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내가 죽은 집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84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최고은 옮김 / 비채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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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내가죽은집 (2019년 초판)_비채X히가시노게이고 컬렉션

저자 - 히가시노 게이고

역자 - 최고은

출판사 - 비채

정가 - 13500원

페이지 - 320p




니가 사는 그 집~ 그 집이 내 집이었어야 해~



신간도 줄기차게 나오고 기존 작품의 재출간도 줄기차게 나오고 있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11년만에 재출간작이다. [옛날에 내가 죽은 집]이라니?...그럼 지금의 나는 누구인가? 라는 의문과 함께 심령 오컬트를 기반으로 하는 공포장르인지, 아니면 전뇌를 통한 SF작품인지 모를 수많은 호기심과 생각들을 품고 책을 들췄다.



7년전 헤어진 그녀 사야카의 연락으로 재회한 자리에서 사야카는 자신의 과거를 되찾는 일에 도움을 청한다. 나와 헤어진 후 바로 다른 남자를 만나 결혼하고, 아이까지 낳은 그녀가 뜬금없이 나타나 과거를 찾는다니?...의아한 마음을 그녀도 직감했는지 그동안 살아온 이야기를 내게 전한다. 남편은 미국 출장으로 반년간 집을 비우고, 두 살배기 딸아이와 단둘이 지내던 사야카는 나날이 지속되는 살림과 육아의 스트레스를 극복하지 못하고 아이에게 손을 대고 만다. 이후 지속적 학대로 인하여 아이는 사야카의 손을 떠나 친정에 맡겨진 상태...우연히 전남친인 내가 쓴 잡지 기고에서 소아학대는 유전질환처럼 반복하여 발생된다는 문구를 보고 문득 초등학교 이전의 기억이 없는 사야카는 그 지워진 기억속에 학대의 유전자가 남아있던것이 아닌지 의심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죽은 아버지의 유품에서 발견한 황동열쇠와 지도한장을 발견하고 그곳에서 잊혀진 기억을 찾을 수 있음을 확신하고 내게 함께 가달라고 요청한 것....


그녀의 절박함에 이끌려 어쩔 수 없이 함께 지도에 표시된 곳으로 가보니 허허벌판에 낡은집 한채가 우뚝 서있었다.....



정문은 못으로 박혀있어 열수도 없고, 지하실 문으로만 출입할 수 있는 기괴한 구조

집 안의 시계는 전부 11시 10분을 가리킨채 멈춰 있고,

전기도, 식수도 끊긴 상태.

지하실 문 위에 걸려있는 낡은 검정색 십자가...

그리고 아이가 살았던 방으로 보이는 책장에 꽂혀진 두툼한 일기장 한 권.....


소년의 일기속 내용이...참혹했던 그날의 일들이 드러나면서

잊혀져 있던 사야카의 기억도 흐릿하게 형태를 잡아간다.

이 기괴하고 음침한 비밀의 집의 진짜 정체는 무엇인가?.....



이유를, 용도를 알 수 없는 집의 구조를 샅샅이 조사하는 나와 사야카를 통해, 그리고 끔찍한 학대를 당하던 소년의 일기를 통해 음습한 공포가 스멀스멀 피어오르고, 지하실 문위에 걸린 십자가를 찾아내면서 영화 [사바하]가 떠오르며 등골 서늘한 오싹함을 느꼈는데.....이후의 전개는 내가 생각했던 그런쪽은 아니었다...-_-;;; 하지만 생각했던 것과는 또다른 공포와 안타까움을 경험해야 했으니...가족을 비바람으로 부터 지켜내는 안락해야만 할 집이라는 공간을 공포의 공간으로 비틀어 내면서 그안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사건들을 목도해야 하는 참담함과 놀라운 반전이 심령공포와는 다른 성질의 서스펜스로 치닫게 만든다.



사야카가 저지르는 딸에 대한 학대와 일기장 속 소년이 경험하는 학대가 맞물리고, 잊혀져 있던 사야카의 기억이 돌아왔을때...정말로 아무도 없던 빈 집은 그 옛날에 내가 죽은 집이 되어버린다. 귀신이 들린듯한 흉가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단 두명의 등장인물로 긴장감과 공포, 서스펜스를 끝까지 유지시킨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고 있기에 이 작품이 더욱 대단하게 여겨진다. 1994년도 지금으로부터 무려 25년전에 쓰여진 작품인데도 시간의 흐름을 전혀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캐릭터의 살아있는 심리 묘사가 뛰어난 작품이었다. 요즘 세대라면 결말의 반전에 갸우뚱 할 수도 있겠지만...손이 귀하던 과거엔 우리나라에서도 왕왕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던 일이니....충분히 납득할 수 있었던것 같다.



최고를 만들고야 말겠다는 부모의 이상적인 집착과 학대, 그리고 1등 경쟁에서 도태된 아이들이 받는 상처....그리고 되풀이 되는 학대의 굴레....가정폭력이 야기하는 비극을 통해 안타깝고 쓰디쓴 사회의 단면 일깨우고 경종을 울리는 사회파 추리 본래의 목적에 충실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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