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우타노 쇼고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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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지는계절에그대를그리워하네 (2019년 2판 1쇄)

저자 - 우타노 쇼고

역자 - 김성기

출판사 - 한스미디어

정가 - 15000원

페이지 - 467p



벚꽃이 떨어져도 가지는 그대로 남아 다음에 찾아올 봄을 기다린다



드디어 나도 봤다! 레전드 서술트릭하면 [살육에 이르는 병]과 함께 언제나 빠지지 않고 회자되는 작품이기에 항상 궁금증을 유발했었는데, 좀처럼 기회가 닿지 않아 손가락만 빨고있다가, 모처럼 국내 출간된지 14년만에 새로운 옷을 입고 재간되어 산뜻하고 화사한 벚꽃에디션으로 새롭게 영접했다. 작품 시작부터 의도적으로 오인을 불러일으키고 작품의 말미에 진실을 밝혀 충격에 빠지게 만드는 서술트릭이라는 장르자체가 고도의 완성도를 요하는 어려운 장르이기에 작품의 수도 많지 않을 뿐더러 독자가 납득할 수 있을정도로 공정하게 정보를 배치하여 페어하게 승부를 거는 작품은 실로 손에 꼽을 정도이니 많은 미스터리 팬들에게 인정받은 이 작품이 서술트릭에 찹쌀떡처럼 언급되는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일수도 있을듯 하다. 



그렇게 15년간 전설의 레전드로 추앙받고 사랑받는 스테디 셀러이다보니 저작권 만료시점에 새로운 옷을입고 재계약되어 다시 우리곁에 찾아온 거겠지...명작은 시간이 지나도 바래지 않는 명작이니까. 특히 서술트릭이란 장르는 결말을 보고 손쉽게 맨 앞페이지를 들춰볼 수 있는 소설로 읽었을때 100%의 진가를 발휘하는 장르이기에 독자와의 밀당이 가장 적합한 장르라고 생각한다. (물론 서술트릭과 흡사한 류의 [유주얼 서스펙트], [파이트 클럽]등의 작품도 있지만) 오직 소설만이 가질 수 있는 반전의 카타르시스. 그리고 그 반전의  카타르시스를 가장 극대화시킨 작품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이다. 



자유분방한 연애주의자 나루세는 여성이던 일이던 넘치는 힘과 왕성한 의욕이 솟구치는 남자이다. 어느날 우연히 지하철을 기다리던 나루세는 선로에 뛰어든 여성을 발견하고 앞뒤 가릴것 없이 선로로 뛰어 내려가 아슬아슬하게 자살하려던 여성을 구해낸다. 지하철엔 한바탕 소동이 일고 역무실에가서 간단한 조사를 마치고 나온 나루세와 자살미수자 사쿠라...나루세는 여성에게 오늘은 자신의 생일이니 죽으려면 다른날 죽어 달라는 말을 남기고 떠난다. 그리고 며칠뒤 걸려온 전화 한통화...자신을 사쿠라라 소개한 여성은 역무실에 남겨놓은 연락처로 전화를 했고, 나루세의 말로 용기를 갖고 세상을 살기로 마음먹었다고...한번만 만나달라고 청한다. 그렇게 다시 사쿠라와 만난 나루세는 자살하려던 처음과는 달리 묘하게 생의의지를 뿜어내는 사쿠라에게 기묘한 감정을 느끼고 만남을 지속하게 된다. 한편, 다니던 헬스장에서 함께 운동하던 동생인 고교생 기요시의 부탁으로 흠모하는 양가집 규수 아이코의 할아버지가 뺑소니 사고로 죽은 사건의 원인을 밝혀달라는 의뢰를 받고, 소싯적 탐정 사무소에서 일했던 경험을 살려 아이코의 의뢰를 수락하기로 한다. 평소 직장을 은퇴하고 노인을 상대로 건강식품이나 의료보조기를 파는 호라이 클럽에 드나들던 아이코의 할아버지는 사고직전 호라이 클럽이 강매한 물건 때문에 수천만엔의 빚을 지게 되었고, 이 빚때문에 괴로워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뺑소니 사고와 호라이 클럽의 연관이 의심되는 나루세는 호라이 클럽에 대해 조사하기 시작하는데....



이야기는 크게 3가지 갈래로 나뉜다. 현재의 나루세가 노인을 상대로 사기와 공갈로 거액의 건강용품을 강매시키는 호라이 클럽에 대한 조사가 하나, 과거 사회 초년생이던 나루세가 탐정사무소에서 복부가 난자되어 속안의 내장이 밖으로 널려 죽은 끔찍한 야쿠자 살해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야쿠자 조직에 신분을 숨기고 잠입하는 이야기 하나, 2년전 컴퓨터 교실의 강사인 나루세가 수강생인 노인 안도씨의 부탁으로 잃어버린 딸을 찾아다니는 이야기까지 총 3가지 이야기가 교차되며 진행된다. (물론 크게 나눴을때가 이정도이고 그외에도 나루세 외의 다른 캐릭터들의 이야기도 짤막하게 전개된다.) 물론 기막힌 서술트릭의 이야기라는걸 알고 시작한터라 초반만해도 [살육병]처럼 뒷통수 맞지는 않겠다는 의지에 불타올라 정말 꼼꼼이 읽으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이야기가 흘러갈수록 진행되는 이야기의 시점도 제각각에 각각의 이야기도 완전 단독 스토리라 해도 무방할정도로 흥미진진하게 흘러가니 어느순간 서술트릭이고 나발이고 그냥 흘러가는 스토리에 몸을 내맡기고 있더라는...-_-;;; 그럼에도 이 3가지 이야기중 분명 하나정도는 떡밥으로 독자를 현혹하는 이야기일거라고 나름 확신하고 있었는데...ㅎㅎㅎ 그래...그중 한가지가 떡밥이라는 나의 예상은 맞았다...그렇다면 작품의 핵심인 서술트릭 맞췄냐고?...물론 대답은 'NO'이다..ㅠ_ㅠ 



[살육병]과 마찬가지로 1인칭으로 전개되는 나루세의 시점에 비밀이 숨겨있을줄 알고 시종일관 짱구를 굴려댔지만 결과는 여지없이 작가의 의도대로 꼭두각시처럼 휘둘렸다. 이건...뭐...누구도 상상못할 트릭이라고 생각했는데...친절하게도 작품말미에 수록된 트릭 도움말을 읽어보니 작가는 아주 페어하게 이야기 곳곳에 서술트릭의 실마리를 숨겨놓고 공정하게 독자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는걸 알 수 있었다. 작품내내 느껴지던 위화감은 이것 때문이었던가....다만 일본 사람들만이 알 수 있는 지역색 깊은 힌트라서 한국독자는 이게 힌트인지 뭐인지 알 수 없었다는게 아쉬울 따름이라는...숨겨진 복선과 도처에 널려있는 떡밥과 단서들...그리고 누구나 납득할만한 설득력있는 트릭의 정체!!! 모든 사람들의 선입견을 단 한방에 날려버리는 떡밥 마에스트로!!! 진실이 밝혀지는 순간 충격과 혼돈의 카타르시스가 전신을 휩쓸고 지나간다. 



머...트릭이 워낙 유명한 작품이다보니 다른 장점들이 묻힐지도 모르겠다. 국내에서도 '김인권'주연의 [약장수]라는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한 노인을 상대로 등처먹는 사기꾼들의 만행이 경악스럽게 펼쳐지면서 돈에 대한 인간의 잔혹성이 낱낱이 드러나는 사회파 미스터리로서의 재미도 빠트릴 수 없고, 내장이 몸밖으로 펼쳐져 죽은 잔혹한 살인사건의 진실과 냉혹한 야쿠자의 세계에 잠입한 언더커버물의 재미도 쏠쏠하니 서술트릭을 차치하더라도 일본 미스터리물로서의 재미를 이 한작품에서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사정한 뒤에는 꼼짝도 하기 싫다. 여자의 몸 위에 올라탄 체 밀려오는 졸음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싶다. _9p



첫 페이지 첫 문장부터 현자타임의 나른한 느낌과 왕성한 성적기호를 언급하며 뭇남성들의 눈길을 사로잡던 도입부가 진실을 알고 난뒤 다시 읽게 되면 처음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의 도입부로 뒤바뀌어 버리는 마법같은 경험을 선사한다. 역시...[살육병]과 더불어 최고의 서술트릭을 손꼽히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이제는 나도 봤다. ㅎㅎㅎ 안본 눈 삽니다~ 아직도 이 진실을 모르고 있는 안 본 사람이 부러워지려 한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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