려나갈 정도로 인기를 끌었으니 말할것도 없고, 작화야 이름이 바로 브랜드인 '형민우'니까 더욱 말할것도 없으리라...레전드 작가들의 만남!..이들의 콜라보가 끌어내는 시너지는 십년을 넘어 수십년이 지나도 퇴색하지 않으리라...십년간의 약속을 끝까지 지키고 새로운 [초한지]를 보여준 작가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고 (원래는 20권 분량으로 기획했었다고 한다...ㄷㄷㄷ) 십년간의 기다림의 끝인 완결편 10권을 서평의 기회로 주신 출판사에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덧 - '형민우'작가는 현재 또다른 역사물인 [삼별초]를 진행중이다. 핫핫...작가 필생의 역작이라는데....솔직히 이건 완결되면 사려고 마음먹고 있다..-_-

 


초한지 1. 떠오르는 태양
초한지 2. 황제의 꿈
초한지 3. 일어선 두 영웅
초한지 4. 영웅성의 주인
초한지 5. 운명의 시작
초한지 6. 천하를 담을 그릇
초한지 7. 거록의 혈전
초한지 8. 권력의 맛
초한지 9. 욕심과 오만
초한지 10. 최후의 결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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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의 등산일기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81
미나토 가나에 지음, 심정명 옮김 / 비채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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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의등산일기 (2019년 초판)

저자 - 미나토 가나에

역자 - 심정명

출판사 - 비채

정가 - 13800원

페이지 - 374p



가자! 산으로~



충격적 장편 데뷔작 [고백]을 통해 미스터리작가로만 알고 있던 '미나토 가나에'의 살인없는 힐링 작품이 출간되었다. 타고난 이야기꾼은 장르를 가지리 않는 다는건 알고 있지만 그동안의 작품 스타일과는 상당히 상반된 작품이기에 내심 우려와 걱정이 앞섰는데, 역시 그런 걱정은 부질없는 기우였음을 깨닫게 되었다. 일본에서 불고 있는 등산열풍 특히 마운틴 걸이라 불리는 젊은 여성들의 등산열풍에 각자의 사연을 안고 산행길에 오르는 그녀들의 이야기를 통해 산에 오르지 않고도 푸르른 녹음과 신선한 공기를 흠뻑 들이마신듯 마음의 정화와 치유를 안기는 건강한 힐링 작품집이었다. 



결혼을 앞둔 리쓰코는 같은 직장인 동료 유미와 함께 묘코산에 오른다. 원래는 백화점 2층에 근무하는 마이코, 유미와 함께 셋이서 등산하기로 했지만 몸이 안좋은 마이코가 불참하여 어쩔 수 없이 2인조로 등반하게 되었다. 하지만 얼마전 주말 러브호텔에서 유미가 직장 유부남과 함께 나오는 장면을 우연히 목격한 뒤로 유미에 대한 않좋은 감정밖에 없는 리쓰코는 유미와의 등반이 불편하기만 하고, 더불어 결혼전 시댁식구들과의 첫식사자리에서 예비남편 겐타로의 할머님이 치매에 걸렸고, 결혼 후에는 직장을 그만두고 할머님의 간병을 맡아야 한다는 말을 처음듣고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심정에 휩싸인다. 결혼식 날짜가 잡히도록 아무말도 안해준 겐타로에게 내심 실망감이 들면서 사기결혼까지 생각한 리쓰코는 이번 묘코산을 등산 하면서 결혼/파혼에 대해 결정하려던 것이다. 등산 초반부터 심란한 리쓰코의 마음은 안중에도 없이 가벼운 운동복에 런닝화를 신고 온통 불평을 늘어놓는 유미 때문에 신경은 곤두서는 리쓰코....과연 리쓰코와 유미의 첫 산행을 무사히 치를 수 있을까?.....-_-;;;



본인도 초딩때까지만 해도 물찬제비처럼 거침없이 산을 타던 시절이 있었다. 함께 산행하던 어른들도 어린게 참 산 잘탄다고 칭찬했었는데...ㅎㅎㅎ 시간이 지나고 나이를 먹고, 복부에 알콜이 출렁출렁 차오르면서부터 몸은 한없이 무거워지고 본인의 무거운 몸뚱아리를 지탱시키던 무릎이 비명을 질러대고부터는 등산이 너무나 힘들고 어려워 기피하게 되었다. 하지만 회사에서 진행하는 강제 산행은 피할 수가 없으니...울며겨자먹기로 몸안에 육수를 뿜어대며 등산할때는 죽을만큼 힘들고 고통스럽지만 억지로 오른 강제산행임에도 정상에 올랐을때의 성취감과 상쾌함은 단순한 말로 표현하기 힘든 벅찬감정이었다. 그럼에도 등산은 싫어하지만서도....



그런의미에서 이 작품은 등산을 좋아하는 이들에겐 산이 어서오라 손짓하는 더 없이 등산 의지를 활활 태우는 작품이고, 반대로 등산을 기피하는 사람에게도 가만히 앉아서 정상에 오른듯한 청량하고 상쾌한 기분이 들게하는 등산의, 등산에 의한, 등산을 위한 작품이다. 그저 산이 좋아서 산행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요, 리쓰코 처럼 복잡한 마음을 대자연의 경관을 바라보며 정리하기 위해 오르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고독하게 홀로 등반하며 생각을 정리하려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왁자지껄하게 지인들과 마음을 나누며 협동하며 하나된 마음을 느끼기 위해 산에 오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산을 찾듯 그들의 산행엔 각자 나름의 목적이 있을거란 말이다. 하지만 목적이야 어떻든 10시간 이상을 등반해야 하는 고된 여정이던, 반나절이면 오르는 야트막한 산이던 관계없이 자신의 힘으로 산을 정복하고 제일 꼭대기에 발을 디딜때의 그 벅찬 감정은 모두가 같지 않을까...작품속 8개의 산을 오르는 여성들이 간직하고 있는 고민과 걱정들은 결국 등산이란 인내와 노력의 행위를 통해 고난을 극복하고, 성숙해지는 성장의 과정을 우리에게 보여주어 등산이 주는 궁극의 효과를 간접적으로 체험시켜 준다. 



등산을 중심으로 8가지 명산의 아름다운 풍광과 색깔을 가진 옴니버스 단편집으로 각 단편은 다른 단편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있는 설정이라 재미를 더한다. 네 번째 단편 [리시리 산]에서 작가 지망생인 백수 동생이 의사 남편을 만나 성공한 결혼생활을 하는 언니와 함께 하는 열등감 가득한 산행이 그려진다면, 바로 다음 다섯 번째 단편 [시로우마다케 산]에서는 백수 작가의 언니의 시선으로 산행이 그려지는 것이다. 등산을 매개로한 작은 '미나토'월드가 구축되니 다음 단편엔 누구의 이야기가 그려질지 예측하는 재미도 나름 쏠쏠하더라. 



시기와 질투, 격차와 열등감, 이혼과 이별...인간사 가득한 고민거리들이 산을 오르면서 눈녹듯 사라져 버린다. 위대한 대자연 앞에서 한없이 작고 나약한 인간으로 마주하면 그동안 그렇게 커보이던 고민들도 사실은 부질없는 집착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등산으로 감정이 변화되는 8명의 여성들을 통해 등산에 대한 진정한 의미와 인생의 정답에 대해 생각해 보게 만든다. 극적 반전은 없지만 내내 잔잔하고 편안한 느낌을 주는 작품이었다. 슬슬 날씨도 풀리고 꽃도 만발하는데, 아이들과 함께 초심자 코스로 등산이라도 다녀와야 겠다고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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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우타노 쇼고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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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지는계절에그대를그리워하네 (2019년 2판 1쇄)

저자 - 우타노 쇼고

역자 - 김성기

출판사 - 한스미디어

정가 - 15000원

페이지 - 467p



벚꽃이 떨어져도 가지는 그대로 남아 다음에 찾아올 봄을 기다린다



드디어 나도 봤다! 레전드 서술트릭하면 [살육에 이르는 병]과 함께 언제나 빠지지 않고 회자되는 작품이기에 항상 궁금증을 유발했었는데, 좀처럼 기회가 닿지 않아 손가락만 빨고있다가, 모처럼 국내 출간된지 14년만에 새로운 옷을 입고 재간되어 산뜻하고 화사한 벚꽃에디션으로 새롭게 영접했다. 작품 시작부터 의도적으로 오인을 불러일으키고 작품의 말미에 진실을 밝혀 충격에 빠지게 만드는 서술트릭이라는 장르자체가 고도의 완성도를 요하는 어려운 장르이기에 작품의 수도 많지 않을 뿐더러 독자가 납득할 수 있을정도로 공정하게 정보를 배치하여 페어하게 승부를 거는 작품은 실로 손에 꼽을 정도이니 많은 미스터리 팬들에게 인정받은 이 작품이 서술트릭에 찹쌀떡처럼 언급되는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일수도 있을듯 하다. 



그렇게 15년간 전설의 레전드로 추앙받고 사랑받는 스테디 셀러이다보니 저작권 만료시점에 새로운 옷을입고 재계약되어 다시 우리곁에 찾아온 거겠지...명작은 시간이 지나도 바래지 않는 명작이니까. 특히 서술트릭이란 장르는 결말을 보고 손쉽게 맨 앞페이지를 들춰볼 수 있는 소설로 읽었을때 100%의 진가를 발휘하는 장르이기에 독자와의 밀당이 가장 적합한 장르라고 생각한다. (물론 서술트릭과 흡사한 류의 [유주얼 서스펙트], [파이트 클럽]등의 작품도 있지만) 오직 소설만이 가질 수 있는 반전의 카타르시스. 그리고 그 반전의  카타르시스를 가장 극대화시킨 작품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이다. 



자유분방한 연애주의자 나루세는 여성이던 일이던 넘치는 힘과 왕성한 의욕이 솟구치는 남자이다. 어느날 우연히 지하철을 기다리던 나루세는 선로에 뛰어든 여성을 발견하고 앞뒤 가릴것 없이 선로로 뛰어 내려가 아슬아슬하게 자살하려던 여성을 구해낸다. 지하철엔 한바탕 소동이 일고 역무실에가서 간단한 조사를 마치고 나온 나루세와 자살미수자 사쿠라...나루세는 여성에게 오늘은 자신의 생일이니 죽으려면 다른날 죽어 달라는 말을 남기고 떠난다. 그리고 며칠뒤 걸려온 전화 한통화...자신을 사쿠라라 소개한 여성은 역무실에 남겨놓은 연락처로 전화를 했고, 나루세의 말로 용기를 갖고 세상을 살기로 마음먹었다고...한번만 만나달라고 청한다. 그렇게 다시 사쿠라와 만난 나루세는 자살하려던 처음과는 달리 묘하게 생의의지를 뿜어내는 사쿠라에게 기묘한 감정을 느끼고 만남을 지속하게 된다. 한편, 다니던 헬스장에서 함께 운동하던 동생인 고교생 기요시의 부탁으로 흠모하는 양가집 규수 아이코의 할아버지가 뺑소니 사고로 죽은 사건의 원인을 밝혀달라는 의뢰를 받고, 소싯적 탐정 사무소에서 일했던 경험을 살려 아이코의 의뢰를 수락하기로 한다. 평소 직장을 은퇴하고 노인을 상대로 건강식품이나 의료보조기를 파는 호라이 클럽에 드나들던 아이코의 할아버지는 사고직전 호라이 클럽이 강매한 물건 때문에 수천만엔의 빚을 지게 되었고, 이 빚때문에 괴로워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뺑소니 사고와 호라이 클럽의 연관이 의심되는 나루세는 호라이 클럽에 대해 조사하기 시작하는데....



이야기는 크게 3가지 갈래로 나뉜다. 현재의 나루세가 노인을 상대로 사기와 공갈로 거액의 건강용품을 강매시키는 호라이 클럽에 대한 조사가 하나, 과거 사회 초년생이던 나루세가 탐정사무소에서 복부가 난자되어 속안의 내장이 밖으로 널려 죽은 끔찍한 야쿠자 살해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야쿠자 조직에 신분을 숨기고 잠입하는 이야기 하나, 2년전 컴퓨터 교실의 강사인 나루세가 수강생인 노인 안도씨의 부탁으로 잃어버린 딸을 찾아다니는 이야기까지 총 3가지 이야기가 교차되며 진행된다. (물론 크게 나눴을때가 이정도이고 그외에도 나루세 외의 다른 캐릭터들의 이야기도 짤막하게 전개된다.) 물론 기막힌 서술트릭의 이야기라는걸 알고 시작한터라 초반만해도 [살육병]처럼 뒷통수 맞지는 않겠다는 의지에 불타올라 정말 꼼꼼이 읽으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이야기가 흘러갈수록 진행되는 이야기의 시점도 제각각에 각각의 이야기도 완전 단독 스토리라 해도 무방할정도로 흥미진진하게 흘러가니 어느순간 서술트릭이고 나발이고 그냥 흘러가는 스토리에 몸을 내맡기고 있더라는...-_-;;; 그럼에도 이 3가지 이야기중 분명 하나정도는 떡밥으로 독자를 현혹하는 이야기일거라고 나름 확신하고 있었는데...ㅎㅎㅎ 그래...그중 한가지가 떡밥이라는 나의 예상은 맞았다...그렇다면 작품의 핵심인 서술트릭 맞췄냐고?...물론 대답은 'NO'이다..ㅠ_ㅠ 



[살육병]과 마찬가지로 1인칭으로 전개되는 나루세의 시점에 비밀이 숨겨있을줄 알고 시종일관 짱구를 굴려댔지만 결과는 여지없이 작가의 의도대로 꼭두각시처럼 휘둘렸다. 이건...뭐...누구도 상상못할 트릭이라고 생각했는데...친절하게도 작품말미에 수록된 트릭 도움말을 읽어보니 작가는 아주 페어하게 이야기 곳곳에 서술트릭의 실마리를 숨겨놓고 공정하게 독자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는걸 알 수 있었다. 작품내내 느껴지던 위화감은 이것 때문이었던가....다만 일본 사람들만이 알 수 있는 지역색 깊은 힌트라서 한국독자는 이게 힌트인지 뭐인지 알 수 없었다는게 아쉬울 따름이라는...숨겨진 복선과 도처에 널려있는 떡밥과 단서들...그리고 누구나 납득할만한 설득력있는 트릭의 정체!!! 모든 사람들의 선입견을 단 한방에 날려버리는 떡밥 마에스트로!!! 진실이 밝혀지는 순간 충격과 혼돈의 카타르시스가 전신을 휩쓸고 지나간다. 



머...트릭이 워낙 유명한 작품이다보니 다른 장점들이 묻힐지도 모르겠다. 국내에서도 '김인권'주연의 [약장수]라는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한 노인을 상대로 등처먹는 사기꾼들의 만행이 경악스럽게 펼쳐지면서 돈에 대한 인간의 잔혹성이 낱낱이 드러나는 사회파 미스터리로서의 재미도 빠트릴 수 없고, 내장이 몸밖으로 펼쳐져 죽은 잔혹한 살인사건의 진실과 냉혹한 야쿠자의 세계에 잠입한 언더커버물의 재미도 쏠쏠하니 서술트릭을 차치하더라도 일본 미스터리물로서의 재미를 이 한작품에서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사정한 뒤에는 꼼짝도 하기 싫다. 여자의 몸 위에 올라탄 체 밀려오는 졸음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싶다. _9p



첫 페이지 첫 문장부터 현자타임의 나른한 느낌과 왕성한 성적기호를 언급하며 뭇남성들의 눈길을 사로잡던 도입부가 진실을 알고 난뒤 다시 읽게 되면 처음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의 도입부로 뒤바뀌어 버리는 마법같은 경험을 선사한다. 역시...[살육병]과 더불어 최고의 서술트릭을 손꼽히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이제는 나도 봤다. ㅎㅎㅎ 안본 눈 삽니다~ 아직도 이 진실을 모르고 있는 안 본 사람이 부러워지려 한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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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일레븐
데니스 홍.홍이산 지음, 정용환 그림 / 인플루엔셜(주)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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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일레븐 (2019년 초판)

저자 - 데니스 홍, 홍이산

그림 - 정용환

출판사 - 인플루엔셜

정가 - 13000원

페이지 - 120p



지구를 지켜줘! 로봇 일레븐~



로봇공학자 아빠와 로봇덕후 아들이 함께 만든 동화책이라...경계 없는 아이의 상상력을 체계화 시켜주고 이런 결과물로 내놓을 수 있는 아빠의 추진력과 배려가 내심 부럽게 느껴진다. 아이들의 허무맹랑한 상상속 이야기들에 귀기울이고 다듬어주는건 아이의 이야기를 흘려듣지 않고 관심과 사랑으로 들어주는 부모의 배려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아이의 상상에서 태어난 열 한대의 로봇들과 함께 떠나는 모험의 세계...SF로봇 덕후인 본인도 딸아이와 함께 흥미로운 로봇의 세계로 풍덩~ 뛰어들어볼까 하는 생각에 책을 집어들고 딸아이와 함께 읽었다. 어려운 용어가 조금 섞여있었지만 다행스럽게도 딸아인 끝까지 관심있게 아빠가 읽어주는 책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 내심 고맙고 좋았다는...ㅎ



어떤 로봇을 만들고 싶니? 한번 떠올려봐...아빠가 전부 만들어 줄께!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실제로 만들어 줄 수 있는 능력이 되는 아빠가 하는 말이니...-_- 허허...비교된다..ㅠ_ㅠ)



로봇에 관심이 많던 이산이는 열 살이 되어 아빠의 말에 따라 자신이 만들고 싶은 로봇을 생각하고 아빠와 함께 만들어 낸다. 블럭 조각을 치우는게 귀찮아 만든 블록 정리해주는 로봇 블로키를 시작으로 아빠를 대신하는 로봇 아바타, 잃어버린 강아지를 찾아주는 로봇 셜록, 비보이 댄스를 추는 비보이 등등 무려 열 한대의 로봇을 만들어 내지만 한대 한대 모두 어딘가 모자란 부분이 있다. 블록을 치우다 자신이 갖고 놀고 싶어 도망가버린 블로키, 잃어버린 강아지에서 그치지 않고 강아지의 변까지 찾아오는 셜록, 주변 물건들이 부서지던 말던 춤을 춰대는 비보이 등등등....-_-;;; 잇따른 실패에도 용기를 잃지않는 이산에게 어느날 갑자기 외계인이 지구에 침공하고, 외계인은 로봇박사 데니스 홍을 넘긴다면 얌전히 돌아갈 것이라 선전포고 한다. 아빠를 지키기 위해 자신이 발명한 로봇 일레븐을 호출하는 이산이....지구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꼬마 아이가 창조해낸 열 한대의 로봇들은 지극히 아이가 생각해 낼 수 있는 아이의 시각에 맞춰 만들어진 로봇이지만 그 로봇들이 벌이는 실수를 통해 로봇과 같은 인공지능을 만들어 내는데에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와 생각할 부분이 많은지를 이야기 한다. 아이와 함께 이야기를 만들어 가면서 자연스럽게 원인과 결과, 깊이 생각하기, 창의적인 상상력을 길러주는 것이다. 



그래서일까...이 동화는 동화로서 구성의 벽까지 허물어 버린다. 이산이 로봇 열 한대를 만들어 가는 과정은 여느 동화책과 마찬가지로 글과 삽화의 구성을 택하고있지만 외계인의 지구 침공부터는 만화의 형식을 취하며 아이들의 집중도를 높여준다. 외계인을 물리치는 이산과 로봇 일레븐의 활약이 만화로 펼쳐지니 글보다 더 쉽게 이해하고 뒷부분 떨어지는 집중도를 다시 잡아 끄는 효과를 보여준다. 머...꽤나 영리한 구성이랄까...동화가 끝나고 데니스 홍 박사가 직접 만든 로봇들을 사진과 함께 소개하면서 동화속 이야기를 현실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줌으로서 아이들이 꾸는 꿈에 날개를 달아주는듯 하여 좋다고 생각되었다. 



엉뚱해도 좋아, 마음껏 상상해봐!

조금 서툴어도 괜찮아. 넌 뭐든지 할 수 있어...



아이들의 상상력에 날개를 달아 주는것이 어른들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이 동화를 통해 이산이 뿐만 아니라 동화를 읽는 모든 아이들의 상상력에 날개가 되어주었으면 좋겠다. 더불어 서평의 기회를 준 출판사에 감사의 마음을 표한다. 




[절반은 동화]


[절반은 만화]


[데니스 홍이 직접 만든 로봇을 소개하며 상상을 실체화 시킨다.]


[딸아이에게 너는 무슨 로봇을 만들고 싶냐고 물었더니..]


 [아빠 대신 회사가는 로봇을 만들고 싶단다. ㅎㅎ 제발 만들어줘 빨..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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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 귀를 너에게
마루야마 마사키 지음, 최은지 옮김 / 황금가지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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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귀를너에게 (2019년 초판)

저자 - 마루야마 마사키

역자 - 최은지

출판사 - 황금가지

정가 - 13800원

페이지 - 433p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용의 귀를 가질 수 있어



용에게는 뿔은 있지만 귀는 없지. 용은 뿔로 소리를 감지하니까 귀가 필요 없어서 퇴화해 버렸어. 쓰지 않는 귀는 결국 바다에 떨어져 해마가 되었단다. 그래서 용에게는 귀가 없어. 농(聾)이라는 글자는 그래서 '용의 귀'라고 쓰지.  _233p



소외된 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소통방식의 차이가 그들과 우리를 가르는 수단이 되는것이 아님을 말하던 독특한 소재의 미스터리 [데프 보이스]의 속편이 2년만에 출간되었다. 전편이 워낙 감동적이었고 가슴속 깊은 울림을 주던 작품이라 이번 속편의 출간이 너무나 기쁘고 다시 만난 '아라이 나오토'가 너무나 반갑게 느껴졌다. 


'소리가 들리는 사람들이 몰랐던 또 하나의 세상!'


전작에서 우리는 미처 알지 못했던 귀가 들리지 않는 농인들의 세상을 깊숙히 파고들면서 현실적 에피소드를 통해 농인들을 위한 사회적 시스템의 미비로 그들이 견뎌내야 했을 어려움과 아픔을 들여다 보고, 농인과 청인 사이에서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하고 방황하는 코다 아라이를 통해 청인과 농인 사이에 가로막힌 벽이 얼마나 단단하고 높은지 확인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런데 이번 속편은 기존의 청인과 농인, 그리고 코다(농인의 부모 아래서 자란 청인 자녀)의 갈등이란 전작의 연장선에 우리들이 몰랐던 또 다른 세상에 귀 기울이게 만든다. 



해마의 집 살인사건이 일단락 된 후 2년의 시간이 흘렀다. 아라이는 교통과 경찰 미유키, 미와 모녀와 동거하면서 수화통역사의 일을 이어나가지만 확실한 수십원이 없어 미유키와의 결혼은 무기한 연기된 상태, 게다가 유전적으로 밝혀진 바는 없지만 자신의 아이가 농인이 될 것을 걱정하여 피임을 하는 아라이와 아이를 갖고 싶은 미유키의 엇갈린 갈등은 점차 둘 사이를 흔들어 놓는다. 한편, 초등생 미와는 등교거부를 하는 친구 에이치를 걱정하며 에이치에게 수화를 가르쳐 줄것을 아라이에게 부탁하고, 발달장애와 함께 선택적 함묵증을 앓고 있는 에이치의 사정을 헤아려 에이치의 엄마의 동의하에 수화을 가르치게 된다. 세상과의 소통을 단절했던 소년 에이치는 수화를 통해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고, 소통의 문이 트인 에이치는 얼마전 맞은편 집에서 목격한 살인사건에 대해 이야기 하는데.....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청인

소리가 들리지 않는 농인

소리가 들리지 않는 부모 아래서 자란 들리는 아이 코다

그리고

선천적 질환으로 소리가 들리지만 말할 수 없는 소년....



이 소년에게 세상과 소통 할 수 있는...용의 귀를 달아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손의 언어 수화뿐이다. 앞서 말했듯이 이번 작품에서 새롭게 비추는 소외된 세상은 바로 세상과 단절해버린 함묵증 질환을 앓고 있는 소년이다. 마음이 편안한 상태, 집에서 부모와는 자유롭게 의사소통 하지만 집밖만 나서면 말문이 막혀버리는 선택적 함묵증은 환경적 요인에 따라 증상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그런 오해에서 비롯된 스트레스는 모두 환자에게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한다. 작품은 에이치를 등장시키기에 앞서 입모양을 읽는 독화와 들리지 않지만 말을 하는 구화가 가능한 중도실청자인 범죄 용의자를 등장시켜 귀가 들리는데 들리지 않는척 연기하는것 아니냐는 경찰 취조관의 편견어린 시선을 배치시키면서 세상의 독단과 몰이해가 누군가에겐 얼마나 커다란 아픔과 상처가 되는지를 알기쉽게 설명해준다.  



머..뒷표지의 개략적인 줄거리에도 언급되지만 이번 사건의 중심은 증거도 없고, 범인도 파악하지 못한 의문의 살인사건이 발생되고,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는 소통이 불가능한 질환을 앓고 있는 어린 소년이라는 사실이다. 이 하나만으로도 경찰은 소년의 이야기를 진술로 채택할 수 없다며 외면할 것이고, 아라이는 소년의 말에 귀기울이고 소년이 정상적으로 진술 할 수 있도록, 세상을 향해 마음을 열 수 있도록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는 이야기가 그려지리란건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으리라...그런데 그런 예상가능한 스토리외에도 살해된 피해자와 관련된 기구한 사연을 얽어놓고 대망의 반전을 숨겨 놓는 미스터리적 장치를 마련해 놓으니 휴머니즘 드라마로서나 미스터리로서나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이중의 재미를 선사한다. 



함묵증 소년이 얽힌 사건외에도 전작의 부제 [법정의 수화 통역사]를 잇는 새로운 농인의 재판 통역과 중도실청자의 범죄 취조 통역 에피소드로 무겁고 긴박감 넘치는 법정스릴 혹은 긴장감 넘치는 취조실 속에서 침묵의 언어 수화를 통해 거짓없이 마음과 마음을 전달하는, 오로지 이 작품만이 가질 수 있는 진실한 침묵의 스릴을 선사하기도 한다.



전작 [데프 보이스]에 이어 소외된 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너와 나 사이에 틀림이 아닌 다름을 바탕으로 다함께 사는 세상을 꿈꾸는 가슴 따뜻해 지는 작품이었다. 아라이를 비롯해 2년만에 다시 만난 캐릭터들이 더 없이 반가웠고 농인, 청인 나눔 없이 모두 함께 힘을 모아 타인을 위해 노력하고 결실을 이루는 모습은 잔잔했던 내 마음에도 커다란 파문을 일으키며 오래도록 기분좋은 울림을 남긴다. 참 좋은 작품이다. 이런 작품들이 늘어날 수록 세상은 조금 더 나아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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