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꾸듯 춤을 추듯 그래비티 픽션 Gravity Fiction, GF 시리즈 7
김재아 지음 / 그래비티북스 / 2019년 6월
평점 :
절판


 

 

 

 

꿈을꾸듯춤을추듯 (2019년 초판)_그래비티 픽션 7

저자 - 김재아

출판사 - 그래비티북스

정가 - 13500원

페이지 - 297p



인간의 신체에 인공지능을 탑재하면?



몇안되는 SF전문 출판사 그래비티북스에서 꽤 오랜만에 출간하는 일곱번째 그래비티 픽션 시리즈 [꿈을 꾸듯 춤을 추듯]이다. 시리즈마다 SF의 하위장르를 독자들에게 선보이면서 SF에 익숙치 않은 대중에게 다양한 SF의 장르적 매력을 소개하고 SF 대중화에 앞장선 그래비티 픽션의 이번 이야기는 인공지능과 뇌과학에 대한 이야기이다. 일단 중심 이야기에 앞서 대강의 작품 배경을 이야기 하자면 이렇다.



가까운 미래인 2062년.

발달된 인공지능과 로봇기술로 인간은 더이상 노동에 얽매어 일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도래한다. 하지만 전 인류의 95%가 무직지가 되버린 세상에서 인류는 기계들에게 직장을 빼앗겨 버린 잉여인간에 지나지 않고, 그저 공기를 축내는 버러지들로 전락한 그들에게 남은건 과학기술에 대한 거부감과 열패감 그리고 상실감 뿐이다. 평생을 억눌린채 살아온 95%의 인류는 쌓아왔던 분노와 증오를 테러로 폭발시키고, 사태는 극단으로 치달아 간다.



오랜 시간동안 각고의 노력 끝에 인간의 뇌지도가 완성되고, 이 맵을 이용하여 뇌과학자 노아는 교통사고로 뇌기능이 정지된 서른 살 남자의 몸에 자신이 개발한 인공지능 기계두뇌를 이식시키는 수술을 최초로 진행한다. 성공적인 수술뒤 드디어 기계몸에서 인간의 몸으로 처음 눈을 뜬 인공지능 로움.....인간의 몸을 얻기전 가상 시뮬레이션으로 138억년의 지구 역사를 직접 경험하고 학습했던 로움에게 인간의 몸으로 바라본 세상은 138억년의 시뮬레이션으로는 경험할 수 없었던 또다른 특별한 감정을 시냅스로 뇌에 전달한다. 노아 박사의 필생의 프로젝트는 성공적으로 끝나지만 정작 본인은 인간과 다를바 없는 사이보그들이 세상을 지배하는 사태를 우려한 극렬저항단체에 납치되어 산채로 화형당하는 끔찍한 죽음을 맞이하고, 연구소 관계자는 비밀리에 기계 로움을 사륜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신분을 부여하여 질병연구소에 위장취업시킨다. 그곳에서 사륜은 또다른 사이보그 엘리야를 만나는데......



딥러닝을 통해 수천 수만번의 가상바둑을 반복하고 기보를 분석하여 인간계 최강의 기사들을 무릎꿇린 인공지능 알파고를 더욱 발전시킨다면 로움으로 탄생하는 것일까? 인간의 몸에 이식된 누구보다 인간적 감정을 지닌 인공지능 사이보그는 그저 프로그램된 의식을 가진 기계인가? 아니면 딥러닝을 통한 자의식을 가진 인간과 동등한 인격주체로 인정해야 할까? 작품 자체가 우리에게 던지는 화두는 사실 AI를 소재로 하는 여타 작품에서도 무수히 다뤄오던 인간의 정체성에 대해 문제제하고 질문을 던진다. 딥러닝 시뮬레이션으로 138억년이란 억겁의 시간동안 지구와 인간의 생리에 깨달음을 얻은 사이보그 로움의 눈으로 바라본 더없이 폭력적이고 극단적인 인간들의 모습을 통해 과연 인간을 인간으로 규정지을 수 있는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인간의 몸안에서 기계로는 경험할 수 없었던 눈물, 꿈 같은 감정적 변화에 혼란스러운 로움 앞에 나타난 소녀 엘리야로 삶과 죽음 그리고 감당할 수 없는 감정에 깊은 고뇌에 빠지는 로움....그의 고뇌 고뇌 고뇌 고뇌 고뇌 고뇌 고뇌 고뇌 고뇌 고뇌 고뇌 고뇌 고뇌 고뇌 고뇌 고뇌 -_-;;; 그 수없는 고뇌 끝에 다다른 극단적 선택은 경악과 동시에 안타까움으로 다가온다....138억년간 가상으로 지켜본 수많은 죽음과 인간으로서 곁에서 지켜본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그 죽음의 무게를 이해하는 순간 로움은 더이상 기계일 수 없는 것이다. SF의 장르를 빌려 인간에 대해 고찰하는 깊이있고 심오한 철학소설이랄까?...



다만 극단적 대비를 위해 소비되는 듯한 헐거운 SF 설정들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기계가 뒤덮은 미래임에도 무정부 수준의 치안상태나 전세계 불치병의 백신개발을 위한 마루타가 달랑 한명이란것도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고 '아시모프' 로봇 3원칙은 안중에도 없었던듯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없는 인공지능, 조금 아쉬운 138억년 시뮬레이션 묘사  객관성이 결여된 다소 과잉된 감정으로만 흘러가는 극의 흐름은 캐릭터에 대한 감정의 공감을 이끌어 낼지 수는 있겠지만 SF라는 장르로 놓고 봤을땐 아쉬움으로 남는다.



어쨌던, 작품을 읽으면서 내내 얼마전 읽었던 '히가시노 게이고'의 [사소한 변화](구판 [변신])가 떠올랐다. 뇌이식이라는 유사한 소재를 다루지만 누군가는 정체성을 잃고 타인이 침범해가는 혼란스러운 과정을, 누군가는 그동안 알고 있던 세상과는 다른 세상을 통해 변질되어가는 과정을 그리는...그렇게 결국 파멸의 비극을 향해 치달아가는 서로 다른 장르의 두 작품을 비교해보는것도 좋을듯 싶다.  


생은 지옥이다! 138억년의 꿈에서 깨어나 지독한 현실과 맞닥뜨린 인공지능 AI의 처절한 몸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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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현장은 구름 위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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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현장은구름위 (2019년 초판)

저자 - 히가시노 게이고

역자 - 김난주

출판사 - 재인

정가 - 13800원

페이지 - 275p



사건을 몰고 다니는 스튜어디스 콤비



요근래 재간된 작품만 읽다가 오랜만에 초역으로 만나게된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추리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단편집이다. 이번 작품의 무대는 구름 위! 땅덩어리, 국가간의 경계를 넘어 하늘을 활보하는 비행기안에서 근무하는 스튜어디스들을 주역으로 벌어지는 기상천외한 사건과 사고들을 '게이고'만의 기발한 재치와 유쾌한 코믹, 신박한 트릭으로 능수능란하게 주무르는 작품집이다. 심오한 주제를 놓고 심각하고 무겁게 펼쳐지는 사회파 추리도 좋지만 때로는 이렇게 심각은 잠시 내려두고 가벼운 코믹터치 추리극이 생각지 못한재미를 선사하는 경우가 있는데, [연애의 행방][탐정클럽] 처럼 부담없이 즐기기에 딱 좋았던 작품이었던것 같다.



신일본 항공의 명물 콤비 스튜어디스가 있으니 A코와 B코이다. 

매력적인 외모, 스마트한 머리, 논리적 사고로 사내 특등급 사원으로 손꼽히는 A코와

다소 미흡한 외모, 생각 자체를 기피하는 무논리 사고지만 간신히 턱걸이 채용으로 뽑힌 B코.

둘사이의 엄청난 격차와는 달리 매우 사이가 좋아 항상 함께 비행을 하는 친구사이이다.

하지만 그녀들이 가는곳엔 살인, 유괴, 협박 등등등.....온갖 사건, 사고들이 끊이지 않으니....

그녀들의 비행기를 탄 승객들에겐 불운을 몰고다니는 콤비가 아닌가?!!! -_-;;;;;



1. K호텔 살인의 밤 

무사히 비행을 마친 A코와 B코는 호텔에서 휴식을 취한다. 그런데 우연히 비행당시 복통을 호소했던 손님이 같은 호텔에 묶게 되고, 반가운 마음에 함께 간단한 술자리를 갖는다. 유쾌한 술자리를 마치고 방으로 돌아간 남자 손님은 방안에서 자신의 아내가 참혹하게 살해된것을 발견하고 긴급히 경찰에 신고한다. 첫 시작부터 벌어지는 살인사건....그리고 아내가 죽기직전 호텔보이가 아내에게 샌드위치를 건네는 것을 목격한 B코. B코의 목격이후 30분간의 시간동안 남편은 자리를 비운적이 없고...범인의 정체가 오리무중일때 A코의 놀라운 추리가 펼쳐진다..... 

- 별다른 배경묘사 없이 곧바로 직진하는 사건의 전개에 금새 작품에 빠져들고 허를 찌르는 기막힌 트릭에 정신이 빠진다. 



2. 분실물에 유의하세요 

단체 아기동반 여행객 25쌍을 받게된 A코와 B코는 비행시간 동안 한바탕 아기들과의 전쟁을 벌인다. 그녀들의 각고의 노력으로 무사히 비행을 마치고 25쌍의 단체승객들을 내려보낸뒤....빠트린 물건이 없는지 비행기 안을 살피던 B코에는 놀라운 분실물을 발견한다.....분실물의 정체는 바로 살아있는 아기였던것...탑승과 하차시 분명 25명의 아기를 확인한 A코와 B코에게 덩그러니 남겨진 갓난아기...아기의 부모를 찾아라!!!  

- 이 단편은 이 작품이 1989년 작이란걸 감안해야 될 것 같다. 지금의 비행기 탑승 시스템이라면 절대로 벌어질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ㅎ 그땐 이렇게 허술하게 운영되었을진 모르겠지만 아기가 남겨지게된 상황 만큼은 아이를 키우는 아빠로서 충분히 납득할만한 에피소드 였다. 물론 그 다음 부모의 대응이 문제겠지만.....-_-



3. 중매석의 신데렐라 
승객과 마주보고 앉는 비상탈출구의 좌석에 앉게된 B코 앞에 앉은 멋들어진 남성은 비행 내내 B코를 뚫어지게 쳐다본다. 남자의 눈길을 알아차린 B코 역시 남자의 눈길이 싫지만은 않고, 이윽고 비행 끝에 B코에게 데이트 신청을 하는 남성.....이 남성은 추녀에게 끌리는 독특한 취향의 소유자인가? 아니면 숨겨놓은 꿍꿍이가 있는 것인가?....

- 범죄가 아닌 코믹한 웃픈 상황이 웃음을 유발하는 유쾌한 코믹 단편이다. 오직 B코이기에...그녀이기에 데이트 신청을 하는 남자의 반전의 본심이 웃음폭탄을 터트린다.



4. 길동무 미스터리 

비행중 A코에게 대학동창회에 참석하기 위해 비행기를 탔다고 말하는 남자승객. 다른 자리 B코에게 공항에서 가까운 숙소를 묻던 여자승객....그리고 일면식 없어 보이던 두 남녀는 공항 근처 호텔방에서 나란히 싸늘한 시체로 발견된다. 가슴에 칼이 찔려 사망한 여성과 손목을 긋고 욕조물에 담근채로 죽은 남자....칼에는 여성의 지문만이 묻어있고, 경찰은 동반 자살을 의심하고 수사한다. 하지만 이 두남녀의 접점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A코와 B코는 직접 사건 수사에 뛰어드는데....

- 본의아니게 죽음의 길동무가 된 남녀의 미스터리. 절박한 가장의 책임...그 책임에 휘말린 여성....그리고 그 어떤 진실에도 눈하나 깜짝안하고 의연한 한 여성....-_- 제일 무서운건 마지막 여성이구나....



5. 아주 중요한 분실물 

화장실 바닥에서 유서가 담긴 봉투를 발견한 A코는 B코와 함께 유서를 돌려주기 위해 머리를 싸멘다. 비행중 화장실을 다녀간 승객은 고딩소녀, 회사원, 대머리 아저씨, 할머니, 중년 아줌마, 젊은 여성까지 6명...이 6명중 한명이 자살을 결심했고, 가슴에 품었던 유서를 떨어트린것. 이제 유서의 진짜 주인을 찾기 위한 그녀들의 추리가 시작된다.....

- 여기저기 맥거핀을 흘리면서 유서 주인의 정체를 흔들고, 아닐것 같은 사람을 그녀들과 함께 소거법으로 지워나가지만.....역시 반전은 가장 아닐것 같은 사람이 장본인이라는 것!!! 생각지 못한 주인과 자살을 결심하게된 이유가 반전의 묘미를 선사한다. 



6. 허깨비 승객 

항공사로 걸려온 전화를 우연히 받게된 A코에게 전화기속 남자는 그녀가 탔던 비행기에서 내린 여성을 납치해 살인했다고 말한다. 뒤이어 돈을 건네지 않으면 탑승했던 다른 승객도 죽이겠다고 협박한뒤 전화를 끊는다. 비밀리에 경찰들과 함께 수사를 벌이지만 그녀가 탑승했던 비행편에서 사망한 여성은 없는것으로 확인된다. 남자의 협박은 그저 거짓일까? 아니면 항공사에서 누락된 승객이 있는 것인가?.....

- 다소 무리한 설정이지만 또 일본이라면 실제로 있을법한 이야기라 완전 허망한 이야기라 치부하기엔 뭔가 미심쩍은...-_-;;; 



7. 누가 A코를 노리는가  

비행을 마친 A코에게 경찰이 찾아오고, 남자가 찍힌 사진한장을 건네며 타고온 비행기에 사진속 남자가 있었는지를 묻는다. 사진속 남자는 A코가 스튜어디스가 되기전 대학에서 사귀었던 남자였고, 비행기에 탑승하지 않았다고 언급한다. 그날 저녁 쇼핑을 마치고 어두운 도로가를 걷던 A코에게 느닷없이 돌진하는 승용차....간신히 돌진하는 승용차를 피한 A코는 겁에질려 B코와 함께 사는 숙소로 뛰어간다. 낮에 있었던 경찰이 들고온 사진속 전남친이 마음에 걸리던 찰나 전남친에게 걸려온 전화 한통....전남친은 A코와 직접 만나자고 이야기 하는데...A코를 노리는 자는 누구인가?...

- 역시 범인은 의외의 곳에서 나타나고, 경찰도 생각지 못한 트릭을 풀어내는 건 똑순이 A코라는 것. 그녀의 현명함이 자신의 목숨을 구하고 살인범을 잡는데 일조한다. 



작품이 쓰였던 시기를 감안하더라도 충분히 납득할만한 재미있는 작품들이다. 군더더기 없이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가 추리의 묘미를 자극하는 삼~사십 페이지 내외의 작품들은 단편추리만의 몰입감과 속도감을 선사한다. 머...1989년 작이지만 '게이고'의 주특기인 극강의 가독성은 그야말로 5G급이라는...ㅎ 개인주의, 이기주의에 안하무인이지만 미워할 수 없는 B코와 미모와 지성을 갖춘 A코가 크로스된 명탐정 콤비의 좌충우돌 유쾌한 활약이 코믹 미스터리의 진수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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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의 질량 한국추리문학선 6
홍성호 지음 / 책과나무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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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의질량 (2019년 초판)_한국추리문학선 6

저자 - 홍성호

출판사 - 책과나무

정가 - 13800원

페이지 - 338p



악의에 실린 무게를 가늠하라



한국추리작가협회 부회장을 역임하고 얼마전 추리마니아 정모에서 인사를 나눴던 '홍성호'작가의 신작 장편이 출간되었다. 극단적인 원한이나 사악함을 지닌 성품을 의미하는 악의에 무게를 달 수 있다면? 가장 무거운 질량의 악의는 치밀한 계획적 범죄에 의한 살인일까? 아니면 즉흥적 분노에 의한 우발성 살인일까?...두 건의 살인사건. 그리고 서서히 드러나는 인물들간의 숨겨진 사연과 악의들...수없이 엇갈리는 악의의 사슬 그 중심에 '김내성'...그리고 [마인]이 있다!



인기작가 오상진 작가의 신작 출간 기념회에 절친한 작가들과 출판관계자, 팬카페 임원등이 참석한다. 호방한 성격의 오상진 작가는 기쁜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과음을 하고, 기념회를 마친뒤 팬카페 회장인 정인영과 함께 자신의 자택에서 2차를 마신뒤 필름이 끊긴다. 다음날 정신을 차린 오상진 작가는 전날 선물로 받은 건강식품을 아버지께 드리기 위해 아버님댁을 찾고, 그곳에서 망치에 머리가 깨져 피투성이로 누워있는 아버지의 시체를 발견한다. 곧바로 경찰에 신고한뒤 발견 경위를 설명하던 오상진에게 경찰은 차가운 수갑을 채우고, 최초 사건 발견자에서 아버지를 살해한 존속살인 유력 용의자로 신세가 뒤바뀐다. 오상진 작가의 오피스텔 CCTV와 근처 편의점 CCTV에서 함께 2차를 마셨던 정인영이 나간뒤 오상진의 옷을 입고 모자와 후드를 뒤집어쓴 남성이 오상진의 차를 타고 나가는 영상이 확인된것. 유력한 증거에도 오상진 작가는 필름이 끊겨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이에 오상진과 절친했던 동료작가 김내성과 백민수는 오상진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발벗고 나서는데....


완전범죄, 완벽한 트릭을 위해 법의학 지식과 살인방법을 연구하는 추리작가의 살인

하지만 원고지를 떠나 현실에서의 살인은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아마추어적이고 우발적이다.

스스로 괴물이 된 것일까? 아니면 누군가의 정교한 덫에 걸린 것일까?

이제 악의의 질량을 가늠하여 그날의 사건을 되짚어 보자.



첫번째 살인사건에서의 '후던잇'과 '와이던잇'은 맞추지 못했을지언정 '하우던잇'인 살인의 트릭은 어느정도 맞출 수 있었던것에 내심 뿌듯해 하면서, 탐정 뺨치는 추리로 진실에 접근해 가는 김내성 작가의 활약을 보는 즐거움에 빠져들다 보면 어느새 사건은 두번째 살인사건을 향해 숨가쁘게 전환되 간다. 추리소설답게 목격자 진술을 통해 아주 대놓고 떡밥을 투척하는 장면도 있고, 이 떡밥이 범인을 향한 힌트인지 아니면 맥거핀인지 아슬아슬 조마조마 끌고가다 결말부에서야 뻥 하고 터트리는 나름의 묘미도 선사한다. 



추리적 요소도 요소지만 이 작품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포인트는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주된 캐릭터가 추리작가라는 점과 한국 추리소설계의 시조 '김내성'작가에 대한 오마주이다. 첫번째로 작품에서 묘사되는 신작출간 기념회나 작가들간 술자리에서 친목을 도모하는 장면들은 얼마전 참석했던 '도진기'작가의 [합리적 의심] 출간 독자와의 만남과 추리마니아X한국추리작가협회 정모 술자리등 본인이 직접 경험했던 기억들과 매칭되면서 작품속 장면들을 그림을 그리듯 생생하게 다가온것 같다.



두번째로는 '김내성'작가에 대한 오마주인데, 사실 한국추리계의 빛나는 별이자 전설 '김내성'작가에 대해서는 이름을 들어본것 외에는 아는 바가 없다. 하여 정작 작품에서 무수히 언급되는 '김내성'을 통해 '김내성' 작가와 작품 [마인]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고 말할 수 있을것도 같다. 그도 그럴것이 리얼작가 '김내성', 그리고 주인공 겪인 동명이인 '김내성', 마지막으로 자신을 '김내성'이라 칭하는 미치광이 살인마까지....무려 3인의 '김내성'이 작품을 가득 메우고 있으니까 말이다....-_-;;;; 이쯤되면 '홍성호'작가님을 진정한 '김내성' 마니아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정도인데....어쨌던, '김내성'작가의 초초초레어본인 초판본 [마인]을 둘러싼 절판 컬렉터들의 흥미진진한 암투가 작품을 이끄는 중요한 소재로 작용하면서 또한번 본인 역시 절판SF 판본들을 구하기 위해 전국 헌책방을 샅샅이 뒤져보기도 하고 국립도서관에 회원가입하고 대출받아 먹튀하고픈 검은 유혹에 흔들렸던 기억이 오버랩되면서 더욱 감정이입하고 몰입해서 보게된것 같다. 



작품의 마지막 무대가 되는 '김내성'작가의 묘소가 묘사되는 장면을 보면서 얼마전 [나당탐정사무소 사건일지]로 접했던 '윤자영'작가 블로그를 뒤지다 지나쳤던 포스팅이 떠올라 다시 찾아 들어가 봤다. 올해 초 동료 작가들과 도봉역에 위치한 '김내성'작가의 묘지를 찾아갔다는 포스팅에는 묘석의 비문사진과 함께 '김내성' 관련 소설을 쓰기위해 조사차 '홍성호'작가와 함께 묘지를 찾았다는 내용이 쓰여있었다.(물론 작품안에서도 묘석의 비문 전문이 실려있다.) '김내성'작가의 묘지를 찾기위해 전국의 묘를 찾아다니는 아마추어 분을 찾아 수소문했다는 글을 보면서 픽션속 배경일지라도 실제에 근접하게 묘사하려는 대작가에 대한 존경심과 열정어린 프로정신을 엿볼 수 있었던것 같다. 

https://blog.naver.com/97dud/221518587198



꼭 본인이 겪었던 경험들을 반추하지 않더라도 흥미롭게 급변하는 사건전개와 인간에 내재된 심연속 악의를 접하며, 본능에 충실한 개성적인 캐릭터(특히 오상진 작가 캐릭터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들과 함께 초판본 [마인]을 찾아 이리뛰고 저리뛰다 보면 누구나 이 작품이 갖는 매력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주인공인 '김내성'작가가 자신의 필명을 '홍성호'로 개명하면서 [악의의 질량]을 출간하는 현실과 픽션의 경계를 허물고 비트는 마지막 에필로그 부분을 보면서 흐뭇하게 미소지으며 책을 덮으려 했는데, 마지막장 '작가의 말'에 실린 절필선언에서 커다란 충격을 받는다. (이제 처음 만났는데....ㅠ_ㅠ 이 무슨...) 작가님 개인의 자세한 내막은 모르기에 뭐라 말 하긴 힘들지만 이만큼의 열정을 쏟아부은 추리문학에 작가님의 작품을 기다리는 한명의 독자를 방금 확보했고, 다시 돌아올 날을 기다리겠다는 말을 전하면서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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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기괴괴 : 아내의 기억 기기괴괴
오성대 글.그림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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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기괴괴 4 : 아내의 기억 (2018년)

저자 - 오성대

출판사 - 소담출판사

정가 - 13800원

페이지 - 512p



제주도에서 접한 기이하고 괴이한 이야기



2주전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다. 장마기간이다 보니 비가왔고, 우중에 마땅히 갈 곳을 찾던중 숙소 성산에서 가까운 곳에 커피박물관이 있다고 하여 아이들을 데리고 커피박물관으로 출발했다. 그런데 막상 가보니 박물관....이라기보단 그냥 카페에 가까운 곳이더라는...-_-;;; 물론 커피박물관 옆에는 빛의 벙커 클림트 전시회가 열리긴 했지만 어린 딸래미들 데리고 보기엔 그닥일것 같아 그냥 카페에 앉아 조각케잌과 차, 커피를 시키고 주변을 둘러보는데....책들이 꽂혀있는 책장이 있는것 아닌가...홀린듯 책장으로 향한뒤 시끌벅적 어수선한 공간에서 간단하게 보기에 좋아보이는 만화를 집었다.


그책이 바로 [기기괴괴]였다. -_- 웹툰을 보지 않는 본인은 제목은 익히 들어봤으나 실제로 보는건 처음이었는데, 카페 책장엔 1,2,3권은 어디로 간건지 4권만 덜렁 꽂혀 있어 어쩔 수 없이 4권을 일독했다. 워낙 오컬트나 공포 호러물을 좋아해서 집어들긴 했는데, 생각보다 재미있고, 신선한 공포를 선사하여 나도모르게 몰입하여 앉은자리에서 휘리릭~ 읽어버린것 같다.



1. 아내의 기억

치매에 걸린 아내가 홀로 집을 지키다 화재에 숨지고, 남편은 아내의 장례를 마친뒤 허망하게 아내를 그리는데....어느샌가 남편의 눈에 보이는 아내의 혼령이 보이는 것이 아닌가....그리고 이 혼령이 아내가 죽기 3년전의 잔영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뒤 남편은 직장을 그만두고 3년동안 아내의 잔영과 함께 하리라 마음먹는데.... 

- 페이지가 넘어갈 수록 혹시나 기괴하고 괴이한 반전이 있으면 어쩌나 노심초사하며 읽었는데....다행히 잔잔하게 끝나는 작품이라 한숨을 쉬었다는...남편과 자식을 뒷바라지 하던 아내, 엄마가 치매에 걸리는 혼란스러움, 가족에게 짐이 되지 않으려는 그 마음이 너무나 안타깝게 다가온다. 바깥일에만 관심을 쏟던 남편이 아내의 잔영을 통해 아내가 겪어야 했을 아픔과 고통을 통감하고 후회의 눈물을 짓는 장면에 공감했던것 같다. 표제작인 만큼 잔잔한 감동과 깊은 울림을 전하는 작품이다.


2. 진화환생법

현생 이후 다음생에 환생할 생명체를 고를 수 있다면 당신은 어떤 생물로 태어나고 싶은가? 백수로 허송세월하던 남자는 기묘한 종교모임에 참석하고, 그곳에서 진화환생법에 대해 전해듣게 된다. 다음생으로 환생하고 싶은 생물을 대량학살하면 다음생에 그 죽인 생물로 태어날 수 있다는 진화환생법을 듣고 처음엔 믿지 않은 남자는 집안을 기어다니는 바퀴벌레들을 때려 죽인뒤 깜짝 놀란다. 그의 얼굴이 바퀴벌레로 변해 있던 것이다......

- 전에는 듣지 못했던 환생법이 신선하게 느껴졌고, 결말의 우울한 반전 또한 좋았던 작품이다. 사회에서 잉여로 추락한 남자가 정말로 바퀴벌레 같은 결말을 맺게되는 벌레같은 굴레.. 


3. 심령어플

심령어플을 키고 사진을 찍으면 귀신얼굴이 찍히는 신기한 어플....

- 귀신을 부르는 정말 신박한 어플이 아닌가?!!

 

4. 마술사 죽이기

너무나 뛰어나고 기상천외한 마술을 부리는 세계적 어둠의 마술사의 등장. 이 마술사의 마술은 끔찍하고 기괴하지만 그 누구도 거짓이란 트릭을 발견하지 못하는 진짜 어둠의 마술사이다. 나날이 인기를 더해가는 어둠의 마술사를 시기하는 마술사 협회는 한 젊은 마술사에게 어둠의 마술사를 암살할 것을 권유하는데....

- 한낱 인간들이 지옥의 마술사를 어떻게 이길 수 있겠는가....머리가 날아가고 하악만 남은 마술사가 타인의 머리를 이어붙이는 그로테스크한 장면이 완전 취향저격이더라는....크크크...


5. 고스트폴라로이드

즉석에서 유령을 찍을 수 있는 폴라로이드 판매하는 기묘한 판매자

- 역시나 작가의 괴기한 취향이 가득 담긴 짧은 단편이다. 귀신을 찍고 싶거들랑 귀신이 되어라!



짧지만 강렬한 여운을 주는 작품들이었고, 충분히 제목과 같은 기기과괴함을 주는 만화였다. 그 많은 사람들이 떠들고 있음에도 만화를 읽는 순간에 모두 음소거 되버리는 몰입감을 느끼게 만든 작품이었다는....우중충 비오는 제주도 카페에서 부드럽고 쌉쌀한 아인슈페너 커피 한잔에 눈알 뽑고 머리 터지는 그로테스크한 만화를 보는 그 맛!! 천상의 커피 맛과 지옥의 만화로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삼십 분간의 시간...결코 잊지 못하리라~~~크흐흐흐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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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내가 죽은 집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84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최고은 옮김 / 비채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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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내가죽은집 (2019년 초판)_비채X히가시노게이고 컬렉션

저자 - 히가시노 게이고

역자 - 최고은

출판사 - 비채

정가 - 13500원

페이지 - 320p




니가 사는 그 집~ 그 집이 내 집이었어야 해~



신간도 줄기차게 나오고 기존 작품의 재출간도 줄기차게 나오고 있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11년만에 재출간작이다. [옛날에 내가 죽은 집]이라니?...그럼 지금의 나는 누구인가? 라는 의문과 함께 심령 오컬트를 기반으로 하는 공포장르인지, 아니면 전뇌를 통한 SF작품인지 모를 수많은 호기심과 생각들을 품고 책을 들췄다.



7년전 헤어진 그녀 사야카의 연락으로 재회한 자리에서 사야카는 자신의 과거를 되찾는 일에 도움을 청한다. 나와 헤어진 후 바로 다른 남자를 만나 결혼하고, 아이까지 낳은 그녀가 뜬금없이 나타나 과거를 찾는다니?...의아한 마음을 그녀도 직감했는지 그동안 살아온 이야기를 내게 전한다. 남편은 미국 출장으로 반년간 집을 비우고, 두 살배기 딸아이와 단둘이 지내던 사야카는 나날이 지속되는 살림과 육아의 스트레스를 극복하지 못하고 아이에게 손을 대고 만다. 이후 지속적 학대로 인하여 아이는 사야카의 손을 떠나 친정에 맡겨진 상태...우연히 전남친인 내가 쓴 잡지 기고에서 소아학대는 유전질환처럼 반복하여 발생된다는 문구를 보고 문득 초등학교 이전의 기억이 없는 사야카는 그 지워진 기억속에 학대의 유전자가 남아있던것이 아닌지 의심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죽은 아버지의 유품에서 발견한 황동열쇠와 지도한장을 발견하고 그곳에서 잊혀진 기억을 찾을 수 있음을 확신하고 내게 함께 가달라고 요청한 것....


그녀의 절박함에 이끌려 어쩔 수 없이 함께 지도에 표시된 곳으로 가보니 허허벌판에 낡은집 한채가 우뚝 서있었다.....



정문은 못으로 박혀있어 열수도 없고, 지하실 문으로만 출입할 수 있는 기괴한 구조

집 안의 시계는 전부 11시 10분을 가리킨채 멈춰 있고,

전기도, 식수도 끊긴 상태.

지하실 문 위에 걸려있는 낡은 검정색 십자가...

그리고 아이가 살았던 방으로 보이는 책장에 꽂혀진 두툼한 일기장 한 권.....


소년의 일기속 내용이...참혹했던 그날의 일들이 드러나면서

잊혀져 있던 사야카의 기억도 흐릿하게 형태를 잡아간다.

이 기괴하고 음침한 비밀의 집의 진짜 정체는 무엇인가?.....



이유를, 용도를 알 수 없는 집의 구조를 샅샅이 조사하는 나와 사야카를 통해, 그리고 끔찍한 학대를 당하던 소년의 일기를 통해 음습한 공포가 스멀스멀 피어오르고, 지하실 문위에 걸린 십자가를 찾아내면서 영화 [사바하]가 떠오르며 등골 서늘한 오싹함을 느꼈는데.....이후의 전개는 내가 생각했던 그런쪽은 아니었다...-_-;;; 하지만 생각했던 것과는 또다른 공포와 안타까움을 경험해야 했으니...가족을 비바람으로 부터 지켜내는 안락해야만 할 집이라는 공간을 공포의 공간으로 비틀어 내면서 그안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사건들을 목도해야 하는 참담함과 놀라운 반전이 심령공포와는 다른 성질의 서스펜스로 치닫게 만든다.



사야카가 저지르는 딸에 대한 학대와 일기장 속 소년이 경험하는 학대가 맞물리고, 잊혀져 있던 사야카의 기억이 돌아왔을때...정말로 아무도 없던 빈 집은 그 옛날에 내가 죽은 집이 되어버린다. 귀신이 들린듯한 흉가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단 두명의 등장인물로 긴장감과 공포, 서스펜스를 끝까지 유지시킨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고 있기에 이 작품이 더욱 대단하게 여겨진다. 1994년도 지금으로부터 무려 25년전에 쓰여진 작품인데도 시간의 흐름을 전혀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캐릭터의 살아있는 심리 묘사가 뛰어난 작품이었다. 요즘 세대라면 결말의 반전에 갸우뚱 할 수도 있겠지만...손이 귀하던 과거엔 우리나라에서도 왕왕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던 일이니....충분히 납득할 수 있었던것 같다.



최고를 만들고야 말겠다는 부모의 이상적인 집착과 학대, 그리고 1등 경쟁에서 도태된 아이들이 받는 상처....그리고 되풀이 되는 학대의 굴레....가정폭력이 야기하는 비극을 통해 안타깝고 쓰디쓴 사회의 단면 일깨우고 경종을 울리는 사회파 추리 본래의 목적에 충실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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